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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미술 시장이 조정기를 겪거나 시장의 불안전성이 높아지면 자연스레 구매 심리도 위축되기 마련입니다컬렉터들 역시 판단에 어려움을 겪습니다일부는 이런 시기를 기회로 삼아 거품이 빠졌을 때 좋은 작품을 더 낮은 가격에 구입해야 한다라며 과감히 작품 구매를 하기도 합니다하지만 단지 가격이 낮다는 이유로 작품을 선택한다면이후 컬렉션의 가치로 연결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습니다그렇다면이런 변동의 시기 컬렉터들은 어떤 기준을 가지고 작품을 선택해야 할까요?

 

믿고 거래할 갤러리를 찾는 현실적인 방법


오랜 시간 신뢰받는 갤러리들은 시장의 흐름을 면밀히 분석하고 작가의 작업 세계를 지키면서도작품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해 유통 타이밍과 방향을 설계합니다특히 조정기에 진가를 발휘하기도 합니다작가의 커리어를 고려해 작품의 가치가 무너지지 않게 지탱해 주고 무리한 저가 판매로 작가를 소모하지 않습니다장기적으로 작품과 작가가 시장 안에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실질적인 서포트를 진행하죠작품 판매를 목적으로 가격을 낮추거나팔리는 작품만 내놓지 않고매출을 올려줄 컬렉터를 최우선으로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시장이 변동을 보일 때마다 작품의 금액을 낮춰 판매하기를 반복하면 작가의 활동이 위축되거나 외부 기관과의 협업이 어려워지고작품의 시장 내 위상 자체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갤러리는 이런 과정을 방어하는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그렇기에 컬렉터는 갤러리와 작품을 선택할 때 작품의 가격 자체보다는 가격이 어떤 방식으로 유지되고 관리되는가를 살펴보아야 합니다가격 조정기에 합리적인 금액으로 작품을 구매하는 것은 좋은 기회일 수 있으나 갤러리가 헐값에 작품을 판매하는 경우는 특히 주의가 필요합니다컬렉터는 작품 구매뿐 아니라 가치의 유지까지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컬렉터 입장에서 믿을 수 있는 갤러리를 단번에 알아보는 건 쉽지 않습니다웹사이트나 SNS만으로는 갤러리가 요즘 어떻게 작가를 지원하고 있는지어떤 방식으로 컬렉터와 관계를 맺고 있는지 면밀하게 파악하기에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입니다결국 시간과 노력이 소요되더라도 직접 발품을 들여 여러 갤러리를 반복해서 방문해 보고 갤러리스트나 디렉터 등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며전시 방향성과 작가와의 협업 과정 등을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전시를 보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다른 컬렉터나 미술 분야 종사자 등과 함께 갤러리 호핑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이 과정에서 컬렉터 커뮤니티 안에서 회자되는 정보나 경험담을 참고하는 것도 좋습니다.

 

갤러리 선택과 집중의 기준컬렉터의 성향


다만 갤러리를 방문하기 전에 자신의 컬렉팅 성향을 명확히 인식하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합니다마치 투자를 할 때 투자 성향을 파악하는 것과 같습니다성향은 자산 구성의 방향을 결정하고 목표와 리스크 감수 수준을 정하는 기준이 되기도 합니다투자 전략을 세우는 출발점이죠컬렉팅에서도 동일한 단계가 필요합니다. 안정적으로 거래되는 작품을 선호하는지이머징 작가에 과감하게 투자하는 성향인지에 따라 눈여겨봐야 할 갤러리도 달라집니다작품 구입과 아트테크의 관점에서 스스로가 안정형중립형공격형 중 어디에 가까운 컬렉터인지를 알고 있다면 그에 맞는 기준과 전략의 관점에서 갤러리를 선정할 수 있습니다선택과 집중이 명확해지는 것이죠.

안정형 컬렉터라면가격 변동이 크지 않고 이미 시장에서 검증된 블루칩 작가를 주로 소개하는 갤러리 중심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습니다국내에서는 국제갤러리학고재, PKM, 현대갤러리처럼 오랜 시간 작가와 함께 성장해 온 전통 갤러리들이 그 역할을 해주고 있습니다. 이들 대부분이 삼청동 인근에 모여 있어 하루 일정으로 둘러보기에도 적합합니다해외 메가 갤러리 중에서는 페이스 갤러리타데우스 로팍페로탕 등이 대표적입니다. 해외 메가 갤러리들은 주로 컬렉터들이 거주하거나 활동하는 한남동과 청담동 인근에 자리하고 있어접근성이 좋은 편입니다이들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작가의 평판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며컬렉터 입장에서도 작품의 중장기적 가치 흐름을 예측하기에 유리한 환경을 제공합니다.

국제갤러리는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동시대 작가를 두루 소개한다. 국내 작가와 해외 작가의 개인전을 동시에 선보이기도 한다. 사진은 한옥 공간에서 양혜규, 화이트큐브형 공간에서는 아니쉬 카푸어의 전시가 열린 모습. ⒸSPI 리치라운지 라이프스타일팀
세계 8개 도시에 지점을 둔 페이스 갤러리는 널리 알려진 동시대 해외 작가 외에도, 한국 작가를 소개하는 전시를 꾸준히 개최한다. 사진은 한국 회화작가 8인을 조명한 전시 ⟪타임랩스⟫.ⒸSPI 리치라운지 라이프스타일팀

공격형 컬렉터라면 새로운 시도를 주저하지 않는 신진작가들을 적극 소개하는 갤러리에 주목해 보면 좋습니다로컬 갤러리 드로잉룸, PS 센터, 실린더상히읗은 국내 젊은 작가들의 실험성과 색깔가능성을 가장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곳입니다흥미로운 점은 이들 갤러리가 대부분 삼청동이나 한남동처럼 갤러리와 미술관이 밀집된 지역에서 떨어져 있다는 점입니다그 위치만 봐도메이저 컬렉터를 타깃으로 하기보다선명한 방향성과 작가 중심의 실험을 추구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특히 예술가 지원사업을 하던 을지예술센터에서 시작해 컨템포러리 갤러리로 발돋움한 PS 센터는 철공소 골목에 있어 접근성은 떨어지지만이머징 아티스트를 발굴하고 싶어하는 영컬렉터와 신진 작가들 사이에서 반응이 좋은 편입니다.

드로잉룸은 동시대 작가의 조력자이면서 대중에게 새로운 취향을 소개하는 상업 전시 공간을 지향한다. 사진은 미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유진식 작가의 첫 국내 개인전 ⟪어떤 정원 A Certain Garden⟫. 불규칙한 무늬와 검은 그을음이 두드러지는 작업을 선보인다. Ⓒ사진 제공: 드로잉룸 
PS 센터는 동시대를 대변하는 작품을 차별화된 큐레이팅으로 선보인다. 사진은 1993년생 연진영 작가의 첫 개인전 ⟪Skinship⟫. 갤러리로 향하는 계단 통로에도 작품을 설치했다. Ⓒ(좌)SPI 리치라운지 라이프스타일팀, (우)사진 제공: PS CENTER

상대적으로 중립적인 성향의 컬렉터라면미술 시장에서 입지와 작업을 이어가며 점진적인 성장을 보여주는 작가들에 주목해 볼 수 있습니다이런 작가들을 만나기 위해선 앞서 소개한 갤러리뿐 아니라 미술관과 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전시 공간을 찾아가 보는 것도 좋은 전략입니다아뜰리에 에르메스, 두산갤러리, 일민미술관 같은 곳은 작가의 작업 세계를 집중해서 볼 수 있는 전시를 선보입니다이런 기관 전시에 참여했다면 이미 일정 수준 이상의 주목을 받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이후 그 작가가 어떤 갤러리와 협업을 이어가는지를 관찰하면시장과 미술계에서의 가치를 균형 있게 추구하는 컬렉팅 전략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됩니다해외 갤러리 중에서는 리만 머핀처럼 홈페이지에 소속 작가의 미술관 전시 소식을 함께 소개하는 곳도 있으니 참고하면 좋습니다.

동시대 미술의 경향과 작가의 작품 세계를 조명하는 전시를 꾸준히 개최하는 일민미술관. 사진은 임민욱 작가의 개인전 ⟪하이퍼 옐로우⟫ ⒸSPI 리치라운지 라이프스타일팀
미술관과 갤러리를 자주 다니다 보면, 최근 주목받고 있는 작가나 그 아트씬의 경향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된다. 신미경 작가는 2023년 코리아나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개최한 후 꾸준히 여러 전시와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심지어 메종 에르메스 도산 파크 윈도 디스플레이 협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SPI 리치라운지 라이프스타일팀

 

갤러리 호핑결국 컬렉터의 안목을 높이는 시간


아트테크에서는 작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하는 것만큼그 작품을 어디에서 샀는지 역시 중요한 부분입니다. 작품의 재판매 가능성뿐 아니라내가 어떤 갤러리와 관계를 맺고 어떤 흐름 속에서 작품을 선택해 왔는지에 따라 컬렉터로서의 평판그리고 내가 쌓아가는 작품 리스트의 퀄리티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내 컬렉팅을 도와줄 신뢰할 수 있는 갤러리와 나의 안목을 높여줄 갤러리를 두루 호핑하며 경험해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미술 시장에서는 특정 갤러리와의 단골 거래가 일반적인 개념은 아니기 때문에자주 거래하기보다는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움직이는 컬렉터로 인식되는 것이 훨씬 의미 있습니다.

조정기에는 눈에 띄는 작품과 갤러리의 이벤트가 줄어듭니다판단은 더 어려워지고작품의 유명세보다 작가의 실력과 지속성갤러리의 큐레이션과 비즈니스 태도가 훨씬 중요해지죠그래서 오히려 이럴 때일수록 편한 신발을 신고 갤러리를 더 많이 다녀보는 태도가 필요합니다좋은 작품을 찾는 컬렉터들이 부지런히 갤러리를 돌아다니며 어떤 신발이 편한지 서로 추천하는 데도 이유가 있습니다거품이 걷힌 현장을 직접 경험하는 시간갤러리 호핑은 전시 관람을 넘어 컬렉터의 안목을 높이는 훈련이자그 안목이 쌓여 컬렉션의 가치를 높이는 기반이 됩니다.

 

✔️ 포트폴리오의 다양성과 안목을 높이는 갤러리 호핑 팁

성향과 관계없이 평소라면 관심을 두지 않았을 갤러리더라도, 1년에 한두 번쯤은 의도적으로 방문해 보기를 권합니다특히 9월처럼 갤러리들이 프리즈를 앞두고 공을 들이는 시기에 갤러리를 호핑하다 보면갤러리들의 성향과 방향성이 각각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컬렉터들이 좋아할 만한 작품을 전면에 내세워 빠른 매칭을 유도하는 갤러리가 있는가 하면보는 순간 이걸 대체 어디에 어떻게 걸라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 만큼 실험적인 작품을 선보이는 갤러리도 있습니다후자의 경우는 작품 판매보다는 작가를 미술계나 기관에 소개하는 데 더 큰 전략적 목표를 두고 있는 경우가 많죠

아트페어 기간에는 소장하기 용이한 회화 작품을 선보이는 갤러리가 많지만, 실험적인 설치 작품을 선보이는 과감한 선택을 하는 곳도 적지 않다. 사진은 2024년 프리즈 위크때 개최된 갤러리바톤의 김덕희 개인전 ⟪사과와 달⟫. ⒸSPI 리치라운지 라이프스타일팀

이처럼 익숙한 취향 밖의 장면을 일부러 접해보는 일은컬렉터로서의 안목을 한층 넓혀주고동시에 시장을 구성하는 다양한 관점과 전략을 이해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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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을 소유의 대상이 아닌 감각과 철학, 태도와 문화까지 담아내는 그릇이라고 생각하고, 그 안에 담아낼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