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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향한 전 세계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습니다. 관광객뿐만 아니라 한국의 시장과 브랜드에 주목하는 해외 바이어들의 발길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리테일을 비롯한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 전문가들은 동시대 K-콘텐츠와 상권의 최전선인 성수에 주목합니다.
K-브랜드들의 역동적인 공간 전략과 그 반응을 가장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는 하이스트리트, 성수에서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코리아와 브랜드 큐레이션 플랫폼 STAKKE(스타케)는 한국 산업에서 가장 주목받는 뷰티∙패션∙엔터테인먼트 등 K-브랜드의 글로벌 진출을 지원하는 ‘제1회 K-BRAND JAM: SEOUL 2026’ 페어를 개최했습니다.
이번 행사에는 한국 브랜드와 접점을 찾으려는 일본 미쓰이부동산, 마카오 SJM 리조트 등 글로벌 상업시설 운영사들이 함께했습니다. 이들과 K-브랜드, 그리고 소비자가 한자리에서 교류할 수 있도록 네트워킹 세션, 비즈니스 워크숍, 퍼블릭 마켓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되었습니다.
9월 10일부터 13일까지 이어지는 ‘K-브랜드 잼’은 연무장길의 동쪽 시작점과도 같은 디키즈 매장 맞은편, 성수 플라츠2에서 진행됩니다. 연무장길 하이스트리트의 특징을 살려, 1층에는 브랜드 제품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었습니다.
연무장길의 플라츠2에서 진행 중인 K-브랜드 잼 페어. Ⓒ시티폴리오
뷰티∙패션∙라이프스타일∙컬쳐 등 다양한 K-브랜드를 만날 수 있는 페어 현장. Ⓒ시티폴리오
이번 행사는 K-신드롬을 이끄는 뷰티, F&B, 엔터테인먼트 등 글로벌이 주목하는 한국 브랜드의 경쟁력을 소비자 관점과 비즈니스 차원에서 두루 경험하도록 기획되었습니다. 페어 타이틀의 ‘잼(Jam)’은 재즈의 잼 세션에서 따온 것으로,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유연하게 연결되어 시너지를 내길 바라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그 취지에 맞게 연무장길을 지나는 누구나 편하게 들를 수 있도록, 팝업과 페어 두 형식의 장점을 결합해 자연스러운 교류의 장을 마련했습니다.
브랜드 제품부터 먹거리, 디제잉까지 입체적으로 K-콘텐츠를 선보이는 현장. Ⓒ시티폴리오 
2층에서 전시 중인 아티스트들의 작품과 인테리어 소품, 미디어아트. Ⓒ시티폴리오

 

팝업과 소셜데이터로 빚어진 성수


9월 11일 진행된 컨퍼런스 세션에서는 성수의 변화를 만들고, 알리고, K-브랜드를 구축하는 플레이어들이 만나 성수 상권과 로컬 IP에 대한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스타케 김시온 총괄 프로듀서, 쿠시먼 이원희 이사, 제레박 로컬 큐레이터, 보광정 이동훈 대표. Ⓒ시티폴리오
다양한 브랜드의 성수 진출을 돕고 상권과 트렌드를 연구해 온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의 이원희 이사는 소셜 데이터를 통해 성수의 현재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았습니다 .
“새로운 곳이 생기면 시차가 거의 없을 정도로 금세 알려지고, 사람들은 일부러 찾아갑니다. 정보를 발신하는 플랫폼이 있고, 이를 보고 방문한 사람들이 다시 SNS에 공유하는 순환이 매우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죠.”
지금의 성수동을 구축한 핵심 하드웨어가 '팝업'이라면, 이 수많은 팝업을 끊임없이 돌아가게 한 소프트웨어는 바로 '소셜미디어'입니다. 성수에서의 특별한 경험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유되고 방문객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사람이 몰리는 이곳으로 브랜드들이 앞다투어 찾아오기 시작한 것입니다.
성수동의 유명한 브랜드 스토어 혹은 광고 모델인 아이돌과 기념사진을 찍는 외국인들. Ⓒ시티폴리오
이원희 이사는 성수를 "발견하고, 골목을 누비며 경험하고, 이를 다시 공유하며 전파하는 세 가지 과정이 선순환을 일으키는 독특한 상권"이라고 정의합니다. 과거에는 업무와 주거, 쇼핑 상권이 명확히 분리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라이프스타일이 변화하면서 최근에는 슬리퍼 차림으로도 편하게 상권을 누릴 수 있는 이른바 ‘슬세권’이 중요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서울에서 이러한 생활권이 구현되는 곳은 흔치 않으며, 성수는 이를 충족하는 지역입니다.
그렇다면 성수 상권만의 차별화 포인트는 무엇일까요? 팝업과 브랜드 이벤트를 동력으로 성장한 성수는 상권 자체가 일종의 ‘브랜드 팬덤’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무신사나 올리브영처럼 지역을 대표하는 특정 브랜드들이 존재한다는 점은 명동이나 홍대 등 기존 상권과 확연히 구분되는 특징입니다.
컨퍼런스 발표 중인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의 이원희 이사. Ⓒ시티폴리오 
한편, 상권이 무수한 팝업으로 거대한 광고판처럼 기능하다 보니, 상권의 피로도나 팝업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합니다. 팝업 비용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임대료마저 급상승하면서 기업과 브랜드가 팝업을 여는 데 부담을 겪기도 하고요. 팝업 트렌드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에 대해 이원희 이사는 "팝업 자체가 다이내믹한 한국적 특성을 닮은 면이 있다"며, "새로운 것을 빨리 경험하고 싶어 하는 소비자의 욕구가 상권에 영향을 미치고 비즈니스를 발전시킨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K-뷰티의 성장 역시 성수 상권의 확장과 궤를 같이합니다. 과거 명동이 로드숍 화장품 브랜드의 집결지였다면, 성수는 이를 이을 '2세대 뷰티 하이스트리트'로 자리 잡았습니다. 뷰티 카테고리에 특화되어 있으면서도, 접근성 좋은 대중적인 뷰티 브랜드부터 프라다와 같은 하이엔드 브랜드까지 모여들어 폭넓은 선택지와 소비자가 만나는 스펙트럼이 구축된 것이죠. 이러한 다양성은 결과적으로 성수 상권의 지속성을 높이는 데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평일 오전부터 뷰티 팝업과 매장을 찾은 사람들. Ⓒ시티폴리오 
소셜 데이터로 분석해 본 결과, 성수를 찾는 외국인들은 결국 ‘K-라이프스타일’을 소비하고 있었습니다. 이제 옷을 살 때 무신사에서 찾아보거나, 화장품이 떨어지면 올리브영 세일을 기다리는 것은 한국인의 평범한 일상입니다. 성수의 진정한 매력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 삶에 깊숙이 스며든 K-라이프스타일 브랜드가 연무장길에 가장 매력적인 형태로 집약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한국의 최신 트렌드가 관련 브랜드의 상품과 공간 키워드로 구체화되고, 이것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되면서 외국인들의 발길을 이끌게 됩니다. 
 

넥스트 성수 역시 성수


성수동의 변화를 주민으로서 가장 가까이서 경험하고, 팝업부터 브랜드 입점 소식까지. 인스타그램 ‘성수바이블’ 계정을 통해 발 빠르게 전하는 로컬 큐레이터 제레박은 성수동 상권을 크게 뒤바꾼 5대 사건 키워드로 블루보틀, 무신사, 올리브영, 글로벌, 팝업을 꼽습니다.
블루보틀이 성수동에 '웨이팅' 문화를 처음 싹틔웠다면, 무신사와 올리브영은 이곳을 패션과 뷰티의 성지로 굳혀준 핵심 브랜드입니다. 여기에 디올 성수를 기점으로 글로벌 브랜드들이 앞다투어 결집했고, 팝업이라는 오프라인 비즈니스가 맞물려 확산되면서 지금의 거대한 성수를 완성했습니다.
워낙 짧은 모멘텀에 압축적인 성장을 이룬 탓에, 과거 가로수길의 쇠퇴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라는 우려와 지속 성장에 대한 기대가 교차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복합적인 시선 속에서 ‘넥스트 성수’에 대한 관심 역시 날로 커져가고 있죠.
인스타그램 계정 ‘성수바이블’을 운영하는 성수동 로컬 큐레이터 제레박. Ⓒ시티폴리오 

이에 대해 제레박은 "성수동이 천지개벽 수준으로 상권이 변한 것은 맞지만, 여전히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강조합니다. 그가 꼽은 첫 번째 가능성은 바로 '숙박 환경'입니다. 그동안 성수는 밀려드는 방문객을 수용할 만한 호텔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3성급 호텔이 유일하던 이곳에도 최근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습니다. 준공업지역이라는 법적 한계와 높은 자본 장벽을 넘어, 관광호텔부터 주요 소비층의 연령대를 겨냥한 호스텔까지 숙박 시설의 점진적인 확장이 예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는 저녁이 되면 관광 호텔과 숙소가 밀집한 CBD와 홍대 권역으로 빠져나갔다면, 앞으로는 성수에 체류하며 소비를 이어갈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대형 플랫폼 기업들의 사옥 유입 또한 성수의 확장세를 기대하게 만드는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제레박은 "CBD, GBD, YBD에 이은 다음 신흥 업무지구는 성수(SBD)가 될 수 있다"고 말하며, "기업들의 성수 진입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어 상권에 오피스 인구가 지속해서 유입될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천정부지로 뛴 임대료 탓에 공실 우려가 나오기도 하지만, 타 상권 대비 성수의 공실률은 여전히 낮은 수준입니다. 현장에서 모든 팝업을 지켜봐 온 로컬 큐레이터의 시각에서 이곳의 “공실은 일시적”일 뿐이며, “빈 공간은 금세 새로운 팝업으로 채워지고, 팝업이 안된다 싶으면 1년 안에 대형 플래그십 스토어가 들어서는 상황”이라며 현장의 실제 상황을 전했습니다.
“넥스트 성수는 성수라고 생각해요. 성수에서 시작된 열기가 성수 인근으로 번지고 있다는걸 체감하고 있거든요.”
실제로 성수동 일대에서는 대규모 부지 개발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인파로 붐비는 골목 사이로 외국인 관광객과 공사 자재를 나르는 트럭이 아슬아슬하게 교차하는 풍경은, 지금 성수가 얼마나 역동적으로 팽창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연무장길 따라 있는 개발현장의 일부. Ⓒ시티폴리오 
몇 년 뒤에도 성수가 지금과 같은 모습일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앞으로의 성수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는, 이 지역이 가진 잠재력의 본질이 '활력'에 있기 때문입니다. 이곳의 활력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끊임없이 재생산되며 지구 반대편의 사람들에게까지 닿아, 성수라는 지역의 이미지와 브랜드에 지속적인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입장료 없는 테마파크’, 연무장길의 현재. Ⓒ시티폴리오
 

성수, 시대정신의 도시 경관화


한국은 반세기 만에 유례없는 고속 성장을 이룬 나라입니다. 워낙 숨 가쁘게 변화하다 보니, 정작 이곳에 사는 우리조차 그 엄청난 속도를 실감하지 못하고 지나칠 때가 많습니다. 끊임없이 새로운 팝업이 열렸다 사라지며 팽창하는 성수동의 역동성은, 바로 이러한 한국의 압축 성장과도 닮아 있습니다.
과거에는 외국인들이 이 엄청난 변화를 체감하기까지의 시차가 존재했습니다. 수백 권의 론리플래닛 중에서 ‘Korea’ 편을 찾아 읽어야만 간신히 알 수 있었던 한국의 역동성이었죠.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외국인들은 이제 스마트폰 화면을 위아래로 몇 번 쓸어 올리는 것만으로, 서울의 압도적인 속도와 변화를 SNS에서 실시간으로 경험하게 됩니다. 변화의 속도가 상대적으로 더딘 본국에서의 일상과 완벽하게 대비되기에, 이토록 숨 가쁘게 돌아가는 서울의 풍경이 그들에게는 더욱 강렬한 매력으로 다가갈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날 성수동이야말로 속도와 변화를 좇는 시대정신, 그리고 한국인 특유의 역동적인 정서가 '도시 경관'으로 구현된 현장이 아닐까 합니다. 한국을 즐기러 온 사람들이 그토록 찾아 헤매던 동시대 K-라이프스타일이 가장 생생하게 집약된 곳으로서 말이죠. 지금 이 순간에도 쉬지 않고 팽창하는 성수의 역동성이, 결국 우리가 기대하는 내일일 것입니다.
이은송

이은송

서울프라퍼티인사이트 콘텐츠 매니저

시티폴리오 콘텐츠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도시와 건축, 공간과 브랜드가 교차하는 이야기를 기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