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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식집사라는 단어를 아시나요식물과 집사를 혼합한 신조어로식물을 가족같이 돌보며 관심을 쏟는 사람입니다농촌진흥청이 2024년에 성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3명은 반려식물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이들 모두 식집사인 것이죠농촌진흥청은 지역별 인구에 비례해 환산하면 국내에서 반려식물을 키우는 인구가 대략 1,700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반려식물을 키운 적이 있습니다그런데 반려라는 것은 인생을 함께하는 자신의 반쪽짝이라는 단어의 의미처럼 꾸준한 관심과 애정이 필요합니다이러한 굳은 심지가 없다면 사람이든동물이든식물이든 함께 하기 어렵습니다처음에는 방 안에 초록초록한 물체가 있어 생기가 돋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관리가 어렵고 관심도 시들해졌습니다안타깝게도 결국 엔딩은 이별이었습니다꾸준한 관리와 관심을 주지 못한 스스로에게 실망했지만 여전히 생활 속에서 초록의 경험은 가까이해야 한다고 믿고 있습니다동네 공원에서나 얻는 초록의 감각이 무뎌질 즈음수서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 ‘식물관 PH’를 알게 되었습니다.

식물과 함께하는 시간을 보내고초록의 생명력을 온몸의 감각으로 느낄 수 있는 공간입니다. 도심 속에서 식물과 사람이 함께 머물며 휴식할 수 있도록 설계된 이 공간은 사실 초록의 경험을 감각적으로 큐레이션하고 판매하는 복합문화공간인 셈입니다.

서울 수서에 위치하고 있는 ‘식물관 PH’ ⓒsikmulgwan.seoul 인스타그램

 

초록의 경험을 파는 곳


식물관 PH는 서울 강남의 끝자락수서역 인근 세곡택지개발지구 아파트 단지 근처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외관만 보면 카페를 상상하게 되는데실제 이곳은 플랜트숍도미술관도카페도 아닙니다. ‘식물과 사람이 함께 쉬는 집이라는 명확한 컨셉 아래식물을 매개로 한 복합문화공간을 지향하고 있죠또한 밀도 높은 도시의 삶에서 사람의 감각과 감정을 회복시키는 존재로서 식물의 기능을 제안합니다. 이를 위해 공간 경험 역시 앉아 쉬며 식물을 감상하는 것을 넘어 체험하고 교감하는 공간으로 꾸몄죠.

식물관 PH’ 1층 전경 박지수

이 공간의 특이성은 기획과 운영의 주체부터 시작됩니다식물과 관련된 브랜드 혹은 담당자일 것이라는 상상을 보기 좋게 벗어납니다식물원 PH는 프로덕션 미스터문앤코에서 운영 중입니다문형무 대표이사는 인터뷰를 통해 광고에만 몰두하지 않고 여유롭게 세상을 바라보며 위안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라고 밝혔습니다사람들이 휴식을 취하면서도 문화를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자연이라는 소재가 꼭 필요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감각적인 영상이나 디지털 콘텐츠에 특화된 광고 프로덕션인 만큼 콘텐츠가 공간으로 이동하는 트렌드도 놓치지 않았습니다특히 식물과 경험이라는 키워드에 집중해 오프라인 공간이 아닌복합 경험 플랫폼을 구현했습니다식물관 PH는 단순한 공간을 넘어 사람들에게 새로운 자연의 경험을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기능하는 것이죠자연을 원하지만 도시를 떠날 수 없는 사람들의 욕구를 채워줄 수 있는 곳을 완성했습니다.

다양한 식물이 전시되어 있는 식물관 PH’ 1층 박지수

 

수서의 새로운 지역 가치를 만드는 플랫폼 기능


공간이 자리 잡은 위치도 실험의 일환입니다식물관 PH는 상업 콘텐츠나 문화 공간이 부족한 수서역 인근에 자리 잡았습니다강남이라 불리기에는 애매하고송파와 위례 사이 어정쩡하게 주거지역으로 인식되었던 이곳이 오히려 긍정적 연결점 역할을 할 것이라 보았습니다. 일단 교통의 허브입니다지하철 3호선과 수서역 복합환승센터 개발, SRT 개통 등 다양한 사람들이 오가며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실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강남처럼 포화되지 않았지만인구 밀집 지역이기도 해 초록의 경험을 제공하는 힐링 플랫폼이라는 콘셉트를 가장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지역이기도 합니다유동 인구는 많지만 목적형 방문이 적고개발의 여지가 많은 지역이라는 것도 기회입니다. 선제적으로 지역의 정체성과 가치를 새롭게 정의하는 거점 역할을 기대해 볼 수 있기 때문이죠. 

2층에서 바라본 식물관 PH’ 1층 박지수
식물관 PH’ 2층 전경 박지수

 

 식물을 기반으로 한 다층적 기획


식물관 PH 1층부터 4층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층마다 경험의 목적이 다릅니다. 1층과 2층은 온실 공간으로천장과 벽면 전체가 유리로 구성되어 있어서 자연광이 가득합니다식물 사이사이 테이블이 배치되어 있고 방문한 사람들은 식물을 감상하면서 천천히 음료를 마시고여유롭게 구경하고사진을 찍으며 이 공간을 소비합니다.

3층은 전시 공간입니다고정된 전시 라인업이 아니라 시기에 따라 유동적인 형태의 전시를 선보이고 전시 콘텐츠는 주로 시각과 청각을 중심으로 큐레이션 합니다. 4층 프로젝트 공간은 비정기적인 체험형 프로그램 진행에 활용됩니다식물 가드닝 수업과 같은 프로그램이 열리기도 했습니다.

내부 공간은 기능적으로 나뉘기보다 하나의 서사로 연결되며 관람객의 동선을 유도합니다계절에 따라 식물 큐레이션이 달라지고이에 따라 전시나 제품 구성이 연동됩니다단순히 식물을 소개하고 구경하는 공간이 아니라, ‘식물을 통한 휴식 경험을 큐레이션 하고 있음이 느껴집니다이런 공간 콘텐츠 기획은 방문한 소비자들에게 힐링의 효과와 함께 휴식에 대한 태도를 생각해 볼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무드 소비’ 경향을 추구하는 MZ세대에게 식물을 감각적정서적 콘텐츠로 경험하도록 제안합니다.

식물관 PH’ 3층 전시 공간 전경 박지수
식물관 PH’ 3층 전시 공간 박지수

 

공간과 경험 설계 중심의 운영 전략


식물관 PH는 음료 포함 만 원의 입장료를 받고 있습니다집 앞 공원에 가도 자연은 있지만온전히 스스로에게 집중하며 휴식할 수 있는 경험은 부재합니다이런 지점에서 식물관 PH는 비용을 지불하고 자연을 경험하고자 하는 이들을 타겟으로 합니다계절에 맞춘 식물과 오브제 전시플랜트 판매 등은 공간의 경험이 소비로 이어지게 하는 전략이기도 합니다운영 측면에서는 부가 수익을 증대하는 역할도 하죠그럼에도 온전히 방문객만으로 공간의 지속가능한 운영이 가능할지 의문이 들었던 것도 사실입니다이 의문은 1층에서 일부 해소되었습니다식물관 PH 1층을 스몰 웨딩을 위한 공간으로 대여하고 있었습니다식물관 PH가 제공하는 초록의 경험자연을 통한 정서적 안정은 스몰 웨딩이 추구하는 진정성’, ‘기억에 남는 경험이라는 키워드와 맞닿아 있습니다자연광초록 배경 조건야외 같은 분위기지만 날씨 영향을 덜 받는 점 등이 긍정적으로 작용합니다. 

복합문화 플랫폼이라는 설명에 맞게 식물관미술관카페에 이어 웨딩 공간으로도 활용하고 있는 것입니다이는 수익 모델 다각화와 더불어 공간에 대한 인지 증대에도 효과적입니다공간에 목적을 부여해 주고한번 찾은 사람들이 다시 오고 싶은 곳으로 포지셔닝 하고 있는 것이죠결혼식을 통해 자연스러운 바이럴 활동과 포토제닉 한 장소임을 강조하는 것도 가능합니다이 같은 과정에서 브랜드 가치와 정서가 소비자들에게 긍정적인 시선으로 각인될 수 있습니다.

식물관 PH’의 웨딩 공간 대여시 모습sikmulgwan_wedding 인스타그램
식물관 PH’ 1층 카페 카운터 박지수

 

도심 속 식물과 휴식의 가능성


이처럼 식물관 PH는 단순한 휴식처이기보다는 자연과 사람감각과 정서소비와 경험을 연결하는 복합문화 플랫폼입니다단순히 제품을 전시하는 것이 아니라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는 곳입니다브랜드가 공간을 통해 물리적인 경험을 제공하고경험은 유대감을 낳아 재방문과 재소비로 이어지게 합니다또한 웨딩 공간 대관이나 전시 등은 단기적 수익성 확보를 넘어 브랜드와 소비자 사이의 관계를 입체적으로 만들어줍니다더 나아가서는 커뮤니티의 역할도 수행할 수 있지 않을까 예상해 봅니다.

식물관 PH’의 수많은 식물들 ⓒ박지수
식물관 PH’에서는 잘 가꿔진 식물을 활용한 플랜테리어도 경험할 수 있다. ⓒsikmulgwan.seoul 인스타그램

해당 공간을 방문하고 나서 다시 한번 느낀 점은 공간의 가치가 규모나 시설에 있는 것이 아니라 경험의 밀도감각의 회복에 있다는 것입니다. 고밀도한 도시인 서울에서 공간 콘텐츠 기획이 어떻게 사람의 삶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느껴볼 수 있는 사례이기도 합니다나아가서 이 공간은 도시자연사람이 공존하는 방식에 대한 하나의 실험실이기도 하죠식물관 PH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핫플레이스라기 보다는 초록의 경험이 부족한 도시 사람들에게 필요한 감각적 틈새가 무엇인지계속해서 물어볼 수 있는 곳입니다.

박지수

박지수

에디터

영화를 공부하고 다양한 IT 회사에서 에디터로 일을 했습니다. 일상에서 영감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을 찾아 다니며 글을 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