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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호텔은 외부로부터 이식된 존재입니다. 한국 최초의 호텔로 꼽히는 인천 대불 호텔은 강화도 조약에 따른 개항으로 유입된 외국인 방문객을 접대하기 위해 일본인 사업자가 건립했습니다. 서울도 마찬가지로, 서울 최초의 호텔인 정동 손탁 호텔은 외국인인 앙투아네트 손탁에 의해 설립되었고, 현존하는 서울 최고(古) 호텔인 조선 호텔도 일제 철도청에 의해 건립되었습니다.
서울에 최초로 건립된 호텔인 손탁 호텔 Ⓒ국립민속박물관
근대를 지나 현대에 들어서도 마찬가지로, 196-70년대 정부는 유엔군의 휴가와 외국인 관광객을 통한 외자 유치를 위해 국가사업의 일환으로 호텔을 개발하였고, 이때 워커힐 호텔과 그랜드 하얏트 서울, 영빈관(현 신라호텔)등이 탄생했습니다. 특히 호텔과 결합되는 면세점, 외국인 카지노와 관광객의 소비는 외화벌이에 있어서도 알짜 사업이었기 때문에 정부는 국영 호텔들 기업들에 매각하면서 워커힐은 SK 소유가 되었고, 영빈관은 서울 신라호텔로, 반도 호텔은 롯데 호텔로 개발되는 등 서울 도심에는 점차 규모와 형식면에서 글로벌 스탠다드를 갖춘 호텔들이 들어서기 시작했습니다. 
도심 재개발 사업의 일환으로 당시 도심 슬럼을 시청 광장에서 차폐하기 위한 형태였던 플라자 호텔  Ⓒ한화호텔앤리조트
특히 호텔은 당시 관광산업 육성과 도심 재개발 및 현대화라는 정부와 서울시의 목표가 기업들의 이해관계와 맞물리면서 도심 재개발을 주도하는 역할을 하였습니다. 그 단초가 된 것은 1966년 린든 존슨 미 대통령의 방한이었는데요, 당시 존슨 대통령의 방한 행사와 함께 서울의 노후화된 도심 모습이 그대로 송출되자 재미동포들이 나라 망신이라며 정부와 서울시에 항의를 하는 해프닝이 있었습니다. 이에 정부와 서울시는 도심 재개발에 착수하였고, 이때 호텔은 가장 효과적인 도심 정비 사업 아이템인 동시에 외국인에게 한국의 현대화를 과시하는 장이 되었습니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곳은 플라자 호텔 서울입니다. 당시 정부는 린든 존슨 미국 대통령 방한 당시 특히 이목을 끌었던 소공동 일대 재개발에 열을 올렸는데요, 서울의 최고 중심인 서울 시청 앞이 슬럼으로 방치된 모습이 전파를 탄 것에 특히 민감한 상황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에 서울시는 대만 화교들이 거주하던 서울 시청 앞 부지를 화교 회관으로 건립하겠다고 약속하며 소공 무교지구를 첫 주자로 도심 재개발 사업에 본격 착수하였습니다. 그러나 약속한 화교회관은 무기한 연기되다가 무산되었고, 이 땅을 한화(당시 한국화약)가 헐값에 사들여 오늘날 플라자 호텔로 개발되었습니다. 이때 플라자 호텔이 세종로 방면에서 바라보는 도시 풍경에서 서울의 낙후된 도심 경관과 슬럼을 가릴 수 있도록 병풍형태로 건물을 설계한 것은 유명한 일화이죠. 1976년 1호 도심 재개발 사업으로 개관한 플라자 호텔은 단순 호텔을 넘어 한국 최초의 도심 재개발 사업으로서 중요한 선례가 되어 오늘날 서울 도심이 그 현대적인 모습을 갖추는데 중요한 주춧돌 역할을 하였습니다.  

국제 행사 유치가 가능한 규모의 호텔로 건립된 롯데호텔 서울  Ⓒ롯데호텔 서울  
즉 오늘날 경험하는 서울의 호텔은 자생적으로 그 생태를 형성하기보다는 외국 자본 혹은 국가가 주도하였고, 외국인을 상대로 한 접객과 경제 발전 및 도시 개발의 도구에 가까운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식된 형태로나마 호텔은 점차 뿌리내리며 서울의 국제도시로의 발돋움의 발판이 되는 등 점차 자생의 단계에 접어듭니다. 대표적으로 당시 교통부 산하에 있던 반도호텔을 인수하여 탄생한 롯데호텔 서울이 있습니다. 롯데호텔 서울은 지상 38층, 138m 높이의 준공 당시 국내 최고층 건물이자 1,020개 객실을 갖추었고, 단일 호텔로서는 동양 최대 규모로 설계되었으며 당시로서는 보기 드문 철골구조공법을 도입했습니다. 여기에 2,300여 명의 직원들을 해외 주요 호텔들에 연수를 보내는가하면 모든 자재를 외국에서 공수하는 등 보국관광을 목표로 각별한 공을 들였습니다. 여기에 서울에서 국제 규모 행사를 유치할 수 있는 호텔을 목표로 당시 처음으로 국빈급 인사의 투숙을 상정한 90평대 대형 객실과 1,000명 이상 수용할 수 있는 대연회장을 조성하였습니다. 
롯데호텔 서울은 1979년 개관 27일일 만에 태평양 지역 관광협회(PATA) 총회의를 개최하면서, 서울이 국제 MICE 행사를 유치할 수 있는 저력과 인프라를 갖춘 도시라는 것을 증명하였습니다. 이는 훗날 88 서울올림픽이라는 역사적인 국가 행사를 치르는 데에도 중요한 단서가 되기도 했습니다.  1981년에 롯데호텔은 서울올림픽 개최위원회의 베이스 캠프를 역할을 담당하였고, 86 서울 아시안 게임과 88 서울올림픽 당시 공식 본부 호텔로서 기능하였습니다. 여기에 서울올림픽에 맞추어 신관인 이그제큐티브 타워를 건립, 전용 엘리베이터와 외부 동선 노출 최소화 등을 설계하여 당시 서울을 방문한 수많은 외빈들의 투숙과 의전을 수용하면서 서울의 국제도시로서의 화려한 데뷔, 그 중심에 있었습니다.
건축적 측면에서 글로벌 호텔과 서울의 정체성 간 접점을 도모한 밀레니엄 힐튼 서울  Ⓒ이하경 
국제 무대에서 서울의 데뷔를 함께한 호텔은 점차 서울과 한국의 토양에 근착했습니다. 그 대표적인 공간이 밀레니엄 힐튼 서울입니다. 당시 대부분의 서울 대형 5성급 호텔들은 일본 혹은 서구권의 건축가들에게 의뢰하여 설계되었지만 밀레니엄 힐튼 서울은 미스 반 데어 로어의 수제자이자 당시 일리노이 대학교 건축학과 교수였던 김종성 건축가에게 의뢰하여 한국적 럭셔리와 글로벌 호텔이라는 쉽지 않은 난제를 우아하게 풀어냈습니다. 전체적인 큰 틀은 모더니즘 기조를 따르면서도 정밀한 비례와 균형에 입각한 절제되고 간결한 형태였고, 당시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블랙 톤의 알류미늄 커튼월과 모듈의 반복으로 군더더기 없는 정제된 외관을 선보였습니다.
이와 동시에 일반적인 박스형 외관 대신 건물의 양 날개를 둔각으로 꺾어 남산이라는 지형을 존중하고 마치 포용하는 듯한 형태를 취했습니다. 대상지 내 구릉의 고저는 계단형의 로비 공간으로 수용하면서도 아트리움 천장부를 통해 쏟아지는 빛과 함께 자연과의 조화를 추구한 한국 건축의 정체성을 녹여냈습니다. 
밀레니엄 힐튼 서울의 시그니처와도 같은 중앙의 계단형 아트리움  Ⓒ이하경

여기에 김종성 건축가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십분 발휘되어 시그램 빌딩과 동일한 브론즈 커튼월과 트래버틴 대리석 바닥을 비롯해 알프스의 베르데 아첼리오 석재 벽면, 황으로 하나 하나 닦아내며 그 소재의 고유한 매력을 살린 황동 기둥을 열주처럼 배치하여 품격있으면서도 편안함이 느껴지는 유일무이한 장소를 완성하였습니다. 밀레니엄 힐튼 서울은 한국에도 글로벌 스탠다드가 안착하는 동시에 한국적 요소를 접목할 수 있음을 확인시켜준 증례였습니다. 밀레니엄 힐튼은 1986년 서울건축상 금상을 수상한 동시에 개관 첫 해인 1983년 국제의원연맹회의(IPU)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고, 1988년 서울 올림픽 당시 공식 방송사인 NBC의 기자 본부 역할을 수행하며 한국적 건축을 접목한 동시에 글로벌 호텔로서 자리매김 하였습니다. 즉 한국적 건축과 세계적 건축 사조를 접목한 환경에서 글로벌 럭셔리 호텔로서 매끄럽게 기능하는, 국제성과 정체성을 모두 잡은 사례가 된 것이죠. 이러한 밀레니엄 힐튼의 사례는 비단 호텔을 넘어 당시 개발도상국의 수부도시에서 탈피해 글로벌 도시로서 발돋움을 한 서울이 모더니즘, 국제주의 건축 양식 도입과 고유의 정체성 사이에서 고민하던 건축계에도 많은 귀감이 되었습니다.  

한국적 럭셔리를 추구하여 포브스 트래블 가이드 5성급 호텔에 선정된 신라호텔 서울  Ⓒ호텔신라 
신라 호텔은 한국적 럭셔리의 정수와도 같은 호텔입니다. 한국 박춘명 건축가와 일본 타이세이 건설이 합작 설계한 프로젝트로, 설계 단계에서부터 한국적 요소를 반영하는데 공을 많이 들였고, 모든 자재를 국내에서 공수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신라호텔은 외국 럭셔리 호텔들의 노하우를 빠르게 학습하는 동시에 한국의 대표 럭셔리 호텔로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해 나갔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신라 호텔은 로컬 호텔의 한계를 극복하고 체계적인 서비스와 높은 완성도의 공간, 한국적 헤리티지와 럭셔리와 접점으로 독보적인 입지를 마련했습니다. 국내 최초 미쉐린 3스타를 받았던 라연 등의 파인 다이닝 등 F&B에서의 위상과 함께 2019년 국내 최초로 포브스 트레블지 5성급 호텔로 등극하여 8년 연속 선정되었습니다. 이는 현재까지 국내 호텔 기업으로서는 유일한 사례인데요, 로컬 호텔이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한 하이엔드 럭셔리 호텔을 완성했다는 점에서 서울의 호텔이 자생의 영역으로 진보한 그 증례라 할 수 있습니다.
용산 더 파크사이드 서울과 결합된 호텔로서 머뭄과 거주의 만남이라는 스토리텔링을 완성한 로즈우드 서울 호텔  ⒸKPF 
오늘날 서울의 호텔은 생태의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자생으로 성장한 신라호텔뿐만 아니라 글로벌 호텔인 포시즌스 서울도 포브스 트래블 가이드 5성급 호텔에 선정되는 등 자국과 이국의 럭셔리 호텔이 나란히 안착할 수 있는 토양임을 증명해내었고, 4성급 호텔에도 콘래드 서울, 파크하얏트 서울, 시그니엘 서울, 조선팰리스 서울, 롯데호텔 서울, 파라다이스 시티, 아트 파라디소 등 국내외 기업 호텔들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과거 외빈들을 모실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양적인 투자가 급급했던 수준을 넘어 이제 서비스의 질에 투자하는 성숙 단계에 도달했습니다.
비즈니스 지원과 부속 시설을 넘어 호텔은 핵심 권역에서 플라이트 투 퀄리티를 이끄는 핵심 테넌트로서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디벨로퍼들에게도 단순히 특정 브랜드를 유치하는 것을 넘어 프로젝트의 정체성과 밸류를 더하는 스토리텔링 구축에 있어 호텔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서울에 미드타운 도쿄 - 리츠칼튼 도쿄, 홍콩 ICC - 리츠칼튼 홍콩을 이을 세계적인 랜드마크급 비즈니스 컴플렉스를 건립하겠다는 이오타 서울과 리츠 칼튼 서울, 차원이 다른 럭셔리 경험을 위해 아만을 선택한 청담동 아만 호텔과 아만 타워, LVMH와 손잡고 삼성동을 글로벌 럭셔리 플레이스로 개발하여 하이엔드 에셋으로 개발하려는 현대차 GBC, 그리고 머묾을 넘어 주거와 삶의 영역으로 럭셔리 호텔과 접점을 늘리는 더파크사이드 서울과 로즈우드 서울이 그 증례죠. 그렇게 서울이라는 도시에 이식되었던, 낯선 이방인 같던 호텔은 이제 서울이라는 토양에 근착과 자생을 넘어 생태를 구축하며 서울의 스카이라인을 바꾸는 주역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하경

이하경

서울대학교 국토문제연구소 자체연구원

자본과 욕망이 응축된 럭셔리 리테일을 통해 도시 공간의 역동성을 읽어내고, 그 안에 담긴 미래 가치를 탐구합니다. 서울대학교 국토문제연구소 연구원으로 도심 리테일 시설들의 성장과 쇠퇴가 도시 공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변화하는 산업 구조 속에서 도시와 리테일의 공생과 성장을 모색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