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기업의 유상증자 소식은 일반적으로 부정적인 이슈로 인식된다. 기업 성장을 위한 투자 설비 확장을 위해 증자를 하기도 하지만 보통 운영자금 부족 및 채무상환을 위해 증자를 결정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즉 유상증자란 해당 기업의 사업이 현재 현금 창출력이 부족하거나 축적된 이익이 없다는 의미일 수 있고 현재 재무제표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에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다. 이에 반해 리츠의 유상증자는 통상적으로 신규 자산 매입을 위해 활용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배당가능이익의 대부분을 배당으로 지급해야하는 특성상 규모가 큰 리츠가 아닌 이상 유보해 보유하고 있는 현금 규모가 작다. 리츠의 성장 과정에서 유상증자가 많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고 이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리츠의 유상증자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①상장 리츠의 자금 조달 수단
증시에 상장한 리츠는 신규 자산 취득 시 타인자본 차입뿐만 아니라 주식시장을 활용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이는 다른 부동산 투자자 대비 자금 조달을 다양화할 수 있고 시장 상황에 따라서는 차입 대비 경쟁력 있는 조건으로 자본 조달이 가능함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현재 보유한 부동산 포트폴리오와 유사한 수익을 제공하는 자산을 신규 매입하기 위해 유상증자를 한다고 가정해보자. 보유 자산의 순자산(Net Asset Value, 총자산 가치에서 부채를 제외한 부분) 대비 높은 주가로 유증할 경우 증자 이후 리츠의 주당 NAV와 주당배당금을 상승시킬 수 있다.
이렇게 조달한 자금을 통해 신규 부동산을 취득하고 리츠의 보유 자산 규모가 커지면 신용등급 상향을 통한 조달 금리 개선도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규모 확대 후에는 브랜드 가치 향상과 인덱스 편입 등으로 주가 상승 요인도 많아진다. 이를 활용해 순자산가치 대비 높은 주가를 이어간다면 향후 유상증자에 유리한 조건이 형성되고 추가 확장이 용이해질 수 있다. 상장 리츠가 성공적인 유상증자를 완료하면 선순환 과정을 통해 성장해 갈 수 있는 셈이다.
②투자자 입장에서의 유상증자
리츠 입장에서 증자는 성장을 위한 필요 수단이다. 하지만 기존 주주 입장에서는 항상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일단 유상증자 시 자금조달에 성공하기 위해 기존에 거래되던 주가 대비 할인해 신주를 발행한다. 또한 유증 이후 부동산 매입 과정에서 임대료 수취 시점과 유상증자 시점 간 괴리가 발생하면 주당이익의 희석도 발생할 수 있다. 특히 기존 주식 수 대비 신주발행 규모가 클수록 이러한 현상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 증자를 통해 신규로 투자한 투자자에게는 유리할 수 있지만 기존 주주는 단기적인 손실을 입을 수 있는 요인이다.
물론 유상증자 구조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존 주주들에게 증자를 하는 것이 아니라 제3자에게 자금 조달하는 경우에는 긍정적인 소식이 될 수 있다. 신주 인수 주체는 보통 대형 투자 기관이기 때문에 자금력을 갖춘 투자자가 해당 리츠 투자를 긍정적으로 판단했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러한 경우 할인율이 상대적으로 낮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단기적인 부분에서 유상증자 소식이 상장 리츠의 주가 움직임에 잡음을 발생할 수 있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는게 더 적합하다.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투자하는 신규 자산이 리츠의 전략에 부합할 수 있는 자산인지, 기존 자산들과 시너지를 창출 가능한지, 현재 주당 배당금을 더 높일 수 있는 성장인지 등이 중요 요소이다. 실제로 해당 사항들에 부합하는 자산을 취득하기 위한 유상증자의 경우에는 리츠의 단기적인 주가 조정 이후에 상승세를 보여준다. 따라서 상장 리츠는 기본적으로 좋은 자산을 좋은 가격에 매입해야 하는 것은 물론 증자를 통한 자산 매입이 어떠한 방향에서 진행되고 어떻게 주주 가치를 높이는지를 충분히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③미국 리츠 시장의 유상증자 동향
미국 리츠 분기별 매입/매각 규모 추이

연도별 미국 리츠 자금 조달 수단 구분

부동산 시장의 양호한 펀더멘탈을 바탕으로 2021년 미국 리츠의 자산 매입 규모도 급증했다. 4분기에만 약 400억 달러를 매입하여 역대 분기 간 매입 규모 최대치를 기록했다. 자산 매입을 위해 자금 조달 규모도 2021년에만 총 1,269억 달러에 달해 팬데믹 이전인 2019년 대비 12.4%, 2014년 대비 87%나 증가했다. 저금리 환경에 따라 채권발행 규모가 크게 증가했지만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 조달 역시 함께 불어났다.
여기서 주목해야할 부분은 'ATM(At-the-Market)'을 통한 자금 조달이다. 이는 미국 시장 유상증자 방법 중 하나로 보통 유상증자는 정해진 날짜에 정해진 가격으로 증자를 진행하는 반면 해당 방식은 공시한 조건 내에서 증자 시기를 시장 상황에 맞춰 조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주가가 높아진 시기에 맞춰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가격에 신주를 발행해 매도한 뒤 자금을 조달한다. 대규모 증자보다 소규모 증자에 유용하고 자산매입 시기에 맞춰 자금을 조달하기에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다. 때문에 상장 리츠들이 ATM을 활용한 증자 규모가 커지고 있다. 2021년 3분기까지만 해도 151억 달러를 이 프로그램을 통해 조달하면서 2019년 전체 대비 15.3%, 2014년 대비 3배 넘게 증가했다.
④한국 리츠 시장 유상증자 증가
2021년 이후 한국 리츠 유상증자

최근 한국 상장 리츠 역시 규모 확대를 위해 유상증자를 활용하고 있다. 성장 초기 시장이고 리츠별 규모가 크지 않다 보니 한국 리츠는 보통 유증 규모가 기존 주식 수 대비 크고 아직은 경직적인 유상증자 프로세스를 보여주고 있다. 상장 리츠는 먼저 매입 부동산을 확보하고 차입을 위한 대주를 모집한 뒤 리츠 변경인가를 진행해야 하는 등 일반 기업의 유상증자 절차 대비 추가 시간 소요가 발생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유상증자 소식은 부정적으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에 관련 뉴스 발표 뒤 긴 프로세스는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 동시에 아직 규모가 작은 리츠 입장에서는 자금 조달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 국가마다 법이 다르고 자본시장 모습이 다르긴 하다. 하지만 유상증자 공시 후 조달 과정까지의 기간은 해외 리츠와 비교하면 한국 리츠가 긴 편인 것이 사실이다. 또한 아직까지 투자자에게 리츠의 유상증자가 친숙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자산매입에 대한 충분한 정보 제공을 통해 투자자들의 이해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이에스알켄달스퀘어리츠의 경우 지난 유상증자를 통한 규모 확장을 발판으로 주요 글로벌 리츠 인덱스에 편입되면서 한국 리츠가 글로벌 시장에서도 입지를 다질 수 있는 쾌거를 이뤘다. 앞으로 한국 리츠는 신규 상장 뿐만 아니라 유상증자를 통해 성장 궤도를 이어갈 것이다. 때문에 투자자들은 리츠의 유상증자에 대한 이해를 높여 새로운 투자 기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각 리츠도 조달 방식 및 정보 제공 등 여러 방면에서 개선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