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일하고, 소비하고, 머무는 공간은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따라 계속 진화해왔습니다. 주거 역시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보다 다양하고 유연한 선택지가 요구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새로운 선택지를 제시하는 주거 시장의 넥스트 플레이어는 누구일까요? 그리고 그들이 시장에 공급하는 공간과 주거 인프라는 어떤 모습일까요? 거주자의 니즈를 주거 서비스로 확장해가는 이들의 시선과 이야기를 직접 들어봅니다.
주거 시장의 NEXT Player 첫 번째 주인공은 단기임대 플랫폼 ‘삼삼엠투’를 운영하는 스페이스브이 박형준 대표입니다. 단기임대 플랫폼은 단기 거주가 가능한 매물을 보유한 임대인과 단기간 머물 공간이 필요한 임차인을 온라인으로 연결하는 서비스입니다. ‘월세보다는 짧고, 숙박보다는 긴’ 주 단위 거주 수요를 포착해 기존 임대 시장과 숙박 시장 사이의 빈틈을 플랫폼으로 연결하고 있습니다. 서비스명 ‘삼삼엠투’는 단기 주택 임대 시장에서 가장 선호하는 10평, 즉 33㎡에서 따온 이름이죠.
삼삼엠투 박형준 대표. ⓒ삼삼엠투 제공
대표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단기임대 플랫폼 ‘삼삼엠투’를 운영하고 있는 스페이스브이 대표 박형준입니다. 저는 도시공학을 전공하며, 학생 때부터 공간이나 도시 구조 같은 것에 유난히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첫 사회생활은 전공과 전혀 무관한 삼성화재에서 시작했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그 때의 경험이 지금 사업하는 데 굉장히 큰 영향을 준 것 같습니다. 데이터로 의사결정하는 방식이나, 시스템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 같은 것들이요.
이후에는 안정적인 회사를 나와 공인중개사 일을 시작했습니다. 강남에서 시작해 여러 지역에서 중개업을 했는데, 현장에서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느낀 건 부동산 시장이 생각보다 무척 비효율적이라는 점이었습니다.
특히 단기로 집이 필요한 사람들이 굉장히 많은데도 불구하고 시장에는 그 수요를 제대로 받아주는 구조가 거의 없었습니다. 저는 그 문제를 계속 현장에서 마주해온 사람이고, 이러한 불편한 점을 기술로 해결해보고 싶다는 생각에서 삼삼엠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단기임대 서비스가 필요하겠다’라고 느끼신 결정적인 순간이 있으셨을까요? 삼삼엠투를 런칭하시게 된 계기를 조금 더 자세히 알고 싶습니다.
2012년쯤이었던 것 같습니다. 당시 강남 역삼역 근처에서 중개업을 하고 있었는데, 의외로 “한 달만 살 집 없냐”는 문의가 정말 많았습니다.
야근이 많아 회사 근처에 임시로 집을 구하려는 사람도 있었고, 출장으로 오신 분들, 이사 날짜가 안 맞는 분들, 해외에서 한국으로 들어와 잠시 머물 곳이 필요한 분들도 있었죠. 그런데 문제는 강남을 제외하면 그런 수요를 받아줄 수 있는 공급이 거의 없었다는 겁니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단기임대가 번거롭다고 생각했고, 중개사 입장에서도 적극적으로 다루지 않는 시장의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결국 수요는 어디에나 있었지만 필요한 물량을 공급하기는커녕, 중개 자체가 안되는 시장이었던 거죠.
그때 “이걸 플랫폼으로 만들면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계약은 온라인에서 하고, 결제도 안전하게 처리하고, 짧게 살 곳이 필요한 사람과 빈 공간을 가진 사람을 연결하면 시장 자체가 바뀔 수 있겠다고 봤습니다. 지금은 삼삼엠투를 통해 단기임대가 익숙한 개념이 됐지만, 당시에는 꽤 생소한 시도였습니다.
삼삼엠투에서 진행되는 모든 계약의 보증금이 모두 33만 원이라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보증금을 해당 금액으로 설정하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사실 33만 원이라는 숫자는 굉장히 현실적인 고민에서 나온 겁니다. 보통 부동산 계약은 목돈이 필요하잖아요. 그런데 일주일이나 한 달 정도 살기 위해 몇백만 원, 몇천만 원 규모의 보증금을 맡기는 건 이용자 입장에서 부담이 굉장히 큽니다. 특히 단기 거주가 필요한 상황은 갑작스럽게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출장이나 이사 공백, 병원 간병 같은 경우도 그렇고요. 그래서 최대한 심리적 진입장벽을 낮추고 싶었습니다.
동시에 온라인 거래다 보니 신뢰 문제도 중요했습니다. “이 집 실제로 있는 거 맞나?”, “믿고 돈을 보내도 괜찮은 건가?” 이런 불안이 당연히 있을 수밖에 없죠. 그래서 삼삼엠투는 결제 대금을 플랫폼이 보관하고, 입주가 확인된 이후 호스트에게 정산하는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결국 단기임대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신뢰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와 함께 서비스에서 중요한 특징을 꼽는다면 ‘주 단위 계약’입니다. 예전에는 연 단위 계약이 기본이었다면, 지금은 사람들이 훨씬 유연하게 움직입니다. 딱 필요한 기간만 집을 쓰고 싶어 하죠. 이 개념 역시 국내에서는 삼삼엠투가 처음 도입했습니다. 그 흐름이 앞으로 더 커질 거라고 봤고, 실제로 시장도 그렇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지역과 유형별로 단기임대 공간을 탐색할 수 있는 삼삼엠투. 매물 탐색부터 계약까지 전 과정이 모바일 앱과 웹사이트에서 비대면으로 이루어진다. ⓒ삼삼엠투 제공
삼삼엠투를 통해 단기임대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주로 어떤 분들인가요? 생각보다 다양한 수요가 있을 것 같은데, 실제 이용자들은 어떤 상황에서 삼삼엠투를 찾게 되는지 궁금합니다.
예전에는 단기임대라고 하면 특정 지역의 고급 오피스텔 같은 이미지가 강했습니다. 훨씬 더 옛날에는 흔히 ‘사글세(단기 거주 시 월세를 한꺼번에 선불로 지급하는 방식)’라고 여겨져 이미지가 좋지 않았고요. 그런데 지금은 정말 다양해졌습니다. 출장이나 프로젝트 때문에 몇 주 단위로 머무는 직장인분들도 많고, 인테리어 공사 때문에 잠시 거주할 공간이 필요한 가족 단위 이용자도 많습니다. 학업이나 일 때문에 한국에 잠시 들어오는 해외 거주자 수요도 급격하게 늘고 있습니다.
기간적인 측면 외에도 특정 니즈나 상황에 따라 단기 주거를 필요로 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병원 근처 수요가 대표적인 사례이죠. 지방에서 치료와 간호를 위해 보호자분들이 수도권에 올라와 몇 주씩 머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분들은 호텔보다는 세탁이나 요리와 같은 일상생활이 가능한 공간을 훨씬 더 선호하곤 합니다. 워케이션이나 한 달 살기 수요도 많이 늘었습니다. 예전보다 사람들이 사는 공간을 훨씬 유연하게 생각하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꼭 한곳에서 오래 살지 않아도 괜찮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느낍니다.
반대로 삼삼엠투에 공간을 등록하는 임대인들은 주로 어떤 분들인가요? 최근 단기임대 공급자 측면에서 새롭게 나타나는 변화나 특징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개인이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합니다. 건물주도 계시고, 신축빌라나 오피스텔을 분양받아 단기임대로 운영하는 임대인도 많습니다. 전문 운영회사도 많은데요, 수십 개에서 수백 개의 호실을 전문적으로 운영·관리하는 기업형 임대 관리 사업자들도 저희 플랫폼을 주요 채널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공급자 측면에서도 흥미로운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바로 ‘2040 스마트 임대인’인데요. 부동산 투자에 관심이 많은 20대부터 40대 임대인분들이 정말 많아졌습니다. 이분들은 삼삼엠투 비대면 시스템을 통해 효율적으로 공간을 운영합니다. 부동산 방문이 필수였던 주거 시장에서 삼삼엠투가 가시화한 새로운 유형의 임대인들입니다.
임대인 입장에서 기존 월세가 아닌 단기임대를 선택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요?
단기임대 시장은 우리나라에서 이제 막 열리고 있는 영역입니다. 그러다보니 기존 규제나 제도와 정면으로 크게 충돌하는 부분은 많지 않습니다. 다만 국내 임대차 시장이 기본적으로 장기 계약을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 보니, 시장 관계자들이 오히려 애매하게 느끼는 지점이 많습니다. 그래서 계약 구조나 법적 리스크를 면밀히 검토하고, 이를 고객들에게 쉽게 설명하는 과정이 중요했습니다.
한편으로는 사회가 굉장히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고 느낍니다.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직장의 형태도 다양해지고, 사람들이 사는 방식도 유연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짧게 살다 떠나는 것을 번거롭게 생각했다면, 이제는 오히려 “필요하면 그렇게도 살 수 있지”라는 분위기로 많이 바뀌었습니다. 시장도 결국 사람들의 생활 방식 변화를 따라가게 될 것입니다.
앞으로 사람들이 집을 구하고 계약하는 방식은 지금과 또 어떻게 달라질까요? 삼삼엠투가 만들어가고 싶은 주거 시장과 그 방향에 대한 대표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지방의 빈집 문제나 지역 체류 인구 확대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단기 거주가 단순한 체류를 넘어, 지역과 사람을 연결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삼삼엠투를 통해서는 누구나 부동산을 편리하고 안전하게 계약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습니다. 앱을 통한 호텔 예약은 이제 굉장히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지만, 집을 계약하는 과정은 여전히 복잡하고 진입장벽이 높습니다. 앞으로는 필요한 기간만큼 머물 공간을 찾는 일이 훨씬 쉬워질 것입니다. 그 흐름 속에서 삼삼엠투가 하나의 인프라처럼 작동하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