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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조계지역 부근 와이탄의 역사에 이어 현재의 상하이 개발과 관련해 좀 더 알아보았습니다. 최근 상하이의 건물들 중 일부는 인증샷 명소로 떠오르고 있는데요. 계기는 왕가위 감독이 처음 연출한 드라마입니다.

 

옛 조계지 ‘푸시’를 새롭게 조명하는 상하이 드라마, '번화'



지난 달, 국내 OTT 시장에 왕가위 감독이 연출한 첫 드라마 ’번화(繁华, Blossom Shanghai)’가 공개되었습니다. 중국에서는 이미 작년에 공개되어 국민 드라마로 대대적 인기를 끌었고, 드라마 속에 등장했던 유명 빌딩들은 역사와 스토리텔링이 한 번 더 주목받기도 했습니다. 드라마의 주 무대이자 핵심 공간이었던 화평호텔과 대외무역공사가 있던 와이탄 27번지 빌딩 앞은 인증샷을 찍으러 온 중국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습니다. 이 빌딩들은 지난 화에서 소개했던 상하이 조계지역 부근 와이탄에 위치해 있습니다.

(좌)상하이와 화평호텔을 주 배경으로 한 드라마 번화 포스터, 출처 BaiduBaike, (중)화평호텔 정문 앞 인증샷을 찍기 위해 모여든 중국인 관광객, (우)푸시 측 조계지역의 와이탄을 찾은 관광객, 출처=서가영

혹자는 이 드라마를 '애국사상(궈차오, 国潮)' 또는 중화사상이 담긴 중국 로컬 브랜드 강화를 위한 드라마로만 해석하기도 하지만, 중국과 상하이를 경험했던 입장에서 또 다른 시사점을 주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중국 입장에서는 타국에 의해 이룩된 조계지 발전된 그 산물들이 반가울 리 없습니다. 2019년까지만 해도 상하이는 조계지 부근 와이탄보다는 동방명주가 있는 금융 도시 푸둥(浦东, Pudong)의 루자쭈이(陆家嘴, Lujiazui)를 적극적으로 홍보했습니다. 루자쭈이와 비교해 조계지는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드라마에서는 푸시 지역이 중심적인 배경으로 등장합니다. 조심스럽게 추측하건대, 이 드라마는 상하이가 번성했던 1980~90년대, 푸둥이 아닌 푸시(浦西, Puxi)가 중심이던 시대를 조명하며 상하이 본토 사람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동시에, 푸둥보다 상대적으로 저평가되던 푸시를 '밸류업'하려는 도시 개발 전략의 일환으로 기획된 콘텐츠가 아닐까 합니다.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왕가위 감독이 연출한 첫 드라마라는 빅 셀링 포인트와 중국 MZ세대에게 인기있는 중국 대표 배우 ‘호가(胡歌)’와 ‘탕이옌(唐嫣)’을 비롯해 중국의 거물급 인플루언서이자 유튜버인 '파피지앙(Papi酱)’까지 출연합니다. 화제성이 높을 수밖에 없는 드라마인 셈입니다. 이런 요인을 고려했을 때 단순한 드라마 또는 OTT 콘텐츠를 넘어 대대적인 투자를 받은 '상하이 도시 브랜딩 콘텐츠’로 보여집니다. 드라마를 시청한 뒤에는 상하이 그리고 푸시라는 지역에 대해 흥미가 생기고 단순한 건물, 빌딩, 거리가 아닌 상하이라는 도시를 거대한 스토리텔링이 가미된 도시이자 세계로 인지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상하이는 왜 지금 ‘푸시’를 조망하는 것일까요? 개발이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상하이의 변화를 알아보고자 합니다.

황푸강을 중심으로 나뉜 푸시와 푸둥 동네, 재편집 및 가공=서가영 

 

도시의 과거와 미래를 가르는 심장 ‘황푸강’을 중심으로 바라본 ‘푸시’과 ‘푸둥’


상하이가 진행 중인 도시 개발 프로젝트를 이해하려면 먼저 상하이라는 도시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상하이를 이야기할 때 '황푸강(黄浦江)'을 빼놓을 수 없는데요. 황푸강을 따라 서쪽의 푸시, 동쪽의 푸둥으로 도시가 크게 나뉩니다. 이는 한강을 중심으로 강북과 강남이 나뉘는 서울과 유사한 지형적 특징을 가지고 있죠. 하지만 도시 면적과 규모에서 상하이는 서울과 큰 차이를 보입니다. 서울 면적의 약 10배에 달하며, 3천만 명에 육박하는 인구를 포용하는 거대 도시입니다. 하나의 도시이지만, 지리학적 특징에 따라 확연히 다른 특성을 보이기에 충분한 규모인 셈이죠.

푸시는 19세기 유럽풍 건축물이 즐비한 옛 조계지로, 항저우(杭州), 쑤저우(苏州) 등 인근 도시와의 역사적 연결고리를 통해 상하이의 '과거'를 간직한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과거 상하이의 모든 조계지는 푸시에 위치해 있었죠. 반면 푸둥은 동방명주와 상하이의 스카이라인을 상징하며, 루자쭈이 금융가를 중심으로 초고층 빌딩과 고급 주거 단지, 호텔 등이 밀집한 현대적인 모습을 띠고 있습니다. 푸시가 서구 문화를 깊이 수용하며 발전해 온 지역이라면, 푸둥은 1992년 이후부터 철저히 중국의 개혁개방 정책 아래 '금융 허브'라는 상하이의 정체성을 부여받으며 조성된 지역입니다. 이러한 정책적 기반 위에서 상하이는 세계적인 금융 도시로 도약하기 위해 과감한 도시 개발을 추진했습니다. 황푸강 동쪽 푸둥에는 상하이 타워(632m), 상하이 세계 금융 센터(492m), 진마오 타워(420.5m) 등 상상을 초월하는 초고층 오피스 빌딩들이 경쟁하듯 스카이라인을 수놓았습니다. 이 마천루들은 글로벌 기업의 아시아 본부와 유수의 금융기관을 유치하며 상하이의 경제적 위상을 전 세계에 각인시키는 역할도 수행했습니다.

옛 건축 양식을 유지하고 있는 푸시 동네, 출처=서가영
초고층 빌딩 숲으로 화려한 스카이라인을 만드는 푸둥 동네, 출처=서가영

글로벌 워커와 지역 주민의 프리미엄 주거 인프라를 제공하는 ‘푸시’
VS 미래 산업도 품는 글로벌 워킹 동네 ‘푸둥’


상하이시 정부는 푸둥과 푸시 두 지역의 각기 다른 특징을 기반으로, 전략적인 도시를 계획 및 개발을 통해 상하이의 미래를 그려가고 있습니다. 푸시는 앞서 말씀드렸듯이 상하이의 과거를 간직한 지역이라는 별명처럼, 중국 상하이의 역사적인 건축 양식인 '석고문(石库门)'을 간직한 곳이 많습니다. 그러나 변화하는 땅의 가치, 사람들을 모으는 도시의 관광 기능 강화 등을 위한 발전이 필요했고, 이런 배경에서 대대적인 석고문 재개발이 시작됩니다. 그 결과 글로벌 관광지로 자리잡은 프리미엄 상업시설이 즐비한 신천지(新天地)부터 최근 MZ세대에게 핫한 베이커리 맛집과 카페가 즐비한 우캉루(武康路) 거리까지, 빨간 벽돌 주택 건물들을 개조한 상업 공간들을 볼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측면으로는 푸둥에 집중된 업무 공간과 글로벌 인력의 주거 공간을 푸시로 이전시켜 트래픽을 분산하려는 의도도 반영되고 있습니다. 이를 대표하는 프로젝트가 바로 북와이탄 개발입니다. 북와이탄은 상하이가 해운과 금융 중심지로 발전하도록 뒷받침했던 지역입니다. 최근에는 글로벌 업무 공간이자 15분 계획 도시로서 개발이 진행 중에 있습니다. 상하이시가 2025년 5월 진행한 기자회견 내용에 따르면, 2020년 개발을 시작해 불과 5년 만에 총투자액 1억 위안(한화 약 200억 원)이 넘는 세부 투자 프로젝트 335개가 도입되었다고 합니다. 북와이탄의 총투자액이 3천억 위안(한화 60조 원)을 넘어섰죠.

북와이탄 개발 정책에 따른 도시의 변화를 지금 바로 느낄 수 있는 공간은 '북와이탄 해운공원(上海北外滩航海公园)'입니다. 국내에는 북와이탄 공원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 곳은 상하이 시민들에게는 러닝과 산책 공간으로, 관광객에게는 동방명주와 상하이 마천루가 나오는 새로운 포토 스팟으로 높은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최근 상하이에서 가장 핫한 장소입니다.

중국과 글로벌 MZ세대에게 와이탄 풍경 맛집으로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북와이탄 공원, 출처=서가영

푸시가 옛것을 기반으로 하며, 푸둥의 글로벌 금융 기능을 뒷받침해 줄 새로운 공간으로 새롭게 업그레이드 되고 있다면, 푸둥은 글로벌 금융 및 무역 도시로서의 기능을 더욱 강화하는 전략을 취했습니다. 푸둥 지역은 앞서 언급했듯이 태생적으로 국가가 조성한 전략적인 글로벌 금융 및 무역 도시입니다. 이러한 기능이 지금까지 루자쭈이라는 특정 지역에 집중 분포되었다면, 푸둥은 이제 더 큰 무대를 글로벌 업무 공간으로 활용하려 변화하는 중입니다. 그중 린강 자유무역구(临港新片区)를 주목해야 합니다. 올해 첫 생산을 시작한 미국 외 최초의 테슬라 메가팩토리가 이곳에 있습니다. 린강 자유무역구는 상하이의 경제 프로젝트를 넘어, 국내외 과학자와 엔지니어들이 글로벌 디지털 경제 활성화를 위해 연구하는 공간으로 성장하려는 큰 목표를 가지고 변화 과정 중에 있습니다. 테슬라뿐만 아니라 신에너지차, 첨단 장비, 반도체를 아우르는 1천억 위안(한화 30조 원) 규모의 산업 클러스터 3곳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이 있죠.  특히 리츠(REITs) 육성 사업을 지원하며 제조, 물류 중심지로 개발되고 있습니다. 

린강자유무역구에 위치한 해외 첫 테슬라 메가팩토리, 출처=BaiduBaike

이처럼 푸둥과 푸시는 서로 다른 전략을 취하지만 상호 보완적인 방식으로 상하이라는 도시를 더욱 스마트하게 강화하고 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푸시에서 진행 중인 대규모 프로젝트 중 하나인 석고문 재개발 프로젝트의 구체적인 내용을 통해 역사를 보존하면서도 스마트 기술이 접목된 도시로 변화를 만들어 가고 있는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서가영

서가영

중국의 주링허우(MZ세대)와 공부하며 7년 간 베이징 로컬 라이프를 경험했습니다. 4만 팔로워의 중국 트렌드 기반 커뮤니티 채널 ‘차이나는’ 운영자로, 소비자 중심의 콘텐츠를 기반으로 중국 시장 리서치 및 커뮤니케이션 업무를 하였습니다. 콘텐츠를 통해 로컬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과 변화를 포착하고 공유하는 것에 즐거움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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