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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둔화의 그림자와 글로벌 리츠 시장의 약한 고리

모든 투자에는 언제나 긍정적 요소와 부정적 요소가 함께 공존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투자자는 긍정적인 요소와 부정적 요소 중 어떤 요소가 더 크게 작용할 것인지 고민하는 것이 일상입니다. 지금까지 필자는 리츠라는 매력적인 투자 자산을 소개하기 위해서 대부분 특정 리츠 섹터 또는 개별 리츠가 갖는 긍정적인 요소와 변화들을 주로 소개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특정 리츠의 펀더멘털이 악화된 사례를 통해 부정적 측면에 대해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올해 글로벌 리츠 시장은 연초 대비 약 25% 하락하였습니다. 올해 주가 하락의 가장 큰 이유는 가파른 금리 인상에 따른 밸류에이션 하락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미국 시장 기준 리츠의 주가수익배율(P/FFO)는 2021년 말 25배에서 올해 상반기 기준 18배로 하락하였습니다. 리츠의 이익은 여전히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으며, 특히 펀더멘털을 나타내는 동일 점포 기준 순영업수익은 상반기 +8%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리츠의 밸류에이션은 분명히 저렴해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내년에 경기둔화라는 피하기 어려운 악재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펀더멘털이 견조한 가운데 발생한 그동안의 주가 하락은 밸류에이션 하락으로 이어졌지만, 본격적인 경기둔화가 시작되면 일부 리츠들의 펀더멘털이 훼손되어 낮아진 밸류에이션을 다시 정당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시장에서는 이미 일부 약한 고리들이 먼저 끊어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일부 리츠들의 펀더멘털 훼손 사례를 통해 부정적 요소에 대해서 돌아봅니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월배당주 Realty Income이 끊어낸 약한 고리 Orion Office REIT


Orion Office REIT의 낮은 자산 퀄리티를 논하기 이전에 먼저 Realty Income은 미국 리츠 하위섹터 분류 중 리테일에 속해 있는 만큼 주력하는 분야가 식료품점, 편의점, 약국 등으로 오피스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반면에 VEREIT는 복합리츠(Diversified)로서 포트폴리오에서 오피스 비중이 14%나 되었기에, Realty Income은 작년 11월 VEREIT와 합병하며 오피스 부문만을 떼어내 Orion Office REIT로 분할하였습니다. 분할 이후 Orion Office REIT의 주가는 곧바로 폭락하여 내재 자본환원률(implied cap rate)이 11% 이상으로 상승하고 평방 피트당 가치가 150달러까지 하락하였는데, 이는 교외지역 오피스를 운영하는 다른 상장 오피스 리츠 대비해서도 매우 할인된 수치였기 때문에 시장에는 과매도라는 투자 의견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듬해 체결된 기존 앵커 임차인과의 임대차계약은 주가 하락을 정당화시켰습니다. Orion Office REIT는 전체 임대 포트폴리오의 6.6%를 차지하는 메릴린치와 임대차 계약을 갱신하였는데, 연간 제공하는 컨세션(인테리어 비용 및 렌트프리)이 첫 해에 무려 임대료의 33%에 해당하는 수준이었습니다. 해당 비용은 시장 평균의 두 배 수준이었으며 무엇보다 임대료 역시 기존보다 낮게 계약되어 실질 임대료가 큰 폭으로 하락하였습니다.

미국 10개 도시 평균 주간 사무실 사용률 추이

자료=Kastle Systems

미국에서는 현재 하이브리드 근무제도가 이어지며 실제 오피스 사용률이 50%에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사무실 사용률이 떨어지자 오피스 시장에서는 임차인을 붙잡기 위해 경쟁적인 프로모션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시애틀, 샌프란시스코, LA 등 서부 지역에 포트폴리오가 집중된 Kilroy Realty는 3분기 임대차 계약에서 컨세션 비중이 임대료 대비 13.5%를 차지하였습니다. 뉴욕에 포트폴리오가 집중된 오피스 리츠 SL Green Realty는 3분기 임대차 계약에서 컨세션 비중이 임대료 대비 17.2%로 2분기 14.5% 대비 크게 상승해 뉴욕 오피스 시장의 어려움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높은 인플레이션에 따른 소비자들의 실질구매력 저하, 소비 둔화에 따른 기업들의 투자 감소는 향후 고용시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약한 고리가 보여준 펀더멘털 악화가 시장 전반적으로도 확대될 수 있다고 보여집니다.

 

 

안정적이라 여겨졌던 병원 트리플넷 리스 리츠의 위험


이전에 영국 병원 리츠를 소개하며 병원은 수요가 비탄력적인 필수 시설이며 실질적으로 영국 정부에서 임대료를 내는 구조라서 매우 안정적인 수익성을 가진 리츠라고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미국에는 Medical Properties Trust라는 병원 리츠가 있습니다. 미국과 일부 유럽 국가에서 400개 이상의 병원을 보유하고 있고 임차인은 54개 오퍼레이터로 분산되어 있습니다. 임대차 구조는 Absolute Triple Net Lease로 임차인이 임대료와 재산세, 보험료, 수리 유지비, 지붕 수리비를 모두 부담하는 구조이며, 가중평균 임대기간이 17년으로 길어 안정적이다 못해 지루한 리츠로 비쳐지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Medical Properties Trust의 올해 주가는 연초 대비 -48% 하락하며 헬스케어 섹터 -22% 하락과 비교해서도 매우 부진한 모습입니다. 주가 부진의 시작은 헤지펀드의 공매도 리포트였습니다. 헤지펀드 한 곳에서 Medical Properties Trust에 대한 공매도 리포트를 내며 Medical Properties Trust의 임차인들이 코로나를 겪으며 재무상태가 악화되었고 특히 가장 큰 임차인인 Steward Health Care의 디폴트 리스크가 커졌다고 주장했습니다. 이후 실제 상장되어 거래 중인 가장 큰 미국 병원 오퍼레이터 HCA Healthcare의 경영진이 비용 증가에 대한 우려로 부정적인 전망치를 발표하자 하루 만에 주가가 22% 급락하였고 Medical Properties도 해당 뉴스에 반응하며 7% 이상 주가 하락세를 기록하였습니다. Medical Properties 포트폴리오에서 HCA가 차지하는 임대차 비중은 작았지만 HCA는 가장 크고 퀄리티도 높은 오퍼레이터 중에 하나였기 때문에 병원 오퍼레이터 산업의 바로미터라는 점이 부정적으로 작용하였습니다.

최근 병원 오퍼레이터들의 마진은 한 자리 수로 매우 낮은 수준으로 알려져 있는데 간호사 부족, 인건비 상승, 유틸리티 비용 상승 등으로 마진이 더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전반적인 임차인들의 상황이 현재의 임대료를 지급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장기적으로 임대료가 하락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문제는 Medical Properties가 지분 투자, JV형태 투자 및 대출로 Steward Health Care에 8억 달러 가까이 투자하였는데 Steward Health Care는 비상장 업체로 재무정보가 공개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실체를 알 수 없는 비상장 회사에 Medical Properties의 임대수익과 투자자금이 연동되어 큰 리스크에 노출되어 있는 점은 투자자로서 높은 밸류에이션을 줄 수 없는 상황입니다. 안정적이라 생각했던 장기 마스터리스 구조에서는 이처럼 임차인의 재무상태 및 영업현황이 리츠의 이익과 주가에도 큰 영향을 주게 됩니다. 임차인의 산업군이 하나의 섹터로 집중되어 있다는 점도 리스크로 작용하였습니다.

인플레이션이 쉽게 잡히지 않고 각국의 금리 인상이 계속되면서 현재 내년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시장의 예상 또는 기대와 달리 실물시장에서 침체의 강도가 크게 나타난다면 약한 고리가 보인 펀더멘털 훼손이 더 광범위하게 확장될 수 있습니다. 음악이 멈추게 되면 금리 하락 시기 가려져 있던 퀄리티의 색감이 더욱 분명하게 나타날 것입니다. 부정적인 시나리오를 전제로 투자한다면 어느 때 보다 선별적인 접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지스자산운용 대체증권투자파트

이지스자산운용 대체증권투자파트

이지스자산운용 대체증권투자팀

이지스 대체증권투자파트는 글로벌 상장 부동산 주식 투자를 위해 2017년 12월 만들어졌습니다. 기존에 해외 운용사 위탁으로 운용되던 글로벌 리츠 펀드들과 달리 직접 리서치를 통한 투자 종목 선정으로 시장의 움직임에 기민하게 대처하고, 다양한 전략을 통해 많은 투자 기회를 발굴하여 투자자들에게 양호한 수익률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