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독자적인 방식으로 비즈니스를 확장하고 새롭게 기회를 만들어 가는 패밀리 오피스들이 있습니다. 라이프스타일을 담는 그릇과 같은 부동산 자산을 바탕으로 새로운 비즈니스를 전개하고 산업의 방향과 미래 가치에 대한 투자를 꾸준히 진행합니다. 비즈니스 디벨로퍼로서의 역할도 수행하는 것이죠. 자신들만의 확고한 헤리티지를 자산으로 활용해 본연의 가치를 확립하고, 사업의 범위를 확장하고 있는 패밀리 오피스를 만나 현재와 미래 사업 방향에 대해 들어봅니다. 패밀리 오피스의 비즈니스 사고법을 공유합니다.

이도도자기를 대표하는 백자 '순' 라인 ⓒ이도도자기
이도의 변화는 패밀리 오피스의 사업 전환과 비즈니스 확장의 관점에서도 흥미롭습니다. 새로운 비즈니스 키워드인 유니크한 프리미엄 타일 또한 상업용 부동산 투자와 관계가 있는 상품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기울이게 되는 주제이기도 합니다. 이에 브랜드의 사업 확장을 기획한 김영근 대표, 신사업 전개를 책임지고 있는 전략기획실 김보현 이사와 인터뷰를 통해 브랜드의 비즈니스 전략과 자산 가치 확대 과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 보았습니다.
Q. 회사 또는 브랜드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도도자기는 1990년 수공예 생활도자 브랜드로 시작되었습니다. 이후 백화점과 직영 전시판매장 등을 통해 작품성이 있는 도자의 생활 식기 시장을 개척하였습니다. 본차이나 소재로 제작된 국내외 식기 브랜드와의 경쟁 속에서도 고요한 한국의 미를 담은 프리미엄 브랜드로 B2C 시장에서 사랑받아 왔으며, 이도도자기의 이러한 가치를 공유하려는 국내외 기업체들의 주문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이는 최근 주목받고 있는 K-CULTURE의 영향도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도자의 생활 식기 시장을 개척한 이도 도자기 ⓒ이도도자기
하지만 수공예 도자 시장의 리딩 컴퍼니로서 입지를 굳히기 위해서는 생산설비 증대가 필요했습니다. 이에 2014년 10월, 여주시 강천면에 위치한 약 3,000평 규모 대지에 이도 세라믹 스튜디오를 오픈하였습니다. 30여 명의 소속 장인들이 동일 공간에서 생활하며 안정적으로 제품 생산을 담당합니다. 이를 계기로 이도도자기만의 콘텐츠를 바탕으로 한 기존 생활 식기 시장 외에도 프리미엄 봉안함, 고급 통기성 화분 등 단일 아이템 제작에 대한 여러 연구를 진행 중이며, 특히 건축과 인테리어 시장에서 부동산 가치 증대 및 삶의 질적 향상에 기여하는 프리미엄 커스텀 타일 브랜드인 이도 커스텀 타일도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이도 세라믹 스튜디오 설립을 계기로 사업 영역 확대를 구상하던 중 과거 인테리어와 건설사업을 했던 당시의 경험이 떠올랐습니다. 내구성과 항오염성, 불연성을 갖춘 프리미엄 건축자재가 없는 게 아쉬웠죠. 이런 기능을 갖추고, 도자 예술의 심미성을 더한 프리미엄 세라믹 타일을 개발하면 사업성이 있을 것이라 생각해 2018년부터 10여 명의 디자이너 및 도예가와 협업해 이도 커스텀 타일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이후 LVMH 그룹의 에르메스 브랜드 매장 파사드 타일 제작 의뢰가 들어왔고, 프랑스에서 온 디자이너가 직접 이도 세라믹 스튜디오를 방문한 후 저희를 협력업체로 선정했습니다. 약 11개월간 협업 프로젝트는 성공적으로 진행됐습니다. 이를 시작으로 국내외 여러 브랜드 및 건축가들과의 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독특한 컬러와 모양을 구현할 수 있는 이도 커스텀 타일 ⓒ이도도자기
세라믹 시장은 굳이 나누자면 전통 세라믹과 첨단 세라믹으로 구분됩니다. 첨단 세라믹 시장은 한때 전통 세라믹 회사였던 일본의 교세라 같은 회사가 주도하고 있습니다. 첨단 세라믹은 국가 차원의 지원과 엄청난 연구개발이 요구되는 분야입니다. 이도라는 단일 브랜드가 성과를 내기에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죠. 이에 이도도자기가 가진 기업 이미지와 기술성을 바탕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분야를 선택했습니다. 예술 도자기를 건축 소재로 활용해 건축의 기능과 심미적 공간의 완성도에 기여할 수 있다고 판단했죠. 이도는 건축의 예술적 구현 측면에서 한 축을 담당하는 브랜드로, 문화 가치를 만들어 가는 주체가 되길 원합니다. 사업적 기회, 문화적 의미, 사회적 가치를 모두 충족할 수 있는 비즈니스라고 생각했습니다.
건축용 타일을 시공할 때 주로 건축가나 디자이너가 이미 생산된 타일 중 컨셉에 맞는 타일을 선정합니다. 설계 도면에 따라 기성 자재들을 규격에 맞게 재단하고 채색해 활용하죠. 하지만 세라믹 소재는 유약 처리로 불에 구워 완성되기 때문에 정확한 사이즈나 색채를 짧은 시간에 완벽히 구현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도자기는 기초 소재를 흙으로 성형해 최소 1,000도 이상으로 소성하기 때문에 약 10~15%의 수축이 일어납니다. 또한 수백 개에서 수만 개의 조합으로 시공이 이뤄지는 타일의 경우 납기와 예산의 제한이 있는 건축 현장에서 커스텀을 해 활용하는 것에 어려움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커스텀 타일을 활용하고 싶은 건축가와 건축주의 뜻이 모일 수는 있습니다. 물론 이 경우에도 제작업체와 도예가를 찾는 것이 어려운 현실의 벽이 또 존재합니다. 어쩔 수 없이 건축 자재 시장이나 수입업체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지죠.
이도 커스텀 타일은 이런 제약조건과 시장의 불균형을 기회로 삼아 경쟁력을 확보했습니다. 기존 타일 공장은 평평한 타일에 프린팅하는 기술 외의 방식으로는 타일 생산이 불가합니다. 입체적이거나 디자인이 필요한 타일을 도예가에게 의뢰할 수는 있으나 수량과 기한을 맞추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비즈니스적인 부분에서 문제가 생길 확률이 높은 편이죠. 이도는 이런 약점을 모두 보완했습니다. 디자인부터 생산까지 일괄협의가 가능한 조직과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도는 디자인부터 생산까지 가능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이도도자기
에르메스와의 인연은 2019년부터 시작됐습니다. 이후 싱가포르, 태국, 대만 등 동남아 상권에 명품 브랜드 진출이 진행되며 비즈니스 제안도 많이 받고 있습니다. 또한 국내 유수의 인테리어 업체의 제작 요청도 점차 증가하는 상황입니다. 커스텀 타일은 건축물 자체를 마스터피스처럼 하고 싶은 욕망을 실현해 줄 아이템이자 소재이기도 합니다. 또한 놓이는 장소의 분위기, 쓰는 사람의 취향과 삶의 태도까지 드러내는 도자기만의 매력도 큽니다. 물론 한국적인 요소들이 세계적 관심을 받는 지금 시대와 잘 어우러지는 아이템이었다는 이유도 있을 겁니다. 이런 요인들이 더해져 이도 커스텀 타일에 대한 관심이 점차 증가하는 것이죠.

이도는 글로벌 브랜드와 여러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도도자기
Q. 기존의 부동산 자산을 활용해 새로운 비즈니스로 확장하는 과정에서 어떤 부분을 주요 포인트로 고려하셨나요?
과거에는 부동산 비즈니스도 조금 더 간단한 측면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토지 위에다 건물을 세우고 시간이 지나면 자산 가치가 올라가 있곤 했죠. 부동산 비즈니스에 대한 기대 가치가 큰 편에 속했습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상황과 환경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토지에 건물을 세우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그다음 비즈니스를 고민해야 합니다. 건물 또는 공간에서 어떤 비즈니스를 전개하고, 가치를 높여 나갈 것인지까지 기획해야 하죠. 이 지점이 부동산 비즈니스의 운영 관리 측면이기도 합니다. 건축자재, 어떤 소재와 인테리어로 공간을 꾸밀 것인지에 대한 고민과 관심도 이 지점부터 생기기 시작합니다. 비즈니스를 구현한다는 것은 모든 요소들이 딱 맞는 퍼즐처럼 짜여 하나의 완성된 그림을 만드는 것과 같기 때문이죠. 이도가 이 그림을 함께 만들어 가면서, 특색과 차이점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부동산을 보유 가치만으로 보는 시대는 끝났다고 생각합니다. 요즘의 부동산은 어떤 콘텐츠가 들어가는지에 따라 자산의 가치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자산을 운용하고 해석하는 방식이 곧 부동산의 수익성과 문화성을 좌우하는 것이죠. 이도의 타일 역시 그 지점에 집중합니다. 공간에 고유한 이야기를 더해주고, 공간이 목적지가 되도록 만드는 힘을 가진 콘텐츠라 할 수 있습니다. 건축자재 이상의 의미를 갖는 셈이죠. 그래서 우리는 부동산 자산을 하나의 미디어 또는 브랜딩 플랫폼으로 이해합니다.

이도에서 운영 중인 레스토랑 이도 청담 ⓒ이도도자기
사람에 대한 관심인 것 같습니다. 이도 전략기획실에 합류하기 전 인공지능 스타트업 '보이저엑스’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며, 사용자 필요를 정의하고 제품의 방향성과 서비스 개선 전략을 고민해 결과를 도출하는 작업을 수행했습니다. 유저와 시장, 기술 사이의 균형을 찾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미래 산업'이란 기술 그 자체보다 사람의 행동을 어떻게 바꾸는지에 달려있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기술의 최전선에서 일을 하다 보니 반대로 '기술의 급격한 발전으로 많은 부분이 대체된다면 사람은 어떤 것을 원하게 될까?'라는 질문이 생겼습니다. 그 답이 '문화'와 '경험'이라는 생각을 하다 보니 이도라는 브랜드가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세라믹이라는 물성, 손의 감각, 한국적인 미의식까지 담고 있는 브랜드니까요. 그 자체로 콘텐츠이자 감각적 경험이며, 새로운 가치 창출의 출발점이 된다는 부분이 특히 좋았습니다. 기술 산업에서의 배움을 바탕으로 이도를 전혀 다른 가치로 풀어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도 커스텀 타일을 활용해 인테리어를 한 글로벌 브랜드 매장 ⓒ이도도자기
'무엇으로 사람에게 감동을 주는가'라는 질문을 늘 스스로에게 하곤 합니다. 질문을 거듭할수록 사람과 기술이 닿는 접점에서 아름다움과 경험의 밀도 같은 감각적 요소가 사람들의 반응을 이끌어 낸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이런 지점에서 이도는 제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던 ‘브랜드가 곧 철학이 되는 과정’을 구현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그 여정을 직접 설계할 수 있다는 것 또한 굉장한 매력 요소였고요.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의 영역에 대한 고민도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생각으로는 문화 예술 분야가 유일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양극화되겠지만, 문화 예술적 가치가 클수록 더 확장되고 성장하겠죠. 그 핵심 역할을 오늘날의 한국이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K-POP, K-FOOD를 넘어 K-CULTURE 전반에 대한 글로벌 관심도가 계속 높아지는 것도 이런 징조라 볼 수 있죠. 아직 덜 알려졌다는 것도 기회입니다. 세련되고 새로운데 그동안 보지 못했던 것을 찾게 될 것이고, 그 지점의 만족도를 높여줄 한국적인 요소들은 충분하다고 봅니다. 다만 알려지지 않은 상태이니 잘 알리는 방법을 고민해야 합니다. 한국 유약을 활용한 커스텀 타일 역시 이런 배경에서 사업화된 상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도가 만드는 커스텀 타일을 건물에 활용하면 그 자체로 문화 아이콘이자 누구라도 한 번쯤 보고 싶은 공간을 만들 수 있다는 가치를 전달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커스텀 타일을 활용하면 누구나 한 번쯤 보고 싶은 공간을 만들 수 있다. ⓒ이도도자기
커스텀 타일을 고급 주거 및 상업 공간, 예술 공간 등에 사용되는 상품으로 인지할 수 있도록 활용성을 확장해 나갈 계획입니다. 공간의 정체성을 구축하는 동시에 차별성과 프리미엄 설계의 도구로 커스텀 타일을 활용하게끔 만들어 보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예술과 건축, 공예의 경계를 넘나드는 협업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예술이 가진 상징성과 이도만의 물성이 만나 하나의 문화 자산으로 완성될 수 있는 프로젝트를 기획 중이죠. 한국의 문화와 감성을 담은 타일로 세계와 소통할 수 있는 글로벌 비즈니스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이도의 커스텀 타일이 있는 공간은 하나의 작품이 된다'라는 브랜드 포지션을 확고히 만들어 나가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