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도는 섬 지역을 제외하면 크게 23개의 구와 서쪽에 위치한 다마 지역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번에는 그중에서 도쿄도의 또 다른 한 축인 서쪽의 다마 지역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인구 420만 명이 살고 있는 이 지역은 크게 세 구역으로 나눠집니다. 각 구역의 지역적, 지형적 특징과 개발의 진행 방향을 알아보겠습니다.
도쿄 도심에서 타치가와는 지하철로 약 25분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구글지도
또한 다마 지역의 새로운 중심으로 발전 중인 타치가와 지역 개발에도 주목했습니다. 타치가와 지역은 만화책
<나기의 휴식>의 배경지입니다. 주인공 오시마 나기가 주변의 눈치를 지나치게 보다가 지쳐버려 도시를 떠나 정착한 곳이었습니다. 신주쿠에서 JR 중앙선을 타고 약 25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타치가와는 상업시설이 발달한 역 주변과 인정이 넘치는 옛 마을 분위기가 어우러지고, 풍부한 자연환경이 있어 마음을 달래주는 곳으로 그려집니다. 타치가와역 북쪽 출구의 자전거 대여소, 다마 모노레일을 따라 이어지는 산산로드, 다마가와조스이 지역의 풍경을 즐기고 작은 빵집, 공방 등 상점도 구경하다 보면 다치카와의 매력에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다마 지역 타치가와 개발을 통해 도쿄 외곽 지역의 대규모 개발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조금 더 소개해 보겠습니다.
크게 세 구역으로 나뉘는 다마 지역 지도 ⓒ도쿄도 홈페이지
세 가지 다른 특징을 가진 구역으로 나눠지는 다마 지역
다마 지역은 니시타마(서다마), 미나미타마(남다마), 기타타마(북다마)의 3개 구역으로 나뉩니다. 먼저, 니시타마 지역부터 소개하겠습니다. 이곳은 대부분이 산림지대이며, 도쿄도의 수원지이기도 합니다. 전쟁 전에는 임업, 석회, 누에고치 산업으로 번창했지만,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고도 성장기와 환율 자유화 등으로 인해 값싼 외국산 목재가 수입되면서 니시타마 지역의 쇠퇴가 시작되었습니다. 니시타마에는 도쿄도에서 섬 지역을 제외하고 유일한 마을인 히노하라촌이 있습니다. 이곳은 1945년에 7,103명을 정점으로 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해, 현재는 약 2,000명이 되었습니다.
니시타마 지역은 일본의 인기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에도 등장합니다. 주인공 카마도 탄지로는 오쿠타마마치 출신이라는 설정이고, 다른 캐릭터 몇 명은 니시타마 지역 출신입니다. 애니메이션에서도 깊은 산속 장소로 그려지는데, 현재도 비슷한 풍경입니다. 최고봉은 해발 2,017미터의 구모토리 산이 있으며, 도쿄도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자연이 풍부한 장소이므로, 등산을 좋아한다면 추천할 만한 곳입니다.
주인공이 탄생한 오쿠타마마치는 가장 서쪽에 있습니다. 이곳에는 1957년 다마강에 오고우치댐을 지어 완공된 인공호수 오쿠타마호가 있습니다. 건설 계획 자체는 1920년대부터 시작되었지만, 댐 건설 부지가 된 구 오고우치촌의 토지 매입 난항, 착공 직전에 발생한 가나가와현과의 수권을 둘러싼 수권 분쟁, 전쟁 격화에 따른 공사 중단 등 여러 고난이 있었습니다.
저수 용량은 약 1억 9,000만 m3로, 준공 당시 상수도 전용 저수지로서는 세계 최대 규모였습니다. 현재도 상수도 전용 저수지로는 일본 최대급입니다. 하지만 1950년대 고도 성장기에 들어선 도쿄는 ‘도쿄 사막’이라 불릴 정도로 물 부족에 시달리게 되었고 현재는 군마현, 사이타마현을 거쳐 도네강 수계에서 물을 공급받아 도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한편, 니시타마 지역의 중심인 오메시는 공장 진출 및 도쿄로 통근 가능한 지역으로서 1955년에는 인구가 5만 명이었으나 2000년에는 14만 명까지 증가했습니다. 이는 다마 지역 전체에도 해당하는 이야기로, 고도 성장기에 도쿄로 인구가 집중되면서 토지 가격이 상승하고 주택 확보가 어려워진 결과 주택지가 외곽으로 확장되었기 때문입니다.
모리빌딩이 진행한 훗사역 시가지 재개발 사업
다마 지역의 남쪽에 위치한 미나미타마의 중심인 다치카와시에 인접한 훗사시는 전후 주일 미군 요코타 기지가 설치된 것을 계기로 인구가 약 61,000명까지 증가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매년 감소세를 보이고 있으며, 2040년에는 약 39,000명 수준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현재 훗사역 서쪽 출구의 재개발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재개발에 앞서 2016년부터 훗사시 상공회의소가 중심이 되어 해당 역 서쪽 지역 도시 개발 검토회도 개최했습니다. 그 결과 2017년 11월 1일, 지주들로 구성된 ‘훗사역 서쪽 지역 제1종 시가지 재개발 준비 조합’이 발족하였습니다.
훗사역 서쪽 지역 제1종 시가지 재개발 사업은 훗사역 서쪽 출구에 인접한 1.4헥타르의 선행 지구를 대상으로 공공시설과 상업시설, 주거 정비 등을 추진하는 개발입니다. 그 특수업무 대행자로서 모리빌딩 도시기획 주식회사가 선정되었습니다. 계기는, 제가 요코타 기지에서 개최된 이벤트에서 훗사시청 관계자와 알게 된 것이었습니다. 훗사시로부터 시티 프로모션을 하고 싶다는 내용의 상담을 받아 당시로서는 드물게 애니메이션으로 시티 프로모션을 제안했습니다. 제안이 채택되며 훗사시와의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훗사시는 도쿄도 내에서 가장 자녀 양육에 적합하고 편한 도시로 알려져있는 등 좋은 점이 많은데, 주목받지 못하는 것이 고민이었습니다. 이에 다른 강점들을 찾아보던 중, 도쿄도 내에서는 드물게 사케(일본 청주)를 만들어내는 지역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를 테마로 애니메이션을 만들었고,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고이케 도지사에게도 좋은 평가를 받으며, 두 번째 작품도 만들게 되었습니다. 영화 스타일로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 있어서, 영화 『신 고질라』의 감독을 맡았던 친구의 도움을 받아 애니메이션을 제작했습니다. 도시의 매력을 시각화하는 것이 저의 일이기 때문에, 모든 작업을 제가 기획하고 프로듀싱했습니다.
교통의 요충지이자 예능의 거리가 발달한 미나미타마
미나미타마 지역의 중심은 하치오지시입니다. 하치오지시는 2022년을 기준으로 약 58만 명의 추정 인구가 살고 있습니다. 이는 다마 지역 전체 지자체 가운데 가장 많은 인구수이기도 합니다. 면적은 오쿠타마마치에 이어 도쿄도의 시구정촌(행정구역) 중 두 번째로 넓은 도시입니다.
하치오지는 메이지 시대에 직물 산업, 특히 생사(누에고치 실)와 견직물 산업으로 번성했던 도시입니다. 중심지인 하치오지역은 나가노와 야마나시 방면으로 가는 주오선, 사이타마와 군마로 가는 하치코선을 통해 화물이 모이고, 요코하마선으로 수출항인 요코하마로의 운송이 가능해 물류 중심 지점으로 발전했습니다. 하치오지와 요코하마를 잇는 길은 ‘비단길(絹の道)’이라 불리며, 이 길을 통해 수출된 견직물은 종점인 요코하마의 '붉은 벽돌 창고(Red Brick Warehouse)'로 운송되고, 그곳에서 바다를 건너 해외로 수출되었습니다.
교통의 요충지로서의 역할은 에도 시대 역참 마을로 번성해 왔던 시절부터 이어져 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영향으로 게이샤나 마이코 등의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가게들이 늘어서 있는 '하나마치(花街, '꽃마을'을 뜻하는 게이샤 지역)'가 남아있습니다. 찻집과 료테이(전통 고급 음식점) 등도 모여 있습니다. 유곽(遊郭)과는 달리 연회나 음악, 무용 등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거리로 다이쇼 시대에는 게이샤 수가 200명을 넘었고, 1950년대에는 료테이가 45채, 게이샤는 215명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그러나 고도 성장기부터 점차 쇠퇴하여, 1990년대 후반에는 이 지역의 게이샤 수가 약 10명으로 감소하였습니다. 현재는 이러한 하나마치 문화를 보존하려는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복합도시로 개발되었으나 쇠퇴 중인 하치오지
다마 지역을 대표하는 번화가로 발전해 온 하치오지의 북쪽 출구에는 지역 백화점인 ‘하마루키 백화점’과 나가노현 마쓰모토시의 ‘이노우에 백화점’, 전국 체인을 가진 ‘세이부 백화점’, ‘다이마루’, ‘이세탄’, ‘소고’ 등 여러 백화점이 입점해 많은 쇼핑객으로 붐볐습니다. 하지만 신주쿠에 가까운 ‘타치가와’나 ‘기치조지’와의 경쟁이 심해지면서 점차 열세에 몰리게 되었고, 잇따라 백화점이 폐점 및 철수함에 따라 이 지역의 위상은 낮아지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미나미타마 지역에는 신주쿠역에서 오다큐선, 게이오선, 주오선의 세 노선이 접근하고 있습니다. 1960년대, 도쿄의 급격한 인구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도시재생기구(UR)가 하치오지시, 다마시, 마치다시, 이나기시 등 4개 시에 걸쳐 약 2,884헥타르 면적의 뉴타운 개발을 실시했습니다. 개발 당시에는 급증하는 도쿄 인구에 대응하기 위해 조성되었지만, 1972년 다나카 가쿠에이 수상이 제창한 ‘일본열도 개조론’에 따른 지방 인프라 투자와, 1973년 오일쇼크로 인해 지방에서 도쿄로의 이주가 적어짐에 따라, 양적 개발에서 질적 개발로 방향이 바뀌었습니다. 이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뿐 아니라 타운하우스나 단독주택 등 다양한 유형의 주택이 공급되는 거점 도시, 광역적인 도시 기능을 충실히 갖춘 도시 등의 특성을 강화해 주변 지역과 연계한 복합 도시 조성을 목표로 개발이 시작되었습니다.
한편, 개발이 시작된 1960년대부터 1970년대에 걸쳐 다마 구릉 지역의 자연 파괴 및 도시 개발로 지역 주민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한 우려 등으로 개발 반대 운동이 벌어졌습니다. 이 운동은 공해 문제, 개발에 따른 토지 이용 변화, 지역 사회 해체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뉴타운 개발의 진척을 막기 위해 시위, 농성 등 항의 활동까지 진행되었습니다. 대규모 개발에 대한 주민 반발이 두드러지게 나타난 사례로, 현대의 도시계획이나 개발 정책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스튜디오 지브리의 작품 중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은 이 개발을 무대로 했습니다. 1980년대 후반, 종합건설회사에서 일하며 다마 뉴타운의 마지막 개발인 ‘미나미오오사와’ 개발에 관여했기에 이직 후 『폼포코』를 보았을 때 죄책감 등 복잡한 감정이 들었던 기억이 남아있습니다. 교외 지역의 무질서한 도시 확장 개발보다는, 모리 빌딩이 제창한 ‘수직 정원 도시(Vertical Garden City)’ 구상에 공감하게 되는 계기도 되었습니다.
현재 다마 뉴타운은 같은 시기에 입주한 전후 베이비붐 세대가 일제히 70대 후반에 이르렀고, 자녀 세대는 돌아오지 않아 인구 감소와 저출산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당연하게도, 건물이나 인프라도 같은 시기에 한꺼번에 지어졌기 때문에 저출산 고령화와 병행하여 주택 및 설비의 노후화, 도시 기반의 열화 등이 함께 발생하고 있어 과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특히 초기 개발 지역에서는 이러한 문제들이 더욱 가시화되고 있으며, 장래의 재정적 부담도 우려되고 있습니다. 다만 2030년대에는 인접한 사가미하라시에 신칸센 하시모토역이 생길 예정이므로, 앞으로 어떤 방식의 도시 개발이 이루어질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모노레일 개통, 「GREEN SPRINGS」 복합개발로 발전을 거듭한 타치가와
마지막은 다마 지역 북쪽에 위치한 기타타마(북다마) 지역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이 지역의 중심지는 4개의 노선이 교차하는 교통의 결절점인 타치가와역입니다. 타치가와시에는 전쟁 전 ‘타치가와 비행기’라는 항공기 제조 공장과 비행장이 있었으나, 전쟁 후 미군에 접수되어 미군 기지가 되었습니다. 그 부지 또한 1977년에 반환되었습니다. 반환된 부지 중 동측은 토지 소유자인 ‘다치히 기업 주식회사’와 ‘신다치카와 항공기 주식회사’(현: 다치히 홀딩스)에 반환되어, 다치히 라라포트 등 상업시설 외에도 도립 스나가와 고등학교, 시립 중학교, 시립 체육관 등 공공시설 용지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기타 잔여 부지는 동부, 중앙부, 서부의 3개 지구로 나뉘었고, 동부에는 육상자위대 다치카와 주둔지 외에 해상보안청, 경시청, 도쿄 소방청 등 각종 관공서 시설이 들어서며 다치카와 방재기지로 조성되었습니다. 1994년에는 일부가 상업시설 등이 들어선 ‘파레 다치카와(Faret Tachikawa)’로 재개발되었습니다. 중앙부에는 쇼와 천황 재위 50주년을 기념하여 국영 쇼와 기념공원이 조성되었습니다.
자연 환경이 잘 갖춰진 그린 스프링스 풍경 ⓒGREEN SPRINGS 공식 인스타그램
타치가와 다마 지역의 중심이 된 계기는, 1998년 다마 모노레일의 개통입니다. 신주쿠역에서 다마 지역으로는 세이부 하이지마선, JR 주오선, 게이오선, 오다큐선이 운행되고 있었지만, 각각의 주요 역 간에 남북 방향 이동이 불편하다는 점이 약점이었습니다. 다마 모노레일은 이런 약점을 줄이는 역할을 했습니다. 모노레일을 통해 다마시의 오다큐선 및 게이오 사가미하라선의 다마센터역, 히노시의 게이오 다카오선 다카하타후도역, 타치가와시의 JR 주오선 다치카와역, 세이부 하이지마선의 다마가와조스이역이 연결되어 남북 방향 이동이 한층 용이해졌습니다.
현재도 이세탄, 다카시마야 등 여러 백화점이 운영 중인 다치카와는, 최근 백화점이 잇따라 폐점하고 있는 하치오 지역과 대조적입니다. 2005년부터 주오선의 모든 특급 열차도 다치카와역에 정차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발전한 다치카와지만, 눈에 띄게 멋스러운 장소가 없는 것이 아쉬운 점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미도리 지구에 다치히 홀딩스가 정비한 세련된 복합시설 「GREEN SPRINGS(그린 스프링스)」가 2020년 4월 10일에 개업하였습니다. ‘하늘과 대지와 사람이 이어지는 웰빙 타운’을 콘셉트로 약 3만 9,000㎡ 부지에 들어선 복합시설입니다. 다마 지역 최대 규모인 약 2,500석의 홀, 새로 파낸 천연 온천을 이용한 인피니티 스파가 특징인 호텔, 상업 시설, 오피스 등이 구성되며 「GREEN SPRINGS」는 도심의 열화 된 복제품이 되기 쉬운 교외 지역 개발과 다른, 매우 잘 기획된 프로젝트로 평가받습니다.
그린 스프링스 전체 지도 ⓒGREEN SPRINGS 홈페이지
교외 지역 개발 기획 중 잘된 프로젝트로 평가받는 그린 스프링스 ⓒ야베토시오
다치히 홀딩스는 과거 항공기를 제작했던 이력이 있어, 콘셉트나 호텔 이름 등에 ‘하늘(空)’이라는 명칭을 붙이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에는 반환된 토지를 활용해 사업을 펼치고 있는 개발업자이지만, 자신의 뿌리를 소중히 여기는 것은 매우 좋은 일이라 생각합니다.
그린 스프링스에 위치한 소라노 호텔에서 본 석양 ⓒ야베토시오
대도시 주변에는 반드시 교외가 존재합니다. 그렇기에 어떻게 교외를 개발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다치카와 사례는 교외 개발의 좋은 참고 자료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도쿄를 방문할 때, 꼭 도심에만 숙박하지 말고 「GREEN SPRINGS」의 소라노 호텔에 묵으며 교외 개발에 대해 한 번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