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영은 한국인의 일상생활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브랜드가 되었습니다. 이는 외국인들에게도 마찬가지인데요. K-뷰티부터 한국인의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하고 싶은 사람들까지 국적과 나이를 불문한 필수 코스입니다.
최근 올리브영은 오프라인 매장 전략을 재편하면서, 일반 점포를 효율화하는 대신 대형·특화 매장 출점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특히 성수에서는 특화 매장 출점과 함께 확장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현재 성수 권역에서만 무려 6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며, 최근 '올리브영 N성수' 인근의 약 200평 부지를 541억 원에 낙찰받는 등 매입과 임대를 가리지 않고 거점을 공격적으로 확보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성수역 북단, 북성수 쪽으로도 확장해가고 있습니다. 그동안 성수 상권은 연무장길을 따라 동서로 길게 성장해 왔지만 북성수 방향으로는 쉽게 뻗어나가지 못한 편이었습니다. 지상 철도인 성수역 고가 선로가 동선을 물리적으로 단절시킨 데다, 기존 업무 지구와 아파트 단지가 자리하고 있어 상업 상권이 확장하기에는 환경적인 제약이 따랐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일시적인 팝업스토어 외에는 이렇다 할 도드라지는 변화를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그러던 중 지난 2026년 6월 30일, 성수역 2번 출구 바로 앞에 '올리브영 뷰티 맨션 성수'가 문을 열면서, 조금씩 주변 유동인구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성수 권역의 올리브영 매장 현황. Ⓒ시티폴리오
경험과 콘셉트에 집중한 올리브영 뷰티 맨션 성수
보통 성수를 찾는 이들의 발걸음은 연무장길로 이어지는 3·4번 출구를 향합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상대적으로 한산했던 2번 출구로 빠져나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정면에 위치한 '올리브영 뷰티 맨션 성수'로 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올리브영 뷰티 맨션 성수는 연면적 약 500평(1,653㎡)에 지상 4개 층 규모로 조성되었습니다. 기존 올리브영의 대형매장이 약 250평형대인데, 그 규모에 비하면 약 2배에 가깝습니다. 건물 전체를 올리브영으로 사용하는 경우로서도 드문 사례입니다.
성수역 2번 출구 바로 앞의 올리브영 뷰티 맨션 성수. Ⓒ시티폴리오
1층 메인 출입구로 들어서면 익숙한 매대와 제품 대신, 큰 소파와 리셉션이 방문객을 맞이합니다. 마치 부띠크 호텔 리셉션 같은 분위기 속에서 로비 공간에 앉아서 일행을 기다리기도 하고, 구매할 제품을 핸드폰으로 검색하며 무엇을 구매할지 대화를 나누기도 합니다.
아무리 경험이 중요한 시대라 하더라도 상업 시설에서 임대료가 가장 비싸고 매출과 직결되는 1층 메인 공간에서 '판매'의 기능을 과감히 덜어내는 것은 꽤나 파격적인 결단입니다. 당장의 매출 효율보다 '맨션(Mansion)'이라는 공간 콘셉트를 명확히 보여주고, 오프라인에서의 고객 경험을 최우선으로 두겠다는 올리브영의 강력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죠.
올리브영 뷰티 맨션의 1층. 부띠끄 호텔 리셉션 로비같이 쉴 공간을 마련해두었다. Ⓒ시티폴리오
숍인숍, 높은 임대료를 우회하는 공간 전략
성수동 연무장길의 평당 임대료는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으며, 대형 건물의 단기 대관료는 하루 2,500만 원을 넘기기도 합니다.1 치솟는 비용 탓에 성수에 진입하고 싶어도 단독 임차가 불가능한 브랜드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뷰티 맨션 성수는 1층 라운지 양 끝에 브랜드가 단독 숍인숍이나 팝업스토어를 운영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어려워지는 시장 상황에서도 대처할 수 있는 방편을 마련하였습니다.
단독 팝업 개최가 부담스러운 중소 브랜드 입장에서는 올리브영이 이미 확보해 둔 풍부한 유동인구와 매장 인프라를 활용해 효과적으로 오프라인 이벤트를 전개할 수 있습니다. 이 공간들은 '맨션'이라는 전체 콘셉트에 맞춰 유리벽과 문으로 영역을 분리하고, 각각 호수를 부여해 브랜드의 독립성을 살려줍니다. 숍인숍은 2~3개월, 팝업스토어는 1개월 단위 등 주기를 두고 교체됩니다. 이는 고객에게 늘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하여 재방문율을 높이기에도 유리하며, 뷰티 맨션 성수의 자체 콘텐츠로서도 기능하게 됩니다.
이로써 뷰티 맨션 성수는 일반 고객에게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하는 동시에, 입점 브랜드에게는 오프라인 무대를 내어주는 기능을 갖추게 됩니다. 뷰티&라이프스타일 제품을 판매하는 리테일 매장이면서도, 매장 내 물리적 거점을 바탕으로 브랜드를 들이는 '공간 운영자'로서도 역할을 하게 된 셈이죠.
1층 양 사이드에는 브랜드 단독으로 샵인샵과 팝업을 운영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시티폴리오 이벤트 기간과 함께 팝업으로 운영하거나, 전용 출입구로 별도 동선을 마련할 수도 있다. Ⓒ시티폴리오
K-뷰티 트렌드와 함께 외국인들에게도 인지도가 높은 컬러렌즈 브랜드를 2층에 숍인숍 형태로 들인 점 또한 흥미롭습니다. 이른바 '장원영 렌즈'로 유명한 하파크리스틴이 입점해 있어, 현장에서 빠르고 간단하게 시력을 측정한 뒤 원하는 렌즈를 바로 구매할 수 있습니다.
뷰티 맨션 성수에는 ‘장원영 렌즈’로 유명한 하파크리스틴이 입점해있다. Ⓒ시티폴리오
심화된 K-뷰티체험
피부 진단과 퍼스널 컬러 분석은 이제 여러 올리브영 매장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을 정도로 보급화되었습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뷰티 맨션 성수에서는 심층 상담과 맞춤형 서비스 경험으로 매끄럽게 이어지는 심화된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이는 고객의 매장 체류 시간을 자연스럽게 늘리는 한편, 이곳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서비스를 위해 매장을 찾게 만드는 목적형 수요를 이끌어냅니다.
SNS로만 접했던 궁금한 제품을 직접 체험하고 전문가로부터 K-메이크업 트렌드와 노하우를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외국인 고객들의 호응이 무척 좋았습니다. 현장 예약 후 30분 이상 대기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자신의 다음 일정을 변경해가며 순서를 기다리는 외국인들의 모습에서 K-뷰티 서비스에 대한 높은 수요를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AI로 퍼스널 컬러와 얼굴을 분석해 어울리는 메이크업을 서비스하는 ‘컬러핏 터치’. Ⓒ시티폴리오 현장에서 예약 후 대기하는 외국인 고객들이 줄을 서있다. Ⓒ시티폴리오
대면 서비스 이외에도 뷰티 디바이스가 설명과 함께 비치되어 있어, 현장에서 직접 피부에 테스트해 보고 구매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영어와 QR코드로도 제품 설명을 자세히 볼 수 있는 뷰티 디바이스들. Ⓒ시티폴리오
무엇보다 3층 서비스의 가장 큰 특징은 '전문적인 케어'에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피부·두피 진단기를 활용해 개개인에게 맞는 홈케어 솔루션을 제안합니다. 특히 '어드밴스드 더마 컨설팅' 구역에서는 전문가용 3D 피부 진단 장비로 피부 고민의 근본적인 원인을 분석하고, 그 결과에 맞춰 적합한 더마 코스메틱 제품을 추천해 줍니다. 마치 피부과나 성형외과처럼 프라이빗하게 분리된 룸에서 전문가의 심층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한 점이 매우 돋보입니다.
두피부터 피부 진단이 가능한 스킨케어 서비스 공간. Ⓒ시티폴리오전문 피부과에서의 상담처럼 프라이빗하게 진행되는 룸이 마련되어 있다. Ⓒ시티폴리오
4층은 '올리브영 베러'를 연상케 하는 웰니스 식품과 라이프스타일 상품을 중심으로 꾸며졌습니다. 한편에는 관광 기념품과 키링, 캐릭터 굿즈 등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진열되어 있는데, 국적과 연령에 관계없이 폭넓은 고객층이 한데 모여 흥미롭게 구경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올리브베러 매장에서 구경할 수 있는 상당수의 제품이 마련되어 있다. Ⓒ시티폴리오 K-굿즈와 캐릭터 굿즈, 키링이 진열되어 있는 공간. Ⓒ시티폴리오
같은 층 한편에는 뷰티 체험 구역 대신 휴식 라운지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올리브영은 이곳을 꼭 물건을 구매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편하게 머물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조성했습니다. 방문객들은 LP 턴테이블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쇼핑 중간에 잠시 쉬기도 하고, 방금 산 제품을 꺼내어 확인하거나 무거운 짐을 정리하기도 합니다. 판매를 통한 매출보다 이곳을 방문하는 이들의 상황에 맞춰 편의와 쾌적한 쇼핑 환경을 세심하게 배려했다는 점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일행을 기다리며 쉴 수 있게끔 마련된 라운지 공간. Ⓒ시티폴리오
상권 구축에 필요한 앵커 리테일과 기획력
그동안 성수 상권은 연무장길을 중심으로 팽창해 왔습니다. 하지만 지상 철도인 성수역 고가 선로와 북측의 아파트 단지 등 지리적·환경적 제약 탓에 상권의 남북 확장은 유독 더뎠고, 이 때문에 북성수의 가능성을 두고서는 늘 기대와 의심이 공존했습니다.
평일 저녁 오후 6시, 연무장길과 연결된 성수역 3번 출구와 북성수 쪽 2번 출구의 유동 인구 차이. Ⓒ시티폴리오
물리적 한계를 뚫고 상권을 확장시키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발길을 이끄는 강력한 앵커 리테일이 필요합니다. 올리브영은 이미 그 자체로 내∙외국인을 막론한 집객력을 가지고 있으며, '뷰티 맨션 성수'만의 특화된 서비스를 내세워 방문객들이 분명한 목적성을 가지고 북성수를 찾게 만들고 있습니다.
상권 메인 스트리트에서 살짝 비켜나 있다는 점은 쾌적한 쇼핑 환경과 같은 장점이 되기도 합니다. 연무장길 주변의 올리브영 매장들은 식사나 퇴근 직후의 피크 시간대에 제품을 구경하기 힘들 정도로 인파가 붐비곤 합니다. 반면 뷰티 맨션에서는 한결 여유롭게 제품을 경험할 수 있어 실제 방문객들의 쇼핑 만족도가 높습니다. 또한 뷰티 서비스를 기다리는 대기 시간 동안 주변 제품을 자연스럽게 탐색하고, 추천받은 제품을 현장에서 구매하는 흐름으로 이어지며 객단가와 구매율이 동반 상승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습니다.
올리브영은 성수 권역 내에 여러 매장을 운영하면서도, 각각의 거점마다 뚜렷한 역할과 목적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N성수'가 연무장길 상권의 폭발적인 집객을 감당하는 메인 앵커라면, '뷰티 맨션 성수'는 북성수 상권 확장을 견인하며 심화된 뷰티 경험을 제공하는 특화 거점으로서 역할을 나누어 갖습니다. 이러한 강력한 앵커 리테일의 등장이 사람들의 굳어진 동선을 실제로 바꿀 수 있을지는, 앞으로 북성수 일대의 상권과 유동인구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를 통해 차차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1 한국경제, 김대영, 2026.06.18. "하루에 2500만원이나 냈는데" 한숨…성수동에 무슨 일이
이은송
서울프라퍼티인사이트 콘텐츠 매니저
시티폴리오 콘텐츠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도시와 건축, 공간과 브랜드가 교차하는 이야기를 기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