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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호의 자산만 관리하며 고객의 ''을 지키기 위해서 어떤 일도 서슴지 않는 전설적인 프라이빗 뱅커의 이야기를 다룬 일본 드라마 <프라이빗 뱅커> 8화에는 치매 증상을 보이는 주인공의 이야기가 등장합니다창업주이자 회장인 주인공의 치매 증상은 주변 가족과 회사 임직원들의 다양한 행동을 유발합니다여러 장의 유언장이 공개되며 유언장의 효력해석의 방향주변 인물들의 행동 등에 대한 내용도 등장합니다물론 드라마에서는 주인공이 치매 증상을 연기한 것이었지만현실에서 동일한 상황에 처했을 때 유언장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여러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미 국내에는 치매로 인해 스스로 관리하거나 처분이 어려워 사실상 사용하지 못하는 치매머니(고령 치매 환자들이 보유한 자산) 154조 원을 넘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가족지인간병인 등이 얽힌 재산 문제도 여러 차례 기사화되었습니다점점 비슷한 문제를 경험하는 상황이 늘어나고 있는 셈입니다자수성가하여 유명 기업을 일군 A회장님의 사례를 통해 이와 관련된 내용을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A회장님에게는 두 아들이 있습니다그중 장남은 미국 유학 중 반대하는 결혼을 강행하여 A회장님 부부와 사이가 좋지 않았습니다게다가 어느 날 귀국한 장남이 A회장님에게 그룹 경영을 총괄하는 기획실장 자리를 달라고 요구했습니다화가 난 A회장님은 장남을 그룹의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게 했습니다이러한 고초를 겪은 A회장님은 평소 주위에가족들(특히장남)에게는 재산을 거의 물려주지 않고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여 자신과 같은 자수성가 기업인이 많이 나올 수 있도록 하겠다는 말을 여러 차례 해왔습니다.

그러던 중 A회장님에게 뇌종양이 발견되어 큰 수술을 받게 됐습니다후유증으로 섬망증상이 나타나고 인지능력이 떨어지자 A회장님은 유언을 하기로 결심하였습니다공증인과 증인들, A회장님의 배우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A회장님은 병원에서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을 하였습니다. 유언의 내용은 A회장님의 배우자와 차남에게는 약간의 회사 주식을 남겨주고 나머지 재산은 모두 재단법인에 출연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유언을 알게 된 장남은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A회장님이 유언을 할 의사식별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유언을 한 것이어서 무효이며재산을 유언이 아닌 법정상속비율에 따라 상속받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이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무엇이었을까요법원은 A회장님의 유언을 유효하다고 보았을까요?

민법상 허용되는 유언의 방식은 자필증서녹음공정증서비밀증서구수증서 다섯 가지입니다그중 현실적으로는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이 가장 많이 활용됩니다공증인에 의해 유언공정증서가 작성되면 그 유언은 진정한 것으로 추정되므로 다른 유언방식에 비해 유∙무효 다툼의 가능성이 줄어들기도 하고다른 유언방식과는 달리 유언자의 사망 후 유언장의 존재를 증명하는 검인절차(법원이 진행)를 밟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유언 공정증서가 작성된 경우에도 유언의 효력을 놓고 실제로 많은 분쟁이 발생합니다. 특히 망인이 유언 당시 치매나 섬망 등의 증상이 있는 경우에는 망인에게 유언능력(유언의 취지를 이해할 수 있는 의사식별능력)이 있었는지가 쟁점이 됩니다.

위 사안에서 A회장님은 뇌수술 이후 인지기능이 저하된 것은 맞으나 증세가 수시로 변화하였고 유언 당시에는 섬망증이 개선된 상태였으며유언 전 실시한 MMSE 검사1) 결과 점수는 인지기능이 저하된 상태로 나오기는 하였으나 당시 유언절차에 참여한 사람들 중 누구도 망인의 유언능력에 문제를 삼은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A회장님의 유언은 A회장님이 평소 주위 사람들에게 했던 말이나 유언 담당 변호사에게 검토를 요청한 내용과 대동소이하였습니다법원은 이러한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유언 당시 A회장님에게 유언능력이 없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유언을 하려는 사람에게 치매나 섬망증상이 있는 상황이라면 유언을 할 때 특별히 유의해야 합니다인지기능 저하의 증세가 수시로 변할 수 있어유언을 할 당시에 유언능력이 있었는지가 자주 쟁점이 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유언자에게 치매나 섬망증상이 있는 경우에는 유언공증 방식으로 유언을 함으로써 객관적인 제3(공증인증인 등)가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 좋고유언 당시의 상황을 동영상으로 촬영하여 유언능력을 증명하는 보조자료를 마련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그리고 정식 유언공증을 하기 전에 유언자가 평소 자신의 생각을 메모녹음자필유언 등의 형태로 정리해 둔다면 정식 유언공증의 유효성을 뒷받침하는 좋은 근거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1) 치매나 섬망증 환자의 인지기능 평가에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약식검사
황태상

황태상

변호사

숫자를 볼 줄 아는, 회계사 출신 변호사입니다. 세금, 상속, 부동산 문제를 주로 해결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