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GBD를 넘어 서울의 프라임 오피스들 중에서도 임대료 최상위권을 다투며 서울 대표 트로피 에셋이자 프라임 오피스로 자리잡은 파르나스 타워. 특히 삼성역 일대 도시 경관에서 랜드마크 역할 또한 톡톡히 하고 있는데요, 다만 알려진 바와 같이 파르나스 타워는 처음부터 프라임 오피스로 계획되지 않았습니다. 파르나스 타워가 오늘날의 모습이 되기까지의 과정에는 당시 도심 업무지구로서 성장하는 GBD 권역의 전환기와 강남 호텔 시장의 부침이 투사되어 있습니다.
삼성동의 랜드마크이자 GBD를 대표하는 프라임 오피스로 떠오른 파르나스 타워 Ⓒ이하경
계획 초기 파르나스 타워에는 호텔 사업을 확장하려던 GS 파르나스가 기존의 IHG와의 제휴에 더해, 당시에는 메리어트 그룹 소속이 아니라 독자적으로 W, 웨스틴, 쉐라톤 등을 운영한 스타우드 그룹과 협력해 138객실 규모의 6성급 럭셔리 호텔을 선보일 계획이었습니다.
건물 전체를 호텔로 사용하는 것은 아니고 저층부는 오피스, 고층부를 호텔로 운영할 예정이었는데요,건물 내 입주 기업들에게 비즈니스 편의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바로 옆의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와 시너지 효과를 노렸었죠. 여기에 더 나아가 인근의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현 웨스틴 파르나스 서울), 파크하얏트 서울 등과 함께 GBD의 럭셔리 호텔 벨트를 구축한다는 계획이었습니다. 실제로 당시 조감도를 보면 두 호텔의 연계를 감안한 듯한 저층부 연결 공간과 브릿지 등이 계획된 것을 확인할 수 있죠.
호텔과 오피스가 결합된 건물로 옆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 서울과 연계를 반영한 초기 파르나스 타워 조감도 Ⓒokjdesign
그러나 2015년 계약이 파기되면서 럭셔리 컬렉션 도입은 무산되었습니다. 당시 인근 한전 부지를 10조에 매입한 현대차 GBC도 호텔을 조성할 계획을 밝혔고 파크하얏트도 인근 부지를 활용해 신관 건립을 추진하는 등 강남과 코엑스 일대 럭셔리 호텔 공급에 더해 인접한 잠실에도 롯데월드타워 6성급 럭셔리 호텔(시그니엘 서울)까지 감안하면 출혈 경쟁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이죠.
프라임 오피스 빌딩으로 전환된 이후 연결부가 사라지고 현재의 별도 드롭오프존과 캐노피가 반영된 조감도 Ⓒ창조건축
여기에 기존 강남에 진출한 메리어트의 럭셔리 호텔 브랜드 리츠칼튼 서울이 브랜드 이름값에 비해 부진하거나 2010년대 서울에 진출한 최상위 브랜드 호텔들인 힐튼의 콘래드 서울이나 아코르의 반얀트리가 당시 운영에 애를 먹으면서 럭셔리 호텔들이 고액의 수수료에 비해 실익이 떨어진다는 분석도 있었고요. 결국 계약을 파기하고 전층을 프라임 오피스로 계획을 수정했습니다.
오늘날의 파르나스 타워의 야경 Ⓒ이하경
이후 익히 알려져 있듯 파르나스 타워는 강남의 새로운 랜드마크이자 GBD를 대표하는 프라임 오피스로 빠르게 안착하였습니다. 다만 그 과정에는 상당한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기도 했습니다. 2016년 준공 당시, 강남권에서 오랜만에 공급되는 프라임 오피스였고 거기에 삼성역, 코엑스라는 황금 입지를 낀 만큼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당시 강남 업무지구의 주요 임차인이던 IT, 벤처 기업 등이 분당이나 판교로 이전하면서 강남권 공실률이 높아진 상황이었습니다. 강남뿐만 아니라 서울 오피스 마켓도 사대문 안 도심에서 재개발로 신규 오피스 공급이 쏟아졌고, 여의도에서는 IFC 등 대형 오피스 개발과 동시에 금융사들의 ‘탈 여의도’ 현상이 이어지면서 공실 문제로 몸살을 앓다 보니 업계 전망이 갈렸습니다.
파르나스 타워 상단부의 주경 Ⓒ이하경
특히 범 강남 업무지구의 일환인 잠실에 100층 이상 초고층 빌딩 오피스, 롯데월드타워가 공급될 예정인 데 반해 4km가 채 안 되는 곳에 인접한 파르나스 타워가 강남 시세보다 최대 50%를 상회하는 초고가 임차료 수준을 설정하면서 이런 초고가 전략은 다소 시기상조라는 평이 적잖았습니다.
그러나 우려가 무색하게 파르나스 타워는 준공 10개월여 만에 임대율 95%를 달성하며 강남 프라임 오피스의 성공신화를 썼습니다. 특히 당시 강남권 오피스 임차료 부동의 1위였던 강남 파이낸셜 센터를 밀어내고 1위를 점한 것뿐만 아니라, 당시 최고가를 점하던 사대문 안 도심 오피스들과 비교하여도 밀리지 않은 임차료를 형성하였습니다.
삼성역 일대 GBD의 도시 경관. Ⓒ이하경
이런 파르나스 타워의 기념비적인 선례는 강남이 과거 벤처 기업 중심의 업무지구 이미지에서 탈피해 금융, IT, 글로벌 기업을 아우르는 주요 도심으로 전환되는 분기점 중 하나로 작용했습니다. 특히 사대문 안 도심조차 공급에 따른 공실과 흡수기간을 거치는 시기였음에도 불구하고 빠른 임대율을 달성한 것은 강남 업무지구가 독자적인 수요 영역을 보유하고 있다는 확신을 주었고요.
서울 전체 임대료 TOP을 다투는 프라임 오피스, 파르나스 타워
현재 파르나스 타워는 서울 전체에서도 임대료 1, 2위를 다투는 수준으로 강남의 업무지구와 상업 부동산 자산의 성장을 주도하는 트로피 에셋급 프라임 오피스로 여겨집니다. 이런 파르나스 타워의 자산 가치는 단순 삼성동의 랜드마크 오피스를 넘어 일대 가치평가에도 막대한 영향을 주었습니다.
도심 업무지구로서 강남의 위상은 파르나스 타워 전후로 갈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인데요, 파르나스 타워의 성공 신화는 여러 디벨로퍼와 자산운용사들에게 좋은 선례로 언급되곤 합니다. 강남 상업용 부동산 자산의 잠재력에 주목한 자산운용사들이 우량 임차인 확보 및 리뉴얼로 트로피 에셋급으로 밸류업을 하거나(아크플레이스), 아예 개발 사업에 뛰어들어 프라임 오피스를 공급하는 등(역삼 센터필드) 강남 업무지구의 양적, 질적 제고에 꽤나 중요한 단초를 제공했기 때문이죠.
삼성역-코엑스 상권에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는데 성공한 파르나스몰 Ⓒ파르나스 호텔
지하 리테일 시설인 파르나스몰도 여러 글로벌 브랜드를 유치하며 코엑스몰,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의 틈바구니에서도 나름의 영역을 확보하였습니다. 특히 2014년 파르나스 타워보다 먼저 오픈할 당시 호텔 업체인 파르나스가 복합쇼핑몰 시장에 진출하는 것 자체가 꽤 화제였죠. 오픈 당시에는 마시모두띠, 비이커, 레페토 등 글로벌 브랜드나 편집숍과 유명 F&B 브랜드를 선별 유치하여 고급화와 차별화를 내세웠습니다.
호텔 아케이드와 쇼핑몰이 결합된 감도 높은 공간으로 차별화에 성공한 파르나스몰 Ⓒ파르나스 호텔
이후 상권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면서 2016년에는 파르나스 타워와 함께 확장, 국내 애슬레저 시장을 개척한 룰루레몬이 국내 두 번째 매장을 선보이기도 하였습니다. 여기에 2019년에는 진출 당시 많은 기대와 관심을 한몸에 받았던 세포라의 한국 1호 매장을 유치하는 저력을 보이기도 하였죠. 최근 랄프로렌 커피 2호점을 오픈하는 등 글로벌 브랜드 유치에 있어 여전한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고요. 규모가 크지 않지만 다른 지하 상업 공간과 달리 조명은 물론 방향(香)까지 섬세하게 조절한 공간으로 차별화된 경험과 높은 감도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한 것이 주효했던 것으로 평가받았는데요, 파르나스몰의 성공은 국내 리테일의 고급화, 장소화 전략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여담으로 당시 계약을 파기한 스타우드 그룹과 파르나스는 이후에 한동안 접점이 없다가 2024년 노후화된 인터컨넨탈 코엑스를 리뉴얼 하는 과정에서 메리어트 그룹과 협력, 스타우드 그룹 산하 브랜드 웨스틴을 적용한 웨스틴 파르나스 서울을 2025년 9월 오픈하였습니다. 2016년 스타우드 그룹이 메리어트에 인수되어 스타우드 그룹과의 직접적인 협력은 아니었지만, 장장 10년이 걸려서 파르나스와 스타우드 그룹의 협력이 성사되었습니다.
9호선 봉은사역에 인접한 웨스틴 파르나스 서울 전경 ⒸMarriott
그리고 당시 파르나스 타워에 입점이 예정되었던 럭셔리 컬렉션은 2022년 역삼 센터필드의 조선 팰리스 럭셔리 컬렉션을 통해 한국에 진출하면서 유치 무산 7년여 만에 한국에 진출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러니한 것은 7년 후에 진출한 럭셔리 콜렉션(조선팰리스)은 역삼 센터필드라는 자산의 밸류업에 상당한 기여를 하였습니다. 이는 자산 시장과 호텔 시장에 유의미한 시그널을 주면서 오늘날 아만, LVMH, 메리어트 등 유수의 호텔들이 강남 시장에서 경쟁하는 발판을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파르나스 타워 입점이 무산된 이후 7년 후인 2022년 한국에 진출한 럭셔리 콜렉션 Ⓒ이하경
이하경
서울대학교 국토문제연구소 자체연구원
자본과 욕망이 응축된 럭셔리 리테일을 통해 도시 공간의 역동성을 읽어내고, 그 안에 담긴 미래 가치를 탐구합니다.
서울대학교 국토문제연구소 연구원으로 도심 리테일 시설들의 성장과 쇠퇴가 도시 공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변화하는 산업 구조 속에서 도시와 리테일의 공생과 성장을 모색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