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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만은 어떻게 사람들을 매혹하는가?

2025.03.04 14:00:00

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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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치라운지
아만
돈으로 살 수 없는 경험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합니다. 경험을 하기 위해서는 정보, 지식, 가치를 보는 눈, 용기, 시간적 여유 등 여러 요인들이 필요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서 경험의 가치를 높게 생각하는 것인지 모릅니다. 리치라운지는 상위 1%를 위한 경험을 콘텐츠로 제공합니다. 이번 키워드는 '호텔'입니다. 호텔은 라이프 스타일의 영역을 풍요롭게 만드는 핵심 서비스이며, 도시별 차이를 경험할 수 있는 주요 공간입니다. 특별한 사람들을 위해, 가치 있는 경험을 설계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합니다. 
 
아만(Aman)은 단순한 호텔 브랜드가 아닙니다. 아만은 하나의 문화이자 철학이며, 열광적인 팬덤을 보유한 럭셔리 라이프 스타일의 상징입니다. 전 세계 20개국 이상에서 운영되는 35개의 리조트는 단순한 숙박 시설이 아니라, 오롯이 나를 위한 안식처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아만에 이토록 열광하는 것일까요? 그리고 아만은 어떻게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요?
Amanyangyun, China - Antique Villa, Exterior ⓒAman


신비로운 시작: 태국의 작은 리조트에서 글로벌 브랜드로

아만의 이야기는 1988년 태국 푸껫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호텔리어이자 자유로운 여행자였던 아드리안 제차(Adrian Zecha)는 기존의 대형 럭셔리 호텔과는 다른, 조용하고 프라이빗한 공간을 꿈꾸었습니다. 그는 푸켓의 판시 비치(Pansea Beach)에 자리 잡은 작은 코코넛 농장에서 첫 번째 리조트, 아만푸리(Amanpuri)를 설계했습니다. '아만'이라는 이름은 산스크리트어로 ‘평화’를 의미하며, 이 철학은 이후 모든 아만 리조트의 핵심이 되었습니다. 아만푸리는 기존의 화려한 호텔과는 다른 개념을 제시합니다. 객실 수를 최소화하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디자인을 강조했으며, 고객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에 집중했습니다. 이러한 접근은 곧 럭셔리 여행의 새로운 기준이 되었고, 아만은 빠르게 확장하기 시작했죠. 

Aman Kyoto, Japan - Meditation in Zen Garden ⓒAman
Aman Tokyo, Japan - La Patisserie ⓒAman


디자인과 철학: 첫인상을 결정짓는 요소

아만의 첫인상은 강렬합니다. 브랜드의 핵심 디자인 철학은 일본의 젠(Zen) 스타일과 미니멀리즘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습니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아만을 일본 브랜드라고 착각하기도 합니다. 자연과의 조화, 심플한 색채, 여백을 활용한 공간감, 그리고 절제된 고요함. 이는 일본의 고급 료칸이나 전통적인 가옥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요소들이기도 합니다. 아만 도쿄(Aman Tokyo)나 아만 교토(Aman Kyoto)를 방문하면 이러한 일본적 미학이 얼마나 세심하게 반영되어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쇼지(일본식 미닫이문), 히노키(편백나무) 목욕탕, 섬세한 조경까지. 아시아에서 시작했지만 유럽의 자본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브랜드의 정체성을 더욱 모호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미묘한 정체성 덕분에 아만은 오히려 더욱 신비로운 아우라를 발산하게 되었습니다.
Aman Kyoto, Japan - The Living Pavilion by Aman ⓒAman 
Aman Tokyo, Japan - Lobby ⓒAman
Aman Tokyo, Japan - F&B, Cafe, gardens ⓒAman


몰입형 경험: 머무는 것이 아닌, 살아보는 공간

럭셔리 호텔 브랜드들은 저마다 차별화 전략을 세웁니다. 하지만 아만처럼 철저하게 '현지화된 럭셔리'를 제공하는 곳은 많지 않습니다. 아만은 단순한 숙박 공간을 넘어, 고객들이 머무는 동안 완전히 몰입할 수 있도록 설계하고 있습니다. 발리의 아만다리(Amandari)는 발리 전통 마을의 건축 양식을 기반으로 자연 속에 녹아들도록 디자인했으며, 지역 사회와 긴밀하게 협력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마을 아이들이 매일 리조트를 방문해 전통 음악과 춤을 배우는 등 지역 문화 보존에도 기여하고 있습니다. 베트남의 아만노이(Amanoi)는 전통적인 베트남 양식과 현대적인 미니멀리즘을 조화롭게 결합했습니다. 베트남의 54개 소수민족 중 하나인 참족(Cham) 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참족 마을 투어, 참족 전통 디너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직원의 10% 이상을 참족 또는 라글라이 족을 채용, 지역경제에도 기여하고 있습니다. 중국 상하이 인근에 위치한 아만양윤(Amanyangyun)은 400년 된 명나라와 청나라 시대의 가옥을 해체하여 하나하나 옮겨와 다시 조립했습니다. 호텔을 짓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문화재 복원 프로젝트였던 셈입니다.
다른 글로벌 호텔 브랜드와 차별화되는 아만만의 특별한 요소는 바로 이 ‘공간의 맥락성’입니다. 여행자가 특정 지역을 단순히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그 문화의 일부가 되는 느낌을 받도록 만듭니다.

Amanyangyun, China - Nanshufang Ancient Villa ⓒAman
 
Amanyangyun, China - Lazhu ⓒAman
 
Amanyangyun, China - Nanshufang, Restored Villa ⓒAman
 

건축적 완벽주의: 예술 작품 같은 공간

아만 리조트는 세계적인 건축가들과 협업합니다. 첫 번째 리조트인 아만푸리는 에드 터틀(Ed Tuttle)이 설계했으며, 이후 케리 힐(Kerry Hill), 장미셸 가티(Jean-Michel Gathy) 등 럭셔리 호텔 건축의 거장들이 아만 프로젝트를 맡았습니다. 이들은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공간’을 창조했습니다. 아만뉴욕(Aman New York)은 장미셸 가티가 설계한 초현대적인 도심 속 안식처로, 도심 한복판에 위치했음에도 불구하고 내부에 들어서는 순간 뉴욕의 소음이 사라지고 고요함이 감돕니다. 아만 교토(Aman Kyoto)는 일본 전통 정원과 현대 건축이 결합된 공간으로, 자연 속에서 깊이 있는 명상이 가능합니다. 
아만의 건축은 단순한 호화로움을 넘어서 ‘철저한 맥락’을 담아냅니다. 그러기에 사람들이 이 공간에 머물며 단순한 휴식이 아닌, 하나의 예술을 경험한다고 느끼는 것입니다. 


신비로운 소유주와 브랜드의 미스터리

아만의 현재 소유주인 블라디슬라브 도로닌(Vladislav Doronin)은 러시아 출신의 억만장자로, 그의 회사 OKO Group은 2014년 아만을 인수했습니다. OKO Group은 모스크바와 마이애미를 기반으로 하는 부동산 개발 회사로, 초고층 빌딩과 럭셔리 레지던스 프로젝트를 다수 진행해 왔습니다. 이 회사는 주로 최고급 주거 및 상업용 부동산을 개발하는 데 집중하며, 글로벌 럭셔리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습니다. 특히, 아만 뉴욕(Aman New York)과 같은 대도시형 럭셔리 호텔을 개발하면서 기존의 자연 속 리조트 이미지에서 도심형 럭셔리 시장으로까지 아만의 브랜드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Aman New York, USA - Garden Terrace, bar ⓒAman
 
현재 도로닌은 아만의 오너이자 경영자로서 브랜드의 방향성을 결정하고 있습니다. 그의 비전은 단순한 휴양지를 넘어, 아만을 글로벌 럭셔리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확장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그는 도시형 아만 호텔을 지속적으로 오픈하고 있으며, 아만 레지던스와 같은 럭셔리 부동산 프로젝트도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아만이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지, 그의 행보에 따라 브랜드의 미래가 결정될 것입니다.

그를 둘러싼 논란도 흥미롭습니다. 그가 러시아 마피아와 연관이 있다는 루머는 여전히 회자되지만, 공식적인 증거는 없습니다. 그가 소련을 떠난 이후에도 러시아에서 대규모 부동산 개발을 진행했던 점, 러시아의 정치·경제권과의 연관성 등이 이러한 소문의 근거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도로닌 본인은 러시아와의 연관성을 부인하며 오로지 글로벌 럭셔리 부동산 및 호스피탈리티 산업에 집중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이런 논란조차 아만 브랜드의 ‘스토리’를 더욱 흥미롭게 만드는 요소입니다. 아만은 단순한 호텔이 아니라, 미스터리를 가진 브랜드입니다. 사람들은 도로닌이라는 인물이 만들어낸 이 드라마틱한 브랜드의 역사에 매혹되죠.


아만의 고객층: 누가 이곳을 찾는가?

아만은 숙박비는 절대적으로 가장 비싼 호텔은 아닐 수 있지만, ‘돈이 있어도 쉽게 묵기 힘든 곳’이라는 점이 브랜드의 희소성을 더욱 강화합니다. 일단 객실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지역마다 가격 차이는 있지만, 기본 객실 요금이 $1,000 이하인 곳을 찾기 어려우며, 아만 뉴욕(Aman New York) 같은 도심형 호텔은 1박 $3,000 이상에 달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나 단순히 높은 가격 때문이 아니라, 그 가격이 ‘희소한 경험’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아만은 특별합니다. 아만의 고객들은 단순한 슈퍼리치가 아닙니다. 그들은 '크리에이티브하면서 희소한 경험을 추구하는 1%’입니다. 세계적인 영화감독, 유명 건축가, 혁신적인 기업가, 패션 브랜드의 오너처럼 창조적인 영역에서 독창적인 라이프 스타일을 구축한 사람들입니다. 이들에게 아만은 단순한 휴식 공간이 아니라, 조용히 영감을 충전하는 ‘프라이빗 아지트’인 것이죠. 
아만의 고객들은 럭셔리를 소비할 때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완벽한 경험’을 원합니다. 아만은 VIP 서비스를 과시적으로 드러내지 않습니다. 오히려 최고의 서비스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투숙객이 조용히 자기만의 시간을 온전히 즐길 수 있도록 철저히 배려합니다.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사람들만이 이해하는 브랜드’가 아만이 추구하는 방향성이며, 고객이 ‘소리 없이 흐르는 진짜 럭셔리’를 경험하기 바랍니다.
Aman New York, USA - Accommodation, 5th Avn Junior Suite, Bathroom ⓒAman
Aman New York, USA - Accommodation, Junior Suite Fifth Avenue ⓒAman 


컬트적인 팬덤: ‘아만 정키(Aman Junkie)’ 현상

아만에는 단순한 충성 고객층을 넘어선, 열광적인 팬덤이 존재합니다. 이들은 스스로를 ‘아만 정키(Aman Junkie)’라 부르며, 아만 리조트를 순례하듯 방문합니다. 단순한 숙박 경험을 넘어, 아만만의 세계관을 소비하는 이들은 하나의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아만 정키 현상의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이들이 ‘아만 정키 티셔츠(Aman Junkie T-shirt)’를 받기 위해 보여주는 열정입니다. 이 티셔츠는 단순한 기념품이 아니라, 아만을 사랑하는 고객들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일본에서는 이 티셔츠를 구하려는 문의가 아만 예약센터에 쇄도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끌고 있으며, 고객들은 이를 통해 자신이 ‘아만의 세계’에 속해 있음을 인증받는 듯한 경험을 합니다.

이들이 단순한 호텔 고객이 아닌 ‘팬덤’으로 자리 잡은 이유는 아만의 독보적인 브랜드 철학 때문입니다. 아만은 호텔 체인이라기보다 하나의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으며, 고객들은 이를 통해 자신만의 조용하고 프라이빗한 세계를 발견합니다. ‘아만 정키’라는 이름 자체가 브랜드의 컬트적인 매력을 상징하며, 이는 단순한 숙박을 넘어 브랜드와의 감성적인 연결을 형성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아만은 하나의 세계관이다

아만은 단순한 호텔 체인이 아닙니다. 그것은 하나의 세계관이며, 고객들은 그 세계관에 매료됩니다. 일본의 젠 철학을 닮은 디자인, 철저한 현지화 전략, 세계적인 건축가들의 손길, 신비로운 소유주, 그리고 컬트적인 팬덤. 모든 요소가 어우러져 아만만의 독특한 브랜드 스토리를 만들어냅니다. 사람들은 단순히 머물기 위해 아만을 찾는 것이 아닙니다. 아만에서의 경험 자체가 그들에게 럭셔리한 삶의 일부이기 때문입니다.
조정연

조정연

여행 칼럼니스트

1달러 도미토리를 전전하던 백패커에서 럭셔리 여행 업계의 리더로. 136개국을 탐험한 경험을 바탕으로, 프리미엄 여행의 본질과 트렌드를 탐구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