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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정부의 재정위기
결국 매수자나 임차인 모두 제한적인 상황입니다. 벨기에 오피스 시장은 현지 정부의 신용도에 의존해 왔습니다. 정부의 장기 임차만 보장된다면 국채에 준하는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변수가 있습니다. 바로 임차인인 벨기에 정부가 처한 '재정적 한계'입니다.
'26년 4월 15일 IMF에서 발간한 재정보고서(Fiscal Monitor April 2026)에 따르면, 벨기에의 부채비율은 상당한 증가가 예상되며 '31년까지 벨기에는 GDP의 122%를 초과할 것이라고 전망하였습니다. 참고로 한국 역시 부채비율이 상당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국가 중 하나이며, 한국은 GDP의 60%(63.1%)를 초과할 것이라고 전망하였습니다. 
*출처:IMF
이에 따라, 벨기에 행정부는 운영 효율성을 높이고, 인건비, 관리비를 줄이려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벨기에 정부는 '25~'29년 국정과제(Coalition Agreement)의 부동산 개혁안으로 '임차 오피스 면적 15% 감축'을 내세웠습니다. 코로나 19 이후 벨기에 공무원들은 재택근무가 정착되었고, 디지털 행정서비스가 확대되면서 오피스 공간이 유휴상태로 방치되었습니다.
연방행정청(SPF Finance)은 디지털 전환에 따른 대대적인 운영 개편을 단행할 예정이며 43개에 달하는 사무소를 21개로 축소하여 정부 임차 오피스 면적의 15%를 줄이는 방안을 추진 중입니다. 뿐만 아니라, 벨기에 국영철도, 사회보장국, 벨기에 우정공사 등이 여러 곳에 흩어진 오피스를 하나로 통합하거나 이전하면서 사용면적을 줄이고 있습니다. 
벨기에 정부와 비슷한 성격의 브뤼셀 오피스 최대 임차인인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역시 '30년까지 전체 오피스 면적의 25~50% 감축하겠다고 발표하였고, 이에 따라 최근 레오폴드 지구의 건물 23곳을 벨기에 국부펀드인 벨기에 연방참여투자공사(SFPIM)에 매각하였습니다. 
이 외에도 계약기간의 유무와 상관없이, 벨기에 정부는 최대 임차인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건강지수 인덱세이션 상한선을 계약서에 명문화하자고 압박하고 있습니다. 즉, 물가 상승분 100%를 임대료에 전부 반영하지 못할 것을 가정하고, 수익 성장률을 낮추고, 이에 따라 건물의 평가가치가 떨어지며, LTV가 하락한 것입니다. 
 
#건강지수연동의 한계점
하지만 정부의 제도적 압박보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벨기에 임대차 계약의 근간을 이루는 '건강지수' 산정 방식의 모순입니다
*제이알글로벌리츠의 파이낸스타워
벨기에의 임대차계약은 벨기에 건강지수에 연동됩니다. 이는 벨기에 자산을 보유한 국내리츠들의 임대차계약에도 적용되며, 제이알글로벌리츠, KB스타리츠는 매월 벨기에 건강지수를 공시하였습니다.
벨기에 건강지수는 일반 소비자물가지수에서 술, 담배, 그리고 '연료'를 제외하고 산출합니다. '22~'23년 인플레이션의 주요 원인은 러-우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폭등입니다. 에너지 가격 폭등에 따른 실제 물가 상승분은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과소 반영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또한, 유럽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가파르게 올렸습니다. 건강지수 상승분, 즉 임대수익 상승분 대비 요구수익률의 상승폭이 높았습니다. 
시장 임대료의 관점에서 보겠습니다. 두 자산 모두 현재 시장가보다 높은 임대료를 받고 있습니다. 파이낸스타워의 연간 임대료는 약 €340 ~ €350 /㎡, 노스갤럭시타워는 €250 ~ €265 /㎡ 수준입니다. 파이낸스타워가 위치한 펜타곤 지구의 최상급(Prime) 임대료는 약 €340 ~ €350 /㎡, 노스갤럭시타워가 위치한 북부 지구의 평균 임대료는 약 €270 ~ €280 /㎡ 수준입니다. 참고로 펜타곤 지구와 북부 지구의 '평균' 임대료가 아닌 '최상급'임대료라는 점입니다. 단순히 비싼 것이 아니라, 시장의 최고가 또는 이보다 높은 수준입니다. 
그렇다면 벨기에 정부는 왜 비싸게 계약한 것일까? 건강지수에서 에너지를 제외하였는데 왜 시장임대료보다 비싼것일까?라는 원초적인 의문이 들게 됩니다. 이에 대한 답은 다음과 같습니다.
두 자산 모두 2000년대 초반, 벨기에 정부의 요구에 의해 지어진 '맞춤형 건물'입니다. 파이낸스 타워는 정부가 민간에 매각하고 다시 빌려 쓰는 세일앤리스백 방식을 채택하였습니다. 인수자는 정부의 요구대로 석면 제거 및 외관, 내부설비를 고쳤으며, 이후 제이알글로벌리츠 측에 12억 유로에 매각하였습니다. 노스갤럭시타워는 설계 단계부터 정부 전용으로 지어졌습니다. 핵심데이터센터, 정부 기록물 보관 시설, 엄격한 보안 동선 및 특수설계를 바탕으로 지어졌습니다. 즉, 두 자산 모두 정부의 요구사항에 따라 건축단가가 높아졌습니다. 리모델링 할부비용이 임대료에 녹아있는 셈입니다. 
앞서 설명드린바와 같이, 벨기에의 임대차 계약은 건강지수에 연동되어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임대료 대비 이들의 임대료는 상대적으로 비쌉니다. 시장은 건강지수에 상한선(Cap)을 두거나, 인근 공실이 발생할 경우 이를 협상의 기준으로 사용하였습니다. 반면, 벨기에 정부는 정부 계약의 특성상 대형 청사를 옮기기도 힘들며, 안정적인 25~30년 짜리 초장기 임대차 계약을 맺었습니다. 2000년대 초반, 건강지수와 연동하는 계약을 맺었고, 물가 상승이 가팔라지면서 기계적으로 건강지수를 따라감에 따라, 임대료는 복리로 상승하였습니다. 
하지만, 20년전과는 달리 시장환경은 변했습니다.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오피스의 활용도는 낮아지고, ESG 등으로 인한 규제는 강화되었지만, 임대료 계약은 여전히 20년 전에 머물러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국가 부채는 증가한 상황입니다. 
건강지수는 에너지 가격을 제외하였기 때문에, 임대료 인상률이 물가인상률보다 낮았던 것은 사실이나 오피스 시장의 시세보다는 훨씬 높게 형성되어 있습니다. 만기가 돌아오고 계약이 끝나더라도 월세를 꾸준히 내줄지에 대한 의문이 들기 시작한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내용을 요약하고 이를 현재 벨기에 자산을 보유한 K리츠에 적용해보겠습니다.
1. 한국과는 다른 문화
1) 글로벌법인
한국은 감정평가와 중개, 금융, 자문이 분리되어 있습니다. 반면 벨기에는 JLL, CBRE, BNP파리바와 같은 소수의 글로벌 대형 법인들이 중개부터 자문, 감정평가, 심지어 대출 업무까지 수직 계열화하였습니다. 이들이 정보를 과점하고 시장 지표를 생성하는 구조에서는 차단벽(Chinese Wall)의 실효성은 떨어지며, 소수의 플레이어가 조성하는 시장 분위기가 자산 가치에 더 큰 영향을 미칩니다.
2) 엠피튜틱 구조 및 쉐어딜, GVV
브뤼셀의 높은 취득세(12.5%)를 피하기 위해 국내 리츠들은 '엠피튜틱(99년 지상권)'이나 '쉐어딜(법인 지분 인수)' 방식을 주로 활용했습니다. 취득 시점에는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여주지만, 이는 결국 미래의 세금 부담을 차기 매수자에게 전가하는 구조입니다. 시장 하락기에는 이러한 권리의 불완전성이 환금성을 극도로 제약합니다.
벨기에식 리츠 제도인 GVV는 법적 LTV 상한(65%)뿐만 아니라 실무적인 재무 가이드라인(50% 수준)을 매우 엄격하게 적용합니다. 특히 단일 자산 비중이 전체 포트폴리오의 20%를 넘지 못하게 제한하고 있어, 제이알글로벌리츠나 KB스타리츠가 보유한 조 단위의 대형 자산을 받아줄 현지 매수 주체(GVV)가 극히 제한적이라는 점이 Exit 리스크를 키우는 결정적 요인이 되었습니다.
3) 토지평가구조 = 수익환원법, 임대료 : 벨기에건강지수구조
공시지가를 기반으로 토지를 평가하는 한국과 달리, 벨기에는 '이 건물이 얼마를 버는가'에 초점을 맞춘 수익환원법을 원칙으로 삼습니다. 이때 임대료의 기준이 되는 '벨기에 건강지수'는 에너지 가격을 제외하고 산정됩니다. 결과적으로 러-우 전쟁 이후 에너지 가격 폭등에 따른 실제 물가 상승분은 임대료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반면, 고금리에 따른 요구수익률(Cap Rate)은 가파르게 상승하며 자산 가치를 하락시켰습니다.
 
2. 대외적인 환경의 변화
유럽중앙은행(ECB)은 '11년 하반기부터 금리인하를 단행하였으며 '16년 3월부터 약 6년 동안 0.00%의 제로금리를 유지해왔습니다. 코로나19 회복을 위한 정부 지원금 및 러-우전쟁은 인플레이션을 야기하였으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22년 7월 21일, 11년만에 금리인상을 단행하였습니다. 이후 '23년까지 공격적인 인상을 지속하여 기준금리는 4.5%까지 상승하였습니다.
여기에 벨기에 정부의 재정 긴축이 더해졌습니다. 2023년부터 시작된 공공지출 감축은 '25~'29년 연정 합의안을 통해 '정부 임차 오피스 면적 15% 감축'이라는 국정과제로 명문화되었습니다.
브뤼셀은 '22년 말부터 EPC등급에 따른 단계적 퇴출 계획을 명문화하였고, 등급 미달 시 임대차 및 점유 금지를 예고했습니다. 시장에서는 BREEAM 등급 Excellent 수준 이상의 자산을 원하지만, K리츠가 보유한 자산들은 Very good 수준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3. 감정가격의 하락 및 매수자/임차인의 제한
리스크가 확대되자 글로벌 법인 및 대주단의 평가절하로 이어졌습니다. 요구수익률을 높여서 자산가치를 낮추자 LTV는 자연스레 올라갔습니다. 이 과정에서 담보가치가 낮아졌고, 캐시트랩 이벤트가 발생하게 됩니다. 
제이알글로벌리츠가 보유한 파이낸스 타워는 감정가 하락으로 LTV는 약 61%로 상승되어, 기준치인 52.5%를 초과하였습니다. LTV 기준치를 초과하게 되면 벨기에 현지 법인의 임대수익은 한국으로의 송금이 금지된 채 현지계좌에 묶이게 됩니다. 벨기에에서 현금은 들어오지 않는데, 한국에서는 환헤지 비용이 꾸준히 발생하는 유동성 위기가 나타난 것입니다.
결국, 입지가 좋고 우량한 임차인이 있어도 '금융 구조'와 '현지 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한 투자는 외통수에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투자 벨기에 코어오피스 2호 펀드, ▲제이알글로벌리츠, ▲KB스타리츠의 사례를 통해 이를 확인해볼 예정입니다. 
1. 한국투자 벨기에 코어오피스 부동산투자신탁 2호(투아송도르)
- 임차인 : 벨기에 건물관리청(만기 30년)
- 매입가 : 1억 4530만 유로(약 1,898억원)
- 대출 : 8715만 유로(선순위 7,263만 유로 + 중순위 1452만 유로)
- 에쿼티 : 900억원
- LTV 60%(선순위 영국 생명보험사 Rothesay, 중순위 AXA 벨기에)
- 구조 : 엠피튜릭(지상권)+1유로 콜옵션, 토지 소유주(AXA벨기에)
가장 먼저 문제가 발생한 곳은 한국투자 벨기에 코어오피스 부동산투자신탁 2호입니다. '24년 초, 금리 급등으로 인한 자산가치 하락으로 투아송도르 빌딩의 LTV는 80%를 초과하였습니다. 일반적으로 LTV가 초과하면 자금을 더 넣거나 금리를 올리는 방식으로 위기를 넘깁니다. 하지만, 투아송도르의 계약서에는 LTV 강제 준수조항이 있었고,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곧바로 EOD(기한이익상실)로 이어졌습니다. 
*출처:한국투자신탁운용
이론적으로 EOD 통보를 받은 당일, 부족한 담보금을 즉시 입금했더라면 기한이익상실을 멈출 수 있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여기서 상품 구조의 한계가 드러납니다. 투아송도르는 상장 리츠가 아닌, 만기가 정해진 폐쇄형 부동산 공모 펀드였습니다. 기존 보유현금, 유상증자 등을 통해 자금을 수혈할 수 있는 리츠와 달리, 수천 명의 개인 투자자들로 구성된 공모 펀드가 단 하루 만에 수백억 원을 모으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습니다.
대주단은 추가 증자를 기다려주는 리스크를 지는 대신, 즉각 담보권을 실행했습니다. 입지가 좋은 루이즈 지구의 자산이었기 때문에 선순위 대출 원금만 건질 수 있는 가격에 경매로 넘겼습니다
만약 투아송도르가 완전한 소유권으로 구성된 자산이었다면, 결과는 달랐을 것입니다. 엠피튜틱이라는 특수한 구조 때문에 매수자는 장래의 취득세 12.5%만큼을 입찰가에서 미리 깎아버렸고, 이는 결국 세전 자산 가치의 하락으로 이어졌습니다. 또한 벨기에 현지 법리와 세무 구조에 익숙한 소수의 업체들만 입찰에 참여할 수 있었던 폐쇄적인 매수 환경은 낙찰가를 끌어내렸습니다. 투아송도르 빌딩을 최종적으로 인수한 주체는 벨기에 현지 대형 부동산 투자 및 개발사인 시티데브와 벨기에 국부펀드인 SFPIM(벨기에 연방참여투자공사) 컨소시엄입니다. 이들은 입지가 좋은 물건을 낮은 가격에 인수해 주거시설이나 복합문화 공간으로 용도전환하여 가치를 높이는 전략을 취할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절세를 위해 선택한 '엠피튜틱'과 '폐쇄형 공모 펀드'라는 구조가 위기의 순간에 투자자의 자금회수(exit)를 차단하였습니다.

2. 제이알글로벌리츠
-임차인 : 벨기에 건물관리청(만기 30년)
-매입가 : 약 12억 유로
-대출 : 7억 2,390만 유로('20년 기준)
-에쿼티 : 약 8,100억원
-LTV 60%(선순위 독일 보험사 알리안츠 등 현지 금융기관 대주단)
파이낸스타워는 1980년대 초에 지어졌습니다. '01년 벨기에 정부는 네덜란드 개발사 브레이바스트(Breevast) 컨소시엄에 약 3억 1,110만 유로에 매각한 뒤 다시 빌려 쓰는 '세일앤리스백'방식으로 다시 임차하였습니다. 당시 벨기에 정부는 석면 제거 및 리모델링을 매각조건으로 내걸었으며, 임대료에 리모델링 비용 3억 2500만 유로를 포함하는 방식의 특혜성 계약을 맺었습니다. 건물 매각가보다 더 많은 금액이 리모델링 비용에 투입되었고, 이 비용은 고스란히 임대료에 전가되면서 파이낸스타워의 임대료는 시장 시세를 상회하게 되었습니다. 
매각가 대비 초기 수익률(Cap rate)은 9%에 달했으며, 개발사는 리모델링이 진행 중인 기간에도 정부로부터 월세를 챙겼습니다. 여기에 벨기에 특유의 건강지수 연동 조항까지 더해지면서 임대수익은 늘어났습니다.
벨기에 정부가 '20년까지 브레이바스트 측에 지급한 누적 임대료는 11억 유로에 달합니다. 건물 매각가보다 정부가 지불한 임대료가 더 큰,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브레이바스트는 임대료로 투자 원금을 이미 회수한 것도 모자라, 2020년 제이알글로벌리츠에 약 12억 유로에 자산을 매각하며 리모델링 비용을 제외하고도 약 4억 6,000만 유로(약 6,000억 원 이상)의 순이익을 남겼습니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이처럼 고점 논란이 있는 자산을 12억 유로에 인수하였습니다. 당시 대출 계약에는 시간이 지날수록 부채 비율을 낮춰야 하는 'LTV Step-down'구조가 포함되어 있었으나, 낙관론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벨기에의 가파른 물가 상승이 건강지수를 끌어올리면서, 물가에 연동된 임대료 수익 역시 동반 상승할 것이고, 수익 기반으로 가치를 평가하는 벨기에 시스템 상 건물 가치는 자연스럽게 높아질 것이라 믿었기 때문입니다. 즉, 별도의 원금 상환 없이도 자산 가치 상승분만으로 LTV 기준치를 충분히 방어할 수 있다는 '장밋빛 시나리오'였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흘러갔습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급격한 금리 인상과 재택근무 확산에 따른 오피스 수요 급감이 맞물리며 담보 가치를 끌어내리기 시작한 것입니다. 물가가 올라 임대료는 상승했지만, 시장의 불확실성을 반영한 요구수익률(Cap Rate)의 상승폭이 임대료 상승분을 넘어섰습니다. 결국 수익이 늘어났음에도 건물의 감정가는 오히려 하락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2024년 말 리파이낸싱 시점에 위기는 현실화되었습니다. 현지 대주단은 자산 가치 하락과 잔여 임대 기간(WALE)의 감소를 빌미로 대출 조건을 유례없이 강화했습니다. 기존의  ▲LTV Step-down 강도를 높여 기준선을 낮췄을 뿐만 아니라, ▲매년 대출 원금의 3%를 강제로 상환해야 하는 '원금 분할 상환'조항까지 추가로 삽입했습니다. 운용사가 기대했던 '가치 상승을 통한 자연스러운 해결'의 가능성은 사라졌습니다.
*출처:제이알글로벌리츠 
EU의 건물에너지 성능지침 기준을 맞추기 위해 추가 투자가 필요해진 상황이며, 현지 평가사들은 이 비용을 자산가치에 반영하였습니다. 대주단은 이를 근거로 담보가치를 보수적으로 책정했습니다. 
임차인인 벨기에 정부의 태도 변화 역시 문제였습니다. 정부가 임대료 상한선을 압박하고 재임차 면적 축소를 예고하자, 시장에서는 정부가 떠난 뒤 이를 채울 매수자나 임차인이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생겼습니다. 
감정가는 하락하였으며, LTV는 약 61%에 도달했습니다. 이는 2024년 리파이낸싱 당시 설정된 기준치(52.5%)를 뛰어넘는 수치였습니다. 이와 동시에 현지 계좌의 자금을 묶어버리는 '캐시트랩(Cash Trap)'이 발생하였습니다. 
위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한국 내 유동성 악화로 이어졌습니다. 유로화 가치 급등으로 인해 약 1,000억 원에 달하는 환헤지 정산금 문제가 발생하였습니다. 벨기에 현지에서는 배당금이 들어오지 않는데, 한국에서는 갚아야 할 빚과 정산금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결국 제이알글로벌리츠는 2026년 4월 27일, 만기가 도래한 단기 사채 400억 원을 상환하지 못하고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습니다. 해외 부동산 투자 시 자산의 건전성뿐만 아니라, 현지 금융 시스템과 거시경제 변수가 결합된 복합적인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3. KB스타리츠
-임차인 : 벨기에 건물관리청(실사용자 재무부 99% 임차), 2031년 11월 만기
-매입 총액 : 6억 3,000만 유로(당시 환율 기준 약 8,140억 원)
-선순위 담보대출 (Debt): 3억 6,855만 유로(약 4,942억 원)
-에쿼티 (Equity): 약 4,000억 원(현지 대출금을 제외한 투자금액)
-LTV(담보인정비율) : 약 58.5%
-금리 : 연 1.2% 고정금리+ 유리보(EURIBOR) 가산 방식 (대출의 75%는 고정, 25%는 변동)
2004년 준공된 노스갤럭시타워는 벨기에 부동산 개발업체인 CDP그룹('04년) → 벨기에 GVV 코피니모('04~'14년) → ATP(덴마크 연기금)컨소시엄('14~'22년) → KB스타리츠로 넘어왔습니다.
2004년 준공된 노스갤럭시타워는 2022년 매각 당시 이미 준공 18년 차에 들어섰습니다. EPC(에너지 효율 등급) 규제가 강화되면서, 건물을 계속 보유하려면 냉난방 시스템 교체 등 수천억 원대의 대대적인 개보수 비용을 투입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매도자 측은 비용 발생 직전에 exit하는 것이 수익률 극대화로 이어진다고 생각했습니다. 
노스갤럭시타워는 '08년 리모델링을 진행한 파이낸스타워보다 노후화가 더 진행된 상태입니다. 유럽연합(EU)의 건물에너지 성능지침(EPBD)에 따라 2030년부터 강화되는 등급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설비 교체가 필수적이며 관련 비용(CAPEX)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KB스타리츠는 '22년 7월 5일 벨기에 노스 갤럭시타워를 취득하였습니다. '22년 초, 중반은 러-우 전쟁 및 금리인상의 효과가 높지않았던 시기입니다. 이를 달리 해석하자면, cap rate는 낮고, 자산가치는 높게 형성된 때입니다.
KB자산운용 리츠운용본부는 '25년 11월 27일 벨기에 노스 갤럭시타워 자산가치 평가 관련 안내문을 올렸습니다. 
*KB스타리츠 주주서한 2025년 11월, 출처:KB스타리츠
앞선 제이알글로벌리츠와 비슷한 시나리오입니다. 현지 평가사들은 2031년 임대차 종료 후 약 2.5년의 공실을 가정하는 극단적으로 보수적인 시나리오를 적용했고, 이로 인해 자산 가치가 급락했습니다.  동시에 벨기에 정부의  '오피스 15% 감축'계획은 재계약 시점에서 임대료 인하 압박으로 이어질 것이며, 이는 다시 자산 가치를 끌어내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우려가 큽니다.
*KB스타리츠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 측은 여전히 건강지수 상승에 의한 임대료 상승효과를 강조하며 낙관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25년 11월 주주서한에 따르면 회사 측은 상승한 임대료가 현금흐름을 안정적으로 받쳐주고 있으며, 이는 중장기적인 내재가치 제고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즉, 현재 발생한 문제는 일시적인 시장 왜곡일 뿐, 실질적인 수익창출은 건재하다는 뜻입니다. 
*KB스타리츠
필자는 이에 대해 동의하지 않습니다. 이와 같은 낙관적인 관점은 이후 '26년 4월 15일 KB스타리츠 보유 벨기에 오피스 자산가치 현황 및 유상증자 관련 안내에서도 그대로 이어졌습니다. 정부 기관이 장기임차 중인 프라임급 오피스로, 임대료가 벨기에 건강지수에 연동되어 매년 상승하면서 견고한 재무건전성과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유지하고 있음을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상황을 토대로 볼 때, 이는 위험한 희망회로에 불과합니다. 
*KB스타리츠
임대료가 꾸준히 상승할지라도, 노스갤럭시타워의 감정평가액은 '22년 이후 꾸준히 하락하는 추세입니다. 즉, 회사 측이 주장하는 견고한 임대수익과 장부 상의 자산가치 하락 간의 괴리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숙제를 남깁니다.

#유상증자는 실효가 있을까?
현재의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자산 매각+유상증자, KB스타리츠는 유상증자(완료)로 대응할 계획입니다. 유상증자 후 각종 비용을 충당하고 문제를 해결한 후 - 건물을 운용하며 - 이후 상황이 정상화되면 매각한다는 시나리오입니다.
보통 리츠의 일반적인 유상증자는 다음의 구조를 보입니다.
기존 자산 + 신규자산(유상증자 또는 브릿지론) > 현재 자산가치
즉, 일시적으로 브릿지론을 활용하거나 유상증자를 통해 신규자산을 편입하면서 현재 자산가치를 넘어서게 됩니다. 
다만, 아래와 같은 재무구조 개선 목적의 유상증자도 있습니다. 
Before 유상증자 : 기존 순자산 = 자산 - 부채
After 유상증자 : 기존 순자산 < 자산 - 부채 + 유상증자(부채 상환)
제이알글로벌리츠의 경우, 재무구조 개선의 유상증자입니다. 단, 유상증자의 목적이 단순히 건물을 되찾는데 있는지(급한 불을 끌 목적인지), 이후 수익까지 창출할 목적인지는 아래와 같은 구조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잔여자산가치 - 각종 비용 vs 자산가치
잔여자산가치 + 추가투입금액 vs 미래 매각가치
잔여자산가치를 지키기 위해 비용을 해결하기 위한 목적의 유상증자인지, 이후 정상화를 시킨 후, 미래 매각가치까지 생각할지에 따라 유상증자의 목적과 금액이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필자가 생각했을 때 현재 제이알글로벌리츠 측이 발표해야하는 것은 
1. 현 시점 기준 필요한 금액과 목적(예시)
환헷지 정산금 상환 ㅇㅇㅇ억원, 
캐시트랩 해소 ㅇㅇㅇ억원, 
국내 채권이자 상환 목적 ㅇㅇㅇ억원, 
리모델링 자금 ㅇㅇㅇ억원, 
이후 여유 운용자금 ㅇㅇㅇ억원
2. 낙관적인 시나리오가 아닌 보수적인 시나리오 가정 시 필요한 금액 : 현 시점 또는 가장 가까운 시점이 아닌, 만기 시점 LTV step down 레벨 기준으로 자산 가치 산정 시 캐시트랩해소에 필요한 금액
법정 판결은 부차적인 문제이며, 재판에서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 시 추가 자금이 필요합니다. 

3. 정상화가 될 때의 시나리오와 정상화 불발 시에 대한 시나리오
라고 생각합니다. 
*출처:제이알글로벌리츠
향후 주요 진행경과 및 업데이트 사항에 대해서 공유하겠다고는 하였으나, 현재 이에 대한 이야기는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KB스타리츠
반면, KB스타리츠는 '26년 유상증자 당시 이에 대한 계획을 명확히 밝힌 바 있습니다. 해외자산 뿐만 아니라, 국내자산의 부채까지 선제적으로 상환하여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
 

거시적인 환경은 여전히 불확실합니다. 호르무즈해협 사태로 인해 물가는 더욱 상승할 전망입니다. 이에 따라 임대료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은 제이알글로벌리츠와 KB스타리츠에 호재로 작용할 것입니다. 다만, 그 이면에는 또 하나의 문제점이 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의 사태는 에너지 가격을 상승시키지만, 앞서 설명드린대로 벨기에 건강지수에는 에너지는 빠져있다는 점입니다. 물가인상 대비 임대료의 상승이 더딜 것입니다. 반면, 물가의 인상은 또 다시 금리를 인상시킬 수 있는 근거가 되며, 이는 요구수익률이 상승(=자산가치의 하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실제 ECB(유럽중앙은행)은 물가 인상으로 인해 금리 인하시점을 늦췄습니다. 또한 4월 30일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2.15%로 동결하였으며, 인플레이션 위험이 커질경우 금리인상 가능성까지 시사하였습니다. 금리인상은 또 다시 요구수익률 인상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이는 또다시 자산 가치의 하락 및 대주단의 보수적인 가치 산정 등 연쇄적인 효과를 일으킬 것입니다. 
이와 같은 점을 고려할 때, 유상증자는 현재 주주들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지만, 최고의 방법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유상증자는 당장 묶여있는 현금흐름을 틔워주고, 소유권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하지만, 향후 시장상황 등을 고려한다면, 투입(유상증자) 대비 실익은 적을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이번 제이알글로벌리츠와 KB스타리츠의 상황을 보면서 느낀 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한국인이 접하기 쉬웠던 일본 또는 정보의 양이 상대적으로 많은 미국과는 달리, 유럽은 정보의 양이 적으며, 상이한 투자 환경은 개인투자자의 선택을 받기 어려워질 것입니다.
스폰서가 존재하는 KB스타리츠는 대출에 있어서도, 유상증자에 있어서도 제이알글로벌리츠보다는 나은 상황입니다. 이에 따라 스폰서리츠의 선호도는 높아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는 단순히 SK, 롯데, 삼성FN, 한화리츠 등 대기업 스폰서리츠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닌, 신한알파리츠, NH프라임리츠 등 금융 스폰서 역시 포함됩니다.
단일 자산 리츠와 다물 자산 리츠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이 생기게 됩니다. 작년부터 올해까지 가장 많이 상승한 리츠는 코람코더원리츠입니다. 코람코더원리츠처럼 단일 자산 리츠는 법인의 청산(해산)시 주주들은 초과이익을 누릴 수 있는 구조입니다. 
하지만, 극단적인 상황 도래 시 버틸만한 체력이 없습니다. 만약 제이알글로벌리츠가 보유한 자산의 숫자가 많으면서 AUM이 컸다면, 어느 정도 버틸 체력은 있었을 것입니다. KB스타리츠는 영국 삼성전자 오피스 뿐만 아니라, 국내자산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리츠는 부동산에 투자하는 금융상품입니다. 부동산이 실재한다는 점에서 하방경직성이 강한 투자상품이라고 생각하지만, 정작 상방은 닫혀있고, 하방은 열린 구조로 가고 있습니다. 금리, 임차인, 투자구조, 시장상황 등 개인투자자들이 공부할 것은 많고, 쉽게 접근하기도 어려워 보입니다.
김고양

김고양

개인투자자

필명을 사용해 글을 써오고 있습니다. 리츠 투자를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시각에서 부동산을 관찰하고 탐구합니다. "야, 너두 건물주 될 수 있어"라는 모토로, 어려운 부동산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e(I)NTP #지적호기심 #성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