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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문턱 낮아지면서 진짜 ‘쩐의 전쟁’ 시작
PB는 전문성은 기본, 관계관리 능력 갖춰야

국내 PB 서비스가 본격화된 지 20년이 넘는 동안 자산관리 산업은 과도한 금융사 간 상품 판매 경쟁 및 불완전 판매 등의 오명으로 발전 속도가 더뎌진 반면, 부자 고객의 연령이 젊어지고 글로벌 자산 투자가 용이해지면서 PB 영업의 경쟁 대상은 더 이상 국내에서만 머물지 않게 되었습니다. 고객의 입장에서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나 창구가 다양해지고, 정보를 취득할 수 있는 기회도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자산의 규모가 크고 고객의 해외경험이 많을수록 돈을 불리는 무대가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되고 있고, 절세를 위한 방법은 더 이상 국내 세무사의 몫이 아닌 시대로 진화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20년 이상 PB로 현업에 종사 중인 다수의 PB에게 ‘PB로서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과 가치는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에 대해 그들은 한목소리로 ‘전문성과 신뢰’를 이야기했습니다. 고액자산가들의 자산을 관리하는 전문가이므로 전문적 식견과 경험을 통해 위기를 관리하고 고객의 기대에 부응해야 하기 때문이죠.
신뢰는 돈을 맡기는 일의 ‘처음’이자 지속적으로 맡기게 되는 ‘끝’입니다. 고객과 PB는 작은 신뢰로 출발했지만, 시간이 쌓이면서 신뢰가 단단해질수록 고객의 가문을 관리하는 진정한 자산관리전문가이자 패밀리 오피스 일원으로 거듭나는 것입니다. 어쩌면 앞으로 10년은 지금보다 훨씬 급격한 PB 서비스 변화의 시대가 펼쳐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진짜 ‘쩐의 전쟁’이 시작된 거죠.
이런 배경에서 국내 자산관리업계 현황과 과제를 현실감 있게 들여다보고자 국내외 증권사 및 은행 등에서 다년간 PB로 활용했으며, 10여 년 동안 PB 교육을 진행하며 1만여 명의 PB를 만나왔던 경험을 가진 웰스에듀 김양수 대표와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PB들 리츠 등 부동산 간접상품 이해도 낮아
변화하는 금융환경 접한한 제도 개선 자구노력 필요

10여년간 PB 교육을 진행해 온 자산관리전문가 ㈜웰스에듀 김양수 대표 

 

Q. 우리나라 PB 산업이 본격 확대되기 시작한 지 20여 년이 지났는데, 그동안 변화의 수준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요?
사실상 해외 시장이나 고객이 성장하는 속도에 비해 국내 자산관리 산업의 발전 속도는 더딘 것 같습니다. PB 역시 아주 뛰어난 역량을 갖춘 일부와 대다수의 평균 수준을 넘지 못하는 인력구조로 나뉘어져 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초고액자산가나 패밀리 오피스를 담당하는 PB들은 기본적으로 장착된 전문성과 본인들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시장을 뛰어넘는 성과를 얻고 있습니다. 이 경우 고객에게 자신을 입증하는 것과 동시에 스스로 PB의 고객이 되어 갑니다. 그러나 이런 사례는 일부이고 여전히 KPI에 맞는 성과를 내기 위해 고객에게 상품을 파는데 급급한 PB도 적지 않아 보입니다.

 

Q. 자산관리전문가이자 스승으로서, PB의 가장 중요한 가치나 덕목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기본적 소양은 전문성입니다. 우리나라는 PB의 자격 요건을 명시하고 엄격하게 적용하고 교육하는 금융사가 많지 않은 실정입니다. 고객의 자산을 관리하는 전문가이므로 경제상황과 금융상품 등에 대한 전문성은 필수입니다. 이를 위해 기본적인 자격을 이수하고 경험하는 과정을 거쳐 진짜 PB로서의 소양을 갖추는 게 우선되어야 합니다. 두번째는 관계관리 능력이죠. 해외에서는 PB를 RM(Relation Manager), 즉 관계관리자라고도 합니다. 결국 사람을 대하고 그들의 니즈를 이해하고, 설명하는 과정이 반복되어야 하는 일인 만큼 고객과의 관계, 그 집안 가족들과의 관계를 잘 이해하고 정리해서 자산 운용과 관리 과정을 설계할 때 반영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Q. PB들의 리츠나 부동산 사모펀드 등 부동산 상품에 대한 인식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요?
사실상 국내 PB들은 리츠나 부동산 사모펀드 등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편입니다. 아직 국내 리츠 시장 규모나 상품도 제한적이고, 부동산 사모펀드는 잊을만하면 한 번씩 사회적 이슈가 되곤 했기 때문입니다. 고객에게 제대로 설명되지 않은 채 판매되거나 상품성이나 운용에 문제가 있는 일례가 투자자의 인식을 저해하고 부동산 간접상품의 발전을 가로막는 요인입니다. 리츠나 부동산 사모펀드 투자로 이익을 실현하는 고객 사례가 늘고 다시 가입하는 선순환 사례가 늘면서 인식이 개선되어야 할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리츠는 안정적으로 배당되는 상품이므로 노후를 위한 연금 포트폴리오에 편입하면 아주 좋은 상품이 될 수 있지만, 주가 하락이나 운용 및 관리상 신뢰를 주지 못하는 점이 활성화를 저해하는 요소가 되는 것 같습니다. 리츠 주가 관리, PB를 대상으로 한 IR 등 리츠운용사들의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Q. 국내 자산관리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개선되어야 할 과제는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영앤리치가 늘고 해외 투자가 손쉬운 글로벌 투자환경이 조성되면서 이제 PB는 글로벌 경쟁 시대로 접어들었습니다. 국내의 부가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금융사나 국가에서도 금융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긴장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이 같은 배경을 염두하고 크게 3가지 정도의 과제를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첫째, 더욱 정교한 고객 세분화를 통해 금융자산 규모뿐만 아니라 부의 원천, 연령, 가족 구성 등 다각적 요소를 고려한 맞춤형 서비스가 확대돼야 합니다. 특히 초고액자산가를 위한 패밀리 오피스 서비스와 생애주기별 맞춤 서비스가 강화돼야 합니다. 둘째, 자문 서비스의 유료화와 수익 모델이 다변화되어야 합니다. 현재의 상품 판매 중심 수익 구조에서 벗어나 자산관리 자문 서비스에 대한 자문료 체계와 성과 연동형 보수 체계가 구축되어야 한다는 의미죠. 이는 해외 금융회사에서는 너무 당연한 환경이기도 합니다.

모건스탠리 고객 관리 체계 모건스탠리

셋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가속화 및 글로벌 사업연계로 변화하는 투자환경에 대응해야 합니다. 온라인·모바일 기반 자산관리 플랫폼이 확대되고, 빅데이터와 AI 기술을 활용한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가 고도화되는 환경에 맞춰 영앤리치에 맞는 자산관리 접근법이 모색되어야 합니다.

이밖에도 사모펀드, 비상장 투자, 해외 투자 기회 등 차별화된 투자 상품 확대, 기업 오너 고객을 대상으로 IPO M&A 자문 등 투자은행 서비스와의 연계 활성화 등도 이뤄져야 합니다. 이 모든 것과 관련된 신탁 제도 활성화 등 법·제도적 환경의 개선도 병행되어야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아직 늦지 않았지만, 지금을 놓치면 따라가기 힘들 수 있습니다.

안명숙

안명숙

서울프라퍼티인사이트 자문위원. 부동산 마케팅 솔루션제작소 오지랖 대표

30여년 경력의 현직 부동산 자산관리 전문가. 금융권 부동산 컨설턴트,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스타트업 기업 등을 거치면서 세대를 아우르는 부자들의 관심과 니즈를 분석해왔다. 부동산이 도시와 개인의 가치있는 자산으로 오랫동안 자리매김하도록 오늘도 유쾌하게 오지랖을 떨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