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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은 타운 매니지먼트의 핵심 가치 중 하나인 ‘사람, 운영, 지속성’ 등을 살펴볼 수 있는 ‘리테일’ 공간을 소개하는 신규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특히 고급과 빈곤, 역사와 현대, 평화와 혼잡 등이 공존하며 세계 각지의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문화, 역사, 이야기가 모두 연결되어 있는 도시 ‘뉴욕’에 주목했습니다. 도시화, 사회적/경제적 변화, 기술 혁신, 문화적 수요,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 등 다양한 요인이 맞물려 시대의 변화에 맞춰 융합형 부동산 개발 및 복합용도 공간의 필요성이 중요한 트렌드로 자리 잡은 뉴욕의 ‘Mix-used and Multi-functional Spaces: 다기능적 복합 공간’을 살펴보겠습니다. 이를 통해 재창조와 변화의 아이콘으로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해 온 뉴욕이란 도시에 자리 잡은 리테일 공간들을 타운 매니지먼트의 관점을 더해 이해해 보고자 합니다. 

 

뉴욕을 탐험하다 보면 '여기 이게 원래 있었나?’ ‘언제 새로 생겼지?' 하는 궁금증과 함께 새로운 리테일을 발견하는 설렘이 있습니다브루클린의 그린포인트(Greenpoint)는 그런 예상치 못한 매력으로 가득한 동네입니다지난 4년간 종종 방문했던 그린포인트를 돌이켜보면마치 일본을 여행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많았습니다한때 폴란드 이민자 동네로 "리틀 폴란드"로 불리던 그린포인트는 이제 일본 스타일 리테일과 커뮤니티가 어우러져 "Little Tokyo"라는 별칭을 얻었습니다. 맨해튼의 미드타운과 이스트 빌리지가 수십 년간 일본 비즈니스와 전통 커뮤니티의 중심지로 자리 잡았다면, 그린포인트는 젊은 일본 이민자와 창의적 기업가들이 만들어가는 새로운 일본 문화의 물결을 보여줍니다. 이곳의 변화는 단순한 상권의 이동이 아니라, 부동산과 리테일이 만나 도시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생생한 현장이었습니다.

맨해튼 미드타운은 Sony, Toyota, Mitsubishi UFJ 등 일본 대기업 사무소와 일본 영사관, Japan Society가 밀집한 비즈니스 허브입니다. 재팬 타임스(The Japan Times, 2023년)에 따르면 뉴욕에 본사를 둔 일본 기업 약 400개 중 70% 이상이 맨해튼, 특히 미드타운에 위치합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비즈니스맨과 관광객을 타겟으로 하는 고급 일본 식당들이 많습니다. 일본의 정통성을 유지한 일식 문화의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지요.

한편, 이스트 빌리지는 1980년대 일본 경제 호황기부터 이민자들이 정착한 역사적 기반을 가진 지역입니다. 당시 맨해튼 내에서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해 예술가와 이민자 커뮤니티로 매력적이었다고 합니다. 이로 인해 일본 마켓과 캐주얼 다이닝이 밀집하며 "NYC의 원조 Little Tokyo"로 불렸습니다. 하지만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임대료가 오르면서, 젊은 일본인들이 브루클린으로 이동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뉴욕 타임스(The New York Times, 2023년 2월 4일)는 그린포인트에서 일본 식당과 상점이 늘어나며 "현대적 감성의 리틀 도쿄"가 형성되고 있다고 보도하며, 이 변화가 부동산 시장과 리테일의 결합에서 비롯된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린포인트의 부동산과 커뮤니티의 흐름


그린포인트는 전통적으로 폴란드 이민자 동네였지만 (2020년 폴란드계 35%, NYU Furman Center), 2010년대 중반부터 젠트리피케이션이 진행되며 새로운 모습으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StreetEasy(2023년)에 따르면, 그린포인트의 1베드룸 중위 임대료는 $3,200으로, 맨해튼 평균($4,500~$5,000)에 비해 저렴합니다. 상업 공간 임대료도 제곱피트 당 $50~$70(CBRE, 2024년 “Brooklyn Market Report”)로, 맨해튼 미드타운($80~$120)이나 소호($300~$600)에 비해 경제적이어서 일본 사업체들이 매력을 느끼는 곳입니다. G 열차와 East River Ferry를 이용하면 맨해튼까지 15~30분 내로 도착할 수 있는 뛰어난 접근성도 이 지역의 가치를 높입니다.

이러한 경제적 이점은 일본 커뮤니티의 이동을 이끌고 있습니다. 재팬 타임스(The Japan Times, 2023년)는 뉴욕의 일본 인구 약 4만 명 중 일부가 맨해튼의 높은 비용을 피해 브루클린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보도했으며, 그린포인트는 저렴한 임대료와 트렌디한 분위기로 이들을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NYU Furman Center(2024년)에 따르면 그린포인트 내 일본 관련 사업체는 2018년 2~3개에서 2023년 15개 이상으로 늘어나며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전통문화가 모던 라이프스타일로 제안되다 : 복합 문화 공간, 50 Norman


 

BMW 디자인 스튜디오로 사용되던 창고형 공간에 자리 잡은 50 Norman Ⓒ김지영

그린포인트의 "Little Tokyo”를 상징하는 중심지는 50 Norman입니다. 과거 BMW의 A/D/O 디자인 스튜디오로 사용되던 이 창고형 공간은 2022년 CIBONE Brooklyn, Dashi Okume Brooklyn, House Brooklyn 세 브랜드가 입주하며 일본 문화를 뉴욕에 맞게 재해석한 상업 허브로 거듭났습니다. 약 1,500제곱피트 규모의 이곳은 리테일, 갤러리, 다이닝이 어우러진 복합 공간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한켠에 다이닝 공간이 마련된 50 Norman Ⓒ김지영

Eater NY(2023년 5월 Greenpoints Japanese Scene Is Booming)는 주말이면 50 Norman에 평균 300~400명이 방문하며, 지역 경제와 커뮤니티 활성화에 기여하는 공간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구두 공장이었던 건물을 재활용한 초기 성수동의 창고형 카페와 리테일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50 Norman은 낡은 창고 공간을 재활용해 지역 주민과 방문객을 연결하며, 저렴한 임대료를 활용한 효율적인 운영으로 상업적 성공을 거두고 있습니다. 부동산 투자 관점에서 이곳은 재활용 부동산의 잠재력을 보여주며, 복합 용도 공간의 지속 가능성을 입증하는 사례입니다.

50 Norman에 자리 잡은 곳들 중 CIBONE Brooklyn은 일본의 장인정신과 라이프스타일을 담은 리테일 겸 갤러리입니다. 이미 도쿄의 유명한 편집숍인 CIBONE는 50 Norman에서도 도자기, 생활용품, 현대적 디자인의 오브제를 전시하며, 일본 특유의 정돈된 진열과 예술적 분위기가 단순 쇼핑을 넘어 공간 그 자체로 감각적인 체험을 제공합니다. 복합 공간의 일부로서, 상업과 예술의 경계를 허물며 방문객을 끌어들입니다.

50 Norman에서는 도자기, 생활용품, 디자인 오브제 등 일본 특유의 감성을 느낄 수 있다. Ⓒ김지영

Dashi Okume Brooklyn은 일본식 음식과 식재료를 경험할 수 있는 곳입니다. Okume는 1871년에 설립된 일본 도쿄 중앙 도매 시장에서 150년 이상의 전통을 자랑하는 건어물 도매상입니다. 최고의 해산물을 선별해 온 전문성을 바탕으로 아자부다이힐스에도 오픈하며 높은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이 브랜드가 브루클린에 문을 열고 자연 그대로의 일본 재료로 만든 일본식 육수 다시(Dashi)와 맞춤형 파우치를 판매하며, 도쿄에서 엄선한 생선, 쌀, 미소로 일본식 정식 "Fish Teishoku"를 제공합니다. 나무 선반에 진열된 재료와 미니멀한 인테리어는 일본 전통과 현대성을 조화롭게 보여줍니다. "일본 미식의 정수를 로컬에 전하는 공간"으로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식재료뿐만 아니라 일본식 육수 다시를 커스텀 해 살 수 있다. Ⓒ김지영

셰프 타니 유지(Yuji Tani)가 이끄는 프렌치-일본 퓨전 레스토랑 House Brooklyn은 9코스 테이스팅 메뉴를 선보입니다. 2007년 도쿄 니시아자부에서 HOUSE Tokyo를 운영했던 타니 셰프는 오랜 꿈을 따라 2019년 그린포인트로 이주하며 이곳을 열었습니다. 따뜻한 조명과 불투명 슬라이딩 스크린 뒤에서 펼쳐지는 식사는 집처럼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뉴욕타임즈는 이곳을 "은밀한 럭셔리"로 묘사하며, 그린포인트의 세련된 변화를 상징한다고 이야기합니다.

프렌치와 일식 퓨전 9코스 메뉴를 선보이는 House Brooklyn. Ⓒ김지영

50 Norman은 CIBONE의 일본 장인들의 예술적 전시, Dashi Okume의 전통 식문화, House의 고급 다이닝이 어우러진 복합 공간으로, 일본 문화의 다층적 매력을 보여줍니다. 단순한 상업 시설을 넘어 지역 커뮤니티를 풍요롭게 하며, 투자자들에게 다기능 공간의 지속 가능성과 성장성을 입증합니다. 혼합 용도 개발의 트렌드를 반영한 50 Norman은 그린포인트가 단순 리테일 허브를 넘어 복합적인 라이프스타일 중심지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린포인트를 채우는 일본 리테일 생태계


50 Norman을 중심으로 그린포인트는 다양한 일본 스타일 리테일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이 가게들은 밀레니얼과 Z세대가 경험을 중시한다는 점(Deloitte, 2024 Gen Z and Millennial Survey)을 반영하며, 소비 이상의 가치를 제공합니다.

50 Norman의 연장선으로 2023년 9월에 문을 연 100% 메밀면으로 만든 글루텐프리 소바 전문점 Uzuki는 소바의 오아시스”라는 평을 받는 곳입니다. 셰프 Shuichi Kotani가 뉴욕 근교에서 직접 재배한 메밀을 사용한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보다 앞서 2023년 여름에 문을 연 Mitsuki Japanese Market은 일본 스낵, 맥주, 가정용품, 식료품을 판매하는 소규모 마켓입니다. 뉴욕 타임스는 이 곳의 공동 운영자 Jay Cao가 "아시안 문화를 나누고 싶다"고 밝힌 점에 주목하며, 커뮤니티 중심 리테일의 예시라고 보도했습니다.

100% 메밀면으로 글루텐프리 소바 전문점 Uzuki Ⓒ김지영

이자카야 문화에서 영감을 받아 오픈한 일본 레스토랑 Rule of Thirds에는 세 개의 실내 개인 식사 공간전용 입구/출구가 있는 넓은 이벤트 공간개인 모임을 위해 변형이 가능한 야외 정원 등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8명에서 450명까지의 인원수용이 가능해 결혼식, 기업 만찬, 제품 런칭, 브랜드 이벤트 등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곳입니다. 주말에는 브런치 메뉴도 제공합니다.

일본의 좋은 차를 전 세계에 알리겠다는 진심으로 시작한 브랜드 Kettl 2021년 브루클린에 플래그십 카페이자 갤러리 공간을 열었습니다. 농장 재배부터 배송까지 전 과정을 거치는 동안 차가 향을 잃지 않도록 보장합니다차를 시음하거나 구매할 수 있으며 도자기 컬렉션소매용 차일본 향초홈 굿즈 등 관련 상품도 함께 판매합니다. 

Kettl에서는 차문화를 경험할 수 있다. Ⓒ김지영

일본의 독특한 샌드위치 문화인 산도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선보이는 Taku Sando는 직접 구운 쇼쿠판(일본식 밀크 브래드)을 사용해 돈카츠 산도타마고 산도 등의 메뉴를 제공합니다신선한 고급 재료와 섬세인 조리로 샌드위치의 기준을 끌어올렸습니다일본과 미국의 독특한 퓨전요리를 제공하는 Lingo도 인상적입니다도쿄 출신의 창립자가 자연차분함깨끗함을 좋아하는 일본의 와비사비와 스칸디나비아의 분위기를 결합해 현대적이고 깔끔하지만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현대적이면서도 따뜻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Lingo. Ⓒ김지영

이 밖에도 Rule of Thirds 팀이 2022년 오픈한 사케 전문점 Bin Bin Sake는 자연 와인 스타일의 사케를 판매하며 지역 주민과 관광객을 끌어모읍니다. 일본식 발효와 효소학을 강조하며 벤또(일본식 도시락)와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카페 및 레스토랑 겸 상점 Acre도 이색적인 곳입니다.

자연 와인 스타일의 사케를 판매하는 Bin Bin Sake Ⓒ김지영

 

그린포인트의 부동산과 리테일 전망


그린포인트의 부동산 시장은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임대료가 상승(2015년 $2,500 → 2023년 $3,200, StreetEasy)했지만, 맨해튼 대비 여전히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포브스(Forbes2024년 12월 10일 "5 For 25: Predictions For New York Real Estate In 2025")는 브루클린 시장이 2025년에도 회복세를 이어가며, 그린포인트 같은 지역이 수요 증가를 이끌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이 지여의 일본 스타일 리테일 생태계는 하나의 매장이 다른 매장을 유입시키는 네트워크 효과를 통해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Eater NY(2023년 5월)는 50 Norman이 연쇄 반응의 촉매 역할을 하며, 이 지역의 상권이 강화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Rule of Thirds와 Bin Bin Sake의 협업은 지역 상권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으며, 50 Norman은 낡은 창고를 문화 허브로 탈바꿈시켜 부동산의 가치를 재정의하고 있습니다.  

그린포인트의 "Little Tokyo"는 일본 스타일 리테일과 부동산이 결합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한 대표 사례입니다. 저렴한 임대 공간에서 출발해 방문객 유입, 상권 성장, 지속 가능한 확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보여줍니다. 사람을 위한 체험을 제공하고, 운영 효율성을 높이며과거 공간을 재활용해 지속성을 실현합니다. 그 중심에는 리테일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개발 과정에서 리테일 기획과 운영, 상권의 유지와 성장까지도 고려해야 하는 이유가 아닐까요?

  

[공간정보]

50 Norman [ CIBONE Brooklyn I Dashi Okume Brooklyn I House Brooklyn ]인스타그램 : 50_norman
주소 : 50 Norman Ave, Brooklyn, NY 11222

Uzuki
인스타그램 : uzuki_ny
주소 : 95 Guernsey St, Brooklyn, NY 11222

Mitsuki Japanese Market
인스타그램 : mitsuki.japanese.market
주소 : 703 Manhattan Ave, Brooklyn, NY 11222

Rule of Thirds
인스타그램 : thirdsbk
주소 : 171 Banker St, Brooklyn, NY 11222

Bin Bin Sake
인스타그램 : bin.bin.sake
주소 : 29 Norman Ave #100, Brooklyn, NY 11222

Acre
인스타그램 : acre_nyc
주소 : 64 Meserole Ave, Brooklyn, NY 11222

Kettl Tea
인스타그램 : kettltea
주소 : 70 Greenpoint Ave, Brooklyn, NY 11222

Taku Sando
인스타그램 : taku_sando
주소 : 29 Greenpoint Ave, Brooklyn, NY 11222

Lingo
인스타그램 : lingobk
주소 : 27 Greenpoint Ave, Brooklyn, NY 11222

김지영

김지영

LE FIN 대표

글로벌 광고 대행사에서 기획 업무를 담당했고, 르꼬르동 블루 호주에서 파티셰 코스 이수 후 8년간 5성급 호텔, 파인 다이닝 등에서 파티셰로 근무했다. 삶의 근거지를 뉴욕으로 옮겨 스몰 배지 디저트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여행을 좋아해 전 세계 여러 곳의 리테일 공간을 경험하며 비즈니스 인사이트를 수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