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에서 플레이어로
2018년, 『90년생이 온다』*가 출간됐을 때만 해도 1990년대생은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신입사원이자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이끄는 20대였다. 당시 기업들의 관심은 이들이 무엇을 사고, 어디에 돈을 쓰며, 회사에서는 어떻게 일하는지에 집중되었다. 즉, 이전 세대와는 다른 소비 방식과 조직 문화를 가진 이들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였다.
*90년대생의 특징과 함께 이들이 일자리와 소비시장에서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분석한 책. 임홍택 저.
그로부터 8년이 지난 지금, 당시 20대였던 90년대생도 서서히 30대로 접어들고 있으며, 부동산, 콘텐츠 업계 곳곳에서 마주치는 공간과 서비스 중에서도 눈길을 끄는 것들의 상당수가 90년대생들의 아이디어와 손길을 통해 탄생하고 있다. 그들의 위치도 달라졌다. 남이 만든 브랜드와 공간을 소비하던 세대에서 직접 브랜드를 만들고, 가게를 열고, 회사를 운영하는 주도적 플레이어가 된 것이다. (물론 그 중 2018년에 이미 회사를 창업한 대표들도 다수이다.)
앞으로 총 10명의 인터뷰로 진행될 본 시리즈에서는 공간과 콘텐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1990년대생 CEO들이 해당 분야를 선택하게 된 배경부터, 사업을 이끌어가는 방식과 관점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볼 계획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이들이 공간과 분야를 선택하고 사업을 시작하는 방식이다.
그들은 군자역 뒷골목의 오래된 상가, 신설동 가죽공방거리의 낡은 점포, 동묘 수족관거리 한켠의 작은 공간처럼 기존의 상권 지도에서는 그다지 주목받지 않던 곳에 매장을 용기 있게 오픈하여 전국적 이슈의 중심으로 변신시키고 있다. 반드시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나 이미 검증된 상권을 고집하지도 않으며, 자신의 콘텐츠와 어울리는 장소를 찾아내고, 그곳에 사람들이 일부러 찾아올 이유를 만든다.
또 하나 재미있었던 것은 사업의 출발점이다. 거창한 시장조사보다 자신의 취향과 경험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았다. 베트남에 20대의 절반을 거주하며 직접 익힌 로컬 레시피로 을지로 골목 2층에 식당을 내거나, 오랜 기간 수집해온 아트북 콜렉션을 사업으로 변신시키기도 하며, 부모님의 가업에 트렌드를 접목해 글로벌 델리로 재탄생시키기도 한다. 예전 같으면 개인의 취미나 취향으로 끝났을 것들이 브랜드가 되고, 공간이 되고, 하나의 사업이 된다.
물론 이것을 단순히 ‘90년대생의 특징’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같은 세대라고 해서 모두 같은 방식으로 사업을 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지금 공간과 콘텐츠 시장의 선두에서 새로운 장면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을 따라가다 보면 대부분 그곳에는 90년대생 CEO들이 있었다. 앞으로 1년간 그들이 공간과 콘텐츠의 현장에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새로운 장면을 만드는 방식을 따라가 보고자 한다.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될 이 시리즈의 목적은 거창한 성공담을 듣기 위해서가 아니다. 왜 하필 그 동네였는지, 그런 콘텐츠였는지, 그 공간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초기자본은 얼마였고 어떻게 손님을 모았는지, 사업이 성장하면서 무엇이 달라졌는지, 처음 생각했던 것과 실제 사업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었는지, 실패하거나 잘못 판단한 것은 없었는지 등 핫플레이스를 만들고 운영하는 데 있어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질문과 대답으로 채울 예정이다.
공간을 창조하고 바꾸는 90년대생 CEO들
① 군자역에 웨이팅을 만든 60년대 아메리칸 빈티지 따우전드 파이 천형제 대표, 96년생
② CIA 출신으로 20대 초반에 창업해 흑백요리사를 거쳐, 싱가포르에 K-델리 열풍을 몰고 온 셰프 출신의 도시곳간 민요한 대표, 97년생
③ 라이크어로컬을 거쳐, 루프랩으로 10대와 20대의 폭풍같은 바이럴을 활용하여 플레이스를 핫플로 만드는 국내 최고 틱톡 시딩 플랫폼 현성준 대표, 92년생
④ 2030의 취향에 맞춘 공간을 만들고 있는 젊은 인테리어 집단, 담장너머 정훈구 대표, 96년생
⑤ 아트북 콜렉터로 시작해 동묘에서 아트북전문서점 피사체를 운영하는 이강토 대표, 디자인회사, MCN, 고양이간식 쿠팡 1위 회사를 함께 운영 중, 98년생
⑥ 트럼본을 전공하고 신설동 가죽공방거리에서 가죽을 테마로한 카페 겸 바 '갗'을 운영하는 윤정원 대표, 96년생
⑦ 대한민국 F&B 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청년 사업가이자 브랜드 디렉터 양지우 대표. 프롬골든피스의 대표로서 ‘한 끗 다른 차별화’와 ‘숏폼 최적화’ 콘셉트를 무기로 내세워 기획하는 브랜드마다 오픈런을 일으키는 핫플레이스로 만들고 있는 '뚜기(DDUKI)'의 본캐, 98년생
⑧ 안산의 작은 매장에서 시작해 현재는 뽁식당, 카사데타코, 오복당 등 다양한 외식업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열정 F&B의 강기복 대표. 흑백요리사에 ‘안산 백종원’으로 출연, 92년생
⑨ 서울역 인근의 대형 베이커리 브랜드를 단순한 카페를 넘어 사람과 브랜드가 모이는 복합문화공간이자 커뮤니티 허브로 진화시킨 포컬포인트(Focal Point) 김혜리 대표, 92년생
⑩ 베트남에 거주하면서 직접 익힌 진정한 로컬 요리를 선보이는 에스닉푸드 업계의 젊은 거장. 을지로에만 여러 매장을 운영하는 식당 사장으로 베트남 음식점뿐만 아니라 훠궈, 포차 등 다양한 외식 브랜드를 연이어 흥행시키며 을지로 상권의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는 을지깐깐 조경찬 대표, 92년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