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주택의 매매나 분양 정보는 늘 언론의 좋은 기삿거리가 됩니다. 특히 유명 연예인이 어떻게 팔고 어디를 샀다더라는 식의 사람과 돈이 결부된 투자 스토리형 기사는 관심이 높아 마케팅 소재로도 인기 만점이죠. 평생 만져보지도 못할 돈으로 집을 산 연예인들의 얘기를 접하면서 과연 그 가격이 얼마나 되는지, 고급주택이라면 얼마나 특별한 조건을 갖춰야 하는지 등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여러분은 집을 고를 때 어떤 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나요? 2021년 한국갤럽은 알투코리아와 희림건축의 의뢰로 서울, 경기, 부산, 창원의 아파트·주상복합·오피스텔에 거주하는 만 20~69세를 대상으로 어떤 주택에서 살고 싶은지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여기서 집을 고를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인을 묻는 질문(복수응답 가능)에 ‘교통 편리성'(57%)이 1순위로 꼽혔습니다. 이어 ▲직장과의 거리/직주 근접성(56%) ▲생활편의 및 상업시설 접근 편리성(41%) ▲주거 및 자연환경 쾌적성(35%) ▲주택 가격/분양가/시세 적정성(25%) ▲개발/투자가치, 지역 호재(16%) ▲학군/학원 등 자녀 교육 여건 우수성(15%) ▲지역적 친숙성(11%) ▲세대 내부 평면구조/시설(6%) ▲향/조망/전망(5%) 순이었습니다.
반면 고급주택 수요자들이 집을 고를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과 기준은 일반적인 잣대와 다소 차이가 있었습니다. NH투자증권의 2024년 고급주택 트렌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고급주택 입주 대상자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10가지 요소 중 첫 번째는 ‘사생활 보호’이고 두 번째는 ‘자연환경’, 세 번째는 ‘미래가치’로 나타났습니다.
주거 선택에 있어 개발 관계자와 입주 대상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 ⒸNH투자증권
고급주택의 필요충분조건
특히 자산가일수록 본인 세대를 비롯한 생활 공간에 대한 침해를 받지 않는 내∙외부 설계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동선이나 외부 시선을 차단하는 프라이버시 설계, 첨단 보안 시스템의 도입도 점차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고급주택의 수요자인 연예인이나 글로벌 스포츠 스타, 기업가와 같은 이들은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제한적인 만큼, 한정된 시간을 온전히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주거의 질을 더욱 중시합니다. 이들에게는 휴식과 재충전의 밀도 높은 주거 공간이 필요하므로, 한강이나 공원 조망권을 확보한 자연환경은 고급주택의 입지 조건 중 중요한 요소로 꼽힙니다.
최첨단 보안 시스템은 물론, 집 안에 차를 세워놓고 감상할 수 있는 주차공간까지 도입하는 최신 고급주택 Ⓒ워너청담
고급주택 수요자에게 ‘미래가치’ 또한 핵심 고려 요소 중 하나입니다. 해당 주택이 자산으로서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사전에 꼼꼼히 따져본 뒤 매입을 결정합니다. ‘투자자산’으로서 주택의 가치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는 것을 짐작게 하는 지점입니다.
고급주택의 가치는 고급 자재나 설계, 설비 등 상품성으로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는 영역도 있지만, 결국 부동산으로서 대체 불가능한 요소가 결정적인 기준이 됩니다. 그렇다면 국내에서는 이런 입지 조건을 충족하는 장소가 어디일까요?
뛰어난 조망권과 주변 시세가 비싼 곳, 고급주택 입지로 적합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고급주택 입지로 손꼽힌 지역은 강남을 필두로한 서초, 송파입니다. 여기에 용산 한남동, 성북동뿐 아니라 최근 들어 성수동으로도 점차 확대되어 가고 있습니다. 주거 및 생활 인프라가 이미 잘 갖춰진 강남권은 말할 것도 없고, 한강이나 남산 조망권을 확보한 용산구 한남동이나 성수동 역시 강북이지만 인기 있는 입지로 꼽히고 있습니다.
다만, 우리나라의 고급주택 단지 개발은 토지를 확보하거나 주택 공급과 관련된 가격 규제 등 현실적∙제도적 제약이 적지 않아 공급이 제한적이고 상품성을 시험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취득세 중과 규제 때문에 전용면적 ‘235㎡(74평)의 딜레마’가 있는 것도 이런 현실적 제약의 영향입니다.
NH투자증권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대표적인 고급주택은 맨해튼의 센트럴파크를 중심으로 개발이 되어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부자가 많은 미국에서도 부의 심장과 같은 이곳은 전 세계 부자들의 욕망의 대상이라, 끊임없이 가격이 오르는 지역에 해당합니다. 영국 런던은 하이드파크 근처, 싱가포르는 도심의 중심 쇼핑가 인접 지역 등 선호 지역을 중심으로 고급주택가가 발달해 있습니다.
고급 주택 개발을 위한 부지 선정 기준과 해외 주요 도시의 고급 주택 입지 특성 ⒸNH투자증권
결국 세계적으로 고급주택이 들어서는 곳은 해당 도시의 가장 경쟁력이 있고, 자연경관이 뛰어난 대체 불가능한 입지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로 다시 돌아와 생각해 보면 세계 10위권 도시 서울의 노른자위 땅은 어디일까요? 주거 인프라가 잘 조성되어 있고, 한강변을 따라 뛰어난 조망권을 확보할 수 있는 입지인 강남권이지 않을까요?
고급주택의 가치, 주변 아파트 시세 기준 최대 1.5배 적정
고급주택의 가치는 어쩌면 상상력에 따라 천차만별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분명 시장에서 교환가치로 ‘거래되는 가격’이 정해져 있는 한, 고급주택 나름대로의 가치 계산법이 존재합니다. 실제로는 인근에 비교 대상이 되는 아파트의 평당 거래가격을 기준으로, 신축이거나 펜트하우스일 경우에는 상대적인 가치를 보정하는 식의 계산법이 통용되는 편입니다.
예를 들어 압구정동에 위치한 고급주택의 경우 압구정동 아파트의 최근 평당 시세인 1.6억~1.8억 원을 기준으로, 신축이거나 펜트하우스 등일 경우 최대 1.5배를 가산한 가격을 적정하다고 봅니다. 실례로 내로라하는 스포츠 스타 및 연예인들이 계약해 화제가 되었던 에테르노 청담의 경우 105평형이 220억 원에 거래되었는데, 이 같은 계산법으로 산정한다면 220억 원이 무리한 가격은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테라스에서 한강 조망 및 강남∙강북 도심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에테르노 청담 Ⓒ에테르노 청담
최근에는 또 달라졌습니다. 압구정동의 경우 아파트 가격이 평당 2억 원 이상 될 수 있는 곳으로 인식되면서 강남에서도 ‘진짜 강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220억 원에 거래된 에테르노 청담의 105평은 300억 원이 될 수 있다는 계산도 가능한 셈입니다. 결국 강남 요지의 아파트 가격은 고급주택의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고, 또 고급주택의 가격은 강남의 신축 아파트 가격을 견인하는 역할을 하게 되는 법이죠.
입지와 브랜드를 품은 아파트, 고급주택을 대체할 수 있을까?
최근 압구정동 아파트를 수십 년 보유하던 60대 고객이 아파트 매매 계약을 했다고 전해왔습니다. 집값이 많이 올랐고, 이렇게 비싼 집을 깔고 살 필요가 없는 나이라서 팔아야겠다고 결심했다는 겁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이후 거래 제약이 생기면서 매매에 어려움이 있을까 걱정했는데, 압구정동을 차지하려는 젊은 수요자에게 손바뀜이 되었습니다. 매수자는 현재 분당에 거주하는 40대 의사입니다. 이 같은 거래 사례를 통해 시간이 흐르면서 강남땅의 소유자들도 베이비붐 세대에서 그다음 세대로 이전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지점에서 적잖은 분들이 질문합니다. “지금 압구정동을 그 가격에 사도 돈이 될까요?”, ”나중에 그 집을 사줄 사람은 누구일까요?” 누구도 쉽게 답을 내기 어려운 질문입니다. 그런데 압구정동과 같이 입지가 좋은 곳에 거주 편의성과 브랜드 가치를 동시에 갖춘 신축 아파트가 들어선다면, ‘고급주택의 다음 버전’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현재 재건축이 계획된 압구정동 아파트들의 경우 입주 시점에 평당 2억 원이 넘는 금액으로 거래될 것이라는 예측에는 많은 이들이 동의할 겁니다. 이런 기준에서 압구정동 아파트는 앞서 소개한 고급주택의 필요조건인 입지와 투자가치를 가지고 있는 셈이죠. 그렇기에 다음 세대의 영리치가 압구정 새 아파트의 주인이 될 것임을 예측해 볼 수 있습니다.
아직도 믿기 어려우시다고요? 그렇다면 계산을 해보겠습니다. 현재 압구정3구역 내 64평 아파트의 호가는 100억 원내외입니다. 100억 원에 매입 후 재건축을 거쳐 같은 60평대를 신청하면, 예상 추가부담금은 2억 3,000만 원(2024년 조합 측 발표 자료 기준) 수준이라 세금을 제외한 총투자비는 102억 3천만 원, 평당 투자비는 1억 6천만 원꼴입니다. 그런데 입주 후 시세가 평당 2억 원이라고 가정한다면 시세는 130억 원이 되죠. 현재 가격을 기준으로 해도 20억 원 이상의 차익이 발생합니다.
강남구는 압구정동, 청담동 일대에 걸쳐 총 1만 가구에 이르는 대규모 재개발을 앞두고 있다. 사진은 작년 11월 수정가결된 서울 강남구 압구정2구역 조감도. Ⓒ서울시
반포의 래미안원베일리 시세가 평당 2억 원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재건축 후 압구정동 신축 아파트 시세가 최소 2억 원 이상 될 것이라는 예상이 무리한 계산은 아닐 것입니다. 결국 사생활 보호가 가능하고 한강이라는 조망권의 자연환경을 갖추고, 미래가치도 갖춘 고급 아파트 단지가 조성되면 이곳이 곧 고급주택의 새로운 모델이 되지 않을까요?
한강에서 바라본 반포 래미안원베일리 전경 Ⓒ래미안원베일리
여러분은 이 지점에서 비싼 집을 깔고 산다는 생각이 드시나요? 혹은 앞으로 돈이 될 집을 누리고 산다고 생각하시나요? 같은 상황이지만 어떤 관점을 가지고 있는지에 따라 투자 전략은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 고급주택을 정의하는 전통적 기준보다 앞으로의 정의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합니다. 입지, 투자가치를 담아내는 주거 공간은 종류와 형태가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어떤 라이프 스타일을 반영할 것이며, 소비자의 니즈를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차별화된 주거 공간, 고급주택을 만들 수 있습니다. 결국 차별화된 공간이 영리치의 선택을 받게 되지 않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