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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불확실성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특히 관세 정책을 둘러싼 뉴스가 연일 쏟아지며, 투자자들은 정책 방향을 해석하고 그 영향을 분석하는 데 분주합니다. 하지만 이 혼란이 단순히 일시적인 정책 이벤트 때문만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어쩌면, 세계 경제의 구조 자체가 변하고 있는 전환점에 서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어떤 마인드로 시장을 대해야 할까요?

과거의 질서 그리고 균열


수십 년 동안 글로벌 경제는 세계화(Globalization)와 자유무역(Free Trade)이라는 흐름 속에서 안정적으로 성장했습니다. 특히 2001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은 상징적인 전환점이었습니다. 중국은 ‘세계의 공장’으로 부상했고, 선진국들은 생산을 외주화하며 상품을 대량으로 수입하고 소비를 확대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전 세계적으로 물가 상승 압력을 억제하는 기제로 작용하였으며, 낮은 인플레이션과 안정적인 성장률 유지를 가능케 했습니다.
연준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양적완화로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자산시장에 막대한 유동성을 공급하였습니다. 이로써 금융시장과 실물경제는 나란히 성장하는 황금기를 누렸습니다. 글로벌 공급망은 촘촘히 얽히며 국가 간 상호 의존도를 높였고, 이는 경제뿐만 아니라 지정학적 안정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러나 이제 이러한 흐름이 변하고 있습니다. 세계화가 내세우는 가치와 혜택에서 소외된 계층의 불만과 패배감이 정치적 힘으로 분출되었고,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보호무역주의와 군사력 강화 정책이 다시 등장하고 있습니다. 미·중 패권 경쟁은 단순한 무역 갈등을 넘어, 기술과 안보 그리고 지정학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미국은 자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을 시도하고 있으며, 중국 역시 내수 중심 경제로 전환을 꾀하고 있습니다.

하워드 막스(Howard Marks)가 다시 말하는 “아무도 모른다”


이 시점에서 사이클 분석과 리스크 관리에 정통한 투자자 하워드 막스의 통찰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는 오크트리 캐피탈(Oaktree Capital Management)의 공동 창립자로, 시장의 주요 전환점마다 깊은 통찰이 담긴 메모 “Nobody Knows(아무도 모른다)” 시리즈를 발표해 왔습니다.
2008년 리먼브라더스 파산 직후 그는 “Nobody Knows(아무도 모른다)”라는 제목의 메모를 발표했고, 이후에도 팬데믹과 이번의 지정학적 긴장 속에서 연이어 같은 제목의 시리즈를 발표하며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그의 핵심 메시지는 이번에도 명확합니다: “투자 세계에서 확신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특히 지금처럼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는 더욱 그렇다.”

불확실성을 인정하고 행동할 수 있는가


그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발표한 첫 번째 메모를 회상하며 글을 시작합니다. 당시 리먼브라더스는 사상 최대 규모의 파산을 기록했고, 베어스턴스와 메릴린치는 헐값에 매각되었으며, 씨티그룹 · AIG ·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정부의 구제를 받는 등 미국 금융업계는 붕괴되고 있었습니다. 하워드 막스는 “이 소용돌이가 잡힐 수 있을지, 나를 포함한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고 강조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결국에는 끝이 있으리라는 가정하에, 대폭 할인된 가격에 거래되고 있는 금융자산에 투자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회상합니다.
그는 “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고,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여러 가능한 결론을 상정해 보는 것뿐이었다며 다음과 같은 사고 흐름을 공유합니다.
•    우리는 세상이 망할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다.
•    설령 망한다 해도 뭘 해야 할지 알 수 없을 것이다.
•    만약 세상이 망하지 않는다면, 망한다고 가정하고 준비한 일들은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    그리고 거의 대부분의 경우, 세상은 망하지 않는다.
이러한 사고의 흐름을 바탕으로 그는 ‘OCM Opportunities Fund VIIb, L.P.’ 펀드에 남아 있던 약 100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Distressed Debt(부실채권)에 투자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급락한 은행 대출과 기타 증권을 저가에 매입하는 전략을 취한 결과, 이후 시장이 회복되며 자산가치는 크게 상승했습니다. 이는 극단적 시장 환경 속에서 기회를 포착해 높은 수익을 실현한 대표적 사례로, 오크트리와 하워드 막스의 리스크 관리 능력 그리고 마켓 타이밍 포착 능력을 보여주는 유명한 일화입니다.
하지만 그는 이러한 투자결정을 내릴 때 결코 확신이 있었던 것이 아니며두려움이 없었던 것도 아니라고 강조합니다그러면서 투자의 세계에서 어쩌면 가장 중요한 마음가짐에 대해 설명합니다바로 불확실성에 대한 존중입니다. “투자세계에서 확신이 설 자리란 절대 존재하지 않으며특히 전환기와 격변기에는 더욱 그렇다고 그는 말합니다. “무엇이 가장 논리적인지를 추론 할 수 있다면그 방향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입니다.


지금 시장은 어떤가: 하워드 막스의 시각


하워드 막스는 최근 글로벌 환경에 대해, “과거 80년간 국제무역이 작동해 온 방식이 이제는 의미 없을 수 있다. 기준이 사라졌다.” 그리고 “지금 다루는 주제에 대해서 전문가가 없고 예측이 옳을 확률이 굉장히 낮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고는 다른 대통령들보다 예측 가능성이 더 낮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는 트럼프의 생각이 일관된 이데올로기를 따르지 않고 전술적 응용에 매우 크게 좌우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시장이 관세를 인상할 줄은 알았지만, 인상 폭이 이처럼 막대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합니다.
그는 지금까지의 관세 조치가 ‘자책골’이라고 표현합니다. 브렉시트(Brexit)처럼 스스로 자초한 것이라고 봅니다. 관세로 인한 부정적 여파는 거의 즉각적으로 체감되는 것들이고, 긍정적 이득은 발생하더라도 오랜 시간 후에 가시화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는 연준의 대응이야말로 메모의 제목인 ‘아무도 모른다’처럼 불확실성 속에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경기침체 위협으로 금리 인하 속도를 높일 수밖에 없을지도 모르지만, 관세로 인한 인플레는 수요 증가로 인한 인플레와 달리 금리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행동하지 않음’ 또한 하나의 선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결정을 내리고 행동을 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오로지 복잡성과 불확실성만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행동하기 위해 확실성과 자신감이 있어야만 한다고 하면 결국 우리는 아무 행동도 할 수 없는 얼음 상태가 되어 버릴 것”이라고 말해주고 있습니다.
또한 “행동하지 않겠다는 것도 그 자체로 행동”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즉, 투자 포트폴리오를 그대로 두겠다는 결정 역시 적극적인 판단이 필요하며, 이는 감정적 회피가 아닌 분석 기반의 결정이어야 함을 의미합니다. 또한 그는 “떨어지는 칼날을 잡지 마라”와 같은 격언을 맹신하는 것을 경계합니다. 이는 투자자들이 불확실성 앞에서 결정을 유예하거나 회피할 때 쉽게 기대는 말이지만, 때로는 기회비용을 더 크게 만드는 위험한 회피 전략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론: 불확실성 속에서도 논리적 사고를 가지고 행동해야 한다


하워드 막스는 다음의 글귀로 메모를 마무리 합니다.  
향후 전망에 구름 한 점 없고 자산 가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르던 18, 24, 36개월 전에는 모두들 기꺼이 매수에 나섰다. 이제 지금껏 상상하지 못했던 위험이 시장가격에 반영된 만큼, 지금은 목욕물을 버리다가 덩달아 같이 버려진 아기처럼, 귀한 저평가 자산을 찾아야 할 시기다. 우리는 이를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이번 메모 역시 과거 시장을 짚고, 현재의 리스크를 기회로 바라보는 관점을 취하고 있습니다. 하워드 막스는 확실한 상황을 기다리기 보다는, 불확실성 속에서도 논리적 사고를 바탕으로 조심스럽게 행동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특히 불확실성과 공포가 시장을 지배할 때야 말로 진정한 투자 기회가 생긴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런 상황에서는 아기까지 목욕물과 함께 버리는 실수가 자주 발생한다는 점을 상기시킵니다.
, 투자자들이 버리면 안되는 자산까지 팔아 치우면서 가격이 떨어지고 이것이 가치 대비 매력적인 가격으로 매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줄 수 있으며, 이를 잘 포착할 수 있다면 초과수익을 낼 수 있다는 의미로써 오크트리와 그의 투자철학을 잘 보여주는 구절입니다.
하지만 위 구절을 지금이 매수 타이밍이라는 식으로 오해해서는 안됩니다. 그의 조언은 단순히 많이 싸졌으니까 지금 사라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충분한 리서치와 가치평가를 통해 가치 대비 가격이 비합리적으로 낮아진 자산을 포착하고 논리적인 투자근거를 세웠다면 불확실성 속에서도 행동해야 함을 말하고 있습니다. , 많이 떨어졌으니까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투자를 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박순재

박순재

서울프라퍼티인사이트 데이터 애널리스트

우리가 사는 도시를 더 좋게 만들기 위한 부동산 금융의 역할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현재 서울프라퍼티인사이트(SPI)에서 데이터베이스를 설계하고 운영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도시계획과 경영학을 전공하였으며 CFA Charterholder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