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지하상가에는 만남의 광장이 있다. 일을 마치고 강남역으로 돌아오니 멀리 부린왕자가 의자에 앉아 다리를 늘어뜨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그가 하는 말이 들렸다.
그리고 잠깐 멈췄다가 “아니야! 위치는 맞지만, 지번이 여기가 아니야”라고 말하는 것을 보니 상대편에서 무슨 대답이 있었던 모양이다. 나는 그대로 만남의 광장을 향해 걸어갔고, 부린왕자와 함께 서류를 보고 있는 한 사람을 보았다. 부린왕자는 그에게 다시 말을 건네었다.
나는 약 20미터 떨어진 곳에 있었는데, 그와 대화하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 없었다.
잠시 침묵하더니, 부린왕자는 또 이런 말을 했다.
나는 가슴이 두근거려 발을 멈칫했다. 그러나 여전히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때서야 나는 부린왕자의 맞은편에 앉아있는 사람을 보았고, 깜짝 놀랐다. 30초 안에 현란한 말솜씨로 부동산 계약을 하게 하는 기획부동산 컨설팅업자가 부린왕자에게 계약서를 넘겨 받고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