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공간은 오감을 충족시켜야 합니다.”
언젠가 내로라하는 F&B 브랜드 대표가 제게 던진 말입니다. 그래서 공간을 만들 때 고려해야 하는 요소가 많고, 빠르게 변하는 수요자들의 기호를 충족시키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멈출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좋은 공간이 오랫동안 사랑을 받는 공간으로 남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변화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장마철이 시작되면서 꼭 한번 들르고 싶은 곳이 생겼습니다. 여건이 된다면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오후였으면 하는 작은 욕심도 있었습니다. 수도권에도 장마가 시작돼 일주일 중 몇 날은 비 소식이 있는 요즘, 운 좋게도 비오는 정취를 느낄 수 있겠다 싶던 어느 날, 마침 알람이 울렸습니다.
스타벅스 더양평DT점이 에션셜과 협업한 청음 공간 ‘사이런트룸’ 오픈!
지난 4월초 첫 방문 때 공사 중이던 3층 테리스가 청음 공간으로 재단장한 것이죠. 주말이면 늘 붐비는 곳인데 에센셜과 협업한 공간을 연다고 하니, 초기에는 방문객이 더 늘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비교적 한산할 법한 평일 오후에 시간을 내서 양평으로 차를 몰았습니다. 평일에 분위기 좋고 전망이 근사한 카페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호사’를 누리는 게 얼마만인지, 조금은 들뜬 마음으로 복잡한 서울을 빠져나가니 양평 시내까지 막힘 없이 도착했습니다.
평일임에도 주차장에는 차량이 꽤 들어차 있습니다. 3대가 함께 온 가족, 친구나 연인, 군복을 입은 군대 동기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여러 곳에서 찾아와 공간의 멋과 맛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좋은 공간이 가진 힘과 매력 때문이겠죠. 이미 서울을 비롯한 지역에서 찾아오는 명소로 자리잡은 곳이지만, 최근 3층 테라스 준공 이후 ‘한번쯤 가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찾아온 방문객도 있음직해 보입니다.
커피와 음악, 소리와 풍경과 함께 머무는 공간
스타벅스는 주로 클래식, 올드팝, 재즈 등 미국 본사에서 배포한 음원을 트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튀지 않으면서도 차분한 느낌을 주는 선곡은 스타벅스만의 ‘소리색’으로 전 세계 고객에게 감각적으로 각인되어 있습니다.
스타벅스 더양평DT점은 젊은 층이 선호하는 감성적인 선곡을 통해 새로운 이미지를 선보이기 위해 '에센셜'을 협업 파트너로 선택했습니다. 입지의 남한강 조망이라는 장점을 살려 사색, 명상, 휴식 등 ‘쉼표’가 되는 순간과 경험을 주는 마케팅을 선택한 것이죠.
스타벅스 더양평DT점 3층에 <Your Moment of Silence: 말을 비우고 마음을 채우는 곳>이라는 부제가 붙은 공간의 묵직한 문을 열고 들어가니, 나직하고 깊은 우퍼 사운드와 채도가 낮은 조명, 단차를 두고 배열된 좌석은 흡사 프리미엄 영화관과도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습니다. 문 밖 카페 공간에는 다양한 이야기가 있다면, 이곳 청음 공간은 내 마음과의 대화가 있는 곳입니다. 창밖으로 유유히 흐르는 강물과 바람에 일렁이는 갈대 장식 등 풍광을 눈에 담으며 마음을 비워내다 보면, 굳이 말이 필요 없습니다.

비오는 날엔 사색을, 맑은 날에는 햇살 가득한 남한강을 바라보며 커피와 음악을 즐길 수 있다. Ⓒ안명숙

바람을 맞으며 주변 풍광을 즐길 수 있는 발코니 Ⓒ안명숙

초콜릿 한 조각처럼 가볍게 즐기는 단편 소설 시리즈, ‘위픽’도 사일런트 룸에서 읽을 수 있다. Ⓒ안명숙
좋은 입지에 에센셜 협업으로 수익률 최고 20% 증가 기대
좋은 공간이 감각적인 음악을 선곡해주는 ‘에센셜 DJ’와 만나니, 공간의 품격이 한층 높아진 느낌입니다. 에센셜은 분위기에 초점을 맞춘 플레이리스트 콘텐츠로 널리 알려져 있어, 이미 다양한 공간에서 여러 브랜드와 협업하며 인상적인 사례를 만들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번엔 스타벅스 더양평DT점에 그 감성을 입혔습니다. 스타벅스 관계자 말을 빌리면, 청음 공간 조성으로 매출이 이전 대비 10~20%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합니다. 확실히 평일에 방문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주말이었다면 앉아보지도 못하고 돌아가야 했을지도 모르겠네요.
공간 전체를 스타벅스가 사용중인 이 건물은 1,400평의 대지에 지하 1층부터 지상3층, 연면적 391평 규모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널찍한 대지에 95대의 넉넉한 주차공간을 갖췄고, 건축법상 지을 수 있는 면적의 절반만 채우도록 낮게 설계한 건물이 남한강 주변 풍광과도 잘 어우러지는 느낌입니다. 2020년 준공 시점부터 스타벅스가 15년 장기 임차 계약해, 2035년까지 순매출의 13%와 주차장 사용료 등을 임대료로 내고 있습니다.

주차 공간이 넓지만, 주말에는 빈자리 없이 꽉 차기도 한다. Ⓒ안명숙
좋은 공간은 오감을 만족시키는 공간이라는 말을 몸으로 직접 체감한 순간이었습니다. 드라이브 코스 중 하나였던 카페가, 감성과 머무는 경험을 더하니 다시 찾고 싶은 공간이 되었습니다. 에센셜과의 협업이 더해진 스타벅스 더양평DT점은 브랜드 경험이 자산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합니다. 수익률뿐 아니라, 체류를 유도하고 다시 찾고 싶게 만드는 매력 또한 자산을 돋보이게 하는 중요한 부분이 아닐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