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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REIT 탐방기, 양적성장만이 능사는 아니다

항상 가깝고도 먼 나라로 여겨지는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실질적인 리츠의 역사가 15년 이상 길고 리츠 IR 미팅에서 강조하는 점도 국내와는 크게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최근 일본 정부가 외국인 입국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무비자 정책을 재개하면서 외국인 관광객의 입국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대신증권과 일본 현지의 오카산 증권을 통해 다녀온 일본 리츠 탐방 및 IR 미팅, 향후 전망에 대한 소회를 나누어 보고자 합니다.

일본의 관광 규제 완화는 공항에서부터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입국 수속에 대략 1시간 이상이 소요되었는데 이는 최근 급격하게 늘어난 일본 관광 수요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일본 관광청에 따르면 2022년 9월 일본 입국자 수는 20만 7,000명으로 2019년 대비 90% 정도 줄어든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나 10월 11일 이후 입국 규제가 완화되면서 11월에는 첫 주에만 14만명의 관광객이 몰렸고 현재 추세라면 2019년 11월 대비 77% 적은 수준까지 관광객 수가 회복될 것으로 보입니다.

 

2022년 월간 일본 입국자 추이(단위: 만 명)

 

자료=Japan Tourism Agency, Japan Tourism Statistics

 

 

 

J-REIT 자산들의 특징과 최근 전략 

 


이에 따라 2023년 이후 업황의 회복을 기대하고 있던 호텔과 리테일 섹터, 해당 자산을 다량 보유한 다각화 리츠 등이 연이어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일본 내 주요 호텔 리츠인 Japan Hotel REIT와 Invincible Investment Corp는 각각 10월 이용가능객실당 매출(RevPAR)이 팬데믹 이전 대비 -20% 수준까지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고, 리츠가 별도의 자금 조달 없이 사업을 지속적으로 영위할 수 있는 정도의 펀더멘털로 돌아가고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친 것으로 보입니다.

현지 도착 후 대표적인 리츠인 GLP J-REIT, Nippon Building Fund, Advance Residence REIT, Japan Metropolitan Fund와 각각 미팅을 진행했고 자산 방문이 가능했던 리츠들의 경우 직접 자산을 둘러보면서 Q&A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현지 일정을 도와준 오카산 증권은 도쿄역에 인접한 츄오구의 니혼바시 지역에 위치하고 있으며 해당 지역에서는 대형 디벨로퍼인 미쓰이 부동산(Mitsui Fudosan)이 많은 자산을 개발, 운영하고 있습니다. 근처에는 일본은행도 위치하고 있었습니다.

사진=이지스자산운용 대체증권투자파트

GLP J-REIT에서는 핵심 자산 중 하나인 GLP Tokyo II를 방문했습니다. 해당 자산은 도쿄 남단의 고토구에 위치하며 7만 9,000제곱미터의 임대가능 공간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특히 도심에서 6.5km, 근처 고속도로 IC까지 2.5km, 가장 가까운 철도 역에서 도보 10분 등 좋은 입지에 위치하고 있으며 2006년에 개발되었음에도 일방통행 램프, 내진 설계 등 현대식 설비를 모두 갖추고 있습니다. 임차인은 페덱스, 에스티로더, 야마토 로지스틱스의 의료사업기기 부문 등 대형사 위주로 구성되어 있으며 준공 이후 공실률이 5%를 초과한 적이 없는 프라임 자산입니다.

사진=GLP J-REIT, 이지스자산운용 대체증권투자파트

그 중에서도 일본의 특성이 가장 크게 반영된 점은 지진과 관련된 부분이었습니다. 국내 물류창고의 경우 8~11m의 층고를 가진 2~4층 자산이 가장 많은 반면 일본은 잦은 지진으로 인해 층 내 적층식 랙 이용에 한계가 있어 3단 정도를 쌓을 수 있는 6m 내외의 층고로 6~7층 이상의 고층 자산을 준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GLP Tokyo II 자산 또한 5.5m 층고의 7층 자산으로 지진에 대비한 모습이었습니다.

내진설계 시스템도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인데 GLP Tokyo II 자산은 면진구조 도입을 통해 동일본 대지진 당시에도 피해가 전무했습니다. 지진에 견딜 수는 있지만 건물의 완전 붕괴를 막는 수준인 내진구조와는 달리 면진구조는 지진 에너지 자체의 영향을 줄이는 구조입니다. 리츠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내진설계 시스템의 사용연한은 200년입니다.

사진=GLP J-REIT

리테일 리츠인 Japan Metropolitan Fund에서는 한국의 가로수길과 유사한 오모테산도 지역의 Gyre 자산을 탐방했습니다. 이 자산은 2004년 취득 후 재개발을 거쳐 2007년에 개장했고 와류라는 뜻에 맞게 층마다 다른 외관을 꾸민 자산입니다. 재개발 이후 MD 구성을 거쳐 기존 대비 2배가 넘는 85억엔의 매출을 올리고 있습니다.

한편 Japan Metropolitan은 원래 리테일 섹터에 주력하던 리츠였으나 2021년 MCUBS MidCity Investment를 인수하면서 다각화 리츠로의 변모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리테일 자산의 비중은 장기적으로 50%까지 낮추면서 오피스와 임대주택 자산을 통한 다변화에 주력하는 전략입니다. 아직 국내 리츠 시장에서는 JMF와 같은 리츠 간의 인수합병, 자산 재편을 통한 포트폴리오 다각화, 재개발을 거친 자산의 변모를 본격적으로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흥미로운 미팅이었습니다.

Gyre 자산이 위치한 오모테산도는 한 쪽에는 명품 거리, 다른 한 쪽에는 편집숍이 위치하고 있으며 하라주쿠 역, 시부야, 롯폰기 등과 인접해 있는 리테일 중심지입니다. 해당 자산 또한 1층에는 샤넬과 딥티크 등 명품 브랜드가, 2층과 3층에는 꼼데가르송, 메종 마르지엘라 등 컨템포러리 브랜드가 입점해 있었습니다. 5층에는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의 방일 당시 아베 신조 전 총리 부부와 저녁 식사를 했던 철판구이 브랜드 우카이테이 오모테산도점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사진=이지스자산운용 대체증권투자파트

백화점을 압축해 둔 듯한 입점 업체 구성과 매장 구조를 볼 수 있었고, 특히 오모테산도 지역에는 임대 면적에 포함되지 않고 고층 건물이 거의 없어 테라스를 두지 않는 자산이 대부분인데 다른 자산과 차별화되는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테라스 공간을 확보한 점도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트로피 자산 중 하나인 만큼 JMF는 Gyre 자산에서 새로운 도전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지하 1층과 4층의 콘셉트 매장, 3층의 무료 개방 갤러리 등도 그 중 하나입니다. 갤러리에서는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을 무료로 전시하고 있으며 연 4~5회 정도 콘셉트를 바꾸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기존 푸드코트로 운영되던 4층은 순환이라는 콘셉트에 맞춰 카페, 음식료, 관상식물 등을 취급하고 있습니다.

사진=이지스자산운용 대체증권투자파트

 

 

일본 오피스와 임대주택 리츠의 불안 요소와 대처법

 


한편 위 두 리츠가 국내에서 경험해 온 것과는 다른 인상을 주었던 반면 오피스 리츠인 Nippon Building Fund와 임대주택 리츠 Advance Residence REIT에서는 그간 우려해 온 부분을 재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일본 오피스와 임대주택 리츠들은 일반적으로 도쿄 주요 지역에 자산을 보유하고 있고 최근까지 공실률이 높아지는 것을 막기 위해 공격적으로 임차인들에게 편의를 제공해 주고 있다는 점에서 큰 유사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팬데믹 이후 주요 대기업 위주로 재택근무 채택률이 높아지면서 도쿄 주요 5구의 공실률은 1%대 중반을 기록했던 저점에서 6%대로 상승했고 임대료 또한 지속적으로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한편 현재 리츠나 디벨로퍼가 보유한 자산의 공실률은 시장 공실률보다 낮지만 2022년까지 크게 줄어들었던 신규 오피스 개발 프로젝트가 2023년부터는 역사적 평균 수준까지 회복될 것으로 전망되어 향후 펀더멘털의 회복 가능성도 높지 않은 상황입니다.

 

도쿄 주요 5구 오피스 공실률 추이(단위 : %)

 

출처=JP Morgan

임대주택 자산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리츠들이 운영 중인 자산은 대부분 1인 가구를 위한 싱글(Single)형, 1~2인 가구를 위한 콤팩트(Compact)형으로 구성되어 있어 팬데믹의 부정적인 영향을 직면해야 했습니다. 재택근무가 더 길어지면서 넓은 집을 원하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주거 환경을 바꾸기 힘든 다인 가족이 주로 거주하고 있는 패밀리/라지(Family/Large)형의 임대료는 상승한 반면 싱글/콤팩트(Single/Compact)형의 임대료는 하락 추세를 보였습니다.

 

임대주택 리츠 Nippon Accommodation Fund의 주택 평형 별 계약임대료 변동률 추이

 

출처=Nippon Accommodation Fund

이는 2~4년 단위로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고 2년마다 임대료를 조정하는 일본 임대주택 계약 구조에 기인하고 있습니다. 팬데믹 이전인 2018~2019년 임차인들이 임대료 인하와 퇴거라는 두 가지 선택지를 받았을 때 리츠가 임대율을 지키기 위해 임대료 인하를 제시한 결과입니다. 때문에 시장 대비 높은 임대료를 내던 임차인의 비중은 현재 크게 줄었으나 향후 시장 전반의 펀더멘털 회복세가 나타나더라도 리츠의 이익이 돌아오는 속도는 느릴 것으로 보입니다.

뿐만 아니라 전력 가격의 상승도 임대주택 리츠의 수익성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임차인들은 전용공간에 대한 유틸리티 비용을 부담하지만 공용 공간의 유틸리티 비용은 리츠가 부담하고 있습니다. 리츠가 고급형 자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운동 시설이나 공용 라운지 등 공용 공간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으며 연 초 이후 50% 가까이 상승한 전기료가 리츠의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상황입니다.

 

일본 평균 월간 retail 전기료 추이(단위 : 엔/kwh)

 

출처=Statista, TEPCO

때문에 오피스와 임대주택 리츠들은 내부적으로 성장을 목표로 하기보다는 부정적 요인의 최소화에 주력하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오래된 자산의 리모델링 또는 매각과 높은 수익률(yield)를 확보할 수 있는 신규 자산의 매입이나 개발을 바탕으로 성장성을 끌어올리고자 한다는 의견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한국을 통해 본 일본, 일본을 통해 본 한국

 


전반적인 IR 미팅과 자산 투어를 거치며 여전히 국내와는 AMC의 시각이 매우 다르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모든 제이 리츠들이 현재 국내에서는 듣기 힘든 '저금리 기조를 활용한 적극적인 외형 성장'이라는 키워드를 언급했는데 마치 2021년 초중순으로 되돌아간 듯 했습니다. 대표 섹터인 오피스의 캡 레이트(cap rate)가 3.7% 수준이지만 10년물 금리가 수익률곡선 통제를 통해 0.25%를 유지하면서 주요 도시 중 가장 높은 스프레드(spread)를 기록하고 있어 신규 자산의 편입이 배당가능이익의 상승으로 이어지는 모습입니다. 이와 같이 방어적인 환경은 일본이 올해 주요 국가 중 가장 리츠 수익률이 높은 이유가 되었습니다.

 

글로벌 주요 도시 오피스 캡 레이트(Cap rate)와 10년물 금리 스프레드

 

출처=RCA, Bloomberg, 대신증권

다만 현재 일본 리츠의 투자 심리는 지나치게 통화 정책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수익성 제고에 일조하는 외형 성장, 리츠의 자유로운 부채 사용, 엔저로 인한 해외 투자자의 매수세 모두 일본의 저금리 정책과 직결된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한편 7월 이후 2%를 상회하고 있는 일본의 소비자물가상승률(CPI)가 상승을 이어간다면 일본은행(BoJ)가 금리 상단을 높이는 등의 정책적 개입을 시도할 가능성도 상존하고 있습니다.

금리 인상 이후 국내 리츠 시장의 모습을 생각하며 보는 일본 리츠 시장의 미래, 그리고 일본 리츠 AMC의 전략과 경험을 엿본 뒤 국내 리츠 시장의 미래를 기대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또한 생활 속에 녹아 있는 부동산 자산을 실물로 보면서 많은 생각을 남긴 탐방이었습니다.

이지스자산운용 대체증권투자파트

이지스자산운용 대체증권투자파트

이지스자산운용 대체증권투자팀

이지스 대체증권투자파트는 글로벌 상장 부동산 주식 투자를 위해 2017년 12월 만들어졌습니다. 기존에 해외 운용사 위탁으로 운용되던 글로벌 리츠 펀드들과 달리 직접 리서치를 통한 투자 종목 선정으로 시장의 움직임에 기민하게 대처하고, 다양한 전략을 통해 많은 투자 기회를 발굴하여 투자자들에게 양호한 수익률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