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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5월, 벨기에 브뤼셀에 방문했을 당시 KB스타리츠의 노스갤럭시타워와 제이알글로벌리츠의 파이낸스타워를 직접 임장했습니다. 당시 느낀 바를 공유해보고자 합니다. 
이번 글을 통해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벨기에 자산들에 대한 현지의 독특한 규제환경과 구조적 한계를 짚어보고자 합니다. 우리가 '정부 임차'라는 우량한 조건 때문에 간과했던 리스크를 분석하는 것이 이번 글의 목적입니다.
*노스갤럭시타워 앞
유럽은 대체로 건물의 높이가 낮은 편입니다. 그랑플라스 인근처럼 낮은 건물들이 주를 이루는 브뤼셀에서 노스갤럭시타워와 파이낸스타워는 눈에 띄었습니다. 특히 파이낸스타워는 굳이 애써 찾으려 하지 않아도 쉽게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노스갤럭시타워와 파이낸스타워는 도보로 15분 거리에 불과하지만, 입지적 성격은 판이했습니다. 파이낸스타워는 보타니크역 초역세권임에도 불구하고 오피스 밀집 지역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오히려 업무지구와 구 도심의 경계에 놓여 있어 다소 고립된 인상을 주었습니다. 반면, 노스갤럭시타워는 브뤼셀 북역과 인접한 것은 물론, 서울역 인근의 CBD와 같은 전형적인 중심 업무지구의 면모를 갖추고 있었습니다.
유럽 행정의 중심지인 브뤼셀에서 우리 자본으로 인수한 자산을 보면서 한국의 위상에 자부심을 느꼈지만, 한편으로는 굳이 머나먼 벨기에의 자산에 투자하는 것에 대한 의구심도 있었습니다. 
필자 역시 국내리츠 투자자이지만, 지금까지 해외자산을 기초로 한 리츠에는 보수적인 태도를 유지해왔습니다. 부동산은 다른 재화와 달리, 부동성이라는 고유의 특성을 지닙니다. 부동산은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임장이 필요하며, '현지', '지역'의 색채가 돋보입니다. 
가령, 제주도는 다른 지역과 달리 '연세(연간단위)'라는 고유의 문화가 있습니다. 우리가 제주도의 부동산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서울/경기의 중개사(중개법인)보다는 현지 중개사들이 현지 문화와 거래에 해박할 것입니다. 물리적 거리가 먼 국내 운용사보다는 현지 사정에 밝고 네트워크가 탄탄한 현지 운용사가 리스크 관리와 운영 면에서 우위에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앞섰습니다. 이것이 필자가 그간 해외 자산을 담은 국내 리츠 투자를 망설였던 본질적인 이유였습니다.
 
#벨기에 브뤼셀 오피스 시장
들어가기에 앞서, 벨기에 브뤼셀 부동산 시장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하려고 합니다.
벨기에의 수도인 브뤼셀은 인구 125만명 수준입니다. 한국에서 브뤼셀의 포지션에 해당하는 도시는 대전(인구 144만)과 세종을 합친 모습입니다. 세종특별자치시가 정부부처와 정부기관들이 모여있는 행정중심복합도시인 것처럼 브뤼셀은 유럽연합(EU)의 수도, NATO의 본부, 유럽연합집행위원회 등의 행정기관들이 모여있는 도시입니다. 
*제이알글로벌리츠 IR 자료
브뤼셀은 크게 펜타곤(Centre), 북부지구(North), 남부지구(South), 루이즈(Louise), 레오폴드(Leopold) 5개의 권역으로 구성됩니다. 각 권역 별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 펜타곤 지구 : 그랑플라스, 오줌싸개 동상 등 유명 역사유적 및 관광지가 모여있는, 오각형 모양의 구도심 지역입니다. 벨기에 중앙은행과 시청 등이 있으며, 유적지가 많고 건물이 오래되어 대형 오피스빌딩을 짓기 어려우며, 저층 건물이 많은 중소형 오피스가 밀집한 지역입니다. 브뤼셀 중앙역(Gare Centrale)이 위치해있습니다.
* 북부지구(North) : 유럽 전역으로 이동이 가능한 플릭스 버스(Flix bus)정류장과 벨기에 전역으로 이동가능한 브뤼셀 북역(Gare du nord)이 위치해있습니다. 브뤼셀에서 유일하게 고층 빌딩이 밀집한 지역입니다. 뉴욕을 모델로 맨해튼 계획을 세웠으며, 높은 마천루 등으로 리틀 맨해튼이란 별명이 생겼습니다. 건물은 크고 현대적이지만, 공급이 많아 면적 당 단가는 낮습니다. 북부지구 내에서도 위치에 따라 에스파스 노르(Espace Nord), 보타니크(Botanique)지구, 카날(Canal) 지구로 세부구역이 나뉩니다. 
*레오폴드 지구에 위치한 유럽집행위원회 청사
* 레오폴드 : 유럽의회, 유럽집행위원회 등 EU의 핵심기구들이 모여있습니다. 다만, 북부지구와 같은 초고층 빌딩보다는 7~15층 규모의 오피스들이 위치합니다. 역사적인 건물의 외관은 유지하고, 내부시설은 리모델링, 개조한 경우가 많습니다. 
* 루이즈 지구 : EU나 벨기에 정부기관, 대기업 사무실보다는 글로벌로펌, 사모펀드, 자산운용사 등 전문직들이 선호하며, 1층에는 샤넬, 루이비통 등 명품매장이, 상층부에는 고급 오피스들이 위치합니다. 또한, 루이즈 지구 뒤편에는 부촌으로 이어지며, 고소득 전문직들의 직주근접이 가능한 곳입니다.
* 남부 지구 : 브뤼셀 남역(Gare du Midi)가 위치해 런던, 파리, 암스테르담으로 갈 수 있는 교통의 요충지입니다. 하지만 역을 벗어나면 주변환경이 낙후되어있습니다. 벨기에 사회보장국, 벨기에 국영 철도공사(SNCB) 본사 등 공공기관 중심의 오피스 시장이 형성되어있습니다.
 
임대료와 공실률
레오폴드와 남부지구의 임대료 및 공실률 순위는 고정이지만, 루이즈, 펜타곤, 북부는 시장 상황에 따라서 순위가 자주 바뀝니다. 
* 임대료 : 레오폴드( €390~400/㎡) > 루이즈( €340~350/㎡)>= 펜타곤( €330~340/㎡)> 북부 (€270~280/㎡ ) > 남부  (€240~260/㎡)
* 공실률 : 레오폴드(3%) - 펜타곤(5~6%) - 루이즈(7~8%) - 북부(11~12%) - 남부(13~15%)

KB스타리츠의 노스갤럭시타워는 북부 지구 중 에스파스 노르(Espace Nord) 지역 내 브뤼셀 북역(Gare du Nord) 바로 옆에 위치하며, 제이알글로벌리츠의 파이낸스타워는 펜타곤과 북부지구의 경계에 위치합니다. 펜타곤의 모서리에 위치하지만 북부지구의 보타니크 구역으로 분류합니다.
한국투자 벨기에코어오피스부동산투자신탁2호(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가 보유했던 투아송도르(The Toison d'Or) 빌딩은 브뤼셀 루이즈 지구에 위치합니다.
 
#GVV제도
이처럼 권역마다 뚜렷한 특징을 가진 브뤼셀 오피스 시장이지만, 이 자산들을 사고파는 주체들은 벨기에 특유의 독특한 규제 환경 속에 놓여 있습니다. 바로 벨기에식 리츠 제도인 'GVV(Gereglementeerde Vastgoedvennootschap)'입니다.
*브뤼셀 보두앵 거리(Boulevard Bauduin). 이 거리를 기준으로 남쪽은 구도심 펜타곤, 북쪽은 고층빌딩이 밀집한 북부지구.)
한국에는 리츠와 관련해 <부동산투자회사에 관한 법률>이 있다면, 벨기에는 <GVV-wet, Wet van 12 mei 2014 betreffende de gereglementeerde vastgoedvennootschappen>라는 법률이 있습니다. GVV의 구체적인 운용방식이나 수치에 관한 규정은 국왕령(시행령)인 Royal Decree of 13 July 2014를 따릅니다. 
'14년 기존 Sicafi(부동산 투자펀드)에서 GVV제도로 전환되었고, GVV를 금융투자상품이 아닌 실물자산을 직접 관리하고 운영하는 상장운영회사로 정의하였습니다.
GVV는 리츠와 달리, 다소 독특한 규정이 있습니다. 한국의 리츠는 매년 발생한 순이익의 90%를 배당합니다. 반면, GVV는 매년 발생한 순이익의 최소 80%이상을 주주에게 배당해야하며, 이에 따라 GVV는 임대 및 매각에서 발생하는 소득에 대해 법인세를 거의 내지 않습니다. 
또한, 리스크 관리를 위해 공모형 GVV는 단일 부동산이 전체 포트폴리오의 20%를 초과할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벨기에 주식시장에 상장된 GVV가 보유한 특정 건물(자산)을 보유하되, 그 자산은 GVV 포트폴리오의 20%를 초과할 수 없습니다. 
추가 매입에 있어서도 규정은 까다롭습니다. GVV의 운용자산규모(AUM)가 5,000억원이라고 가정할 때, 2,000억원 짜리 빌딩을 사고 싶다면, 5,000억원 유상증자 후, 신규 자산을 편입합니다. 또는 예전 HD현대오일뱅크가 주유소 포트폴리오를 리츠에 편입시킨 후 코람코에너지플러스리츠 주식으로 받은 방식처럼, 건물을 GVV로 편입시키는 대신 건물주에게 주식을 주는 방법입니다. 이 경우, 벨기에 세법 상 취득시 발생하는 등록세 감면혜택이 있습니다.
총 부채비율(LTV, Loan To Value)은 자산 가치의 최대 65%를 넘지 못하도록 규제됩니다. 이는 리츠 개별 자산 하나하나가 LTV 65%를 충족시켜야한다는 뜻은 아니며, GVV라는 상장 법인 전체 자산과 전체 부채비율을 기준으로 합니다. 
법적 LTV는 65%이지만, 실무에서는 50%수준으로 봅니다. GVV법령(Royal Decree)에 따르면, 연결 기준 LTV가 50%를 초과하면 GVV는 금융감독청(FSMA)에 재무계획서를 작성해야하며, 배당금 지급에 제한이 있습니다. 배당을 주고도 부채비율을 어떻게 낮출지에 관한 언급이 있어야합니다.
단, GVV의 부채에는 보증금은 포함되지 않으며, 이자 부담이 있는 금융부채(단, 무이자 전환사채도 포함)를 뜻합니다. 보증금은 3~6개월치 월세에 해당하여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3%미만이며, 은행 보증서로 대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국내 리츠들이 자산 인수 시 보증금을 적극활용하는 것과 상반된 모습입니다.

LTV step-down
GVV라는 제도적 틀이 매수자의 발을 묶는다면, 실제 운영 단계에서 한국 리츠들을 가장 괴롭히는 것은 대출 계약서에 명시된 'LTV'의 압박입니다
GVV에는 65%상한제나 특정자산 비중제한(20%룰)이 있지만, 제이알글로벌리츠 등 국내리츠가 활용하는 일반 부동산 회사는 이와 같은 법적 규제는 없습니다. 다만, 리츠와 대주단(은행)과의 계약서 조항에 따른 것입니다. 
대출계약 시 시간이 지날수록 대출 원금을 갚아나가거나 담보가치 대비 부채비중을 보수적으로 관리하도록 강제하는 LTV Step-down 조항이 포함됩니다. 
국내리츠에서는 이와 같은 대출 조항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신한알파리츠, 롯데리츠 등 국내자산을 기반으로 한 리츠는 대출기간이 1~3년 정도로 짧습니다. 대출 만기 도래 시 차입기관(은행, 증권사 등)은 자산을 평가하고 대출 연장을 결정할 수도 있으며 리츠는 유상증자, 매각 등으로 일시 상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해외 부동산들은 이와 다릅니다. 은행이 5년 이상의 중장기 대출을 주면서 건물의 노후화 및 감가상각을 고려해 만기시점에 LTV가 내려와 있어야 안전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유럽 금융권은 오피스를 고위험군으로 분류하고 디레버리징(대출 축소)합니다. 코로나19와 AI의 발달로 재택근무가 정착되었기 때문입니다.
제이알글로벌리츠의 사례를 보면, 벨기에 파이낸스 타워 인수 당시 LTV는 57~58%수준이었으나, '24년말에는 LTV가 50% 수준까지 내려와 있어야합니다.
Step-down 조항에 따라, LTV는 매년 낮아지도록 설계되어 있어서 향후에도 배당이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LTV요건을 충족시킬 때까지 순수익의 100%가 묶이거나 대출원금을 강제로 갚는데 사용됩니다. 
국내 운용사들 역시 나름의 계산은 있었습니다. 부동산의 가치는 임대수익  ÷ 요구수익률(Cap Rate)로 구합니다. 임대료가 벨기에 물가상승률(CPI)에 연동되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오면 물가가 오르고, CPI에 연동되었기 때문에 임대료가 매년 2~4%씩 상승할 것이며, 수익이 늘어나니 건물의 가치 증가로 이어져 LTV는 자연스레 하락할 것이라는 계산입니다. 
직관적으로 예를 들자면, LTV기준이 52.5%에서 50%로 낮아져도, 나중에 임대료가 물가 상승분만큼 오르면 건물가치가 올라가서 알아서 해결되겠지라고 낙관적으로 봤습니다. 자산 가치가 1조에서 1.1조가 되면 그 비율은 똑같거나 낮아지기 때문입니다.

#공시지가 vs 수익법
자산가치가 오르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은 '자산 가치를 매기는 시스템이 투명하고 예측가능할 때' 유효합니다. 이를 위해 한국의 공시제도와 벨기에의 가치평가시스템을 비교해보겠습니다.
한국의 부동산 공시제도는 '70년대 내무부의 시가표준액(재산세), 국세청의 기준시가(양도세, 상속세), 건설부의 공시지가(보상금 목적) 등 부처마다 기준을 따로 만들었고, 이에 따라 국민들의 혼란이 있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후 '05년 주택가격공시제를 도입하였고, 보건복지부 역시 이 데이터를 사용하면서 한국의 공시제도는 건강보험료 산정, 기초연금 등 60가지 행정행위의 토대가 되었습니다. 다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시지가 현실화율을 조정하는 문제가 남아있지만 이는 사용자(정권)의 문제이며 시스템의 공신력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감정평가 및 감정평가사에 관한 법률」 및 「감정평가에 관한 규칙」 에 따르면, 토지를 평가할 때는 공시지가 비교법, 건물을 평가할 때는 원가법을 주된 방법으로 적용합니다. 즉, 정부에서 산정한 공시지가는 개별 감정평가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반면, 벨기에는 한국처럼 정부에서 제공한 공시가격보다 민간 평가사의 평가로 진행됩니다. 엄밀히 따지자면 벨기에 역시 정부에서 관리하는 공시지표인 RC(Revenu Cadastral)이 있습니다. 이는 1975년 가격을 기준으로 매년 물가상승률(건강지수)만큼 보정하며, 건물을 1년동안 임대했을 때 벌 수 있는 가상의 임대 수익입니다. 이는 재산세 산정을 위한 행정적인 기준일 뿐, 대출을 받거나 매매 시 가치를 평가할 때 쓰는 시장가치와는 거리가 멉니다.
그래서 민간시장은 자체 민간평가를 수행합니다. 일반적으로 부동산 감정평가는 수익법+비교법+비용법을 적절히 사용하여 평가합니다. 리츠나 GVV가 투자한 부동산의 용도는 주로 상업용임을 감안할 때, 수익환원법으로 평가할 것입니다. 또한, 벨기에의 감정평가는 한국과 달리 수익환원법을 대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 건물은 1년에 현금을 얼마를 벌 수 있는가를 계산합니다. 앞서 RC의 구조(수익법)와 동일합니다. 그래서 땅값이 얼마인지보다는 WALE(가중 평균 임대차 만기)가 얼마인지가 중요하며, 임차인의 신용도가 곧 건물의 등급이 됩니다. 하지만 우리는 벨기에 정부라는 우량 임차인에 가려 의외의 맹점을 놓치고 있었습니다. 
(2편에서 계속)
김고양

김고양

개인투자자

필명을 사용해 글을 써오고 있습니다. 리츠 투자를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시각에서 부동산을 관찰하고 탐구합니다. "야, 너두 건물주 될 수 있어"라는 모토로, 어려운 부동산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e(I)NTP #지적호기심 #성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