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호텔은 외부로부터 이식된 존재입니다. 한국 최초의 호텔로 꼽히는 인천 대불 호텔은 강화도 조약에 따른 개항으로 유입된 외국인 방문객을 접대하기 위해 일본인 사업자가 건립했습니다. 서울도 마찬가지로, 서울 최초의 호텔인 정동 손탁 호텔은 외국인인 앙투아네트 손탁에 의해 설립되었고, 현존하는 서울 최고(古) 호텔인 조선 호텔도 일제 철도청에 의해 건립되었습니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곳은 플라자 호텔 서울입니다. 당시 정부는 린든 존슨 미국 대통령 방한 당시 특히 이목을 끌었던 소공동 일대 재개발에 열을 올렸는데요, 서울의 최고 중심인 서울 시청 앞이 슬럼으로 방치된 모습이 전파를 탄 것에 특히 민감한 상황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에 서울시는 대만 화교들이 거주하던 서울 시청 앞 부지를 화교 회관으로 건립하겠다고 약속하며 소공 무교지구를 첫 주자로 도심 재개발 사업에 본격 착수하였습니다. 그러나 약속한 화교회관은 무기한 연기되다가 무산되었고, 이 땅을 한화(당시 한국화약)가 헐값에 사들여 오늘날 플라자 호텔로 개발되었습니다. 이때 플라자 호텔이 세종로 방면에서 바라보는 도시 풍경에서 서울의 낙후된 도심 경관과 슬럼을 가릴 수 있도록 병풍형태로 건물을 설계한 것은 유명한 일화이죠. 1976년 1호 도심 재개발 사업으로 개관한 플라자 호텔은 단순 호텔을 넘어 한국 최초의 도심 재개발 사업으로서 중요한 선례가 되어 오늘날 서울 도심이 그 현대적인 모습을 갖추는데 중요한 주춧돌 역할을 하였습니다.
롯데호텔 서울은 1979년 개관 27일일 만에 태평양 지역 관광협회(PATA) 총회의를 개최하면서, 서울이 국제 MICE 행사를 유치할 수 있는 저력과 인프라를 갖춘 도시라는 것을 증명하였습니다. 이는 훗날 88 서울올림픽이라는 역사적인 국가 행사를 치르는 데에도 중요한 단서가 되기도 했습니다. 1981년에 롯데호텔은 서울올림픽 개최위원회의 베이스 캠프를 역할을 담당하였고, 86 서울 아시안 게임과 88 서울올림픽 당시 공식 본부 호텔로서 기능하였습니다. 여기에 서울올림픽에 맞추어 신관인 이그제큐티브 타워를 건립, 전용 엘리베이터와 외부 동선 노출 최소화 등을 설계하여 당시 서울을 방문한 수많은 외빈들의 투숙과 의전을 수용하면서 서울의 국제도시로서의 화려한 데뷔, 그 중심에 있었습니다.
이와 동시에 일반적인 박스형 외관 대신 건물의 양 날개를 둔각으로 꺾어 남산이라는 지형을 존중하고 마치 포용하는 듯한 형태를 취했습니다. 대상지 내 구릉의 고저는 계단형의 로비 공간으로 수용하면서도 아트리움 천장부를 통해 쏟아지는 빛과 함께 자연과의 조화를 추구한 한국 건축의 정체성을 녹여냈습니다.
여기에 김종성 건축가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십분 발휘되어 시그램 빌딩과 동일한 브론즈 커튼월과 트래버틴 대리석 바닥을 비롯해 알프스의 베르데 아첼리오 석재 벽면, 황으로 하나 하나 닦아내며 그 소재의 고유한 매력을 살린 황동 기둥을 열주처럼 배치하여 품격있으면서도 편안함이 느껴지는 유일무이한 장소를 완성하였습니다. 밀레니엄 힐튼 서울은 한국에도 글로벌 스탠다드가 안착하는 동시에 한국적 요소를 접목할 수 있음을 확인시켜준 증례였습니다. 밀레니엄 힐튼은 1986년 서울건축상 금상을 수상한 동시에 개관 첫 해인 1983년 국제의원연맹회의(IPU)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고, 1988년 서울 올림픽 당시 공식 방송사인 NBC의 기자 본부 역할을 수행하며 한국적 건축을 접목한 동시에 글로벌 호텔로서 자리매김 하였습니다. 즉 한국적 건축과 세계적 건축 사조를 접목한 환경에서 글로벌 럭셔리 호텔로서 매끄럽게 기능하는, 국제성과 정체성을 모두 잡은 사례가 된 것이죠. 이러한 밀레니엄 힐튼의 사례는 비단 호텔을 넘어 당시 개발도상국의 수부도시에서 탈피해 글로벌 도시로서 발돋움을 한 서울이 모더니즘, 국제주의 건축 양식 도입과 고유의 정체성 사이에서 고민하던 건축계에도 많은 귀감이 되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신라 호텔은 로컬 호텔의 한계를 극복하고 체계적인 서비스와 높은 완성도의 공간, 한국적 헤리티지와 럭셔리와 접점으로 독보적인 입지를 마련했습니다. 국내 최초 미쉐린 3스타를 받았던 라연 등의 파인 다이닝 등 F&B에서의 위상과 함께 2019년 국내 최초로 포브스 트레블지 5성급 호텔로 등극하여 8년 연속 선정되었습니다. 이는 현재까지 국내 호텔 기업으로서는 유일한 사례인데요, 로컬 호텔이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한 하이엔드 럭셔리 호텔을 완성했다는 점에서 서울의 호텔이 자생의 영역으로 진보한 그 증례라 할 수 있습니다.
비즈니스 지원과 부속 시설을 넘어 호텔은 핵심 권역에서 플라이트 투 퀄리티를 이끄는 핵심 테넌트로서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디벨로퍼들에게도 단순히 특정 브랜드를 유치하는 것을 넘어 프로젝트의 정체성과 밸류를 더하는 스토리텔링 구축에 있어 호텔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서울에 미드타운 도쿄 - 리츠칼튼 도쿄, 홍콩 ICC - 리츠칼튼 홍콩을 이을 세계적인 랜드마크급 비즈니스 컴플렉스를 건립하겠다는 이오타 서울과 리츠 칼튼 서울, 차원이 다른 럭셔리 경험을 위해 아만을 선택한 청담동 아만 호텔과 아만 타워, LVMH와 손잡고 삼성동을 글로벌 럭셔리 플레이스로 개발하여 하이엔드 에셋으로 개발하려는 현대차 GBC, 그리고 머묾을 넘어 주거와 삶의 영역으로 럭셔리 호텔과 접점을 늘리는 더파크사이드 서울과 로즈우드 서울이 그 증례죠. 그렇게 서울이라는 도시에 이식되었던, 낯선 이방인 같던 호텔은 이제 서울이라는 토양에 근착과 자생을 넘어 생태를 구축하며 서울의 스카이라인을 바꾸는 주역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