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십년이 넘는 세월 동안 만날 수 없었던 나의 어머니를 뵙고 돌아온 그날 밤. 난 도저히 배달을 나갈 수 없었다. 이불 위에 멍하니 누워서 천장을 바라보며 내가 살아온 과거와 오늘 어머니의 얼굴, 그리고 미래의 내 자신의 모습을 조금씩 그려보고 있었다.
고등학생 시절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집을 나설 때 마지막으로 본 어머니는 울고 있었다. 반대로 내가 스스로 집에 돌아온 오늘 만난 어머니는 분명 웃고 있었다. 하지만 과거 그날의 어머니는 아무리 울고 있어도 눈가에 주름 같은 것들은 볼 수 없었는데, 오늘 만난 어머니는 아무리 웃고 있어도 얼굴과 목에 깊게 새겨진 주름이 결코 펴지지 않았다. 세월이란 것은 잔잔한 물에 잉크가 퍼지듯 내 어머니를 서서히 바꿔놓았던 것이다.
어머니께서 끓여 주신 된장찌개를 먹으며, 어머니는 계속 나에게 똑같은 말을 하셨다. 밥 한 숟가락을 뜨고 미안하다고, 찌개 한 숟가락을 뜨고 또 미안하다고. 연신 ‘미안하다’를 반복 하시는 어머니는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