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투자시장을 뒤흔든 가장 큰 이슈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행정명령이었습니다. 트럼프는 그동안 즉각적인 관세 부과를 공언했지만, 예상과 달리 올해 1월 20일 취임 이후 구체적인 행동은 없었습니다. 이러한 배경으로 행정부 핵심 관계자 간 의견 조율로 인해 지연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습니다. 모든 수입품에 높은 관세 부과를 주장하는 강경파와 일부 품목에 점진적 적용을 주장하는 온건파의 입장 차이 때문입니다. 실행 방안이 나오지 않은 가운데 트럼프는 1월 23일 세계경제포럼 연설에서 ‘미국에 들어와서 제품을 생산하라, 그렇지 않으면 높은 관세를 매길 것이다’라는 뜻을 분명히 전달하며 시장 불확실성을 키웠습니다.
취임 13일 차인 2월 1일, 트럼프는 캐나다 · 멕시코 · 중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였습니다.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중국에는 10%의 추가 관세를 매길 것이며 2월 4일부터 즉시 개시할 것이라는 내용입니다. 단, 캐나다산 에너지는 조금 낮은 10%의 관세율을 적용하여 에너지 물가 충격을 줄이고자 하는 전략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에 더해 미국산 제품에 관세를 매기거나 그 외의 방식으로 보복할 경우, 관세의 범위를 더 넓히고 강도를 더 높일 수 있다는 조항을 담아 상대국을 강력하게 압박했습니다.
개시 하루 전, 캐나다 및 멕시코 적용유예 발표
이번 행정명령을 일종의 트럼프식 거래의 기술로 보는 시각이 있습니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고자 상대를 강하게 압박하기 위한 일시적 조치로 본 것입니다. 무역전쟁을 촉발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상대국의 국경 통제 및 마약 단속 강화 조치를 이끌어내서 본인의 공약을 이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이를 성과로 내세우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입니다. 실제로 행정명령에서 이 국가들이 펜타닐 등 마약과 불법 이민 통제에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점을 관세 부과 이유로 들었습니다. 즉, 문제 해결을 위한 조치를 취한다면 관세 조치를 해제할 수도 있다는 여지를 남겨 둔 것입니다.
캐나다와 멕시코는 보복 관세와 WTO 제소로 맞불을 놓겠다고 발표하면서도 ‘협상을 통한 관세 조치 회피’를 최우선 순위에 두고 대응하였습니다. 캐나다 트뤼도 총리는 미국산 제품에 똑같이 2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였으며, 멕시코 셰인바움 대통령도 보복조치를 준비할 것임을 밝혔습니다.
그러나 관세 적용을 30일간 유예하기로 합의하였습니다. 캐나다가 13억 달러 규모의 계획을 내놓으며 국경 강화를 위한 1만 명의 병력 배치 및 최신형 헬기 투입, 마약 카르텔의 테러리스트 지정, 펜타닐 유입 방지 임무를 맡길 총괄 책임자 지정 등을 약속한 것입니다. 멕시코도 국경지대에 병력 1만 명 배치와 마약 및 불법 이민 단속 강화를 내걸었습니다.
합의 결과에 대해 트럼프는 “미국인의 안전 확보는 내 책임이며 초기 성과에 매우 만족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30일 간의 유예기간 내에 만족할 만한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관세 조치를 언제든 재개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서 경과를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중국에 대한 관세, 그대로 강행
중국은 “펜타닐은 미국의 문제”임을 강조하며 미국이 원하는 바를 내놓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즉시 보복할 것이라고 위협하였습니다. 이후 양국의 협의는 진전이 없었고, 대중국 관세는 행정명령대로 2월 4일에 발효되었습니다. 발효 직후, 중국은 미국산 석탄과 액화천연가스에 15%, 원유와 농기계 그리고 일부 자동차에 10% 보복관세를 부과하였습니다.
다만, 2월 10일부터 적용할 것임을 밝히며 6일 간의 기간을 두었습니다. 협상 우위를 점하기 위한 준비를 하면서 대화의 여지를 남겨두기 위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실제로 중국은 WTO 제소 및 구글과 엔비디아에 대한 반독점 조사 재개 등 광범위한 보복 능력과 의지를 내비치면서, 동시에 통상전쟁으로 확대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미국에 협상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트럼프는 적절한 시점에 시진핑 주석과 대화할 것이지만 서두르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팽팽한 줄다리기가 전망됩니다.
요동친 금융시장
시장은 높은 변동성을 보였습니다. S&P 500은 관세 부과, 보복 조치, 부과 유예 등의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가격에 반영하면서 큰 폭으로 등락하였습니다. 한국 시장도 검은 월요일을 맞이했습니다. 관세전쟁이 현실화되고 다른 국가와 품목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지며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가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코스피지수는 3% 넘게 급락하였다가 관세 유예 소식에 일부분 회복하였으며, 환율은 한때 1,470원대를 넘어설 정도로 급등한 후 다시 1,450원 선으로 돌아오며 높은 변동성을 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