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이라도 ISA 계좌를 개설하고 활용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 드렸는데요. 그렇게 만든 ISA 계좌를 어떻게 활용하면 될지를 소개해 보겠습니다. 포인트는 연금 계좌처럼 활용하는 것입니다.
ISA 계좌로 10년간 1억 모으기
ISA 계좌 개설 시 만기는 9999년처럼 아주 먼 미래로 설정할 수 있습니다. 납입 원금은 매년 2천만 원씩, 최대 1억까지 낼 수 있습니다. 과세 이연 혜택이 있기에 계좌 내에서 배당이나 이자, 매매차익이 발생하더라도 일단 세금을 정산하지 않고 세전 금액으로 계좌에 운용 수익이 쌓이는 장점도 있고요. 만 3년이 지난 이후 언제든지 해지하더라도 200만 원(서민형은 400만 원)은 비과세, 초과하는 수익은 9.9%의 분리과세를 적용받으며 건강보험료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ISA 계좌가 주는 세제 혜택의 핵심입니다.
이런 혜택을 평범한 현실 직장인의 상황에 대입해 보겠습니다. 월급에서 고정 지출과 소비를 제외하고 남은 현금을 ISA 계좌에 모은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최대 납입 한도인 1억 원을 5년 안에 채우기가 부담스럽다면 최대 납입 한도를 채우기까지의 납입 기간을 늘리면 됩니다. 10년 혹은 15년 정도의 목표 기간을 두고 ISA 계좌의 납입 최대한도인 1억을 채워보겠다는 계획을 세운다면 그렇게 부담스러운 목표가 아니게 됩니다. 모으는 과정에서 투자도 병행한다면 수익률이 더 높아질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납입 최대 한도를 채운 ISA 계좌가 완성되면, 더 이상 추가 납입은 어렵지만 원금 1억 원과 투자 수익까지 쌓여 있으며 동시에 과세 이연 효과 덕분에 ‘돈이 복리로 빠르게 굴러가게’ 됩니다. 여기서부터 전략이 필요합니다.
원금 인출 기능을 활용해 셀프 연금계좌로 만들기
10년이라는 시간이 쌓인 상태이기 때문에 비과세나 분리과세 혜택을 당장 볼 생각보다 복리 효과를 퇴직 시점까지 누리다가 퇴직 후 연금 계좌처럼 활용할 수 있는데요. 계좌를 해지하지 않고 원금 내 인출이 가능한 ISA 계좌의 특징을 활용하면 가능합니다.
ISA 계좌는 납입 원금 내에서 언제든 금액이나 횟수에 제한 없이 중도 인출이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45세부터 10년 동안 1억 원의 원금은 다 채워 넣고, 미국 인덱스 ETF와 월 배당 ETF를 적절히 섞어서 운용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분은 이제 퇴직을 하고 그동안 꾸준히 받아오던 월급을 더이상 못 받게 되니 보유하고 있는 자산으로 생활비와 고정비를 충당해야 하는데요. 미리 대비했던 월 배당 ETF 상품에서 매달 배당금이 ISA 계좌에 현금으로 입금됩니다. 그렇게 받은 배당금을 ISA 계좌에서 원금 내 인출 방식으로 꺼내 쓸 수 있는 것이죠.
매달 100만 원씩 입금된 배당금을 원금 내 중도 인출 기능을 활용해 인출한다면, 원금을 인출하는 것으로 처리가 되기 때문에 당장 납부할 세금이 발생하거나 건강보험료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 생기지 않습니다.
소득 공백기 대비도 ISA 계좌로
좀 더 풀어서 설명해 보겠습니다. 매달 ISA 계좌 내 보유 ETF에서 배당금이 계좌로 입금될 때 과세 이연 효과로 세금을 떼지 않습니다. 운용 수익으로 쌓이는 것이죠. 인출하는 돈은 지난 10년 동안 ISA 계좌에 적립식으로 납입했던 1억 원이라는 원금에서 차감됩니다. 1억 원에서 매달 100만 원씩 인출하면 100개월 동안 인출할 수 있고, 그 기간 동안 계좌 내 잔액은 계속 복리로 운용됩니다. 납입 원금이 줄어도 운용 수익은 점점 늘어나 계좌 잔액 구성이 원금은 줄고 수익은 늘어나는 구조로 바뀝니다.
원금을 전부 인출해 중도 인출이 불가능한 시점이 되면 ISA 계좌에 운용 수익만 남아있게 됩니다. 이때 계좌를 해지해 200만 원(서민형 400만 원)은 비과세 혜택을 받고, 나머지는 9.9%의 낮은 세율로 분리과세 혜택까지 받으면 됩니다. 이렇게 찾은 돈은 다시 노후 자금으로 사용하거나 ISA 계좌를 새로 만들어 입금하고 동일하게 운용해도 되는 것이죠. 50대 중반 전후로 퇴직한 직장인들이 60대 중반이 되어 국민연금을 받기 전까지의 소득 공백기(=크레바스 기간)를 대비하는 해결책이 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시중에서 ISA 계좌의 비과세 혜택만 강조하는데, 직장인 입장에서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납입 원금 내 중도 인출 기능을 활용하여 연금처럼 꺼내 쓰는 계좌로 활용하는 것도 좋은 선택지입니다. ISA 계좌를 오래 적립식으로 운용하고 관리해 여유롭고 풍족한 노후를 보내게 되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