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유명 인사들이 베를린에 방문하면 머무르는 숙소로 알려진 아들론 켐핀스키 호텔은 독일에서 가장 호화롭기로 유명한 장소 중 하나이다. 베를린의 심장부에 있는 상징적인 건물로 서울의 광화문과도 같은 브란덴부르크 문 앞 파리 광장에 미국·프랑스 대사관과 함께 위치해 있으며 넓은 광장의 풍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화려함, 우아함, 고급스러움의 대명사인 이 5성급 호텔의 특징은 무엇보다도 100년이 넘는 전통과 역사를 지닌 독특한 아우라이다. 1997년 독일 켐핀스키 그룹에 인수되어 복원된 이후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으며, 'The Leading Hotels of the World'에 속해 2015년 5,300만 유로의 매출을 기록하며 독일 최고의 호텔로서 명성을 입증한 바 있다. 올해 125주년을 맞이한 켐핀스키 그룹은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럭셔리 호텔 기업으로 본래 베를린에서 설립된 기업이지만 본사는 독일 뮌헨과 스위스에 있다. 전세계에 고급 호텔을 다수 소유하고 있으며 주로 역사적인 배경을 가지고 있는 건물이나 랜드마크 또는 독특한 건물을 인수해 호텔로 운영하는 특징이 있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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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6 style="text-align: center;"><strong>아들론 호텔 전경 /출처=Hotel Adlon Kempinski Berlin</strong></h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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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1>전쟁 속에서도 운영되었던 왕실의 비공식적 게스트하우스, 아들론 호텔</h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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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907년 로렌츠 아들론(Lorenz Adlon)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설립한 아들론 호텔은 무려 국가적인 지원 아래 지어졌다. 요식업계의 야심찬 사업가였던 독일 남서부 마인츠 출신의 로렌츠 아들론은 1905년 베를린 중심부 운터 덴 린덴(Unter den Linden)에 있는 땅을 구입했다. 이후 당시 독일 제국의 황제였던 카이저 빌헬름 2세에게 다른 유럽의 수도들처럼 독일 역시 수도 중심부에 독일의 위상을 보여줄 수 있는 고급 호텔이 필요하다고 설득했고 황제의 적극적인 재정 지원을 받아 호텔을 설립했다. 19세기 후반 귀족과 왕족들은 보통 손님들을 집으로 초대해 파티를 여는 문화에 익숙했기 때문에 처음에는 호텔에서 파티를 하는 것을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그러나 호텔이 단순한 숙박시설에서 대규모 행사를 주최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공간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거대한 사교모임 장소로 발전하게 되었고 이 문화는 곧 유럽 전체로 퍼져나가 대도시들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아들론 호텔은 세계적인 유명 인사들과 각국 정상들, 유럽의 왕족, 독일 귀족들이 방문하며 당시 상류 사회의 모임 장소로 베를린의 사회적 중심지로 자리잡았으며 연방 외무부 또한 이 호텔을 '비공식적인 게스트하우스'로 사용하는 것을 매우 반겼다고 한다. 왜냐하면 왕궁에 해외에서 온 방문객들을 위한 적절한 숙소가 없었기 때문이다. 가장 첫 번째 손님이자 최고의 단골은 바로 황제 카이저 빌헬름 2세로 궁보다 이 곳에서 더 자주 머물렀다고 전해지는 것으로 봐서 자신이 투자한 만큼 결과물이 꽤 만족스러웠던 것 같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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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6 style="text-align: center;"><strong>과거의 아들론 호텔 모습 /출처=Bundesarchiv</strong></h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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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921년 로렌츠가 호텔 앞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하자 아들 루이즈가 그의 뒤를 이어 호텔 경영을 물려받았고 그와 가족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호텔 경영에 나섰다. 그 결과 1925년에서 1930년 사이에는 무려 200만 명의 방문객을 끌어모으며 황금기를 맞이한다. 심지어는 2차 세계대전에도 운영이 지속되었다고 하는데 투숙객들을 전쟁에서 보호하기 위한 호화로운 방공호와 거대한 벽돌 벽을 짓는 수고까지 하며 정상적으로 운영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결국 건물 일부가 군사 야전 병원으로 개조되면서 1945년 군사들이 일으킨 화재로 인해 심하게 파손되고 만다. 이후 1984년 동독이 나머지 건물을 몰수해 철거하면서 화려했던 시절이 영원히 막을 내리는 듯 했으나 1990년 독일 통일 이후 오랜 법적 절차 끝에 켐핀스키 기업에 의해 부동산이 매각되면서 1997년 옛 건축물을 바탕으로 복원되며 다시 전설로 부활할 수 있었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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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6 style="text-align: center;"><strong>브란덴부르크 문과 파리 광장이 보이는 풍경 /출처=Hotel Adlon Kempinski Berlin</strong></h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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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1>유명 인사들이 즐겨찾았던 사교 모임의 장</h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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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전세계에서 수많은 인사들이 다녀간 역사 만큼이나 전해지는 이야기들도 많다. 국제적인 사교모임 장소였던 만큼 외신 기자들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각국의 정계 인사들을 비롯해 언론인, 사업가, 연예인들이 즐겨찾았고 국빈 방문기간 동안 숙소로 사용되기도 했으며 숙박을 위한 객실뿐만 아니라 호텔 로비나 공용공간은 외교관들에게 미팅 장소로 인기가 많았다고 한다. 황금기에는 토마스 에디슨, 록펠러, 프랭클린 루즈벨트, 헨리 포드, 찰리 채플린, 알버트 아인슈타인, 마를렌 디트리히, 토마스 만, 루이즈 브룩스, 메리 픽포드, 에밀 재닝스, 엔리코 카루소, 조세핀 베이커, 파울 폰 힌덴부억, 허버트 후버 등을 포함한 유명인들이 방문하며 유럽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호텔들 중 하나로 명성을 자랑했다. 가수 마이클 잭슨이 발코니에서 팬들에게 자신의 아들을 보여주다가 창문에서 떨어뜨릴 뻔한 호텔이 바로 이 곳이다.</p>
<figure class="image"><img src="https://cdn.seoulpi.io/article/webp/2022/09/4_1-Bundesarchiv_Bild_102-18003_Berlin_Hotel_Adlon_Ball_der_Auslandspresse.webp" alt="">
<figcaption>과거의 사교모임 파티 현장 /출처=Bundesarchiv</fig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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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그 명성 덕분에 수많은 소설과 비소설에도 영감을 주는 장소로 쓰였다. 필립 케어(Philip Kerr), 데이비드 다우닝(David Downing)의 소설을 비롯해 조지프 카논의 소설 ‘좋은 독일인(The Good German)’에도 등장했으며, 뮤지컬 영화 캬바레, 드라마 닥터 후, 리암 니슨이 주연이었던 액션영화 '언노운'에도 배경으로 나온 바 있다. 영화 배우 그레타 가보가 읊조렸던 유명한 대사 “혼자 있고 싶어요(I want to be alone)” 가 나오는 영화 &lt;그랜드 호텔&gt;의 배경은 아들론 호텔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레타 가보는 이 아들론 호텔의 엘레베이터에서 MGM의 루이스 메이어를 만나 미국 할리우드 영화계에 입문했다고 알려져 있다. 2013년에는 독일 공영방송사 ZDF에서 3부작 드라마 시리즈 &lt;아들론 가문 이야기 Das Adlon. Die Familiensaga&gt;로 방영되기도 했으며 &lt;아들론 Das Adlon&gt;이라는 다큐멘터리도 제작되었는데 설립자 가족과 2세 가족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1904년 호텔 건축 허가부터 1997년 재오픈하기까지의 과정을 다룬다. 오래된 역사 만큼이나 드라마틱한 에피소드가 많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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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6 style="text-align: center;"><strong>아들론 가문 이야기의 장면들. 카이저 빌헬름 2세와 로렌츠 아들론 역 /출처=Das Adlon die Familiensaga</strong></h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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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1>역사적인 만남의 순간이 이루어지는 여행 장소</h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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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아들론 호텔은 마인츠 출신의 건축가 칼 가우스(Carl Gause)와 로버트 라이프니츠(Robert Leibniz)가 설계했으며 지어질 당시 독일에서 가장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주목 받았다. 대부분의 객실은 화려한 네오 바로크와 루이제 스타일로 창립자 로렌츠 아들론이 목수로 견습 생활을 했던 마인츠의 가구회사 벰베(Bembé)의 인테리어 장식들로 꾸며졌다.</p>
<p>널리 알려졌던 명성만큼 건축적으로 논란도 많았다. 1990년 재건 당시 많은 비평가들은 이것을 전통적인 고전 건축에 대한 불길한 경고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복원된 아들론 호텔은 기존 건축물을 그대로 복제한 것이 아닌 역사적인 모델을 바탕으로 재탄생한 완전히 새로운 건물로 인식되었다. 켐핀스키 기업은 원래의 화려함을 최대한 충실하게 복원하고 경제적 시스템에 맞게 구조를 조정하고자 했으므로 이전보다 건물을 한 층 더 증축하고 개별적인 구성 요소를 단순화시켰다. 1998년에는 창립자의 이름을 딴 로렌츠 아들론 레스토랑 또한 열었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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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6 style="text-align: center;"><strong>로렌츠 아들론 레스토랑 /출처=Hotel Adlon Kempinski Berlin</strong></h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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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총 6층 규모의 건물에는 385개의 객실이 있으며 고객들은 35평방미터의 가장 작은 객실부터 130평방미터의 가장 큰 스위트룸까지 독일 전역에서 가장 다양한 구조를 경험할 수 있다. 호텔 내부에는 카페, 식당, 라운지, 로비, 도서관, 회의실, 공연장, 겨울정원, 무도장, 연회실 등이 있으며 로렌츠 아들론 레스토랑에서는 미슐랭 2스타 셰프가 준비한 고급 코스 요리가 제공된다. 스파, 쇼핑 아케이드, 전용 와인 매장 외에도 수영장, 피트니스 센터에는 전용 엘레베이터가 있어 모든 층에서 이용가능하며 목욕 가운을 입고 공공장소를 통과해 가지 않아도 된다는 섬세한 장점이 있다. 작년 이후로 로비에서 재능있는 젊은 음악가들을 초청해 무대를 제공하는 '켐핀스키 콘서트' 프로그램을 시작했는데 매주 토요일 오후마다 베를린 예술대학의 학생들이 클래식 음악을 연주하고 있다. 이들은 또한 125주년을 맞이해 기념 도자기와 시계, 주얼리를 제작하고 1907년 당시의 오리지널 와인 라벨을 재현한 리슬링 와인을 선보이는 등 방문객들에게 잊지 못할 하루를 선사하기 위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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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6 style="text-align: center;"><strong>아들론 호텔 로비와 내부 전경, 객실 /출처=Hotel Adlon Kempinski Berlin</strong></h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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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이처럼 앞으로의 호텔은 단순히 침대와 식사를 제공하는 숙박 공간에서 더 나아가 누군가의 삶과 역사에 기억에 남는 소중한 순간을 제공하는 공간이 될 것이다. 긴 역사를 거치면서 세계 지도자들 간의 대담을 목격해왔고, 유명 인사들이 지키고자 했던 사생활의 세계에서 도피처를 제공해왔던 아들론 호텔은 섬세하고 완벽한 최고의 서비스를 방문객들의 특별한 날이 풍부한 경험으로 가득할 수 있도록 차질 없이 수행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아들론 호텔은 이들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또 수많은 이들의 인생에 잊지 못할 추억의 순간으로 기록되고 기억될 것이다.</p>

살아있는 럭셔리 호텔의 전설 '아들론 켐핀스키 베를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