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하지 않기 위해 해야 할 일
시장의 쏠림은 때로 가격보다 마음을 흔듭니다. 더욱이 요즘과 같이 전례없는 주도주로의 극단적인 쏠림은 투자자들로 하여금 상대적 박탈감에 무력감마저 들게 만듭니다. 이런 시기에는 그러나 역설적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음’이 가장 어려운 선택이자 가장 합리적인 대응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 시장을 외면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불안을 낮추기 위해, 혹은 조급하고 애닳은 마음에 흐릿해진 투자 판단으로 후회를 남기기 보다, 지금의 상황을 차분하게 인지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에 리츠 투자자들과 함께 잠시 멈춰서, 지금의 시장을 차분히 들여다보는 점검의 시간을 가져보고자 합니다.
철저한 소외, 그보다 뼈아픈 거래정지라는 변수
일단 아프지만, 저조한 수익률부터 확인하고 넘어가겠습니다. 2026년 연초대비(6월23일 기준) KRX 리츠인프라 지수의 절대수익률은 -11.71%를 기록했습니다. 같은 기간 코스피 대비 상대수익률은 -106.38%로, 시장의 주도주 쏠림이 심화되는 과정에서 상장 리츠는 철저히 소외됐습니다. 개별 종목으로 보더라도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한 상장 리츠는 한화리츠 13.5%, 코람코더원리츠 12.7%, 맵스리얼티 11.8%, 삼성FN리츠 10.0%, 신한서부티엔디리츠 6.1% 정도에 그쳤고, 나머지 대부분의 종목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수익률 부진보다 더 아팠던 것은 제이알글로벌리츠의 거래정지입니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2020년 국내 최초 해외부동산 공모리츠로 상장했습니다. 상장 당시 공모와 Pre-IPO를 통해 총 8,280억원을 조달했고, 2022년 유상증자 이후에는 시가총액 1조원대 리츠로의 도약이 거론됐던 해외자산 리츠의 대표격이었습니다. 그런 리츠의 회생정차 개시신청에 따른 거래정지는 단순한 개별 종목의 부진을 넘어, 리츠 관리 당국과 AMC, 투자자 모두에게 상장 리츠의 투자·관리·운용 전반에 대한 경종을 울린 사건이었습니다.
리츠 ETF가 미치는 영향은 더욱 커지는 중
두 번째 점검 포인트는 리츠 ETF의 영향력 확대입니다. 이제 리츠 ETF는 상장 리츠 수급에서 가히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TIGER 리츠부동산인프라 ETF의 시가총액 흐름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해당 ETF의 시가총액은 2025년 연초 5,775억원에서 2026년 1월 2일 1조 925억원으로 증가했고, 2026년 4월 28일에는 1조 7,210억원까지 확대되며 최고점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시가총액 기준으로 2025년 연초 대비 198.0%, 2026년 연초 대비 57.5% 증가한 수준입니다. 그러나 제이알글로벌리츠 거래정지 이후 리츠 ETF 전반의 투자심리가 빠르게 위축되며, 6월 23일 기준 시가총액은 1조 4,398억원으로 고점 대비 16.3% 감소했습니다.
이는 앞으로 상장 리츠 시장에서 새로운 과제가 될 수 있습니다. ETF에 편입된 종목은 자금 유입의 수혜를 입을 수 있지만, 편출되거나 소외된 종목은 유동성 부족 속에서 더 장기간 소외될 위험이 있습니다. 결국 리츠 시장의 가격 형성이 특정 ETF 수급에 과도하게 의존할 경우, 개별 리츠의 펀더멘털과 무관한 가격 왜곡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상장 리츠 시장이 보다 안정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ETF 중심의 수급 구조를 보완할 수 있는 기관투자자 참여 확대, 유통 물량 개선, 적극적인 시장 조성 주체의 확충이 필요합니다.
AMC 역량이 돋보였던 자산편출입
세 번째 점검 포인트는 자산 편출입입니다. 상장 리츠의 본질은 보유 자산에서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창출하는 데 있지만, 동시에 자산을 적절한 시점에 매각하고 새로운 자산으로 교체하는 운용 능력 역시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금리 상승과 NAV 할인 국면에서는 단순히 자산을 오래 보유하는 것보다, 보유 자산의 가치를 시장에서 입증하고 회수한 자금을 다시 수익성 있는 자산으로 재투자하는 능력이 AMC의 차별화된 역량으로 평가받을 수 있습니다.
2026년 상반기에는 자산 매각과 편입을 실행한 리츠들의 주가 성과가 상대적으로 양호했습니다. 한화리츠는 13.51%, 코람코더원리츠는 12.66%, 삼성FN리츠는 9.98%, 신한서부티엔디리츠는 6.12%의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SK리츠도 -2.76%로 지수 대비 선방했습니다. 상반기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한 주요 리츠 상당수가 자산 편출입 이벤트를 보유하고 있었다는 점은 투자자들이 단순 배당수익률뿐 아니라 자산 재평가, 매각차익, 포트폴리오 재편 가능성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다만 자산 편출입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양면적입니다. 자산 매각을 통해 NAV 할인을 줄이고 보유 자산의 가치를 입증하는 것은 분명 긍정적입니다. 그러나 투자자들이 장기 운용 성과보다 단기 매각차익에만 환호하는 흐름은 다소 씁쓸한 부분도 있습니다. 리츠는 단기 차익 실현 상품이 아니라 장기 현금흐름을 기반으로 운용되는 상장 부동산 플랫폼입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자산을 파는 능력만이 아니라, 매각과 편입을 적절히 조합해 포트폴리오의 질과 배당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운용 능력입니다. 2026년 상반기 자산 편출입 사례는 상장 리츠 시장에서 캐피탈 리사이클링(capital cycling)이 점점 더 중요한 평가 요소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 동시에, AMC의 운용 역량이 리츠별 주가 차별화를 만드는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음을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하반기 주목해야 할 포인트 1 : 금리 이슈 속 리츠들의 차별적 흐름 전망
하반기 상장 리츠 시장에서 가장 먼저 점검해야 할 변수는 다시 금리입니다. 현재 한국은행 기준금리의 기준 시나리오는 연내 2회 인상, 2026년 말 3.00%입니다. 여기에 2027년 상반기 1회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반영하면 최종금리는 3.25%, 매파적 시나리오에서는 3.50%까지 열어두는 분위기입니다.
이 관점에서 보면 SK리츠의 수처리센터 담보대출 리파이낸싱은 오히려 금리 상승기 리츠 차환을 다시 해석해볼 수 있는 사례가 될 수 있습니다. 해당 대출의 기존 가중평균금리는 약 4.84%이며, 이 중 고정금리 트랜치의 금리는 5.49%로 높았습니다. 최근 시중금리 상승으로 변동금리 트랜치의 부담은 커질 수 있지만, 기존 고정금리 트랜치는 차환 과정에서 오히려 낮아질 여지가 있습니다. SK하이닉스 임차, 수처리센터의 필수 인프라 성격, 담보가치 상승, 우량 스폰서 리츠로서의 조달 접근성을 감안하면 전체 평균 조달금리가 기존 수준을 크게 상회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결국 하반기 리츠 투자의 핵심은 금리 방향성에 대한 막연한 기대가 아니라, 각 리츠가 보유한 차입금의 만기, 고정·변동금리 비중, 담보가치, 임차인 안정성, 대주단 접근성을 구분해 보는 것입니다. 같은 금리 상승기라도 차환 부담은 리츠마다 다르게 나타납니다. 우량 스폰서와 안정적인 담보를 보유한 리츠는 조달 시장 접근성을 유지할 수 있지만, 낮은 금리로 조달했던 차입금이 대거 만기 도래하는 리츠는 금융비용 상승이 배당 여력을 압박할 수 있습니다. 하반기 상장 리츠 시장은 다시 금리의 시간이며, 동시에 리츠별 체력을 확인하는 차환의 시간이 될 것입니다.
하반기 주목해야 할 포인트 2 :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 그리고 기회
최근 상업용 부동산 거래시장은 다소 주춤한 모습입니다. 금리 상승 부담과 CBD 오피스 신규 공급에 대한 우려가 맞물리며 매수자와 매도자 간 가격 눈높이가 쉽게 좁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서울 프라임 오피스의 임대료는 여전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고, 노후 오피스에서 우량 자산으로 이동하려는 '플라이 투 퀄리티' 흐름도 뚜렷합니다. 특히 사옥 확보 목적의 전략적 투자자, 즉 SI 중심의 오피스 매입은 2025년 이후 확대됐고, 2026년 1분기에도 이어졌습니다. 기관투자자가 보수적으로 움직이는 사이, 실사용 목적과 현금 여력을 갖춘 기업들이 우량 오피스의 주요 매수 주체로 부상한 것입니다.
대출 여건도 여전히 녹록지 않습니다. 부동산 PF와 토지담보대출 부실 경험 이후 대주단은 더 높은 자기자본 비율과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프라임 오피스 선순위 담보대출은 비교적 안정적인 금리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개발형 자산이나 임대 안정성이 낮은 자산에는 여전히 높은 리스크 프리미엄이 붙고 있습니다. 결국 지금의 거래시장은 '살 수 있는 자산'과 '살 수 없는 자산'이 명확히 갈리는 시장입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오히려 상장 리츠가 틈새를 노릴 수 있습니다. 일반 부동산 펀드나 프로젝트성 투자자가 대주단 협의와 자금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구간에서도, 상장 리츠는 담보대출, 회사채, 유상증자, 자산 매각대금 등 복수의 자금조달 수단을 조합할 수 있습니다. 물론 NAV 할인이 큰 구간에서 무리한 유상증자를 통한 성장은 지양해야 합니다. 그러나 우량 임차인, 장기 임대차, 안정적인 담보가치가 확인되는 자산이라면 리츠가 자금조달 구조를 설계해 성장 기회를 포착할 여지도 있습니다. 하반기에는 리츠들이 어떤 자산을 어떤 가격에, 어떤 조달 구조로 편입하는지를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외형 성장 여부가 아니라 AMC의 선별 능력과 자본 배분 역량을 확인하는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