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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하마와는 개인적인 인연이 있습니다. 1988년부터 5년간 미나토미라이 공사와 고속도로 공사에 직접 참여하며 요코하마의 급성장 시기를 경험했습니다요코하마의 발전 과정을 직접 느낄 수 있었죠이번 화에서는 저와 인연이 있는 정말 매력적인 도시 요코하마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요코하마는 일본에서 도쿄 다음으로 많은 인구수를 가진 도시입니다. 2025년 기준 인구수는 약 377만 명으로일본 내 인구수 3위인 오사카시( 280만 명)와 큰 차이를 보입니다요코하마시 중심에 해당하는 요코하마역에는 JR, 게이힌 급행 전철도큐 전철요코하마 고속철도사가미 철도요코하마시 교통국의 6개 노선 등이 운행 중입니다하나의 역에 들어온 철도 회사 수로는 요코하마역이 일본 최고의 터미널입니다. 2025년 통계를 기준으로 하면이곳의 하루 승하차 인원은 약 196만 명입니다이는 일본 내 4위 규모입니다.

이처럼 거대한 지방 도시 요코하마는 어떻게 탄생했을까요?

항구도시 요코하마의 모습. Ⓒ셔터스톡

 

거대한 지방 도시 요코하마의 발전사



요코하마는 중세 시대(11세기 후반~17세기)에 주로 번성한 일본 지방 도시와 달리 19세기 후반부터 발전을 시작했습니다미국에서 온 흑선(검은 군함)에 의한 개항이 계기가 됐습니다당시 실권을 쥐고 있던 도쿠가와 막부는 흑선의 대포 사정거리 안에서 에도성이 벗어날 수 있는 요코스카시의 '우라가항'을 개항지로 삼았습니다그러나 우라가항은 에도에서 너무 멀고협소했습니다이에 1859년 우라가항과 에도의 중간에 위치한 어촌 요코하마에 항구가 들어섭니다.

도쿠가와 막부에서 신정부 시대로 바뀌고메이지유신을 거치며 일본은 세계와 활발하게 교류합니다요코하마 개항 13년 후인 1872년에는 도쿄 신바시와 요코하마를 잇는 일본 최초의 철도가 개통되었습니다기존에는 신바시에서 요코하마까지 마차로 4시간이 걸렸는데철도가 개통되며 50분이면 도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다만 개통 당시 신바시~요코하마 간 운임이 굉장히 비쌌습니다가장 저렴한 좌석을 기준으로 해도 현재 가치로 약 5,000엔 정도였죠참고로 현재 동일 구간의 운임은 500엔입니다.

옛 요코하마역 주변의 모습과 증기기관차의 모습이 담긴 그림. 항구도시로서 교통이 발달한 지역임을 보여준다. Ⓒ야베토시오

이 당시 요코하마역이 세워진 곳은 현재의 사쿠라기초역입니다. 영국 기술을 도입해 만든 부두와 보세 창고(적벽돌 창고)가 근처에 있었기 때문에 이곳이 낙점되었습니다근대적인 부두로 시작된 요코하마는 실크 수출항으로 급성장했으며전성기에는 세계 최대의 수출량을 자랑할 정도였습니다. 이 당시 붉은 벽돌로 지어진 서양식 창고 아카렌가는 현재도 이벤트가 열리는 문화공간이자 카페쇼핑센터 등이 들어선 상업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과거와 현재미래가 공존하는 도시 요코하마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 번 바뀐 요코하마역


 
앞서 간략히 언급했지만 초대 요코하마역은 오늘날의 사쿠라기초역입니다요코하마~신바시 간 노선은 이후 효고현의 고베까지 연장되며 일본 주요 간선 철도가 되었습니다하지만 노선 연장의 결과 요코하마역은 어중간한 위치가 되었습니다불편을 해소하고자 현재 지하철 다카시마초역 부근에 제2대 요코하마역이 새로 건설되었습니다그러나 2대 요코하마역은 1923년 관동 대지진으로 역사가 불타는 등 치명적인 피해를 봅니다요코하마는 도쿄보다 진원지에서 가까웠고기름 저장고에 불이 붙는 사고도 발생해 큰 피해를 보았죠.

초대 요코하마역이자 오늘날의 사쿠라기초역. Ⓒ야베토시오

요코하마는 해안선 바로 뒤에 언덕이 인접해 있어 평지가 적고 새로운 부지를 확보하기 어려운 지역이지만, 1928년 현재의 위치에 제3대 요코하마역을 세웠습니다이곳도 1945 5 29일 대공습을 맞았지만, 요코하마 시내 대부분이 전소된 상황에서도 기적적으로 가벼운 피해만 보고 살아남았습니다이후 전후 복구 과정에서 요코하마는 다시 한번 급속한 성장을 이뤄냅니다.

언덕이 많은 요코하마의 흔한 골목 풍경. Ⓒ야베토시오
 

 

1965년부터 시작된 요코하마 ‘6대 사업



요코하마시는 전쟁 피해 복구 및 고도 경제성장에 따른 인구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요코하마시 6대 사업이라는 대규모 도시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각 사업에 대해 간략히 소개하겠습니다.

1) 고호쿠 뉴타운 개발

요코하마시 중심부에서 북북서로 약 12km, 도쿄 도심에서 남서쪽으로 약 25km 떨어진 위치에 약 2,530헥타르에 달하는 광대한 토지를 개발하는 사업입니다. 시행자는 다마 뉴타운 등을 담당했던 독립행정법인 도시재생기구로미래 인구 증가에 대비해 뉴타운 개발을 시작한 것입니다다마 뉴타운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난개발 방지도시 농업의 확립주민 참여형 마을 만들기다기능 복합형 마을 만들기라는 4가지를 프로젝트의 기본 개발 이념으로 삼았습니다구체적으로는 보행자 도로와 차량 도로의 분리녹지 통로(그린웨이구축 등이 진행되며 주거 지역으로 정비되었습니다또한 도쿄 주변의 뉴타운은 주로 도심 통근을 고려해 계획된 반면이곳은 요코하마 중심부로 통근이 편리하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입니다.

주택으로 빼곡한 고호쿠 일대의 모습. Ⓒ셔터스톡

2) 가나자와 앞바다 매립 사업

고도 경제 성장기에 요코하마 중심지는 인구 증가로 인해 상점주택공장 등이 무질서하게 혼재되어 도시 기능이 약화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이에 중심부를 업무상업주거의 이상적 형태로 전환하고중심부에 있던 공장을 이전시키는 사업이 진행되었습니다주거와 공장의 혼재를 해소해 살기 좋고 활기찬 도시 만들기를 목표로 한 것이죠. 간석지가 많고 매립이 쉬운 환경인 가나자와 지역에 660헥타르 규모의 매립 개발이 진행되었습니다매립에 따른 해안선 소실환경 및 경관 악화 문제에 대한 대응으로 공원 정비를 하는 등 다양한 환경대책도 함께 추진되었습니다.

이 사업의 일환으로 정비된 우미노 코엔(바다의 공원)’ 1988년 개장한 요코하마 유일의 해수욕장이 있는 공원입니다해안에는 약 1km에 달하는 모래사장과 풍부한 녹지가 펼쳐져 있어 바다와 사람이 만나는 소중한 휴식 공간이 되고 있습니다겉보기에는 자연스러운 모래사장이지만실제로는 치바현에서 운반한 인공 모래로 만들어졌습니다공원 내에는 비치발리볼장윈드서핑 보관소잔디 운동장인 나가사 광장’, 바비큐장 등 여러 레저시설이 마련되어 있어 충분한 즐길 거리를 제공합니다.

해변을 따라 있는 비치발리볼장. 이외에도 다양한 레저시설이 공원에 마련되어 있다. Ⓒ셔터스톡

같은 해에는 공원에 인접한 인공섬이 조성되었고그 일부분에는 세이부 그룹이 중심이 되어 요코하마 하케지마 씨 파라다이스라는 수족관 중심의 놀이공원을 만들었습니다이 시설에는 아쿠아 뮤지엄돌고래 전시 중심의 돌핀 판타지동물을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는 후레아이 라군’, 놀이기구가 있는 플레저 랜드’ 등이 있습니다. 하케지마 자체는 요코하마시가 관리하는 공원이기 때문에 입장료가 무료지만, ‘씨 파라다이스는 민간 시설입니다. 이 개발을 위해 가나자와 씨 사이드 라인이라는 철도도 건설되었습니다최초 개통은 1989년이었으며, 선로가 없는 타이어 방식의 전철이었습니다당시로서는 드문 교통 시스템이었지만건설 비용 절감을 위해 도입되었습니다.

3) 고속철도

고속철도라고 하면 신칸센 같은 고속열차를 떠올릴 수 있지만요코하마의 경우 노면 전차와 비교해 빠른 철도를 고속철도라고 부릅니다요코하마는 1859년 미일수호통상조약에 따라 개항된 직후 정치적으로 불확실한 상황에서 외국과의 교류를 달가워하지 않는 세력으로부터 도시를 보호하기 위해 운하다리문 등으로 구획된 지역을 만들었습니다지역의 안쪽을 간나이(関内)’, 밖을 간가이(関外)’라고 불렀으며현재는 간나이라는 명칭만 남아있습니다. 

철도가 생기고 터미널화가 진행되면서 도심 중심지는 이동했지만무역항이 가까운 간나이 주변은 계속 발전했습니다항구를 통해 요코하마에 들어온 외국 사람들과 문화를 기반으로 차이나타운서양식 상점가 모토마치 등도 생겼습니다. 사람이 점차 늘어났고자동차 대중화로 혼잡도가 높아졌습니다이를 개선하고 중심부와 외곽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요코하마 지하철이 계획되었습니다.

교통의 요지이기도 한 요코하마. 항로 외에도 철로 교통이 특히 발달해있다. Ⓒ셔터스톡

1989년에는 미나토미라이 21’이라는 재개발 사업을 위해 가나가와현요코하마시민간(도큐 전철)이 공통 출자해 요코하마 고속철도 주식회사라는 제3섹터 철도회사를 설립했습니다. 2013년에는 시부야 지하철역이 완공되며 부도심선과 연결도쿄를 지나 시야타마현 내부까지 직결되는 노선을 완성했습니다이 외에도 화물선 노선 등을 활용한 신노선 구축이 진행되고 있으며수도권과의 접근성을 높이는 노선들이 계속 계획되고 있습니다.

4) 고속도로 개발 계획

1988년 당시에는 요코하마의 교통 체증이 심각한 수준이었습니다도쿄에서 요코하마까지의 도로는 상습 정체 구간으로자동차를 이용해 도쿄로 이동하는 것은 어려움이 컸습니다요코하마와 도쿄를 잇는 2차선 고속도로 하나를 항만에서 출발한 화물트럭과 일반 자동차 이용자들이 모두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요코하마시 외곽에는 동명 고속도로(토메이 고속도로), 요코하마와 요코스카를 연결하는 요코하마-요코스카 도로가 있었지만, 도심에서 이들 고속도로로 접근할 수 있는 진입로는 하나뿐이었습니다이곳 또한 지속적인 대규모 정체를 겪고 있었죠이 시기 '카리바 3호선 고속도로공사가 진행되었습니다이 고속도로가 완공되니 요코하마에서 요코스카나 가마쿠라로 이동할 때 소요되는 시간이 하루에서 반나절로 줄었습니다. 인프라의 중요성을 체감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현재는 도쿄 도심과 교외를 오가는 고속도로망이 정비되어 과거와 비교해 확실히 편리해졌음을 실감합니다앞으로도 순환도로 등 도심 외곽 도로망의 추가 개발을 계획 중이며이는 도시 내 물류 시스템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5) 요코하마 베이브리지

요코하마는 지금도 국제 항만 도시로서 기능하고 있습니다개항 당시 항만은 간나이 근처에 위치했지만, 화물선의 대형화로 인해 얕은 수심의 기존 항만으로는 대응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이에 항만 외곽에 혼모쿠 부두와 다이코쿠 부두가 새로 조성되었습니다항만 물류도 철도 중심에서 트럭 중심으로 변화했는데이로 인해 도심 내 교통 체증은 더욱 심각해졌습니다이에 항만 업무용 교통을 분리해 요코하마 도심의 혼잡을 완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계획된 것이 요코하마 베이브리지입니다. 1989년 총 890m 길이로 완공되었죠실제 베이브리지의 개통으로 도쿄만 주변 항만 차량의 정체는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요코하마의 교통 체증을 완화하는 베이브리지의 모습. Ⓒ셔터스톡

 6) 도심부 강화 – ‘미나토미라이 21’ 개발

전쟁이 끝난 후요코하마시 중심부는 대부분 GHQ(연합군 총사령부)에 의해 접수되었습니다. 접수 해제가 다른 도시보다 늦어진 탓에 복구가 늦어졌고그 결과 항만을 중심으로 하는 구시가지 간나이’ 지역과 철도를 중심으로 하는 요코하마역 주변 지역이 이원화된 상황이었습니다. 이를 해소하고자 두 지역을 연결하는 신도심 미나토미라이 21’이 계획되었습니다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되었고소란스러운 오토바이 폭주족의 아지트로도 악명이 높았던 이곳은 개발과 함께 요코하마의 대표 지역으로 변화했습니다.

요코하마 신도심의 모습. Ⓒ셔터스톡

요코하마시는 치안 문제를 불식시키기 위해, ‘미나토미라이’ 개발의 서막으로 요코하마 박람회를 개최하였습니다현재도 미나토미라이의 상징으로 꼽는 대관람차 역시 이때 만들어진 것입니다이외에도 박람회장 내에 복고풍 철도 복원요코하마역에서 박람회장까지 이어지는 곤돌라 설치 등 1970년 오사카 만국박람회 이후 가장 화려한 행사를 위한 시설이 들어섰습니다박람회장에서는 개통 직전의 요코하마 베이브리지도 보였습니다당시 느꼈던 설렘은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미나토미라이의 상징 대관람차 앞쪽으로 해변가를 따라 있는 적벽돌 시설이, 뒤쪽으로는 새롭게 들어선 빌딩들이 보인다. Ⓒ셔터스톡

박람회 종료 후 미쓰비시지쇼(三菱地所)가 시작한 랜드마크 타워’ 건설은 1993년에 완공됐습니다미쓰비시 그룹은 요코하마와 깊은 연관이 있는데요특히 미쓰비시 중공업미쓰비시지쇼미쓰비시 창고 등은 요코하마 발전에 크게 기여했습니다이러한 배경 덕분에 미쓰비시지쇼는 타 개발사들보다 진지하게 미나토미라이에 임하였습니다미나토미라이 지역의 선단부에는 요코하마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전시장 퍼시피코 요코하마’ 등이 들어섰으며 MICE 기능(회의전시컨벤션이벤트)도 추가되었습니다. 2002년에는 방치되어 있던 구 보세창고(적벽돌 창고)를 요코하마 적벽돌 창고로 복원했습니다. 1호관은 전시 공간 및 문화시설로, 2호관은 상업시설로 변모하였고 주변 일대는 적벽돌 파크로 정비되었습니다.

1920년대 초 선박 세관 검사장으로 지어진 붉은 벽돌의 '아카렌가 창고'.  Ⓒ야베토시오

현재 이곳은 야마시타 공원차이나타운과 나란히 대표 관광지가 되었습니다. 2013년에는 미나토미라이선이 도쿄 부도심을 지나 시부야역과 직결 운행을 시작했고이후 통근 편의성이 향상됨에 따라 주거지도 정비되었습니다. 최근에는 방문자 수와 근무자 수가 급격히 증가하여 2023년 기준 방문자 약 7,730만 명종사자 약 13 4천 명으로 모두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미개발 구획의 개발도 진행되며도시 개발 최종 단계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왜 요코하마에 매력을 느끼는가


 
요코하마라는 도시의 시작부터 개발을 거쳐 발전해 온 과정을 소개했습니다지금의 요코하마는 일본인들이 살고 싶은 도시 1위 지역입니다일본 최대 부동산 정보 사이트 SUUMO는 매년 살고 싶은 동네 순위를 발표하는데요코하마는 8년째 연속해서 1위를 차지했습니다수도권 20~49세 일본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라는 점도 의미가 있습니다일본의 젊은 층이 살고 싶어 한다는 동네임을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특히 연령대별로 보면 40라이프스타일로는 1인 여성 가구와 맞벌이 가구의 지지가 증가하고 있습니다이들은 요코하마에서 어떤 매력을 느끼는 것일까요? 

가장 큰 부분은 도쿄와 가까워 거대 도시의 장점을 누릴 수 있는 지역이라는 점입니다앞에서도 소개했지만 도쿄 도심까지 이동이 편리합니다신주쿠까지는 30시부야까지는 28분 정도 소요됩니다평균 집값이 저렴해 도쿄의 베드타운 역할도 수행합니다에비스 키치조지에 비해 20% 정도 낮은 수준이죠동시에 요코하마만의 감성과 문화를 간직하고 있습니다건축음식풍경 등의 측면에서 요코하마만의 매력을 간직하고 있죠. 

1) 요코하마 오리지널 문화의 발상지

하마토라는 요코하마 트래디셔널(Yokohama Traditional)’의 줄임말로,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 초반 요코하마 모토마치 지역에서 유행한 패션 스타일을 지칭합니다단정하고 우아한 현대풍 아가씨 스타일이 특징이며특히 여학생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하마토라를 상징하는 아이템으로는 FUKUZO의 옷, MIHAMA의 신발, KITAMURA의 가방 등이 있습니다이러한 브랜드들은 모두 요코하마 모토마치에 가야만 구입할 수 있었기 때문에, ‘하마토라는 본래 요코하마라는 지역 한정의 로컬 패션 트렌드였습니다그러나 패션잡지 등 미디어의 영향을 받아 도쿄에도 그 스타일이 확산되었습니다.

이 트렌드의 발신지가 되었던 곳이 바로 모토마치 상점가입니다모토마치 상점가는 요코하마 개항 당시 외국인 전용 상점들이 모이며 성장한 곳입니다서양풍의 세련된 분위기가 감도는 총 600m의 쇼핑 스트리트에는 부티크소매점카페레스토랑 등 방문자를 매료시키는 가게들이 즐비합니다기존에는 가방과 신발 등을 제작하는 장인들의 거리였지만외국인들의 주문을 받는 과정에서 기술과 디자인이 세련되어졌고 결과적으로 1970년대 요코하마의 매력을 발산하는 중심지가 되었습니다해외 브랜드를 단순히 들여와 진열하는 방식이 아니라지역 문화를 기반으로 한 지산지소(地産地消)’ 형태의 문화 소비를 하고 있다는 점도 인상적입니다.

모토마치 상점가 주변으로 개항 당시 요코하마를 찾은 외교관선교사사업가 등의 영향으로 도입된 서양식 건축 문화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이들은 주로 바다가 보이는 언덕 위에 자리를 잡았는데야마테입니다영국인 사업가 베릭이 지은 베릭홀이 규모가 제일 크며마을 입구에는 항구를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도 있습니다모토마치 건너편에는 일본 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차이나타운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미나토미라이의 해상 여객 터미널 '푸카리 산바시'. 일본 최초의 해상 부유식 터미널이면서 독특한 건축으로 유명하다. Ⓒ야베토시오 
모토마치 근처의 위치한 차이나타운. 음력 설을 맞아 등화 축제가 열리고 있는 모습. Ⓒ야베토시오

이런 요인들이 요코하마만의 문화를 만들어 가는 요소입니다외국 문화와 일본 문화가 어우러지며 새롭게 만들어진 요코하마만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개항된 일본 수도권 대표 항구도시로서 바다와 대도시가 조합된 지역적 차별성과 외부 문화를 받아들이면서도 일본식으로 변화를 꾀하며 요코하마만의 오리지널리티를 지니고 있다는 점이 이 도시의 강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일본 대표 크루즈선인 'MS 아스카II'. 요코하마와 고베에서 출발하는 일본 내 항해 외에도 여러 프로그램이 있다. Ⓒ야베토시오

2) 일상과 비일상이 공존하는 도시

요코하마를 살고 싶은 도시로 꼽은 이유 중의 하나가 매력적인 일자리나 기업이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미나토미라이지역을 중심으로 체험형 기업 뮤지엄이 많아 기업 활동을 가까이서 느낄 수 있는 환경이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동시에 미나토미라이에서 바닷가 방향으로 요코하마 최고의 관광지 신코가 위치합니다신코는 대관람차컵라면 박물관창고형 쇼핑몰인 아카렌가 창고 등이 있어 사람들이 늘 붐비는 지역입니다이러한 특징으로 요코하마는 직장과 바다가 보이는 공원이나 유원지가 공존한다는 인상을 줍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놀이공원 안에 직장과 주거지가 있는 도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마린타워에서 야마시타 공원까지 이어지는 약 2km의 산책로를 걷다 보면 요코하만의 일상과 비일상을 동시에 만날 수 있습니다낮과 밤의 풍경도 다채롭습니다일본 신 3대 야경 도시로 선정된 아름다운 야경과 풍부한 공원 등 도시 인프라의 지속적인 발전으로 다양한 세대가 살기 좋은 환경이 갖춰지고 있다는 평도 받습니다.

세계 최대 범선으로 알려져 있는 '카오이마루'가 영구 정박되어 전시되고 있는 해변 공원 '카오이마루 파크'. Ⓒ야베토시오

3) 다양한 일본식 서양 요리를 즐길 수 있는 맛있는 도시

요코하마는 개항 항구라는 특성으로 외국의 음식 문화가 가장 빠르게 유입된 지역이기도 합니다. 그중에 빵도 대표적인 음식인데요. 1888년에 문을 연 우키지빵은 일본에서 오래된 빵집 중 하나로 잉글랜드라는 식빵이 유명합니다. ‘빵지 순례를 즐기는 이들의 주요 방문 장소 중 하나입니다나폴리탄 파스타의 시작과 중화요리에 근간을 둔 일본식 라멘인 이에케 라멘의 발상지라는 수식어도 요코하마가 가지고 있습니다노게요코하마역 근처의 번화가 등에는 일본 스타일의 노포와 맛집도 있습니다이처럼 요코하마는 다양한 문화권의 식문화가 융합되며 다채로운 맛을 즐길 수 있는 도시로여러 사람들의 발길을 사로잡았습니다.

4) ‘하맛코(ハマっ子)’라는 지역 자부심

요코하마에 살다 보면 자주 듣게 되는 말 중 하나가 바로 하맛코입니다이 말은 요코하마 출신의 유명 크리에이터가 만든 단어로요코하마에서 나고 자란 사람을 가리킵니다비슷한 예로는 에도코(江戸っ子)’가 있습니다. 3대 이상 도쿄에 살아야만 진짜 에도코로 인정한다는 고집스러운 정체성을 지닌 말입니다. 반면요코하마는 개항 도시로서의 개방적인 정신과 지역적 자긍심이 함께 공존하는 감각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을지도 모릅니다개방적이고 친화적 성격타인에게 포용적인 태도 등이 하맛코의 특징으로 소개되는 것에서도 느껴지는 부분이죠고향을 사랑하는 마음과 외부를 받아들이는 열린 자세를 동시에 갖춘 도시는 일본에서도 드물다고 생각합니다요코하마는 어촌에서 출발해 관민이 함께 도시를 이끌어왔습니다. 하맛코들이 외부의 의견을 수용해 가며 경관 조례를 포함해 다양한 도시 규제와 계획을 만들어낸 성과입니다.

현재 요코하마시는 도심 임해부・이너 하버 정비 구상이라는 다음 단계의 도시계획 프로젝트에 착수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 도시가 어떤 모습으로 변모할지 매우 기대됩니다요코하마의 매력을 한 편의 글로 전달하는 것은 매우 어렵지만도시 계획을 배우고 싶다면 요코하마는 강력히 추천할 만한 모델이자 도시입니다요코하마라는 도시를 깊게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기를 바랍니다.

야베토시오

야베토시오

모리빌딩주식회사 도시개발사업본부 계획기획부 미디어기획부 고문

모리빌딩 회장의 철학과 방향을 이해하고, 타운 매니지먼트의 핵심인 '문화도심' 창조의 역사를 함께해왔다. 독특한 관점을 바탕으로 30년 동안 도심 복합개발의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