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번째 장소는 아파트 단지 앞 상가 1층에 위치한 공인중개사 사무실이었다. 그곳에는 굉장히 큰 부동산 매물장을 쓰고 있는 공인중개사 아주머니 한 분이 살고 있었다.

부린왕자를 보자 중개사가 외쳤다. 부린왕자는 앉아서 숨을 약간 몰아 쉬었다. 벌써 그렇게 긴 여행을 했으니까.

중개사가 비타500을 한 병 건네며 물었다.

부린왕자는 말했다.


부린왕자는 공인중개사 사무실 벽을 차지하고 있는 주변 지역 지도와 아파트 단지 그림이 그려진 롤 블라인드를 바라보았다. 그는 아직 이처럼 훌륭한 지도와 그림을 본 일이 없었다.

부린왕자는 실망했다.




공인중개사는 가죽처럼 생긴 빨간색 휴대폰 커버를 수시로 여닫으며 갑자기 서둘렀다. 그 휴대폰 커버 안에 꽂혀져 있는 수많은 명함과 카드들이 매우 무거워 보였다.

그러면서 매물장을 다시 펼쳐놓고, 무언가 또 확인할 준비를 했다.



‘책임이 이런 뜻이었다니. 속 뜻을 모르고 입구에 있는 단어만 보고 들어왔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