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는 출범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은 고강도 대책을 기습적으로 발표하며 부동산 시장에 강력한 메시지를 던졌습니다. 이번 대책은 새 정부가 향후 펼쳐갈 부동산 정책의 큰 방향성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중요한 첫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
신속하고 강력한 고강도 대출규제
지난 6월 27일 금요일 오전, 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부처는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정책의 임팩트를 극대화하기 위해 정부 출범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매우 이른 시점에 전례 없는 고강도 대출규제를 기습적으로 발표하고 다음 날 바로 시행했습니다. 이 때문에 시장은 매우 놀란 반응을 보였습니다.
- 전 금융권 가계대출 총량목표치 당초 계획 대비 절반으로 감축
- 정책대출 연간공급계획 대비 25% 감축
- 수도권 및 규제지역 내 추가 주택구입 목적 주담대 금지
- 수도권 및 규제지역 생활안정자금 목적 주담도 한도 1억으로 제한
- 수도권 및 규제지역 주담대 대출만기 30년 이내로 제한
- 수도권 및 규제지역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 금지
- 신용대출 한도 차주별 연소득 이내로 제한
- 수도권 및 규제지역 주택구입목적 주담대 최대한도 6억으로 제한
수도권 및 규제지역 생애최초 주담대 및 정책대출 LTV 강화 (80% → 70%) 및 6개월 내 전입의무 부과
- 주택기금 디딤돌대출 및 버팀목전세대출 최대한도 축소 조정
- 수도권 및 규제지역 주택구입목적 주담대 및 정책대출 6개월 내 전입의무 부과
- 수도권 및 규제지역 전세대출 보증비율 강화(90% → 80%)
과거의 실패를 넘어서
정부가 이처럼 빠르고 강력한 대출규제 카드를 꺼내 든 배경에는 최근의 심상치 않은 시장 상황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금리 인하 기조 속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공급절벽 우려 등이 맞물리며 수도권, 특히 강남3구를 중심으로 집값과 대출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기 때문입니다. 집권 초기에 이를 제대로 진화하지 못할 경우, 연이은 부동산 대책 실패로 인한 집값 폭등의 여파로 정권을 넘겨야 했던 문재인 정부 시절을 반복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정책이 세금과 공급이 아닌 ‘금융’에 집중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합니다. 이는 “세금으로 집값 잡지 않겠다”, “신규 신도시 개발이 수도권 집중을 오히려 부추길 수 있다”고 밝혀온 이재명 대통령의 기존 발언과 궤를 같이합니다.
과거 문재인 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부동산 투기세력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임기 내내 20여 차례 이상 부동산 대책을 쏟아냈습니다. 투기세력과 실수요자를 대결시키는 프레임을 만들어서 징벌적 과세와 임대차 3법 등을 내놓았습니다. 그러나 이는 임대차 시장을 크게 왜곡하고 매물잠김 현상을 유발하면서 ‘영끌’과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을 심화시키는 등 실수요자의 불안심리를 자극해 집값 폭등이라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이번 정부는 이러한 과거를 반면교사 삼아 세금을 통한 규제를 지양하고 금융에만 초점을 맞춰서 고소득자의 수요를 억제하고자 했습니다.
체질 개선의 큰 그림
그렇다면 이번 정부는 집값의 대세 하락을 의도하는 것일까요?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에서 더 큰 정책적 그림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초기부터 “문재인 정부와 다르다는 걸 보여주는 게 핵심”이라며 부동산을 투자수단으로 인정하는 전향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대한민국의 투자 수단이 주택 또는 부동산으로 한정되다 보니까
자꾸 주택이 투자 수단 또는 투기 수단이 되면서 주거 불안정을 초래해 왔다”
“다행히 최근 주식시장, 금융시장이 정상화되면서 대체 투자수단으로 조금씩 자리 잡아 가는 것 같다.
이 흐름을 잘 유지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제 마음대로 다 되진 않겠지만 이제는 부동산보다는 금융시장으로 투자 방향이 옮겨지는 게 낫다고 생각하며 그렇게 유도하려고 한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투자를 억누르는 데 집중했던 것과 달리, 부동산을 대체 할 매력적인 투자처(주식 등 금융투자시장)를 육성하겠다는 접근입니다. 콘크리트에 과도하게 잠겨있는 막대한 자본을 생산적인 기업으로 흘러가게 해서 경제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의지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상법 개정과 AI 등 미래산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결론적으로 정부의 목표는 ‘절대적인 집값’ 자체를 떨어뜨려서 살 만한 가격으로 만들겠다가 아니라, 단기급등세는 진정시키되 금융시장 선진화와 미래산업투자를 통한 경제성장으로 ‘소득 대비’ 집값과 ‘GDP 대비’ 가계부채를 안정적인 수준에서 관리하겠다는 것일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후속 정책에 주목할 필요
이번 대책으로 인해 거래량이 급감하고 가격 상승세도 주춤하는 등 정책의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문제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닙니다. 여전히 관망하며 ‘때가 되면 결국 풀어줄 것이라는’ 심리가 시장에 잔존합니다. 이에 기대감이 완전히 꺾였다고 보기는 어렵고 저금리 기조도 변수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단기적으로 시장의 열기를 식힐 수 있겠지만, 서울 그리고 양질의 주택에 대한 초과수요는 항상 존재하기 때문에 공급정책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정부도 이와 같은 상황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으며,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정책에 대해 “이번 조치는 맛보기 수준”이라며 “부동산과 관련된 정책은 아직도 엄청나게 많이 남아 있다”라고 강조하며 후속적인 조치를 예고했습니다. 현재 거론되는 추가 정책 카드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 금융규제 : LTV 추가강화, DSR 적용범위 확대, 규제지역 추가 지정 등
- 공급정책 : 재개발/재건축 절차 간소화, 용적률 상향 등 3기신도시 고밀화, 국공유지 활용방안 등
시장의 향방은 정부의 정책기조 일관성과 후속 대책의 내용에 따라 결정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