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해의 중심가 푸동(浦东) 루쟈주이(陆家嘴)에 가면 "우리가 상하이다!"라며 확실한 존재감을 뿜어내는 마천루 삼총사를 만날 수 있다.
거의 땅에 엎드린 자세로 겨우 건물의 꼭대기를 사진에 담을 수 있었던 상하이 마천루 삼총사! 우리나라 제2 롯데월드처럼 각 도시마다 나홀로 우뚝솟은 빌딩은 어렵지않게 볼 수 있지만 마천루 건물 세 개가 나란히 들어선 경우는 흔치 않다.
건물 혹은 공간은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 사회를 보여주고 문화를 표현하고 결국은 사람과 생활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상하이의 마천루 삼총사는 중국의 급속한 발전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고, 앞으로도 우리를 건드리지 말라며 경고하는 것 같기도 한 모습으로 그 위풍당당 힘을 집약적으로 내뿜고 있다.

632m 높이에 연면적 57만 제곱미터로 현존하는 빌딩 중 세계에서 세 번째로 높다. 한국의 제2 롯데월드가 555m이니 그 무시무시한 높이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상하이타워는 중국이 좋아하는 용의 승천 모습을 형상화하기 위해 건물이 120도 비틀어진 모양으로 위로 솟아 있어 무척 우아하고 아름답다. 또 이중 유리벽 구조로 되어 있어 공간 효율성은 떨어지지만 내벽과 외벽 사이의 공간을 수직 정원으로 활용하고, 냉난방 효율도 높인 스마트한 빌딩이다.
1년전 즈음 이 이중유리 공간을 이용해 상하이타워 52층에 이름도 예쁜 '구름조각서점(朵云书院旗舰店)'이 문을 열었다. 서점 내벽/외벽 사이 공간을 카페 및 레스토랑으로 만들어 상하이를 내려다보며 둥실둥실 구름 위에 앉아 책을 읽는 꿈같은 공간이다.


서점이 들어서기 전에는 밖에서 거대한 건물 외관 사진만 찍고 말거나, 급속 엘리베이터를 타고 전망대에 올라갔다 내려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서점 덕분에 그 건물을, 그 공간을 좀 더 가까이, 온전히 즐기고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우와!" 탄성 한 번 지르며 최대한 목 꺾어 사진 한 번 찍고 마는 '스치는' 빌딩에서 시간과 비용을 들여 '머무르고 싶어지는' 공간으로의 따뜻한 변화. 상하이타워도 이제 '사람 냄새가 나는 건물'이 된 느낌이다.


위 상하이 마천루 삼총사 사진 중간에 있는 건물은 일명 '병따개 빌딩'이라 불리는 상하이 세계 금융 센터(Shanghai World Finance Center, 上海环球金融中心)이다. 건물 높이는 492m, 연면적은 38만 제곱미터.
상하이타워보다 높이는 낮지만 병따개 모양으로 뻥 뚫린 윗 부분 덕분에 삼총사 중 제일 눈에 띈다. 중국인들은 원래 바람이 잘 통해야 복이 들어온다고 믿어 아파트 베란다 샷시 설치를 꺼리기도 하고, 그 비싼 땅에 아파트를 지으면서 중간에 빈 공간을 뚫어놓기도 하는데, 이 병따개 공간은 건축학적으로 풍압을 줄이기 위함이라지만 왠지 저 곳을 통해 바람도 술술 통하고 금융센터답게 돈도 술술 잘 돌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상하이 세계금융센터 79~93층은 최고급 호텔 'Park Hyatt'이다. 초고층 빌딩인 덕분에 방 안에 누워 바로 옆 88층 규모의 진마오 타워와 상하이의 시그니처 동방명주를 내려다 보는 호사를 누리며 상하이를 한 번에 제대로 품어볼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작지만 가장 화려한 진마오 타워(金茂大夏, 위 상하이 마천루 삼총사 사진 맨 왼쪽). 높이 421m, 연면적 28만 제곱미터로 앞의 두 빌딩과 비교하면 앙증맞지만 독특한 외관과 구조로 인상에 크게 남는다. 혁신적인 계단식 형태의 외곽선으로 총 16개의 외부 기둥을 세웠고 위로 갈수록 점점 줄어드는 구조물 모양으로 중국 원조 마천루라 할 수 있는 탑을 쏙 빼닮았다.

진마오타워는 중국인들이 사랑하는 행운의 숫자 8을 건물 컨셉으로 활용했다. 총 88층에 각 층은 바로 아래층보다 1/8 작게 설계했고 높이와 너비의 비도 8:1이다. 또 중앙을 8각형 모양의 코어로 비워 건물 내부 또한 무척 아름다운 또 하나의 공간을 만들었다.

진마오 타워 53~87층은 Grand Hyatt Shanghai 호텔이다. 바로 눈높이에서 동방명주를 볼 수 있고 중앙코어가 뻥 뚫린 아름다운 내부구조도 함께 누릴 수 있다.
이 상하이 마천루 삼총사는 그들 셋이서만 나란히 뭉쳐있는 게 아니다. 또 하나의 고층 빌딩 IFC, 그리고 반대편에 위치한 상하이의 시그니쳐 동방명주와 원형 육교를 중심으로 뻗어나간 스카이워크로 서로 연결되어 있다. 그 둥근 육교에 올라 하늘 높이 솟은 마천루 삼총사와 화려하고 특이한 모양의 동방명주에 둘러싸여 있노라면 잠시 또 하나의 다른 시공간을 마주한 묘한 기분에 빠진다.

상해는 중국이 경제의 문을 활짝 열어젖힌 이후 전 세계의 금융·경제 중심지로 뻗어나가고 있다. 상해의 푸동 지구는 상해의 신시가지로 그 중에서도 마천루 삼총사가 있는 루쟈주이는 상하이의 현재와 미래를 제일 극명하게 보여주는 공간이다. 세계적인 기술을 총망라해 가장 혁신적으로 지었지만 중국을 대담히 녹여내고 있는 그 곳이 바로 '상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