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리츠 투자자의 입장에서 제일 고민이 되는 것 중에 하나가 리츠를 부동산으로 봐야 하느냐, 주식으로 봐야 하느냐 이다. 증시에 상장되어 거래되는 주식이지만 리츠는 부동산 자산을 보유하고 있고 해당 부동산의 임대료 등을 통한 이익을 바탕으로 배당을 하기 때문이다. 리츠의 자산 구성과 이익 구조는 부동산 투자라 할 수 있으나 최근 보여준 리츠의 높은 변동성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부동산 투자와는 다른 모습일 수 있다. 한국 상장 리츠 규모가 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리츠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투자 관점에 대한 고민은 분명 필요한 부분이다.
실물 부동산과 상장 부동산 간의 가격 차이
국내 상장 리츠 시장은 정부와 업계의 활성화 노력으로 2018년 말 약 6,000억원 수준이던 시가총액이 최근 7조원 이상까지 성장했다. 국내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중이다. 상장 리츠가 미비했던 시기에 상업용 부동산 투자 방법은 가입에 제약이 있을 수 있는 공모·사모 부동산 펀드에 투자하거나 부동산 관련 상장 기업에 투자하는 방법 등이었다. 하지만 상장 리츠 투자를 통해 상업용 부동산의 임대료 수익을 배당으로 받을 수 있는 투자 접근이 쉬워졌으며 부동산 가치 상승에 따른 수혜도 가능하기 때문에 투자 자산 관점에서 리츠는 부동산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리츠의 주가는 부동산 가격과 연동되어 움직여야 하고 투자 조건이 똑같다면 리츠의 시가배당률은 실물 부동산 투자 배당률과 유사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 상장 리츠의 모습은 이와 다른 경우가 많다. 보유 부동산의 순자산(총자산에서 총부채를 뺀 부분으로 Net Asset Value) 대비 시가총액은 더 크거나 작을 수 있고 그 수준은 주가 움직임에 따라 변동이 된다.
<미국 상업용 부동산 가격 지수와 미국 리츠 지수 추이 비교>

- 미국 상업용 부동산 가격 지수 = RCA CPPI(Commercial Property Price Indexes) US
- 미국 리츠 지수 = MSCI US REIT Index
※ 두 지수 간 흐름은 비슷하나 상장 리츠는 상대적으로 등락의 폭이 큰 모습이다. 단, 두 지수의 부동산 섹터 비중 및 자산 구성이 다른 점은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이렇게 리츠의 주가와 리츠가 보유한 자산 가격 간의 괴리가 발생하는 첫 번째 이유는 주식 시장의 특성 때문이다. 다양한 주식 투자자들은 각자의 투자 프로세스와 기대치를 가지고 투자 결정을 한다. 투자자들의 스펙트럼은 굉장히 다양하기 때문에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칠 요인도 다양하고 그러다 보니 주가 역시 시시각각으로 움직인다. 경제 지표를 통해 확인되는 경제 동향, 산업별 주요 뉴스 등이 상장 기업 이익에 미칠 영향에 따라 주가가 움직이기도 하며 시장 분위기나 매수·매도 자금 움직임에 따라 변동하는 등 다양한 요인들이 주가에 반영된다. 어쩌면 실물 부동산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요인들이지만 이를 가격에 반영하는 속도는 주식 시장이 빠르다.
두 번째 이유로 실물 부동산의 가격 변화가 상대적으로 느린 측면도 있다. 보통 건물의 가치 평가는 평가 기관을 통해 이루어지며 유사한 투자 조건의 부동산 거래 사례가 발생하면 참고할 수 있는데 상업용 실물 부동산 거래는 빈번하지 않으며 특히 비교 가능한 사례가 많지 않은 병원 같은 부동산의 경우 제약이 클 수 있다. 또한, 거래가 성사되기 까지 기간, 과거 거래 사례를 참조하는 등의 이유로 평가 가격은 시차가 발생할 수 있다.
세 번째 이유는 개별 부동산의 가치 합과 부동산 포트폴리오 가치는 다를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매입하기 어려운 특정 섹터 부동산의 경우 하나하나 매입할 시 들어가는 시간적·금전적 비용을 고려하여 포트폴리오로 한 번에 매입할 시 프리미엄을 받을 수 있다. 또한 특정 부동산 자산은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시 시너지를 발휘하여 그 가치를 더 높일 수 있다. 특히 상장 리츠의 경우 개별 부동산들의 합으로 전체 규모가 커지면 높은 신용 등급을 받을 수 있고 이를 통해 자금 조달을 상대적으로 쉽고 저렴하게 할 수 있다. 반대로 예를 들어 리테일 자산만 투자하고 싶은 투자자에게 투자 매력이 없는 호텔 자산이 포함된 포트폴리오를 제시한다면 리테일 자산의 가치까지 낮아질 위험이 있다. 따라서 개별 상장 리츠는 보유 부동산 포트폴리오의 시너지 여부에 따라 자산 가치 대비 프리미엄 주가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네 번째 이유는 리츠별 자산운용 역량이다. 상장 리츠의 주요 목표는 주당 배당금의 상향과 보유 부동산의 가치 상승일 것이다. 이를 위해 적정 가격에 자산을 매입하거나 매각하고, 보유 자산 리모델링, 자산 개발 등을 통해 투자 이익을 추구하기도 한다. 그리고 임대료 조건을 개선시켜 나가는 등의 운용 역량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임차인 선별, 자금 조달 조건 개선, 대출·채권 만기 분산, 유동성 관리 등도 수행한다. 이러한 운용 능력을 판단하여 역량이 우수한 리츠는 향후 주당 배당금 상향과 보유 부동산 가치 상승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되어 프리미엄을 받을 수 있고 그 반대일 경우 할인된 수준에서 거래될 수 있다.
상장 리츠 투자 관점
살펴본 바대로 상장 리츠는 부동산을 통해 이익을 창출하나 주식시장의 특성이 반영되고 있고 이에 따라 리츠의 주가와 리츠가 보유한 자산 가격 간의 괴리(또는 배당수익률의 차이)가 발생한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이러한 상장 리츠의 특성을 부동산인지 주식인지 이분법적으로 구분하지 않고 투자 니즈에 맞춰 활용했으면 한다.
부동산 투자자라면 유동성 높은 부동산 투자를 통해 투자 접근이 어려운 지역이나 거래 기회가 희소한 부동산 섹터 내 자산을 매입할 수 있고 변화하는 산업 트렌드에 맞춘 자산 매입으로 부동산 포트폴리오를 상대적으로 빠르게 강화할 수 있다. 또한 주식 시장에서 단기적인 과매도가 발생하여 실물 부동산 대비 저렴하다고 판단될 때는 상장 리츠를 매입하고 비싼 구간에서 매도함으로써 투자 수익을 향상시킬 수 있다. 때문에 부동산 포트폴리오에서 적정 비율의 상장 리츠 구성은 포트폴리오 효과를 높이는데 기여할 수 있다. 또한 어떤 투자자들은 리츠의 가격 움직임이 향후 실물 가격 움직임을 선반영 한다고 보고 이를 활용한 투자 결정을 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미국 오피스 리츠의 주가가 약세를 보인다면 이는 향후 미국 오피스 거래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 판단하는 것이다. 그리고 상장 리츠는 자산 거래 및 실적 등을 공시하기 때문에 해당 데이터를 이용하여 부동산 투자 판단에 활용 가능하다.
한편 주식 투자자는 포트폴리오 구성 시 하나의 산업 섹터로 리츠를 활용 가능하다. MSCI와 S&P에 의해 분류되는 GICS(Global Industry Classification Standard)에서 Real Estate(부동산) 섹터는 지난 2016년 기존 Financials 섹터에서 독립 섹터로 승격했고 부동산 섹터는 리츠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리츠는 시장 포트폴리오 구축의 한 축이 될 수 있다. 상대적으로 높은 배당수익률 등 다른 산업과 구분되는 리츠의 특성은 원하는 포트폴리오 구축에 기여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상장 리츠는 투자 매력이 높은 산업의 밸류체인 중 한 부분으로 투자 가능하다. 예를 들어 4차 산업혁명에서 데이터 저장소로 활용하는 데이터센터, 이커머스 성장을 위해 확보해야 하는 물류센터 등 투자 유망 산업 내 주요 투자처가 될 수 있다.
<GICS 11개 섹터 구분>

상장 리츠 역시 다양한 투자자들의 요구 조건을 만족하기 위해 노력한다. 기본적으로 좋은 자산을 적정 가격에 매입하거나 개발하여 회사 전략에 부합하는 부동산 포트폴리오를 구축한다. 또한, 거래 유동성 향상을 위해 지수 편입을 준비하거나 필요 시 주가 부양책을 강구한다. 그리고 높은 ESG 등급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한다. 과거에는 소위 전통섹터인 리테일, 오피스, 아파트 위주였던 상장 리츠 시장이 시간이 지나면서 데이터센터, 통신탑, 개인창고 등 더 다양한 섹터로 구분되고 있고 그 속에서 개별 리츠는 해당 섹터의 특성에 맞게 진화해가고 있다. 특히 이러한 움직임은 자기관리 리츠에서 더 빠르게 나타나는데 예를 들어 미국 리테일 리츠 중 하나는 임차인에 직접 투자하여 사업 건전성을 높이기도 하고 다른 리츠 중에서는 성장 유망한 비상장 임차인에 전략적 투자를 하는 등 다양한 성장 전략을 구축해간다. 따라서 상장 리츠를 부동산인지 주식인지 구분하는 건 상장 리츠 시장이 커질수록 더욱 모호해질 수 있다.
<미국 리츠의 섹터 구분 비중 변화>

한국 상장 리츠는 아직 초기 성장 시장으로 개별 리츠들의 보유 부동산 자산 수가 소수이고 자산 보유 이외의 활동이 제한적이라 투자 대상 측면에서 부동산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규모가 작고 거래량이 많지 않다 보니 시장 상황에 따라 변동성이 커질 위험이 높다. 때문에 한국 리츠를 바라보는 투자 관점에 대한 고민이 더 크게 들 수 있으나 시장이 성장해갈수록 글로벌 리츠와 같이 상장 리츠만의 영역을 구축해갈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