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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곳곳에서 유휴공간을 새롭게 개발하는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습니다단순히 건물을 고쳐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경험을 정교하게 설계하고고유의 브랜드를 구축하며큐레이션된 콘텐츠를 만들어 가치 높은 공간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이는 도시 경쟁력이 첨단 인프라에서 생활 밀착형 경험 가치로 이동하는 것과 연결되어 있는 지점입니다이번 화에서는 지역주민과 함께 유휴공간을 커뮤니티 허브로 개발한 글로벌 사례를 소개하겠습니다몬트리올의 산업 창고베를린의 거대한 공공 건물멜버른의 옛 학교 캠퍼스 등 방치되어 있던 공간들이 공공성과 수익성이라는 어려운 목표를 어떻게 동시에 달성하며 각 도시의 대표 브랜드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주민 협동조합이 이끈 자율적 커뮤니티 허브바티망(Bâtiment) 7 (캐나다 몬트리올)


 

해지는 저녁 바티망 7 ©batiment7.org

캐나다 몬트리올에 위치한 바티망 7은 시민에 의해시민을 위해 탄생한 대표적 커뮤니티형 복합공간입니다. 몬트리올의 옛 공장지대였던 포앵트 생트샤를(Point-Saint-Charles) 지역에서 2000년대 초 카지노 건설 등 거대 개발사업이 예정되었습니다지역의 주민들은 이 같은 개발 계획에 14년간 맞서며 개발 방향의 변화를 이끌어 냅니다바티망 7은 캐나다 국철(CN)의 정비창 부지에 있던 붉은 벽돌 산업건물입니다기존에는 카지노로 활용될 예정이었으나 주민 협회들의 끈질긴 투쟁 끝에 2016주민 측이 부지를 소유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주민 협동조합 ‘7 à Nous(누구나를 위한 7)’을 조직해 부지를 인수한 뒤 오염 토양 정화 등의 준비 과정을 거쳐 2018 5월 문을 열게 됩니다외부 자본이 아닌 시민 모금과 공공 보조금으로 개보수 예산을 마련했고공간 기획부터 운영 규칙까지 모두 지역 공동체가 주도하는 풀뿌리 참여 설계가 진행되었습니다그 결과 바티망 7은 애초의 우려와 달리 개장 직후부터 주민들의 열렬한 호응 속에 운영 안정화에 성공했고, 2021년에는 인접 부지까지 추가로 확보하여 시설 확장에 나설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바티망 7 내부 모습. ()식료품점, ()커뮤니티 활동 모습 ⒸPIVOT.coop

현재 바티망 7은 약 8,400(90,000제곱피트규모의 거대한 철골 벽돌 건물 내부를 여러 개의 협동조합 프로젝트들이 나눠 사용하는 형태입니다이곳에 입주한 주요 커뮤니티 프로젝트를 보면다양한 방식으로 지역 문제 해결 및 도움에 집중합니다지역 자원봉사자들이 운영하는 식료품점 르 데투르(Le Détour)’는 비영리 슈퍼마켓으로신선 식품을 저렴하게 공급하여 일종의 식품 사막(food desert) 문제를 해결합니다맥주를 만들어 파는 양조 협동조합에서 운영중인 펍 -타베른(Sans-Taverne)’은 수익을 지역에 환원하고 있습니다실제 이곳의 맥주는 몬트리올 내 100여 곳의 매장에 납품되고 있습니다. ‘프레스 스타트(Press Start)’라는 청소년 협동조합은 14~21세 청년들을 모아 DIY 비디오 아케이드를 운영하고정기적으로 강연과 토론 모임을 열어 청소년 커뮤니티 활동을 이끌고 있습니다이 밖에도 라 쿠레(La Coulée)’라고 불리는 공동 작업장은 용접 등 금속기술부터 도자기 공예실크스크린 인쇄자전거·자동차 수리 기술까지 다양한 메이커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 

주민이 직접 만들고 운영하는 공간 바티망 7 ©centdegres.ca

바티망 7 뒤편 유휴지는 도시농장과 온실양계장이 조성되어 주민들이 도시농업을 즐기고 생산물을 나누는 작은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됩니다. 공유 주방과 쿠킹 클래스 공간산부인과 상담 및 출산 지원 센터지역 예술 학교 분교아이들을 위한 놀이방 등 추가적인 계획들도 실현 단계에 있습니다말 그대로 지역 생활에 필요한 모든 기능을 주민 스스로 만들어가는 공간인 셈입니다그래서 바티망 7을 집단적 자율성의 공장(Factory of collective autonomy)”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운영은 철저히 민주적 자치 관리로 이뤄집니다수평적 의사결정 구조를 만들었죠각 프로젝트는 독립적인 협동조합이나 단체가 운영하고공간 전체에 관한 주요 의사결정은 상위 협의체인 7 à Nous의 총회를 통해 이뤄집니다공간 임대료나 수익 배분도 협동조합 간 합의를 통해 조정되며모든 사업체의 순이익은 조합원과 지역 사회에 재투자됩니다맥주 협동조합 수익의 일부는 청년 프로그램이나 예술 프로젝트에 지원금으로 돌아가며식료품점의 수익은 가격 인하 또는 취약계층 지원에 쓰입니다이러한 순환적 재투자 모델 덕분에 바티망 7은 외부 자금 없이 자체 수익으로 유지·보수가 가능하며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서비스를 주민에게 제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몬트리올시는 건물 개조에 대한 일부 보조금 지급과 지역사회 발전 지원 예산으로 일부 프로그램의 운영을 지원합니다그러나 운영의 주체는 어디까지나 지역 주민들이며이는 공간에 대한 주인 의식과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핵심 요인입니다주민들은 스스로 가꾼 공간을 아끼고 지키려 하며필요한 경우 재능기부와 자원봉사로 힘을 더하기 때문에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합니다그 결과 개장 이래 수년간 임대료 연체나 시설 관리 문제없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지역 범죄율 감소와 주민 삶의 질 향상 등 무형의 사회적 성과도 얻고 있습니다.

지역 주민들이 직접 제공하는 바티망 7 가이드 투어 ©ruellesbleuesvertes.com
 

바티망 7 프로젝트는 부동산 자산의 가치를 재무적인 관점만이 아니라 사회적·문화적 관점에서도 평가해야 한다는 시사점을 줍니다이곳에 카지노 혹은 쇼핑몰이 들어섰다면 단기 수익은 높았을 수 있지만지역 공동체에는 부정적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이 큽니다대신 주민들이 선택한 커뮤니티 허브 모델은 지역의 필요에 정확히 부응함으로써 장기적인 지역 안정과 번영에 바탕이 됩니다부동산 가치까지 서서히 상승시키는 선순환을 만들었습니다. 현재 이 일대는 바티망 7의 명성 덕분에 활력 있는 창의지구로 이미지가 개선되어공공 주택사업이나 친환경단지 유치 등 추가적인 투자 기회를 얻고 있습니다투자의 관점에서도 커뮤니티가 뿌리내린 공간은 경기 변동이나 외부 충격에도 이용자들이 애정을 갖고 지지해 주기 때문에 위기 탄력성이 높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시민과 행정, 공공기관이 대등한 협력으로 만든 도시 공유지하우스 데어 슈타티스티크(Haus der Statistik) (독일 베를린)


과거 동독 시절 국가통계청 청사로 쓰였던 대규모 건축물 하우스 데어 슈타티스티크는 알렉산더플라츠 한복판에 위치하고도 2008년 이후 장기간 비어 있던 도심 복합건물 단지입니다연면적 약 50,000㎡에 달하는 이 건물은 한때 완전히 철거되어 민간 아파트와 오피스로 재개발될 예정이었으나시민 사회의 개입으로 운명이 바뀌게 됩니다.

2015건물에 설치된 배너로 언론의 이슈가 됐으며예술가들과 시장의 만남이 이뤄졌다. ©Allianz bedrohter Berliner Atelierhäuser

“이곳에 베를린을 위한 예술·문화·사회 공간이 들어섭니다.

2015년 가을네 명의 예술가들은 버려진 하우스 데어 슈타티스티크에서 공공 쇠퇴의 상징을 발견하고 폐건물 외벽에 가짜 건축안내 현수막을 내거는 기습 퍼포먼스를 진행합니다터무니없는 공상처럼 보이지만실은 급등하는 임대료로 작업실을 잃어가던 베를린 예술가들의 절박한 요구를 대변한 것이었습니다이 퍼포먼스를 계기로 시민들과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며 건물 철거 계획에 제동이 걸렸고베를린시 당국은 기존 계획을 재고하기 시작했습니다몇 년에 걸친 협상 끝에 2018년 베를린시와 시민단체 연합은 이 구역 전체를 공공 목적을 위한 시범사업지구로 개발하는데 전격 합의합니다이같은 혁신적 파트너십은 행정기관(베를린시 개발국미테구청), 공기업(시 산하 주택공사 WBM, 시 부동산관리공사 BIM) 그리고 시민사회 협동조합(ZUsammenKUNFT Berlin eG) 등의 협력체(KOOP5) 형태로 구성되어기관과 시민이 대등하게 협력하는 새로운 모델을 구축하게 됩니다.

파트너들 간에 사이트를 공유하는 방법을 컨셉으로 한 이미지 작업 ©Initiative Haus der Statistik

합의에 따라 하우스 데어 슈타티스티크 건물은 철거되지 않고 리모델링을 통한 복합개발로 방향이 변경됩니다이곳은 예술문화사회복지교육을 위한 공간과 저렴주택공공행정 시설 및 미테구의 미래 시청까지 어우르는 포용적 지속가능 도시단지로 거듭났습니다버려졌던 관청 건물이 주민 삶을 지원하는 커뮤니티 허브복합타운으로 변화한 것이죠이미 2019년부터 건물 일부 공간은 예술가들의 임시 스튜디오난민과 노숙인을 위한 임시 거주시설 등의 파일럿 용도로 활용되며정식 재개발 전이지만 커뮤니티 이용이 가능하도록 개방되었습니다.

개발의 과정도 새롭습니다이러한 프로젝트는 지역 사회에 익숙한 디자인을 제시하는 경우가 빈번한데 하우스 데어 슈타티스티크는 5개 파트너 간의 다각적인 계획 과정 조율시민들과의 끊임없는 소통을 진행하며 다른 그림을 그리는 중입니다현재도 옛 자전거 매장이 위치한 쇼룸에서 공개 워크숍이나 전시공동작업 등이 열리며 이 과정의 결과를 반영한 설계·건설이 순차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개발 과정 전반에 지역 주민을 포함한 시민들의 아이디어 제안공간 디자인 참여운영규칙 결정 등에 이르는 포괄적 협치가 구현되고 있다는 점에서하우스 데어 슈타티스티크는 기존의 행정주도 재개발과 차별점을 가집니다.

이 프로젝트는 혁신성이 인정되어 2021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받았고독일 연방정부로부터 모범적 협력 도시개발 모델로 여러 차례 수상 및 지원을 받게 됩니다또한 2019년 서울 도시건축 비엔날레에도 베를린시 공식 사례로 소개되는 등 국제적으로도 큰 주목을 받습니다.

2019 2월 승인된 공간의 설계도 ©Teleinternetcafe and Treibhaus

베를린시는 이 프로젝트에 약 1억 4천만 유로( 2천억 원이상의 공적 자금을 투입하기로 하였으며시민 협동조합은 기금 모금과 운영 계획 수립에 참여해 사업의 공공성과 지속가능 운영모델을 함께 설계하고 있습니다기존 건물 약 46,000㎡ 중 36,500㎡는 시청과 시 산하기관의 업무공간(행정용)으로 사용되고, 9,500㎡가 예술·문화·사회적 용도로 시민협동조합이 운영합니다부지 내에 새로 짓는 66,000㎡ 중 51,000㎡는 공공임대주택과 미테구 구청사 등으로 활용되며, 15,000㎡는 추가적인 문화·교육·실험 공간으로 ZKB와 시민단체들이 관리할 예정입니다주요 수익원은 베를린시가 자체 예산으로 운영하는 행정공간과 공공주택 임대료가 됩니다이것은 프로젝트의 재정 지속성에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임대료 수익 극대화보다는 장기적으로 다양한 사회구성원을 포용하는 데 목표를 둔 이 프로젝트는 공공 자산을 활용해 공공 이익을 증대하는 순환 구조의 재정 원칙을 가집니다. 혹여 흑자가 발생하면 다시 새로운 사회적 프로젝트에 투자한다고 합니다. 

2025 5월에 열린 오픈 데이 행사 도시 개발의 날, KO-Markt’ ©Ronja Schweer/hausderstatistik.org

하우스 데어 슈타티스티크 프로젝트의 가장 큰 의의는도심 한가운데 눈에 띄는 대형 유휴자산을 투기적 개발 대신 지역 공동체를 위한 공유 자산으로 전환한 점입니다. 이는 단지 건물 용도의 변화뿐만 아니라 도시개발 패러다임의 전환으로 평가됩니다시민 예술가들로부터 시작된 사회 운동이 촉발시킨 프로젝트에서행정과 시민사회는 끝까지 대등한 파트너로서 프로젝트를 이끌어 갑니다기존에 시장 논리만으로는 충족되지 않던 공공임대주택사회적 약자 지원시설문화공간 등이 한데 어우러진 사회적 가치 지향의 부동산 개발이 가능해진 것이죠물론 대규모 공공투자가 수반되지만베를린시 당국은 이러한 투자가 장기적으로 도심의 사회통합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견인할 것이라 보고 있습니다도심의 의미 있는 부동산을 매각해 일시적 수익을 얻는 대신공공 자산으로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장기적 관점의 수익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A호 지붕에 완전히 새로운 광장이란 의미의 ‘ALLESANDERSPLATZ’ 사인을 설치한 모습 ©hausderstatistik.org

현재 하우스 데어 슈타티스티크 개발 지구는 도시를 공동의 이익을 위해 함께 설계하고 장기적으로 모두에게 혜택을 돌리는” 새로운 비전의 실험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향후 전 세계 많은 도시들이 인구구조 변화와 유휴자산 문제를 겪을 때협력적 거버넌스와 공공 목적 개발을 통해 해법을 모색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새로운 모델이 될 것입니다.

  

사회적 기업에 의해 재탄생된 문화예술 허브콜링우드 야즈(Collingwood Yards) (호주 멜버른)


1912년에 건립된 콜링우드 야즈는 한 세기 넘게 멜버른의 기술 학교로 운영되었습니다그러나 2005년 폐교된 후 10여 년간 방치되었죠이 공간을 비영리 사회적 기업 Contemporary Arts Precincts (CAP) Ltd.의 주도로 시작된 새롭게 바꾸는 프로젝트가 본격화됩니다지역 예술 활동가 마커스 웨스트버리(Marcus Westbury)와 지역 자선가인 대니얼 베센(Daniel Besen)의 비전이 더해지며멜버른 도심의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작업 공간을 잃어가던 예술가들과 지역 사회에서 환영받는 공간으로 재탄생하죠.

멜버른 콜링우드 야즈 중앙 뜰 모습. 1938년 건축된 기존 붉은 벽돌 건물에 새로 통로를 만들고주변에는 예술가들의 작업실과 갤러리가 위치했다. ©Tom Ross

이들은 도심 속 예술 생태계를 지키기 위해 오래된 학교 부지를 예술가들의 마을로 재생시키고자 했습니다빅토리아 주정부 역시 문화 생산과 창조의 장소로 남을 것을 조건으로 2016년 이 부지를 CAP에 무상 양도합니다이렇게 공공자산을 지역사회 목적에 활용하는 프로젝트가 시작되었습니다기업 및 민간 재단의 후원을 통해 리모델링 비용을 마련하는 준비 과정으로 5년 이상의 시간을 거쳐 마침내 2021년에 개관했습니다. 

장소의 역사를 보존하는 동시에 새롭게 재탄생한 콜링우드 야즈 예술 지구 외관 ©Collingwood Yards / Stefan Postles

140년 동안 법원의회그리고 콜링우드 기술학교로 사용되어 온 약 6,500㎡ 규모 부지는 3개 동의 건물에 30개 이상의 문화예술 조직과 창작자가 자리 잡은 예술 공간이자 커뮤니티 허브로 변했습니다일반 대중에게 열린 공간인 1층에는 중고 레코드 가게도자기 공방 겸 매장건축디자인 서점패션 사회적기업 겸 리테일 매장인 더 소셜 스튜디오 등이 입주해 있습니다누구나 드나들 수 있는 문화상업 공간입니다. 2층에는 비영리 예술단체의 사무실신진 예술가들의 작업실소규모 공연장과 전시공간이 저렴한 임대료(시장가 대비 약 50% 수준)로 제공되고 있습니다현대 미술 중심으로 활동하는 West Space와 예술가들이 운영하는 Bus Projects의 갤러리가 입주해 있으며원주민(Aboriginal) 예술과 문화를 홍보하는 비영리 단체(Agency), 지적 장애 예술가를 지원하는 사회적기업(Arts Project Australia), 청소년 음악 비영리단체(The Push) 등도 이곳에 입주해 있습니다캠퍼스 중앙의 마당은 지역주민과 방문객을 위한 야외 행사용으로 개방되어 향후 예술시장라이브 공연, Centre for Projection Art의 조명 쇼 등 다양한 커뮤니티 이벤트로 사용될 예정입니다.

(서점 © The Social Studio / Benjamin Thomson, (탄트리 무스티카 © Collingwood Yards / Amelia Stanwix (아래패션 사회적기업 겸 리테일 매장인 더 소셜 스튜디오 ©The Social Studio / Benjamin Thomson

콜링우드 야즈를 운영하는 야즈 협업 그룹은 매달 한 번씩 모여 입주자들이 서로 알아가고 자원을 공유할 수 있는 장을 제공합니다. 각기 다른 이들이 모여 독특하고 흥미로운 크로스 오버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죠이런 운영 방식은 콜링우드 야즈를 예술가와 지역주민방문객이 함께 어울리는 지역 문화 공간으로 기능하도록 하는 역학도 수행합니다사람들이 모이면 점차 주변 상권과도 어우러지며열린 공간이자 새로운 지역 명소로 자리 잡게 되는 것이죠. 

빅토리아 보건부의 보조금 덕분에 콜링우드 야즈는 야라시(City of Yarra)의 지원을 받아 더욱 광범위한 지역 사회 연계를 구축할 수 있었습니다이곳의 운영법인은 임대료 수입과 일부 상업공간(카페바 등수익을 통해 관리비 등을 충당하며임대료 역시 장기적으로 저렴하고 예측 가능하게 책정되어 입주자들이 걱정 없이 창작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합니다.

공공성을 유지하되 자립성을 극대화하는 전략은 공공 지원 없는 지속가능 모델이라는 운영 철학에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공공성과 수익성의 균형을 잘 보여주기 위해 설계 단계에서부터 지역사회 개방성을 높이는 방법을 고민했습니다기존 학교 건물의 웅장한 정문 대신 누구나 쉽게 드나드는 새로운 출입구를 뚫고장애인 접근성을 개선하는 등 환대하는 공간으로 바꾸었죠그 결과 예술을 공동체 속에 심고비싼 도심에서 예술가들에게 지속가능한 작업공간을 제공하며모두에게 열린 공공 편의시설을 창출한 모범 사례로 평가받습니다.

방치된 학교를 리모델링하여 지역에 부족했던 창조적 인프라를 확충함과 동시에임대수익을 통한 자립 운영을 이뤄냈다는 점에서 공공 목적과 경제적 지속가능성이 조화를 이룬 성공적인 커뮤니티 허브로 볼 수 있습니다좋은 공공 공간을 만드는 것은 그 장소가 원하고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깊이 이해하는 데 시간을 들여야 가능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콜링우드 야즈는 아직도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입니다. 

지방 도시에서 공장대학 캠퍼스공공청사 등 각종 시설이 사용되지 않고 방치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이러한 현상은 저출산고령화 및 도시집중화로 인한 인구 변화제조업 축소와 탈공장화로 인한 산업 변화공공기관 이전과 통폐합에 따른 행정 구조 변화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 구조조정 등 복합적인 요인에 맞물려 있습니다.

사회변화의 맥락 속에서 발생된 유휴 시설 문제를 관리하지 않는다면도시 경쟁력 및 지역 공동체 약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그렇기에 방치된 시설을 어떻게 재활용할 것인지가 주요 과제입니다앞서 소개한 사례들은 공공성에 기반한 운영 철학과 창의적인 수익 구조를 갖춘 커뮤니티 허브 모델이 투자자와 지역주민 모두에게 이익을 돌려주는 공동의 자산사람과 장소의 가치를 되살리는 투자의 한 방법임을 보여줍니다.

 


 [참고자료 및 출처]
1) Archilovers: ChorusLife Gallery
2) LinkedIn: ChorusLife Project Insights
3) Schindler Group: Chorus Life
4) Dove.it: Chorus Life Project
5) Requadro: Chorus Life Innovations
6) Global Design News: Chorus Life Urban Regeneration
7) Dropcity Center for Architecture and Design
8) Centdegres: Bâtiment 7 Community Project
9) Pivot Coop: Bâtiment 7
10) Ruelles Bleues Vertes: Bâtiment 7 Tours
11) placesjournal.org/article/the-accidental-planners/?cn-reloaded=1
12) House of Statistics
13) architectureau.com/articles/collingwood-yards/#:~:text=The%20new%20Collingwood%20Yards%20arts,1
14) www.broadsheet.com.au/melbourne/art-and-design/article/now-officially-open-6500-square-metre-former-school-re-emerges-collingwood-yards-melbournes-new-arts-precinct-and-community-hub
반선아

반선아

글로벌 영감수집가. 스튜디오 럭키즈 이사

국내 광고 대행사의 공간 마케팅을 경험하고, 하나은행에서 컬쳐 공간 기획을 담당했다. 현재는 온∙오프라인 공간 콘텐츠를 기획/운영하는 스튜디오 럭키즈에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