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은 단순한 재산의 이전이 아니라, 자산가의 철학과 미래 전략이 반영된 중요한 결정입니다. 리치라운지의 신규 시리즈에서는 실제 상속 사례를 통해 자산가들이 마주한 법적 쟁점과 해법을 살펴봅니다. 자산의 이전을 넘어, 그 가치를 어떻게 지킬 것인지에 대한 인사이트를 제공합니다.
A씨는 남편을 병으로 일찍 떠나보내고 평생 홀로 두 자녀를 힘들게 키웠습니다.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로 악착같이 돈을 벌었고 다행히도 두 자녀는 훌륭히 잘 자라주었습니다. 아들은 의사가 되었고 딸은 명문대를 졸업하고 대기업을 다니는 인재가 되었습니다. A씨는 남부러운 것이 없었습니다. 또한 A씨는 번 돈을 잘 모으고 투자하여 서울 주요 지역에 아파트를 여러 채 가지고 있었습니다. 나중에 A씨가 죽으면 아들과 딸에게 공평하게 하나씩 나누어 주어야겠다는 생각도 하며 살았지요.
그런데 아들이 결혼한 뒤부터 아들 내외에게 서운한 일이 많아졌습니다. A씨는 이 모든 것이 며느리 때문인 것 같습니다. 반면 나이가 들어 이곳저곳 아프기 시작한 A씨를 곁에서 챙기는 것은 오히려 딸입니다. 아들은 의사이면서도 이런저런 핑계로 A씨 간호에 소극적입니다. 그러던 중, 며느리가 증여 운운하며 A씨의 재산에 욕심을 드러내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그 사건 이후 A씨는 자신이 죽으면 재산을 모두 딸에게만 물려주겠다는 내용으로 미리 유언장을 작성하기로 하였습니다. A씨는 과연 자신의 뜻대로 딸에게만 재산을 물려줄 수 있을까요?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원칙적으로 보장되지만, 법률에 따라 그 재산권의 일부가 제한될 수도 있습니다(대한민국헌법 제23조 제1항). A씨의 경우 유언으로 자신의 재산을 마음대로 처분할 자유가 있지만, 그 자유도 민법의 ‘유류분(遺留分)’이라는 제도로 인해 일정 부분 제한을 받게 됩니다.
유류분이란 상속 재산 가운데, 일정한 상속인을 위하여 법률상 반드시 남겨 두어야 할 일정 부분을 말합니다. 1979년에 시행된 제도인데요, 아무래도 당시는 지금과 달리 가부장제와 대가족이 일반적이던 시절이다 보니 상속인 중 일부(예를 들어 장남)에게만 상속재산이 몰리는 것을 방지하고 남은 가족들의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유류분 제도가 도입되었습니다.
A씨의 경우 상속인으로 아들과 딸 두 명이 있는데, 이 경우 아들이나 딸은 자신의 법정상속분(1/2)의 절반 즉, 1/4에 해당하는 유류분이 있습니다. 따라서 A씨가 딸에게만 재산을 물려주기로 유언을 하고 사망하여도, 아들은 딸을 상대로 1/4에 해당하는 재산을 유류분으로 돌려달라는 주장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유류분 제도가 최근에 없어진 것으로 알고 계신 분들도 있는데 사실이 아닙니다. 헌법재판소가 지난 2024년 4월 유류분 제도의 일부(망인의 형제자매의 유류분을 규정한 부분 등)를 위헌으로 결정하기는 했습니다만, 유류분 제도의 근간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따라서 생전에 자식들에게 증여를 계획하고 있다거나 유언을 통해 재산을 물려줄 계획이라면 혹시라도 유류분 문제는 없는지 사전에 잘 검토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참고로 유류분은 망인이 사망 당시 남긴 재산만을 기초로 하여 산정하는 것이 아닙니다.부모가 자식에게 증여한 재산이 있다면 오래전에 한 증여라 하더라도 유류분 산정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유류분 제도가 시행된 1979. 1. 1. 이전의 증여는 원칙적으로 제외).
A씨의 사례로 살펴보면, 만약 A씨가 사망 전 아들에게 증여한 재산이 있고 그 재산의 사망 당시 평가금액이 아들의 유류분 금액보다 크다면, 아들은 이미 유류분을 초과한 재산을 사전에 증여받은 것으로 봅니다. 따라서 A씨가 딸에게만 남은 재산을 물려주기로 유언을 하고 사망한다면 아들은 딸로부터 유류분을 반환받을 수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