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리츠가 회사의 가치를 증대시키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자산의 신규 편입, 리모델링을 통한 외형 성장이 한 방법이고 임대료 상승, 비용 절감을 통한 내부적 성장도 다른 방법 중 하나다. 한편 국내에서 익숙한 방식은 아니지만 리츠는 자산의 전환 또는 재편을 통해 주력 섹터를 바꿔 가치 상승을 노릴 수도 있다.

일반적인 자산 재편은 수익률이 낮아진 자산 몇몇을 매각하고 가치 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자산을 매입하는 형태로 진행되지만 자산의 전반적인 재편은 트랜스포메이션(transformation)이라고 칭하며 보유한 자산 포트폴리오 전반의 변화를 수반하는 경우를 뜻한다. 이는 기존에 주력하고 있던 자산군의 구조적 성장이 제한되어 있거나, 시장 상황에 따라 보유 가치가 떨어지는 경우에 해당 자산 포트폴리오 대부분을 매각하고 기대수익률이 높은 섹터의 자산을 매입하거나 개발하는 방식을 통해 리츠가 보유한 자산을 바꾸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특히 2020년 이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자산군에 따라 실적이 크게 차이 나는 경우가 생기며 포트폴리오 재편을 선택한 회사들이 나타났다. 미국의 대표적인 헬스케어 리츠 중 하나로 2019년 말까지 전체 매출의 28%를 Senior Housing(노인 요양시설)에서 기록하고 있던 헬스피크 프로퍼티즈(Healthpeak Properties)는 팬데믹으로 인해 노인 요양시설 자산의 이용률과 자산 가치가 하락하자 포트폴리오 재편을 선택했다. 2020년 3분기 헬스피크는 약 40억 달러에 달하는 노인 요양시설 자산을 매각하고, 전염병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았던 메디컬 오피스(Medical Office)와 수요가 늘어나고 있던 연구소 등을 포함한 라이프 사이언스(Life Science) 자산에 집중하겠다고 발표했다.

Healthpeak Properties의 2019년 4분기, 2021년 3분기 포트폴리오 매출 비중 추이

현재 기준에서 헬스피크의 선택은 성공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헬스피크는 이번 3분기 기준 라이프 사이언스 자산에서 6.8%, 메디컬 오피스에서 2.9%의 연간 순영업이익 상승을 보인 반면, 경쟁사인 벤타스(Ventas)의 노인 요양시설 자산에서는 연간 순영업이익이 -10.3%로 크게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헬스케어라는 섹터 내에서 자산을 재편한 헬스피크와는 달리, 리츠의 성격을 완전히 바꾼 자산 재편의 사례도 있다. 기존 워싱턴 D.C와 미국 남동부 지역에 오피스, 임대주택, 리테일 등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던 워싱턴 리츠(Washington REIT)는 팬데믹 기간에 순수 임대주택 리츠로의 전환을 발표했다. 이는 보유 중이던 오피스와 리테일 등의 자산이 실망스러운 운영 실적을 기록했고, 자산 가치의 하락도 동반된 결과였다.

올해 들어 워싱턴 리츠는 보유 중이던 오피스 자산 12개를 브룩필드에 약 7억 6,600만 달러에 매각했고, 리테일 포트폴리오는 1억 6,800만 달러에 매각하는 한편 2억 5,100만 달러를 투자해 미국 동남부 지역의 B급 임대주택 자산을 편입하는 적극적인 포트폴리오 개편에 들어갔다. 이를 통해 워싱턴 리츠는 아직 매각하지 못한 1개 오피스를 제외하고 순수 임대주택 리츠로의 전환을 거의 완료했다.

Washington REIT의 기간 별 보유 자산 수 변화(20년 1분기~21년 3분기)

미국 주요 도시에 프라임급 오피스 자산을 보유한 대표적인 리츠 보스턴 프로퍼티즈(Boston Properties) 또한 자산 재편 대열에 합류한 리츠 중 하나다. 팬데믹으로 인해 재택근무 비중이 높아지고, 특히 테크 회사의 임차 비중이 높고 주거비가 비싼 샌프란시스코와 뉴욕 등의 오피스 점유율이 낮아지면서 대도시 위주로 자산을 보유한 보스턴 프로퍼티즈의 당기 순이익은 2020년 크게 낮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2019년 이후 Boston Properties의 주당 FFO(Funds From Operation) 추이

뿐만 아니라 리츠가 기존에 자산을 보유한 뉴욕, 샌프란시스코, LA 등 주요 지역에서의 단위 면적 당 매출이 향후 5년 간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리츠의 장기 성장성도 위협받으면서 라이프 사이언스 신규 개발 및 기존 오피스 자산을 라이프 사이언스로 전환하는 프로젝트를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얻고자 하고 있다.

미국 15개 대형 시장의 향후 5년 오피스 단위 면적당 매출(RevPAF) 전망

보스턴 프로퍼티즈의 2020년 10월 말 기준 라이프 사이언스 자산 비중은 약 6%였지만, 650만 제곱피트의 개발용지 및 기존 오피스 건물을 라이프 사이언스 개발 프로젝트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히며 자산 비중을 높이는 전략을 이어가고 있으며, 모든 개발 프로젝트가 완료되는 경우 라이프 사이언스 자산의 비중은 20% 수준에 다다를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이 리츠가 전반적인 자산을 재편하는 경우 리츠는 장기 성장 여력을 확보할 수 있다. 위의 예시에서 보듯 빠른 시일 내에 회복이 힘들 것으로 보이는 자산을 매각하고 성장이 예상되는 자산을 편입하면서 리츠의 장기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은 시황에 따른 자산 매매가 가능한 리츠의 전략 중 하나다. 부동산 펀드 대비 유연하고 빠른 전략 변경을 통해 리츠의 추가적인 기대 상승률을 제고할 수 있는 MVA(Management’s Value Add)가 이를 통해 나타날 수 있다.

또한 리츠가 속해 있던 섹터와 비교 대상이 바뀌면서 장기적으로 리츠에 적용되는 밸류에이션, 멀티플 등이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워싱턴 리츠 등의 사례에서 현재 투자자들이 섹터의 운영 실적에 우려를 드러내며 할인 평가하고자 하는 오피스, 리테일 등의 자산을 매각하고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임대주택으로 자산을 집중하면서 리츠 자체가 받고 있던 밸류에이션 할인도 없어진다면 주가 상승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대규모의 자산을 재편하는 만큼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 리츠는 대규모 자산 매매에 따라 발생하는 단기적인 운영 실적 저하를 겪게 된다. 자산 매매에 들어가는 부대 비용도 적지 않을 뿐 아니라 매입할 만한 좋은 자산이 항상 시장에 매물로 나와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고, 그 결과는 단기 실적 저하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앞서 언급한 워싱턴 리츠는 2분기부터 시작된 오피스와 리테일 자산 매각으로 인한 비용과 늦춰진 임대주택 자산의 매입의 영향으로 실적 하락을 겪기도 했다.

Washington REIT의 분기 별 주당 FFO와 AFFO(Adjusted FFO) 추이(단위 : 센트)

또한 리츠가 새로운 밸류에이션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의 인식이 바뀌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헬스피크는 2020년 3분기부터 노인 요양시설 자산을 매각하고 라이프 사이언스와 메디컬 오피스에 집중하기 시작했지만, 투자자들은 여전히 회사의 기존 비교 대상이었던 웰타워(Welltower) 및 벤타스와 크게 차등을 두지 않아 유사한 주가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때문에 리츠 입장에서는 실질적인 주가의 차별성은 나타나지 않으면서 비용 지출은 크게 발생하는 결과로 돌아올 수도 있다.

Healthpeak(파랑), Welltower(하늘), Ventas(보라)의 2020년 이후 주가 추이

미국에서의 흐름과는 약간 다르지만 국내에서는 코람코에너지리츠가 가장 활발한 자산 매매를 진행하고 있으며, 주유소 자산을 물류센터 등으로 전환하면서 포트폴리오를 꾸준히 재편하고 있다. 이지스밸류플러스리츠도 데이터센터 자산을 편입하고 Alpha+ 전략 자산에 대한 적극적인 매각을 천명하는 등 국내에서도 자산 매각과 재편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자산의 전환과 재편을 통해 리츠가 보유한 자산의 가치를 높이려는 시도는 긍정적으로 보이며, 미국 시장에서의 대규모 자산 재편 사례를 참고하여 리츠의 주주가치를 최대한 제고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길 기대해 본다.

[리츠 위클리]리츠의 자산 재편과 영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