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여러 차례 언급했듯 도쿄는 도쿄역을 중심으로 이케부쿠로, 신주쿠, 시부야, 시나가와, 린카이, 킨시초, 우에노까지 총 7개의 부도심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 가운데 최근 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시나가와 에리어에 대해 소개해보려 합니다.
사실 부도심을 구상할 초기 단계에는 시나가와가 아닌 오사키가 후보로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나가와역과 다카나와게이트웨이역 주변 대규모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현재는 오사키역·시나가와역·다카나와게이트웨이역 일대를 통칭해 시나가와 부도심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이 지역이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20년 전으로, 계기는 하네다공항의 국제공항 기능 회복이었습니다.
1978년까지 하네다공항은 국내선과 국제선 모두를 담당하고 있었지만, 고도경제성장기와 함께 수요가 급증하면서 활주로와 공항 기능이 한계에 도달했습니다. 이에 신설된 나리타공항이 국제선을 담당하고, 하네다공항은 국내선을 전담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항공 수요는 계속 늘어났습니다. 그러나 나리타공항은 반대 여론에 부딪혀 24시간 운항이나 추가 활주로 건설이 어려웠고, 결국 늘어나는 국제선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게다가 도심에서 60km 이상 떨어진 나리타공항에 대한 이용객들의 불만도 적지 않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2003년, 하네다-김포 노선의 정기 전세편이 운항을 시작했고, 이후 한일 간 우호의 상징으로 정기 노선으로 전환되자 “국제공항은 역시 도심 가까이에 있어야 한다”라는 공감대가 일본과 한국 양국에서 형성되기 시작했습니다. 이 흐름이 하네다공항의 재국제화를 이끄는 하나의 계기가 되었고, 자연스럽게 하네다공항과 가장 가까운 부도심으로서 시나가와 에리어가 재조명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현재 시나가와에서 하네다공항까지는 약 15분 정도 소요됩니다. 세계와 도쿄를 잇는 새로운 부도심 역할에 적합한 셈이죠.
이번 글에서는 바로 이 세 개 역(오사키, 시나가와, 다카나와게이트웨이) 주변을 중심으로 진행 중인 개발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시나가와구 대규모 개발의 시작, 오사키역 주변
시나가와 지역의 첫 대규모 개발은 야마노테선 오사키역 주변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오사키역에서 인접한 고탄다역에 이르는 지역은 과거 메구로강을 따라 중소 규모의 공장이 밀집해 있던 곳이었습니다. 물류와 수운에 유리한 입지 덕분이었죠. 이후 철도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이곳에는 철도 제조와 정비를 위한 공장들이 들어섰고 이와 연계해 철도용 유리창, 페인트, 모터 등을 생산하는 대형 공장들도 주변에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철도의 거리’로 불리던 오사키도 1980년대를 지나며 거품경제 붕괴와 함께 공장들이 지방 이전으로 역 주변에 대규모 유휴지가 생겼습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시나가와구는 1980년 ‘오사키역 동쪽 출입구 지역 재개발 기본계획안’을 수립하게 됩니다. 참고로 도쿄 야마노테선의 ‘시나가와역’은 이름은 시나가와이지만 행정구역상 미나토구에 있고, 반면 오사키역은 시나가와구에 있습니다. 시나가와구 입장에서는 구내의 야마노테선 역세권을 개발해 자치구의 위상을 높이려는 전략이었던 셈입니다.
오사키역 주변 ⒸWikipedia, Nyao148
재개발은 ‘오사키역 동쪽 출입구 제1지구’와 ‘제2지구’부터 시작됐습니다. 1984년에는 재개발 준비 조합이 설립되었지만, 막상 건설 단계에 접어들자 버블 붕괴가 시작되면서 수차례 계획이 변경되었고, 결국 완공까지는 15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제2지구는 ‘게이트시티 오사키’로 명명되었으며 오피스 빌딩 ‘이스트타워’와 ‘웨스트타워’, 상업시설 ‘게이트시티 플라자’, 주거동 ‘사우스파크 타워’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오피스 타워는 24층, 높이 98m 규모인데, 부도심의 대표 빌딩으로는 비교적 낮은 편입니다. 이는 인근 하네다공항의 고도제한 때문으로, 이 역시 계획 수립에 어려움이 있었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각 건물은 보행자 전용 데크(페데스트리안 데크)로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오사키역과도 바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저층부에는 버블 시대 특유의 고급 인테리어 디자인이 도입되었습니다. 물길과 조경도 함께 구성되었으며, 대형 아트리움도 설치되었습니다. 이 개발 이후, 오사키역 주변의 분위기는 확연히 달라졌습니다.
오사키역과 주변 건물을 잇는 페데스트리안 데크 Ⓒ게이트 시티 오사키
오사키역 옆으로 흐르는 메구로강 주변에는 벚꽃과 공원이 잘 가꿔져 있다. Ⓒ게이트 시티 오사키
이후에는 오사키역 서쪽 지역, 대규모 공장 부지의 개발도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그 중심에는 R&D 중심의 오피스 빌딩 ‘소니시티 오사키’가 있습니다. 이 건물에는 당시 사회적으로 큰 이슈였던 ‘열섬현상’에 대응하기 위해 세계 최초로 개발된 냉각 시스템 ‘바이오스킨’이 적용되었는데요. 간단히 말하면 건물 외벽에 세라믹 파이프를 통해 물을 스며들게 만들고 증발열로 냉각하는 방식입니다. 이후 이 시스템이 널리 보급되지는 않은 것으로 어떤 한계가 있었음을 추측해 볼 수 있지만, 구조 자체는 매우 독창적이었습니다. 이 빌딩은 2013년 소니가 펀드에 매각하면서 현재는 ‘NBF 오사키 빌딩’으로 이름이 바뀌었지만, 지금도 소니 그룹의 여러 계열사가 입주해 있습니다.
과거 오사키역 서쪽 개발의 중심이 되었던 오피스 '소니시티 오사키' Ⓒe-architect.com
현재 시나가와구는 오사키 외에도 고탄다, 오이마치를 주요 거점으로 삼아 대규모 재개발을 지속해 나갈 계획입니다.
소니, 도요타 등 기업 참여로 개발을 진행 중인 시나가와역
이어서 시나가와역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시나가와역은, 이름은 시나가와지만 행정구역상 미나토구에 속해 있습니다. 시나가와역은 도카이도 신칸센이 개통되기 전까지만 해도, 야마노테선과 도카이도선, 게이큐선을 환승하는 지점이었습니다. 역 동쪽은 산업지대였고, 그 흔적으로 1931년 도쿄 전역의 도축장을 통합해 조성된 ‘도쿄도 중앙도매시장 축산시장’이 지금도 이 자리에 남아 있습니다. 한때는 냄새나 소음 문제로 주거지 근처에 도축장을 짓는 것이 꺼려졌지만, 현재는 외형상 도축시설임을 알아보기 어려울 만큼 위생적이고 현대적인 공간으로 탈바꿈했습니다. 역 서쪽은 언덕 위 고지대이며, 그 위는 주택가입니다. 이곳은 에도시대부터 다이묘(영주)들이 별장을 지었던 지역으로, 지금도 다카나와는 고급 주택지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의 시나가와역이 왜 이렇게 거대한 터미널로 발전하게 된 걸까요? 그 배경에는 광대한 철도 차량기지의 존재가 있습니다. 지금으로선 상상하기 어렵지만, 초기 시나가와역은 바다 위 방조제를 쌓고 그 위에 철로를 깔 정도로 해안에 가까웠습니다. 이후 다이쇼 시대에 레일을 놓기 위해 조성한 방조제와 육지 사이를 매립하면서 지금의 대규모 차량기지가 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최초의 시나가와역 개발은 1984년에 미나미구치의 남쪽에 있던 구 국철의 화물 야드 철거지를 코와 부동산(현 닛테쓰 코와 부동산)이 구입해 1998년에 완성한 시나가와 인터시티입니다. 이 개발 역시 오사키 지역과 마찬가지로 하네다공항의 고도제한으로 인해 건축물 높이에 제약이 있었고, 다른 지역과 비교해 다소 불리한 조건이었지만 소니, 오바야시구미(大林組) 등 유명 기업들이 입주하면서 성공적인 도시 개막으로 이어졌습니다. 이어 2003년에는 시나가와 그랜드코먼즈가 완공됩니다. 총면적 52,766.43㎡의 부지에 고층 오피스 빌딩 5개 동과 고층 주거동 2개 동으로 구성된 대형 복합 개발이었습니다.
JR 노선, 게이큐 전철 노선을 비롯해 하네다와 나리타 공항을 잇는 거점 시나가와역 Ⓒshinagawastation.com
JR 노선, 게이큐 전철 노선을 비롯해 하네다와 나리타 공항을 잇는 거점 시나가와역 Ⓒshinagawastation.com
시나가와 인터시티와 시나가와 그랜드코먼즈 사이에는 폭 45m, 길이 400m의 보행자 전용 공간 ‘시나가와 센트럴 가든’이 조성되었고, 이곳은 시민들의 휴식 공간으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또한 인터시티, 센트럴 가든, 시나가와역은 모두 보행자 데크(페데스트리언 데크)로 연결되어 있어, 차량과 마주치지 않고도 자유롭게 이동이 가능합니다.
인터시티와 그랜드코먼즈 사이 '시나가와 센트럴 가든'과 보행자 데크 Ⓒ시나가와 인터시티
지하 1층의 상점 및 레스토랑, 보행자 전용 데크와 연결되어 있는 아트리움 Ⓒ시나가와 인터시티
그랜드코먼즈가 완공된 2003년은 롯폰기 힐스가 문을 연 해이기도 합니다. 같은 시기, 시오도메 프로젝트와 마루노우치 재개발도 도시 개장을 맞이했습니다. 필자 또한 이 시기 각각의 지역을 직접 시찰했고, 인터시티에 방문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특히 초고층 빌딩 사이에 자리 잡은 시나가와 센트럴 가든의 수목 생육 환경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이후에는 고난 출입구 북측 지역 개발도 속도를 내기 시작합니다. 가장 유명한 사례는 2006년에 완공된 현 소니 본사 건물 ‘소니시티’입니다. 오사키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 소니는 건물을 설계할 때 기술적 실험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소니시티의 대표적 특징은 동서 100m × 남북 70m의 롱스팬 라멘 구조로, 기둥 간격을 15m × 25.5m로 설정해 벽과 기둥이 거의 없는 약 7,000㎡ 규모의 넓은 플로어를 실현한 점입니다. 외장도 전면 더블 스킨 구조로 설계되어, 벽 사이의 공간을 활용한 자연 통풍 시스템이 적용되어 있습니다. 이는 소니가 그간 공장과 연구소, 제조 현장에서 축적한 에너지 절감 기술을 그대로 담은 설계였고, 결과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일반 건물 대비 약 50% 절감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설비 비용 측면에서 다른 일반 빌딩에는 적용이 쉽지 않겠지만, 이 건물은 그 자체가 쇼케이스 같은 본사라 할 수 있습니다.
소니 본사 건물 '소니시티' 전경 ⒸWikipedia, Shuichi Aizawa
이처럼 유명한 기업이 모여 개발이 진행되는 시나가와이지만, 앞으로의 화제는 리니어 중앙 신칸센입니다. 현재 시나가와역 지하 50m에서는 대형 공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리니어 신칸센이 완공되면, 시나가와~나고야 간 이동 시간은 현재 약 100분에서 약 40분으로 대폭 단축됩니다. 사업 주체인 JR 도카이(도카이 여객철도)는 애초에 도쿄역을 출발역으로 삼고 싶어 했지만, 이미 복잡하게 얽혀 있는 지하철 노선과 지상 공간 부족으로 인해 홈을 증설할 수 없었습니다. 이 때문에 하네다·나리타공항과의 접근성이 뛰어나고, 현시점에서 지하철 노선이 들어와 있지 않아 부지를 확보하기 쉬운 시나가와역이 최적지로 낙점된 것입니다. 당초 2027년 개통 예정이었지만, 중간 지자체와의 마찰 및 기술적 문제로 인해 현재는 2035년 개통이 유력시되고 있습니다.
시나가와역 공사 현장 Ⓒ야베토시오
리니어 신칸센 광고가 붙어있는 시나가와역 주변 Ⓒ야베토시오
리니어 유치에 대한 기대감 속에서, 그동안 동쪽 출입구에 비해 개발이 늦었던 서쪽 출입구 일대도 본격 개발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2025년 5월에는 ‘게이큐 시나가와 개발 프로젝트’가 공식 발표되었습니다. 약 23,600㎡의 부지에 지하 4층, 지상 29층 규모로, 오피스·상업시설·호텔·MICE(컨퍼런스, 다목적홀)가 복합된 대규모 개발입니다.
이 프로젝트의 가장 큰 이슈는 도요타의 새로운 도쿄 본사 유치입니다. 나고야 바로 옆 도시인 도요타시에 본사를 둔 도요타에게, 리니어로 40분이면 연결되는 시나가와는 매우 매력적인 입지입니다. 도요타는 새로운 본사를 다양한 인재들이 모여 창의성을 발휘하는 환경으로 조성하고, ‘모빌리티 컴퍼니로의 전환’을 추진하는 핵심 거점으로 만들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개발이 완료되는 2029년에는 시나가와역 일대의 중심지가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또한 아직 지하철이 들어오지 않은 시나가와역에는 도쿄메트로 난보쿠선의 연장 계획도 추진되고 있습니다. 2030년대 중반 개통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개통되면 롯폰기 1초메(아자부다이 힐스)에서 시나가와까지 약 12분 만에 이동할 수 있게 될 전망입니다.
도시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 중인 JR 동일본의 핵심 개발지, 다카나와게이트웨이역
마지막으로 소개할 곳은 다카나와게이트웨이역과 TAKANAWA GATEWAY CITY입니다. 다카나와게이트웨이역은 도쿄 순환선인 야마노테선에서 1971년 니시닛포리역 개통 이후 49년 만에 신설된 역입니다. 건축가 쿠마 켄고(隈研吾) 씨가 역사를 설계해 야마노테선 역들 가운데서도 특히 디자인성이 뛰어난 역으로, JR 동일본이 추진하는 'TAKANAWA GATEWAY CITY' 프로젝트를 위해 건설된 역입니다.
TAKANAWA GATEWAY CITY 건물과 다카나와게이트웨이역 프로젝트 모형 Ⓒ야베토시오
다나카와게이트웨이역 플랫폼 Ⓒ야베토시오
1987년 일본국유철도가 여섯 개의 여객철도회사(JR 각사)와 하나의 화물철도회사로 분할·민영화된 이후, JR 동일본은 수익 구조의 다각화를 위해 도심 내 보유하고 있던 광대한 토지를 활용한 개발 사업을 본격적으로 모색하게 됩니다. 이제까지는 철도 사업 중심의 수익 모델을 유지해 왔지만, 앞으로는 단순한 철도회사가 아니라 종합 개발사업자로서의 입지를 강화하려는 전략입니다. 현재 JR 동일본의 철도 부문 수익 비중은 약 70% 수준이지만, 2027년까지 이를 60%로 줄이고, 비철도 부문(부동산, 호텔, 유통 등) 수익 비중을 40%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신칸센 중에서도 수익성이 가장 높은 도카이도 신칸센을 소유한 JR 도카이의 경우, 운수(철도) 사업과 비운수 사업의 수익 비율은 8:2 수준입니다. 반면, JR 동일본을 포함한 다른 5개 JR 계열사는 부동산, 호텔, 유통 등 비철도 분야로의 경영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는 추세입니다. 그 중 JR 규슈는 2024년 기준으로 운수 사업과 비운수 사업 수익 비중이 4:6에 달하며, 장기적으로는 3:7 비율 달성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도심 한가운데 광대한 토지를 보유하고 있는 JR 동일본이지만, 실제로 그 중 부동산 개발이 가능한 부지는 많지 않았습니다. 장래성이 있는 시나가와역 일대도 고난 출입구 방면은 국철 민영화 이전에 이미 고와부동산에 매각된 상태였고, 역 상부는 신칸센 시나가와 신역 건설을 위해 JR 도카이가 개발을 마쳤으며, 시나가와역 동쪽 출입구는 토지를 보유하고 있던 게이힌 급행철도 등 민간 기업이 개발을 주도하고 있었기에 JR 동일본이 끼어들 여지가 거의 없었던 것이죠. 이러한 상황에서 JR 동일본이 보유하고 있던 유일한 공간은, 시나가와역 북측에 위치한 차량 기지였습니다.
이 차량 기지는 도쿄역 발착 열차의 대기 공간으로 사용되던 곳으로 JR 동일본은 도쿄 방면은 도쿄역, 북·동쪽 방면은 우에노역을 각각 거점으로 해 차량 기지를 운영해 왔습니다. 도쿄역에서 출발하는 열차는 시나가와 차량 기지에, 우에노역에서 출발하는 열차는 오쿠 차량 기지에 대기하며 정비를 받아왔던 것입니다. 이 구조를 바꾸기 위해 JR 동일본은 우에노–도쿄 간 약 4km 구간에 ‘우에노–도쿄 라인’을 신설하고, 시나가와 차량 기지의 기능을 오쿠 및 외곽 지역 차량 기지로 이전시킴으로써, 시나가와역 북측에 약 95,000㎡의 부지를 확보하게 됩니다. 공사 난이도가 매우 높은 프로젝트였지만, 우에노–도쿄 라인의 개통으로 다카사키선, 우쓰노미야선, 조반선이 우에노를 거쳐 시나가와까지 직결 운행하게 되며 이용 편의성이 향상됐고, 동시에 시나가와 일대의 부동산 가치도 크게 상승했습니다.
이렇게 토지를 확보하게 된 JR 동일본이었지만, 당시에는 대규모 도시개발에 대한 경험이 거의 없는 상태였습니다. 그전까지는 그룹 내 계열사가 역 구내나 고가 하부에 소규모 상업시설을 개발·운영하던 정도였죠. JR 동일본이 자체적으로 도시개발을 본격 시작한 것은 2016년 아키하바라의 ‘JEBL 아키하바라 스퀘어’가 처음이었습니다. 이 개발에서 경험을 쌓은 JR 동일본은 마침내 2020년 3월 14일, 다카나와게이트웨이역을 개업하게 됩니다.
신역 명칭은 시민 공모를 통해 결정하기로 되어 있었고, 당시 1위는 ‘다카나와역’이었습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는 JR 동일본 측의 의향에 따라 인접 신도시와 동일한 이름인 ‘다카나와게이트웨이역’으로 결정이 강행되었고, 이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았습니다. ‘게이트웨이’라는 단어 자체가 일본 사회에서 익숙하지 않다는 점도 있었지만, 같은 시기에 개업한 ‘도라노몬 힐스역’에는 그런 논란이 없었던 만큼, 역 이름 선정이 갖는 사회적 영향력을 새삼 느끼게 되는 사례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100년 후 미래를 바라본 JR 동일본의 도시 혁신
‘TAKANAWA GATEWAY CITY’ 전체는 연면적 약 84만 5천㎡ 규모로, 크기를 고려하면 아자부다이 힐스와 맞먹는 수준의 대형 개발입니다. 역 개업보다는 조금 늦게 시작되었지만 2025년 3월부터는 주요 시설 일부가 문을 열었고, 전체 완공은 2026년 봄으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다카나와게이트웨이역에 내리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상징적 트윈타워 ‘THE LINKPILLAR 1’입니다. 이 건물 이름에는 "모든 것을 연결하며, 함께 창조하고, 미래를 향해 성장해 나간다"는 의미의 ‘Link’와 "100년 뒤에도 풍요로운 삶을 위한 실험장이자, 그 중심을 지탱하는 기둥"이라는 의미의 ‘Pillar’가 담겨 있다고 합니다. 또한 상업시설로는 뉴먼 다카나와(NEWoMan TAKANAWA)가 ‘THE LINKPILLAR 1’의 노스타워, 사우스타워와 ‘THE LINKPILLAR 2’까지 총 3개 동에 걸쳐 2026년 봄까지 약 200개 점포가 입점 예정입니다. 이 외에도 주거시설과 호텔도 함께 들어설 계획입니다.
TAKANAWA GATEWAY CITY의 게이트웨이 파크 모습 Ⓒ야베토시오
TAKANAWA GATEWAY CITY의 노스타워, 사우스타워 모습 Ⓒgotokyo.org
이 도시의 개발 콘셉트는 ‘환경’, ‘모빌리티’, ‘헬스케어’라는 3가지 테마를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직접 현장을 방문했을 때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환경’과 ‘모빌리티’에 대한 접근 방식이었습니다. 도시 전체가 수소를 활용한 지속가능한 시스템으로 설계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도쿄 인접 치바현에서 태양광을 이용해 생산한 수소를 수소저장합금 카세트에 담아 운반, 다카나와게이트웨이역에 설치된 고순도 수소 연료전지 시스템에 공급하는 구조입니다. 수소를 통해 전기를 생산하고, 생산된 전기는 도시 내 자율주행 모빌리티의 충전 에너지로 사용되며, 비상시에는 도시 전력 공급원 역할도 수행합니다.
게이트웨이 주변을 다니는 자율주행 모빌리티. Ⓒ(좌)야베토시오 (우)kids-event.jp
운수사업이 본업인 JR 동일본은 여전히 모빌리티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이 도시를 수소 기반 퍼스널 모빌리티 실증 실험의 장으로도 활용하고자 합니다. 이러한 도시형 혁신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TAKANAWA GATEWAY CITY는 도쿄대학교와 100년간의 산학협력 협정을 체결했습니다. JR 동일본이 사운(社運)을 걸고 100년 후의 미래를 바라보며 만든 프로젝트인 만큼, 앞으로의 진화가 더욱 기대됩니다.
이상으로 오사키역, 시나가와역, 다카나와게이트웨이역 주변 3개 역의 개발 사례를 정리했습니다. 이같은 도시 개발의 과정을 거치며 시나가와는 지역 이미지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과거 비즈니스 지역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이제는 좀 더 문화, 아트, 라이프 스타일 측면이 강화되었기 때문입니다. 복합개발을 통해 도시가 정돈되었으며, 운하 주변으로 개발된 텐노즈아일 등 아트와 문화가 강조된 공간도 늘었습니다. 이런 변화는 시나가와 지역에 대한 인식을 일과 삶이 섞이는 곳으로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었죠. 그냥 지나치던 비즈니스 중심지에서 살아도 괜찮은 복합 도시가 된 시나가와. 그럼에도 지나치게 붐비거나 화려하지 않습니다. 세계와 도쿄를 잇는 글로벌 관문으로, 미래 혁신을 경험할 수 있는 도시 모델로 시나가와가 관심을 받고 있는 이유입니다.
환경, 모빌리티, 헬스케어라는 테마를 중심으로 어떤 미래적 변화를 만들어 갈지 기대됩니다. 앞으로 하네다공항에 도착해 도쿄 도심으로 들어올 때는, 이들 도시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함께 주목해 보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