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티&‘은 타운 매니지먼트의 핵심 가치 중 하나인 ‘사람, 운영, 지속성’ 등을 살펴볼 수 있는 ‘리테일’ 공간을 소개하는 신규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특히 고급과 빈곤, 역사와 현대, 평화와 혼잡 등이 공존하며 세계 각지의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문화, 역사, 이야기가 모두 연결되어 있는 도시 ‘뉴욕’에 주목했습니다. 도시화, 사회적/경제적 변화, 기술 혁신, 문화적 수요,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 등 다양한 요인이 맞물려 시대의 변화에 맞춰 융합형 부동산 개발 및 복합용도 공간의 필요성이 중요한 트렌드로 자리 잡은 뉴욕의 ‘Mix-used and Multi-functional Spaces: 다기능적 복합 공간’을 살펴보겠습니다. 이를 통해 재창조와 변화의 아이콘으로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해 온 뉴욕이란 도시에 자리 잡은 리테일 공간들을 타운 매니지먼트의 관점을 더해 이해해 보고자 합니다.
뉴욕은 관광객들로 붐비던 타임스퀘어마저 텅 비었던 코로나 시기를 지나 점차 예전의 명성을 되찾고 있습니다. 여전히 뉴욕 맨해튼은 세계적인 상업 중심지이자 리테일 트렌드, 비즈니스 흐름의 변화를 관찰하기에 최적의 장소입니다. 쇼핑의 메카라 불리던 5번가와 한산했던 소호 거리의 리테일 매장에도 사람들이 발길이 다시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뉴욕시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임대료도 다시금 상승하는 추세입니다.
반면 리테일 환경은 과거와 크게 달라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대형 플래그십 스토어 중심의 단일 브랜드 쇼핑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주류였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소비자들이 물건 구매를 넘어 공간의 스토리와 체험을 중시하면서 매장 내 멀티 콘셉트를 적용하고 다기능을 수행하도록 형태 전환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고정된 대형 매장 대신 유연하고 변화가 용이한 공간 구현을 통해 차별화된 가치 제공을 목적으로 합니다. 체험 경제를 선호하며 경험에 투자하고 지출을 아끼지 않는 밀레니얼, Gen Z 등 소비자들의 행동 변화, 기술 발전으로 인한 온라인 쇼핑과의 경쟁, 급등하는 임대료라는 경제적 압박이 맞물려 새로운 양상을 보이는 것이죠.
맨해튼의 상업용 부동산 임대료는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CBRE 2024년 보고서에 따르면 맨해튼 5번가(Upper Fifth Avenue)의 평균 임대료는 연간 평방 피트당(약 0.03평) $2,000~$3,000에 달합니다. 유연성과 접근성이 좋은 트렌디한 지역인 소호는 $300~$600/평방 피트, 로어 이스트 사이드(Lower East Side)는 $200~$400/평방 피트 수준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임대료가 일시적으로 하락했으나 2023년부터 회복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소규모 리테일은 물론, 독립매장을 운영하는 브랜드까지 임대료에 대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이에 리테일러들은 한정된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샵인샵(Shop-in-Shop) 트렌드도 이러한 생존 전략의 하나로 등장했습니다.
리테일의 새로운 전략, Shop-in-Shop
최근 뉴욕 맨해튼에서는 의류 매장 내 카페나 주스/스무디 바를 운영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인기입니다. 랄프로렌(Ralph Lauren)의 Ralph’s Coffee는 대형 브랜드가 매장 내 카페를 운영하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2025년 3월 11일에는 유니클로가 도쿄의 Little Darling 커피 로스터리와 협업해 5번가 유니클로 매장에 미국 내 첫 유니클로 커피숍을 오픈했습니다. 한 공간에서 커피(호스피탈리티)와 리테일(판매)을 결합해 추가 수익을 창출합니다.
뉴욕 5번가 매장의 유니클로 커피 ©UNIQLO USA
JLL Retail Outlook(2024)에 따르면 F&B(Food & Beverage)는 브랜드 정체성을 강화하고 고객 경험을 풍부하게 하는 역할을 합니다. 특히 커피 바는 공간의 일부만 차지하면서도 소비자 유입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커피는 "고객 유입의 엔트리 티켓”으로, 고객을 끌어들이는 동시에 공간의 다기능성을 높이는 요인입니다.
샵인샵은 체류 시간과 구매 전환율을 높이는 데도 효과적입니다. 샵인샵 개념으로 커피를 판매하는 매장은 고객 체류 시간이 평균 20~30분 입니다. 이는 전통 리테일 매장의 평균 체류시간인 10~15분보다 2배 가까이 깁니다. National Retail Federation(NRF)의 2023년 보고서는 음료를 제공하는 매장에서 체류 시간이 25% 이상 증가한다고 밝혔습니다. 머무르는 시간이 길수록 구매 전환율의 증가도 기대해볼 수 있습니다. 특히 밀레니얼, Gen Z세대는 커피를 단순한 음료가 아닌 “라이프 스타일 경험"으로 인식하며, 커피 주문 후 공간에서 머무르며 보내는 시간이 소셜 미디어 활동(사진 촬영 등)과 연결되기도 합니다. 또한 수익성을 보완할 수 있는 고마진 사업이라는 장점도 가집니다. Specialty Coffee Association(2023) 자료에 따르면 스페셜티 커피의 마진율은 60~80%로, 원두 비용($1~$2/잔) 대비 판매가($5~$7)가 높아 의류(마진율 40~60%)보다 안정적이고 빠른 수익을 제공합니다.
소비자들은 물건 구매보다 브랜드 체험과 상호작용을 중시합니다. 매장 내 카페나 음료 바는 고객이 공간에 머물며 소셜 미디어에 콘텐츠를 공유하게 하고, 이는 자연스럽게 브랜드 마케팅 효과를 높이는 데 기여합니다. 뉴요커들 역시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데 그치지 않고, 경험과 스토리를 중시합니다. 샵인샵은 커피와 음료, 간단한 디저트를 매개로 브랜드가 추구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전달하며, 고객은 경험을 통해 브랜드와 감정적 연결을 강화합니다.
커피와 패션의 만남
뉴욕에서도 샵인샵 사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커피숍과 매장 내 외부 파티오(위쪽이 뚫린 건물내의 뜰)로 유명한 Saturdays NYC를 비롯해, 최근 소호에 등장한 Manjul Coffee & Clothing 등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Saturdays NYC는 2009년 소호에서 커피숍으로 시작해 서핑과 스트리트 패션을 결합한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로 성장했습니다. 일반적인 샵인샵과 반대 경로를 밟아, 커피숍에서 패션 브랜드로 확장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현재는 매장 내 에스프레소 바(Partners Coffee 협업)에서 커피를 마시며 뉴욕의 캐주얼 의류를 쇼핑할 수 있습니다. 동시에 야외 파티오가 있어 더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경험을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기도 합니다.
Saturdays NYC 매장 내부 ©김지영
Saturdays NYC 매장 내 카페 공간 ©김지영
Manjul Coffee & Clothing은 2025년 1월 맨해튼 소호(31 Howard St)에 새로 문을 연 매장입니다. 우크라이나 오데사에서 시작된 패션 브랜드로, 독립 디자이너 의류와 스페셜티 커피(베를린의 마이크로 로스터리 Kolo Coffee와 협업)를 결합해 힙스터 문화와 라이프 스타일을 표방합니다. 커피에 진심인만큼 공간에 들어서면 커피숍이 먼저 나타나고 공간의 맨 안쪽에 미니멀리즘과 개성을 강조한 의류 공간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만날 수 있는 Manjul 카페 공간 ©김지영
Manjul 의류 판매 공간 ©김지영
감각적인 인테리어로 사랑받는 Aimé Leon Dore 내부 ©김지영
커피와 페이스트리, 샌드위치를 판매하는 Café Leon Dore 모습 ©김지영
웰니스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인 Sporty & Rich는 2023년 11월 소호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고 매장 내 카페에서 커피, 티, 스무디를 제공하면서 건강과 패션을 융합한 브랜드 경험을 젊은 층에게 선보입니다. 최근 MZ들의 성지로 떠오르는 로어 이스트 사이드에 자리 잡은 스트리트웨어 브랜드 Fugazi의 매장에는 베트남식 커피와 스페셜티 커피를 제공하는 작은 카페 Le Gaz가 있습니다. 강렬한 붉은색 천막과 인테리어로 힙하다는 입소문을 타며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가 높습니다. 빈티지 의류, 독립 브랜드, 레코드, 홈 굿즈와 함께 커피를 제공하는 멀티 콘셉트 스토어 Colbo 역시 호스피탈리티를 결합한 다기능 환경을 제공합니다. 이러한 사례들은 단순히 공간 활용을 넘어 고객 경험을 강화하는 샵인샵의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웰니스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Sporty & Rich 모습 ©김지영
로어 이스트 사이드에 자리 잡은 스트리트웨어 브랜드 Fugazi와 매장 내 작은 카페 Le Gaz ©김지영
멀티 콘셉트 스토어 Colbo 매장의 내외부 모습 ©김지영
점차 강화되는 리테일 매장의 체험과 커뮤니티 기능
바쁜 뉴요커들에게 커피와 쇼핑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공간은 시간 절약 그 자체입니다. ShopperTrak(2024)에 따르면 커피가 있는 매장은 체류 시간이 늘어나지만, 오히려 고객은 "효율적인 경험"으로 인식한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뉴욕 사람들은 단순히 커피를 마시거나 옷을 사는 데 그치지 않고, 체험을 중시하면서 분위기와 스토리를 즐깁니다.
특히 뉴욕의 젊은 층은 카페를 사교 공간으로 활용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패션 매장에 커피가 더해지면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커뮤니티와 소셜 요소를 즐기게 됩니다. 트렌드에 민감한 뉴욕의 젊은 층들에게 샵인샵은 인스타 감성 사진을 찍고 SNS에서 공유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자연스러운 홍보 효과도 얻을 수 있는 요인이 됩니다. 수익과 홍보라는 두 가지 측면의 효과를 모두 끌어내는 공간인 셈입니다.
패션과 커피 매장이 포화 상태인 맨해튼에서 차별화는 필수입니다. 샵인샵은 독특한 경험을 제공하며, 경쟁 리테일과 차별화된 위치를 점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생존 전략을 넘어 리테일의 미래를 새롭게 정의하는 흐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나만 잘하는 것을 넘어, 공간과 사람 모두에게 멀티펑션 (multi-function)을 적용하는 것이 중요해졌습니다. 리테일러들은 협업과 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며, 변화에 발맞추는 시도를 지속해야 합니다. 또한 앞으로 상업용 부동산은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의 흐름 속에서도 지속 가능한 공간으로 거듭나기 위해 더욱 유연하고 다기능적인 공간 수요에 적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공간 정보]
Aimé Leon Dore / Café Leon Dore
인스타그램 : aimeleondore
주소 : 214 Mulberry St, New York, NY 10012 (SoHo)
Colbo
인스타그램 : colbo.nyc
주소 : 51 Orchard St, New York, NY 10002 (Lower East Side)
Fugazi / Le Gaz
인스타그램 : fugazi / cafelegaz
주소 : 55 Canal St, New York, NY 10002 (Lower East Side)
Manjul Coffee & Clothing
인스타그램 : manjulcoffee / manjul.ua
주소 : 31 Howard st, New York, NY 10013 (SoHo)
Saturdays NYC
인스타그램 : saturdaysnyc
주소 : 31 Crosby St, New York, NY 10013 (SoHo)
Sporty & Rich
인스타그램 : sportyandrich
주소 : 108 Wooster St, New York, NY 10012 (SoH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