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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은 타운 매니지먼트의 핵심 가치 중 하나인 ‘사람, 운영, 지속성’ 등을 살펴볼 수 있는 ‘리테일’ 공간을 소개하는 신규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특히 고급과 빈곤, 역사와 현대, 평화와 혼잡 등이 공존하며 세계 각지의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문화, 역사, 이야기가 모두 연결되어 있는 도시 ‘뉴욕’에 주목했습니다. 도시화, 사회적/경제적 변화, 기술 혁신, 문화적 수요,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 등 다양한 요인이 맞물려 시대의 변화에 맞춰 융합형 부동산 개발 및 복합용도 공간의 필요성이 중요한 트렌드로 자리 잡은 뉴욕의 ‘Mix-used and Multi-functional Spaces: 다기능적 복합 공간’을 살펴보겠습니다. 이를 통해 재창조와 변화의 아이콘으로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해 온 뉴욕이란 도시에 자리 잡은 리테일 공간들을 타운 매니지먼트의 관점을 더해 이해해 보고자 합니다. 

 

파이낸셜 디스트릭트(Financial District, 이하 FiDi)는 맨해튼 최남단에 위치한 약 1.17km²의 지역으로, 흔히 “FiDi”라 불립니다우리에게는 월스트리트로 더 친근한 지역이죠. 월스트리트(Wall Street)와 뉴욕증권거래소(NYSE)를 중심으로 형성된 이곳은 한 때 세계 금융의 심장 역할을 했습니다. 한 사람의 인생에 빗대어보면, FiDi의 여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습니다. 20세기 초세계 금융의 허브로 전성기를 맞아 야망과 번영으로 가득 찬 청춘을 누렸습니다뉴욕증권거래소의 거래 활황과 함께 고층 건물들이 속속 들어서며 지역 가치를 끌어올렸고글로벌 자본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하지만 1929년 대공황, 2001 9·11 테러는 물리적·경제적으로 타격을 입히며 회복 불가능해 보이는 상처를 남겼습니다이어진 2008년 금융위기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2020년 맨해튼 공실률은 16.5%까지 치솟았고(Colliers, 2024) 한때 붐비던 거리는 고요 속에 잠겼습니다

과거 FiDi의 리테일은 높은 공실률과 낮은 임대료로 인해 고급 브랜드 대신 Century 21 같은 할인 백화점이 주를 이뤘습니다. Century 21은 디자이너 브랜드를 저렴하게 판매하며 관광객과 직장인을 끌어모았으나지역 이미지를 "럭셔리"가 아닌 "할인"으로 굳히는 계기가 됐습니다. 2000년대 초반까지 오피스 중심지였던 FiDi는 퇴근 후 유동 인구가 적은 탓에 델리패스트푸드, T.J. Maxx 같은 저가 리테일에 치중됐습니다월스트리트와 9·11 메모리얼 방문객을 겨냥한 기념품 가게저가 액세서리 매장과 같이 관광 중심의 저가 상점들도 흔했습니다.

"월스트리트는 이제 이름뿐이다"라는 평가가 시장 일각에서 나왔지만, FiDi는 멈추기보다 새로운 도약을 위해 노력을 시작했습니다. 무너진 World Trade Center(WTC) 자리에는 9·11 Memorial & Museum The Oculus가 조성되어 연간 수백만 명을 끌어모으며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었습니다. FiDi의 변화는 리테일의 진화와 오피스-주거 전환에서 두드러집니다. City of Yes*, 467-m 세제 혜택**은 낡은 오피스를 주거 유닛으로 전환하는 기회를 만들며지역을 재정의하고 있습니다.

 * City of Yes에릭 애덤스 시장이 2022년부터 추진한 주거 확대 정책으로 2024년부터 조닝 규제를 완화해 상업 지역에서 주거 전환을 촉진한다.
** 467-m 세제 혜택 : 2021년 도입 후 2023년 확대되었으며전환 프로젝트에 최대 35년 세금 감면을 제공하는 세제 혜택이다.


뉴욕 타임스(The New York Times, 2023년 11월 17일)에 따르면, FiDi 주거 인구는 1990년대 13,700명에서 2023 66,000명으로 급증했으며 2025년 약 7만 명에 이를 전망입니다이는 One Wall Street(566유닛, 2023년 완공) 25 Water Street(1,320유닛, 2025 11월 완공 예정같은 프로젝트와 City of Yes, 467-m 세제 혜택 등의 결과입니다(Forbes, 2024 10 22). 이처럼 굴곡진 인생 이야기를 가진 FiDi 지역이지만회복력과 적응성을 보여주면서 주거관광고급 리테일이 어우러진 "24시간 동네"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럭셔리의 재탄생, One Wall Street : Printemps 


 2025 3월 21프랑스 럭셔리 백화점 Printemps One Wall Street 55,000제곱 피트 규모로 오픈했습니다. 이 건물은 1931년 준공된 아르데코 스타일의 랜드마크로원래 Irving Trust Bank of New York Mellon의 본사였습니다파리 출신 디자이너 Laura Gonzalez의 손길로 재탄생한 이 공간은 파리 본점(Printemps Haussmann)의 모자이크와 스테인드글라스에서 영감을 받아 전통과 현대를 융합했습니다뉴욕 타임스 기사(The New York Times, 2025 3 21) Printemps 입점이 FiDi를 전통적인 금융 중심지에서 주거 및 라이프스타일 허브로 전환하는 상징이라고 평가하며과거 저렴한 할인 매장 지역의 이미지를 고급 리테일로 바꿨다고 보도했습니다.

저렴한 할인매장에서 럭셔리 리테일 중심지로 지역 이미지를 바꾼 Printemps ⓒ김지영 

파도 모양 금속 캐노피와 Christian Pellizzari의 유리 조형물 "Odyssey of Nature’s Rebirth"가 입구를 장식하며반짝이는 유리와 금속의 조화가 첫인상을 압도합니다. 1층 카페 Jalu 2층 바 Salon Vert가 백화점 한편에 자리 잡고 있어 쇼핑하다가 쉬어 가기도 좋습니다물론 멋진 인테리어와 공간을 소비하는 경험 자체로도 훌륭해 주 방문지로 삼기에도 손색이 없습니다.

Printemps cafe jalu ⓒ김지영 
Printemps Salon Vert ⓒ김지영 
신발 섹션 The Magic Forest는 시간을 초월한 아름다움을 이야기합니다. 세심한 디테일 속에 본래의 특별함이 담겨있음을 표현합니다화려한 붉은 모자이크 공간 "Red Room” Printemps의 하이라이트입니다개장 첫 주말에는 관광객과 뉴요커들이 대거 몰려들었습니다. 원래 은행 로비였던 "Red Room"은 Printemps이 아니라 이곳만 단독으로 방문해도 충분히 가치 있다는 평을 받습니다. 빛나는 벽면과 높은 천장은 과거의 웅장함을 현대적 럭셔리로 되살려냅니다의류화장품홈데코빈티지 등 공간마다 다른 분위기로 꾸며진 섬세한 디테일에 쇼핑을 넘어 예술적 체험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Printemps Red Room Bar ⓒ김지영 

Printemps이 입점한 One Wall Street는 과거 564피트( 172m) 높이의 50층 아르데코 타워와 1960년대 현대식 증축 부분을 더해 완성된 566유닛 럭셔리 콘도미니엄입니다스카이 풀레스토랑, 코워킹 공간 등 100,000제곱 피트의 어메니티와 함께 지하에는 2023년 오픈한 44,000제곱 피트 규모의 식료품점 Whole Foods Market이 있습니다주거와 연계된 건강 트렌드를 반영한 75,000제곱 피트 웰니스 센터 Life Time Fitness도 인상적입니다. 주민과 근처 직장인관광객을 타깃으로 오피스 중심에서 벗어나 주거 연계 리테일로의 변화를 보여줍니다. Printemps 입점이 변화에 큰 역할을 했습니다. 이에 Spear’s (2023 2 9) "FiDi를 뒤흔드는 프로젝트"로 평가하며, Printemps 입점이 상업적 매력을 더한다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과거와 현재의 교차점, 20 Exchange Place : Conwell Coffee Hall


2024 3월에 오픈한 Conwell Coffee Hall City Bank-Farmers Trust 은행 로비를 리모델링한 고급 카페입니다단순한 카페를 넘어 역사적 배경건축적 아름다움문화적 요소가 결합된 공간이기도 합니다. 높은 천장화강암 기둥아르데코 장식디에고 리베라(Diego Rivera) 스타일의 벽화빈티지 의자와 테이블녹색 뱅커스 램프가 어우러진 공간은 고급스럽고 역사적인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회전문을 통해 공간에 들어서는 순간 1920~30년대의 화려한 뉴욕으로 이동한 느낌을 받았습니다은행 창구는 커피 주문대로중앙 대기석은 메뉴 확인 공간으로 바뀌었습니다카운터 뒤에 걸린 "Destiny, the Great Caretaker"라는 거대한 벽화는 뉴욕의 산업과 금융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Conwell Coffee Hall 내부 주문대와 눈길을 사로잡는 거대한 벽화 ⓒ김지영 
과거 은행 창구가 Conwell Coffee Hall 주문대로 변화했다ⓒ김지영 

Conwell Coffee Hall은 낮에는 카페로저녁에는 몰입형 연극 <Life and Trust>의 무대로 변신합니다독일 문학 <파우스트>에서 영감을 받은 이 공연은 대공황 직전 금융가를 배경으로주인공이 성공을 위해 영혼을 판다는 이야기를 풀어냅니다지하부터 지상까지 Conwell Tower 6개 층 100,000제곱 피트 규모에 다양한 세트(은행 로비볼룸복싱 링영화관호수 등)가 펼쳐집니다전통적 연극과 달리관객은 40여 명의 배우가 펼치는 장면을 자유롭게 탐험하며 직접 연극에 참여합니다개개인의 선택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지는 "꿈 같은 여정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죠. Coffee Hall은 그 세계관을 현실에 녹여낸 공간으로공연의 입구이자 첫 번째 무대 역할을 합니다.

과거 은행의 금고였던 특징은 살리며 새로운 장소로 활용된다ⓒ김지영

Conwell Coffee Hall이 자리 잡은 20 Exchange Place 1931 City Bank-Farmers Trust Company의 본사로 준공되며 월스트리트 금융의 상징이자 랜드마크 역할을 했습니다. 57층 아르데코(Art Deco) 스타일의 타워는 높이 약 226m로 당시 세계에서 손꼽히는 높은 건물 중 하나였다고 합니다. 2008년부터 건물 상층부가 럭셔리 콘도미니엄으로 전환되며 주거 공간으로 변화했습니다. 1층의 Conwell은 주민과 관광객을 위한 체험형 리테일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전환되었죠이는 금융 중심에서 주거 및 체험 중심 지역의 다기능 커뮤니티로 역할이 바뀌게 되었음을 의미합니다.

상층부는 럭셔리 레지던스로 전환됐지만저층부는 새로운 임차인을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습니다몰입형 공연(Immersive Theater) <Sleep No More>를 대성공시킨 제작사 'Emursive'는 차기작을 물색 중에 이 소식을 접합니다관객이 객석에 앉아 수동적으로 관람하는 것이 아니라 공간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배우들과 가까이에서 이야기를 체험하는 공연인 <Sleep No More>은 공간 구성에 따라 풍성한 경험이 가능한 공연입니다. Emursive는 월스트리트 금융가를 배경으로 괴테의 <파우스트>를 히치콕 스타일로 재해석하며 새로운 프로젝트를 구상했습니다새로 완성된 공연 <Life and Trust>에 배경으로 등장하는 바식장장소들이 실제 20 Exchange Place 빌딩 내 F&B로 만들어졌고, Conwell Coffee Hall도 그중 하나인 것입니다.

 

FiDi의 리테일과 타운 매니지먼트 전망


Printemps과 Conwell Coffee Hall은 FiDi의 재창조를 상징합니다. 서울 명동의 옛 제일은행 본점이 신세계백화점 본점 더 헤리티지로 재탄생했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1935년 네오바로크 양식의 90년 된 역사가 담긴 근대 건축물을 쇼핑과 복합 공간으로 계승한 국내 유일무이한 백화점이라는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 화강암 마감재, 원형 금고 문, 꽃 모양 석고 부조가 복원된 더 헤리티지는 온고지신의 가치를 보여줍니다. 과거를 현대적으로 계승한 FiDi의 리테일도 유사한 철학을 반영합니다. One Wall Street는 럭셔리와 주거를 융합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고, 20 Exchange Place는 과거 유산을 체험으로 살려 커뮤니티를 연결합니다.

JLL Retail Outlook 2024는 FiDi 주거 인구 증가와 리테일 시너지를 강조합니다. Printemps은 고급스러운 체험으로 수요를 창출하고, Conwell Coffee Hall은 역사적 공간을 재활용해 지속 가능성을 구현합니다. 실제 Printemps과 Conwell Coffee Hall의 경우 평일에도 현지인과 관광객이 몰려 줄을 서야 입장이 가능할 정도의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다만 지역의 고급화에 일조한다는 긍정적 평가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임대료와 지역 생활비 상승을 이끌어 기존 주민들의 생활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걱정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Printemps이 럭셔리 브랜드 중심으로 구성되어 일반 주민들의 실질적 혜택이 제한적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주거 지역으로서 FiDI에 대한 평가도 엇갈립니다. 맨해튼 내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고급 주거 지역이지만 여전히 오피스 지역이라는 인식이 강하고, 주말에는 상업 활동이 줄어 지역에 활기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뉴욕시 외곽의 브루클린이나 퀸즈보다 임대료가 비싸고, 트라이베카나 첼시 지역과 비교하면 문화적 다양성, 커뮤니티 활성화 측면에서 아직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도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아직은 아시아 부유층의 세컨드 홈으로 활용되는 사례들이 더 많은 상황입니다. 중국의 부동산 침체, 환율 변동 등의 글로벌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 뉴욕시의 높은 재산세, 콘도 관리/유지비 등도 판매 부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입니다. 무엇보다 아직도 주거용보다는 오피스 지역으로 각인 된 인식이 큽니다. 

이런 약점을 보완하고 FiDi 지역이 어떤 변화를 만들어 가는지, Printemps과 Conwell Coffee Hall로 인해 재창조되는 FiDi 지역이 단순한 상업 공간을 넘어 사람, 운영, 지속성을 아우르는 타운 매니지먼트의 모범 사례로 더욱 확장될 것인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때 금융의 심장이던 이곳은 이제 뉴욕의 삶을 새롭게 쓰는 무대로, 변화의 다음 장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공간정보]
Printemps
인스타그램 : printempsnewyork
주소 : 1 Wall St, New York, NY 10005

Conwell Coffee Hall
인스타그램 : conwellcoffeehall
주소 : 6 Hanover St, New York, NY 10005

 

[시리즈 소개]
'시티&‘은 타운 매니지먼트의 핵심 가치 중 하나인 ‘사람, 운영, 지속성’ 등을 살펴볼 수 있는 ‘리테일’ 공간을 소개하는 신규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특히 고급과 빈곤, 역사와 현대, 평화와 혼잡 등이 공존하며 세계 각지의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문화, 역사, 이야기가 모두 연결되어 있는 도시 ‘뉴욕’에 주목했습니다. 도시화, 사회적/경제적 변화, 기술 혁신, 문화적 수요,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 등 다양한 요인이 맞물려 시대의 변화에 맞춰 융합형 부동산 개발 및 복합용도 공간의 필요성이 중요한 트렌드로 자리 잡은 뉴욕의 ‘Mix-used and Multi-functional Spaces : 다기능적 복합 공간’을 살펴보겠습니다. 이를 통해 재창조와 변화의 아이콘으로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해 온 뉴욕이란 도시에 자리잡은 리테일 공간들을 타운 매니지먼트의 관점을 더해 이해해 보고자 합니다. 

김지영

김지영

LE FIN 대표

글로벌 광고 대행사에서 기획 업무를 담당했고, 르꼬르동 블루 호주에서 파티셰 코스 이수 후 8년간 5성급 호텔, 파인 다이닝 등에서 파티셰로 근무했다. 삶의 근거지를 뉴욕으로 옮겨 스몰 배지 디저트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여행을 좋아해 전 세계 여러 곳의 리테일 공간을 경험하며 비즈니스 인사이트를 수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