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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와고에 이치반가이 상점가는 어떻게 부활할 수 있었는가?

2025.03.18 07:30:01

도쿄
가와고에
모리빌딩
디벨로퍼
케이스스터디
약 25년 전부터 도쿄 도시 개발의 핵심 개념으로 등장한 타운 매니지먼트는 꾸준히 진화 발전하고 있습니다. 지속적인 개발을 통해 타운 매니지먼트 성공 사례들을 얻으며, 고도화되는 것입니다. 이에 시티&은 타운 매니지먼트의 대표주자인 모리빌딩의 미디어기획부 야베 토시오 고문과 함께 디벨로퍼들이 도쿄의 도시 변화를 어떻게 만들어 가는지 알아보고자 합니다.
 

이케부쿠로 다음으로 소개하고 싶은 지역은 가와고에입니다이케부쿠로는 터미널 역으로, 7개의 노선이 모여 있습니다그 중 5개의 노선이 가와고에로 연결되며가장 빠르게 도착할 수 있는 노선은 도부 도조선입니다가와고에 특급을 이용하면 이케부쿠로에서 가와고에까지 최단시간인 26분만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가와고에는 도쿄도에 인접한 사이타마현에서 세 번째로 인구가 많은 도시입니다. 2017년 인구는 351,654명이었으나 2024년에는 351,717명으로 증가했습니다인구 감소로 고민하는 지방 도시가 많은 가운데 드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필자는 이케부쿠로에서 태어났지만현재는 도부 도조선의 이케부쿠로와 가와고에 사이에 거주하고 있습니다어릴 때부터 가와고에를 알고 있었지만당시에는 특별히 인기 있는 지역은 아니었습니다역사적으로 유명한 사찰이 몇 곳 있었지만일부러 놀러 갈 만큼의 매력은 느끼지 못했습니다그러나 최근에는 관광지로 인기를 얻기 시작했습니다

일본에서는 디벨로퍼가 개입해 현대적인 도시 개발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하지만 가와고에는 130년 이상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도시를 개발하면서도디벨로퍼의 개입 없이 타운 매니지먼트를 통해 활성화에 성공한 사례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130년 전 모습으로 도시를 개발해 관광객을 모으고 있는 가와고에 거리 모습 ⓒ야베토시오

가와고에는 메이지 시대의 창고형 건축물이 많이 남아 있는 지역을 정비함으로써, 2023년에는 연간 720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관동 지역 최고의 관광지 중 한 곳으로 변모했습니다. 가와고에 개발을 건강한 거리’, ‘주민 참여형 타운 매니지먼트’, ‘연쇄적인 주변 지역 발전’, ‘현재의 과제라는 키워드로 나눠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건강한 도시 


가와고에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곳은 창고식 건축물이 남아 있는 이치반가이 상점가입니다. 철도가 생기기 전까지 도시의 중심지 역할을 한 곳이기도 합니다. 이 지역 뒤편에는 신가시(新河岸川강이 흐르고 있는데이는 에도시대(1602~1867주요 물류 대동맥인 스미다강과 연결되는 수로였습니다당시 이곳은 내륙에서 대도시 에도로 농산물을 출하하는 거대한 물류 거점이었으며, 이러한 번영은 메이지 시대(1868~1912)까지 계속되었습니다현재도 시청과 웅장한 은행 건물 등이 남아 있어 당시의 번성했던 모습을 엿볼 수 있습니다.

현재 가와고에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전통적인 창고가 늘어선 쿠라즈쿠리(蔵造り) 거리의 역사는 1893년(메이지 26년) 발생한 가와고에 대화재를 계기로 시작되었습니다. 대화재 이후, 불에 타지 않고 남아 있던 쿠라즈쿠리 건물의 내화성을 확인한 상인들은 경쟁적으로 쿠라즈쿠리 양식의 점포를 건축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거리 풍경이 에도 시대의 모습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가와고에는 현재 코에도(작은 에도)라고 불리게 되었습니다.

전통적인 창고가 늘어선 쿠라즈쿠리(蔵造り) 거리 ⓒ야베토시오
 

다이쇼 시대(1912~1926)가 되면서 세이부 철도와 도부 도조선이 가와고에까지 개통되었습니다이에 따라 수운 중심이었던 시대에서 철도 중심의 시대로 전환되었고이 지역은 한때 쇠퇴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일본의 역사적인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으로과거 중심지가 현재의 철도역과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당시 주민들은 증기 기관차의 매연을 싫어해 기존의 번화가에서 떨어진 외곽 지역에 역을 건설했습니다. 현재의 가와고에 역에는 도부 도조선지하철 유라쿠초선부도심선, JR 가와고에선 등 4개의 노선이 연결되어 있으며조금 떨어진 혼가와고에 역에는 세이브 신주쿠선이 지나가 총 5개의 노선이 모이는 터미널 역이 되었습니다이후 가와고에 역 주변이 교통의 요충지로 변모하면서 상업 시설이 집중되었고사람들의 이동 경로 또한 자연스럽게 변화하게 되었습니다

가와고에는 도쿠가와 쇼군 가문과 관련된 유명한 사철과 신사가 있어 예전부터 일정한 관광객이 방문하던 지역이었습니다쿠라즈쿠리 거리의 이치반가이 상점가가 경관 정비를 시작했을 1986년 당시연간 관광객 수는 약 232만 명이었습니다거리 정비가 진행되고 상점들이 늘어나면서 관광객 수도 꾸준히 증가하였으며, 2023년에는 연간 720만 명에 도달했습니다그중 90%의 관광객이 정비된 이치반가이 상점가를 방문하고 있습니다특히 외국인 관광객의 증가가 두드러졌는데, 2022년 외국인 관광객 수는 약 10만 명이었으나 2023년에는 61만 명까지 늘어났습니다국적은 대만 33%, 홍콩 15%, 태국 10%로 동남아시아 관광객이 약 6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이처럼 현재는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이치반가이 상점가이지만, 1980년대에는 쇠퇴의 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이치반가이 상점가는 어떻게 쇠퇴하였으며, 다시 부활할 수 있었을까요?

주민 참여형 타운 매니지먼트


1960년경에는 도시 기능이 이치반가이 상점가와 약 2km 떨어진 가와고에역 주변으로 집중되었습니다또한 가와고에가 도쿄 도심에서 통근이 가능한 지역으로 자리 잡으면서 많은 주택이 건설되기 시작했습니다한편이치반가이 주변은 노후화된 건물들에 대한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었습니다당시 근대화의 흐름 속에서 쿠라즈쿠리 양식의 점포들은 낡고 오래된 건물로 인식되었습니다일각에서는 이들 건물을 철거하고 현대적인 건물로 재건축하자는 의견도 나왔지만전문가들과 전통 건축 보존의 필요성을 느낀 주민들이 뜻을 모아 보존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보존을 위해서는 자금이 필요했습니다이에 가와고에 시청도 참여하여 문화청으로부터 보조금을 확보하였습니다당시의 사회적 배경을 고려했을 때보존 운동은 단순히 정비를 통해 관광객을 유치하자는 목적이 아니라 가와고에 시민들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쿠라즈쿠리 건물을 보존해야 한다는 목적이었습니다. 도쿄 도심에서는 일반적으로 주민행정기관디벨로퍼가 합의를 이루어 도시 개발을 진행하고 규칙을 정해 운영하는 타운 매니지먼트(Town Management) 방식이 흔히 적용됩니다. 경제적 선택지가 적은 지방 도시의 경우보다 아름다운 거리 풍경을 조성하여 관광객을 유치하고 활성화하기 위해 행정과 주민이 협력하는 사례가 종종 있습니다그러나 경제적 선택지가 많은 도쿄 근교의 지방 도시에서는 굳이 관광 활성화를 목적으로 한 협력이 필요하지 않으며오히려 오래된 건물을 유지하기 위해 건축 제한을 받는 것이 경제적 논리상 다른 주민들이나 소규모 개발을 원하는 디벨로퍼들의 반발을 초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이 심각해지기 전에이치반가이 상점가는 이미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었습니다이에 따라 전후 6년이 지난 1951, 70개의 점포가 모여 공동조합을 설립하였습니다이 공동조합이 중심이 되어 이치반가이 상점가 활성화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1983년에는 상점가의 지역 주민연구자 및 전문가개인적으로 관심을 가진 시청 직원 등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하여 스스로 ‘가와고에 쿠라노카이(川越蔵の会)’라는 마을 만들기를 목표로 하는 NPO 법인(비영리 단체)을 설립하였습니다.

 이 단체의 설립 목적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주민이 주도하는 마을 만들기
2. 북부 상점가 활성화를 통한 경관 보존
3. 거리 보존을 위한 재단 설립

이 단체는 오늘날 타운 매니지먼트 역할을 수행하는 조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마을 만들기의 주체는 상점가 활성화에 힘쓰는 지역 주민연구자 및 전문가시청 직원 등 다양한 사람들이었으며 이들이 중심이 되어 주민 참여형 마을 만들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주민 참여형 마을 만들기는 좋은 일이지만주민들마다 입장이 다를 수 있습니다상점을 운영하는 사람거주하는 사람 등 각자의 입장에 따라 의견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예를 들어 경관 조례가 제정되면 광고 간판이나 점포의 개축이 제한을 받게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상업 활성화를 추진하면 관광객 증가로 인한 혼잡 등 생활 편의성이 저하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이처럼 다양한 의견이 나오면서 반발과 갈등도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주민들이 타운 매니지먼트를 통해 함께 만들어 가는 가와고에 지역 ⓒ야베토시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가와고에 쿠라노카이’는 건축가를 비롯한 여러 전문가를 초청하여 수많은 의견 교환회 및 공청회를 개최하였습니다이런 과정의 결과로 건물의 역사적 가치와 매력이 재조명되면서 관광객 증가의 계기를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가와고에가 베드타운(도심 출퇴근 지역)으로서의 주거 수요도 증가하며 상점가 주변 지역에서는 아파트 건설이 시작되었습니다개발이 진행되면서 전통적인 거리 경관이 훼손될 가능성이 제기되었고이에 가와고에는 '중요 전통적 건조물군 보존 지구지정 신청을 하였습니다. 1999년 문화청으로부터 보존 지구로 공식 지정되면서 국가 차원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되었습니다. 

물론 전통적 건축물이 보존되는 대신개발이 제한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이 지역에 아파트를 건설하고 싶어 하는 일부 주민들의 입장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기도 했습니다결과적으로 합의 과정이 원만하게 이루어져 현재의 모습으로 발전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연쇄적인 주변 지역 발전 


이치반가이 상점가에서 가와고에역까지의 거리는 약 2km, 도보로 약 20분 정도 소요됩니다버스 노선이 운영되고 있으며역 앞에는 많은 택시도 대기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방문객들은 도보로 이치반가이 상점가까지 이동합니다그 이유는 도로가 혼잡하기 때문입니다.

이치반가이 상점가까지 도보로 이동하는 유동인구 증가로 주변 지역 활성화  ⓒ야베토시오

또한 이치반가이 상점가와 가와고에역 사이에는 ‘크리아몰(Crea Mall)’이 위치하고 있습니다이곳은 최근에 조성된 최신식 상점가는 아니지만, 1980년대 일본 지방 도시의 전형적인 상점가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습니다이러한 유형의 상점가는 일본의 많은 지방 도시에서 모터리제이션(자동차 중심의 쇼핑문화)으로 인해 대형 주차장을 갖춘 쇼핑센터에 고객을 빼앗기면서 쇠퇴해 왔습니다그러나 크리아몰에는 여전히 많은 음식점들이 성업 중이며일본의 여러 지방 도시에서 쇠퇴한 ‘마루히로 백화점(丸広百貨店)’도 이곳에서 영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 상점가들이 생존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치반가이 상점가로 향하는 유동 인구 덕분입니다최근에는 ‘코에도 쿠라리’와 숙박 시설이 새롭게 생기면서 더욱 활기를 띠고 있습니다즉 과거의 상점가가 현재의 상점가를 도와주는 구조가 형성된 것입니다.

또한 크리아몰의 끝부분을 지나면 ‘다이쇼 로망 유메 도리’가 나타납니다. 1950년대에는 ‘가와고에의 긴자 상점가’라 불릴 만큼 번성했던 지역이었지만시대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었고 점차 쇠퇴해 갔습니다그러나 1995년 아케이드를 철거한 후‘다이쇼 로망’을 테마로 한 도시 조성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이후 새로운 마을 만들기 프로젝트가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으며현재도 꾸준히 발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가와고에역에서 도보로 이동하는 길을 따라 마치 130년 전으로 타임슬립한 듯한 매력적인 관광지가 형성되었습니다또한 이치반가이 상점가의 안쪽에는 ‘과자 골목(가시야 요코초)’이 위치하고 있습니다이곳에는 약 30개의 전통 과자 가게가 줄지어 있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과자 골목의 역사는 180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당시 에도(현재의 도쿄)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과자를 공급하기 위해 형성된 것이 그 시작이었습니다. 1923년 관동 대지진으로 인해 도쿄에서 과자 생산이 어려워졌을 때가와고에의 과자 가게들은 이를 대신하여 전국으로 과자를 출하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였습니다이러한 유산을 기반으로현재는 ‘과자 골목’이라는 이름으로 발전하면서 가와고에의 또 다른 명소가 되었습니다.

이는 가와고에의 상점가들이 서로 연결되면서 연쇄적인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이러한 확장은 현재도 계속 진화하고 있으며앞으로 새로운 상점가가 탄생할 가능성도 충분히 존재합니다.

현재의 과제 


이치반가이 상점가를 지나가는 도로는 차량 통행이 많은 지방도로입니다그러나 차도와 보도가 모두 좁아교통 체증과 교통사고 문제가 증가하고 있습니다또한 상점가 바로 인근에는 조용한 주택가가 위치하고 있는데관광객들이 소란을 피우거나 쓰레기를 무단 투기하는 문제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관광객이 많아진 것에 따른 또 다른 변화도 주목해야 합니다현재 가와고에는 관광지이면서 동시에 주거 지역으로서의 매력을 갖춘 도시가 되었습니다자연스럽게 많은 비즈니스 기회가 생겨나고 있지만반대로 외부에서 유입된 기업이나 사업자들은 지역에 대한 애착이 부족하고 단순히 기존 인기에 편승하려는 경향이 있어가와고에를 지켜온 지역 주민들의 철학과 충돌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관광지인 동시에 주거지이기도 한 가와고에 지역 ⓒ야베토시오

오래된 상점가 대부분이 개인 사업자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후계자 부족 문제도 발생하고 있습니다이는 단순히 몇 개의 점포가 문을 닫는 문제가 아니라 가와고에의 전통적인 거리 문화와 정체성이 사라질 위험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가와고에는 과거에도 주민들이 뜻을 모아 문제를 극복한 사례가 있습니다현재의 문제들 또한 의지가 강한 주민들이 함께 해결해 나갈 것이라 기대합니다주민 주도형 해결 방식이 또 하나의 성공적인 사례를 만들어 갈 것이라 생각하며앞으로의 변화와 발전을 계속 지켜볼 가치가 있습니다.

'도시 브랜드'?


 40년 동안 가와고에를 지켜보면서 느낀 점은 이치반가이 상점가가 가와고에의 ‘도시 브랜드’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점입니다가와고에는 원래 터미널 역을 갖춘 교통 요충지로서 편리성이 높고도쿄 도심과 비교해 임대료도 저렴합니다또한 이치반가이 상점가를 중심으로 개성 있는 매장들이 늘어나면서 손쉽게 '비일상적인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 되었습니다이러한 이유로 최근 가와고에는 젊은 층에도 인기가 많은 도시로 자리 잡았습니다.

최근 세계 각국에서는 현대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도시 개발이 경쟁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그러나 가와고에는 이러한 흐름에 역행하며 130년 전의 모습을 되살리는 방식으로 발전하였고그 결과 현재 도쿄 근교에서 가장 주목받는 지방 도시 중 한 곳이 되었습니다.

일본을 여행할 기회가 있다면꼭 한 번 이 도시의 활기찬 분위기와 매력을 직접 경험해 보기를 추천합니다.

야베토시오

야베토시오

모리빌딩주식회사 도시개발사업본부 계획기획부 미디어기획부 고문

모리빌딩 회장의 철학과 방향을 이해하고, 타운 매니지먼트의 핵심인 '문화도심' 창조의 역사를 함께해왔다. 독특한 관점을 바탕으로 30년 동안 도심 복합개발의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