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츠는 그 특성상 지속적인 자산 매입을 바탕으로 한 외형 성장을 목표로 하게 되지만 법적 규제 상 배당가능이익의 90% 이상을 배당해야 하는 제약이 있기 때문에 신규 자산 매입을 위해 추가적인 자금 조달이 필요한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이 때 리츠가 선택할 수 있는 방식은 다양하지만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방식은 유상증자이며 최근 국내에서는 여러 리츠들이 정관 변경을 통해 전환사채를 통한 하이브리드 형태의 자본 조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유상증자에 대해서는 기존 리츠들이 여러 차례 시도하면서 익숙해지기도 했고 이전 기고글들을 통해서도 설명한 바 있습니다. 다만 리츠들이 익숙한 유상증자 대신 전환사채를 택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는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전환사채(Convertible Bond)는 채권의 권면 금액만큼 향후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 채권으로 전환하기 전까지는 채권, 전환 후에는 보통주의 성격을 가집니다. 전환사채의 주요한 성격으로는 채권처럼 지급되는 쿠폰과 만기 이자, 보통주 전환가액, 풋/콜 옵션 등이 있습니다. 보통주 전환가액에 따라 향후 전환 가능 시점에 발행 주식 수가 최대 얼마나 늘어날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고, 풋/콜 옵션으로 전환사채 투자자 및 발행자가 상환 요청을 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전환사채 발행에 따른 주요 조건 및 안내 사항>
이러한 전환사채에 투자하는 경우 투자자는 전환 가능 시점에 주가가 전환가액을 상회하는 경우 전환 이후 매도를 통해 이자 수입 외 주가 차익을 확보할 수 있고 주가가 전환가액을 하회하더라도 채권으로 만기 상환이 가능합니다. 때문에 전환사채를 발행한 회사가 상환에 실패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안정적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투자로 고려할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전환사채에 투자하는 것은 투자자 입장에서 마음이 편안한 방법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리츠가 유상증자 대신 전환사채를 선택하는 이유도 있을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유상증자 과정을 다시 한 번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국내 상장 리츠 유상증자의 문제점
국내 상장 리츠의 유상증자는 이사회 결의부터 시작합니다. 이 때 결의일 직전 거래일로부터 이전 1개월, 1주일, 직전 거래일의 가중산술평균주가를 다시 평균해 나온 금액에 5% 할인율을 적용한 예정 발행가액을 공시합니다. 이후 신주배정기준일 전 3거래일을 기준으로 이전 1개월, 1주일, 기준일 종가의 산술평균과 기준일 종가 중 낮은 금액에 5% 할인율을 적용한 1차 발행가액, 구주주 청약일 이전 3거래일을 기준으로 같은 기준을 적용한 2차 발행가액을 산출한 뒤 1차와 2차 발행가액 중 낮은 금액으로 최종 발행가액이 결정됩니다. 통상 이사회 결의로부터 신주배정기준일이 약 1개월, 신주배정기준일로부터 구주주 청약일까지 약 1개월이 소요되는 것을 감안할 때 국내에서는 유상증자 결의 이후 구주주 청약일까지 약 2개월 이상이 필요하며, 그 과정에서 주가 변동에 따라 발행가액이 달라질 가능성이 상존합니다. 때문에 리츠 입장에서는 발행가액의 변동에 따라 유상증자 과정에서도 일종의 예비비를 편성해야 할 필요성이 생깁니다. 실제로 국내 몇몇 상장 리츠에서는 유상증자 발표 후 거래량 급증과 함께 대량 매도세가 나타났고 예상 대비 최종 발행가액이 낮아지면서 조달한 자금의 활용 방안을 변경하는 등의 대처가 필요한 상황도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리츠의 기존 주주 입장에서는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는 경우 지분 희석과 주가 하락의 이중고를 겪어야 하는 상황도 생겼습니다.
<국내 리츠 유상증자 당시 예상 발행가액과 최종 발행가액 차이>
전환사채를 활용하는 이유
전환사채 발행은 유상증자 과정과 비슷하지만 몇 가지 면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전환사채 발행 또한 이사회 결의로부터 시작하고 결의일 직전 거래일로부터 이전 1개월, 1주일, 직전 거래일의 가중산술평균주가를 구하지만 이를 직전일 가중산술평균주가와 비교해 더 높은 금액에 100%로 전환가액을 결정하게 됩니다. 리츠 입장에서는 더 낮은 금액에 5% 할인을 적용하는 유상증자 대비 우호적인 가격에 증자가 가능하고 같은 금액을 조달하기 위해 더 적은 희석 비율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후 주가에 따라 전환가액이 조정되는 리픽싱 조항이 없는 경우 유상증자와 같이 1차, 2차 발행가액 등에 따른 발행 규모 변경이 없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지 가늠하기 쉽습니다.
부채 조달의 측면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에 발행이 가능하다는 점도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부채 조달 대비 향후 자본으로 전환이 가능한 옵션을 부여하기 때문에 옵션의 가치만큼 낮은 금리를 적용할 수 있습니다. 2022년 12월 당시 SK리츠가 발행한 전환사채의 쿠폰 금리는 4%로, 당시 AA- 등급의 3년물 회사채 금리 5.36%에 비해 유의미하게 낮은 수준이었습니다.
<2022년 12월 SK리츠 전환사채 발행 당시 회사채와의 조달금리 비교>
또한 전환사채를 이용하면 회사의 재무상태와 지분율에 미치는 영향도 조절할 수 있습니다. 채권의 형태로 발행되기 때문에 단기 지분율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고, 향후 전환권이 행사되면 회계상 부채로 인식되던 전환사채가 자본으로 바뀌면서 부채비율이 개선되는 결과가 나타납니다.
<전환사채의 보통주 전환에 따른 부채비율 개선 효과 예시>
전환사채 활용 시 고려해야 할 점
다만 전환사채도 만능은 아닙니다. 전환사채 발행은 유상증자와 똑같이 미래의 지분 희석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으며 유상증자와는 달리 사채를 발행한 리츠가 지속적인 이자를 추가적으로 지급해야 한다는 점에서 비용 부담이 커지고 순이익률 저하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리츠의 특성 상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을 조달하더라도 주당배당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배당금 총액이 비례해 늘어나야 하기 때문에 전환사채 금리와 배당수익률을 비교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전환사채 보유자는 전환 시점에 주가가 전환가액을 하회하고 있는 경우 이를 전환하지 않고 만기까지 보유하거나 조기 상환 옵션을 행사할 수 있고 이 때 전환사채를 통해 잠재적 자본 형태로 자금을 조달했던 리츠에서 일시 상환해야 하는 상황에 노출될 수 있어 추가적인 부채 조달 여력이 없는 경우 유동성 위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일례로 시장에 유동성이 풍부했던 2020~2021년 중 바이오 섹터에 많은 자금이 몰렸고, 이 중 전환사채를 통해 투자된 금액은 3조 원에 육박했습니다. 다만 본격적인 금리 인상이 시작된 2022년을 지나면서 바이오 섹터의 투자 심리는 차갑게 식었고, 주가도 그에 따라 하락하면서 상승 구간에 발행했던 대부분의 보통주 전환가액을 하회하고 있습니다. 이 중 상당 부분이 만기 보유 혹은 조기 상환 옵션 행사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어 2023년 이후 바이오 섹터에서의 유동성 위기가 현실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습니다. 리츠는 보유한 부동산 자산에서 나오는 임대료 수익의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더 높지만, 시가총액 대비 과도한 비중의 전환사채 활용이 위험할 수 있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2020~2023년 국내 바이오 섹터 ETF 가격 추이]
해외 리츠 사례에서 얻는 시사점
해외에서도 리츠들이 전환사채를 발행하는 경우를 가끔 볼 수 있습니다. 최근 사례로는 홍콩의 대표적인 리테일 리츠 Link REIT와 호주의 산업용 리츠 Centuria Industrial REIT가 전환사채를 발행한 바 있습니다. Centuria Industrial REIT에서는 올해 2월 중순에 전환사채를 발행했는데 5.5%에 달하는 시장 금리 대비 3.7%의 낮은 금리에 조달하면서 비용 절감을 시도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해외 사례에서는 눈에 띄는 차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리츠 뿐만 아니라 다른 섹터에서도 전환사채의 할증 발행은 거의 사례를 찾아보기 힘든 반면, Link REIT는 최초 전환 가액을 공시일 주가 대비 16.5% 비싼 금액인 HK$61.92로 제시했습니다. Centuria Industrial REIT 또한 발행일 주가 대비 20% 높은 가격인 A$4.16을 최초 전환 가액으로 제시하며 할증 발행을 결정했습니다. 이는 전환사채 투자자들도 리츠 주가가 유의미하게 상승하는 경우에 전환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기존 주주와의 이해 관계를 일치시키기 위한 장치로 보입니다.
국내 상장 리츠 시장에서는 아직 전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 등 조건부 자본 조달이 익숙하지는 않지만 유상증자 과정에서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주가 변동에 따라 2번에 걸쳐 발행 가액이 조정되어 자금 조달의 예측성이 낮기 때문에 리츠 운용사 입장에서는 매력적인 선택지로 여겨질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글로벌 리츠의 경우 통상적으로 수 일 내로 유상증자 과정이 종료되고, 짧은 경우 하루 안에 자금 모집이 끝나 주가에는 유상증자 할인 폭 정도의 단기적인 영향만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직 초기 시장으로 글로벌 리츠 대비 유동성이 부족해 자본을 단기에 조달하기 힘든 국내에서도 리츠는 전환사채 등을 활용해 자본 조달 방법의 선택지를 넓히고 있으며, 관련해 법적, 제도적 보완이 병행되면 국내 리츠 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