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대문구 및 마포구에 걸쳐 위치한 연세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서강대학교 ⓒ크라우드픽, 재가공: SPI 플랫폼 마케팅팀

신촌역 및 연세로 풍경 ⓒSPI 플랫폼 마케팅팀
백양로와 백양누리를 품은 연세대학교

연세대학교 연희관 및 언더우드관의 캠퍼스 풍경 ⓒSPI 플랫폼 마케팅팀

연세대학교의 중심축 백양로 ⓒSPI 플랫폼 마케팅팀
연세대학교를 이야기할 때 고려대학교와의 라이벌 관계도 늘 주제가 됩니다. 야구, 농구 등 다양한 종목의 체육 경기가 열리는 ‘연고전’이 대표적입니다. 홀수 해인 올해는 신촌에서 뒷풀이가 진행된다고 합니다. 서로의 학교를 재치있게 디스하는 현수막과 학생들이 어울리는 기차놀이로 신촌 거리가 떠들썩해질 예정입니다. 이 외에도 응원단 무대가 펼쳐지는 ‘합동응원전’, 상대 학교 학과와 짝꿍을 맺는 ‘교류반’ 등 고려대학교와 함께 이어온 문화가 많습니다. 연세대학교의 자체 축제 ‘아카라카’ 역시 화려한 규모와 라인업으로 유명합니다. 신촌 상인 대부분이 연고전 및 축제 일정을 꿰고 있을 만큼 대학 행사 및 뒷풀이가 신촌 상권에 미치는 파급력은 상당합니다.

2023년 고양운동장에서 열린 정기 연고전 축구 경기의 모습 ⓒSPI 플랫폼 마케팅팀
자연과 어우러진 캠퍼스, 이화여자대학교
연세대학교 바로 옆에는 이화여자대학교가 위치해 있습니다. 도로 하나를 두고 붙어있죠. 국내의 대표적인 여자대학교이기도 합니다. 이화여대 캠퍼스의 대표이자 메인 건물은 프랑스의 글로벌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가 건축한 ECC(Ewha Campus Complex)입니다. 지하 공간의 활용 및 자연 조경과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외관이 특징입니다. 또한 편의점, 약국, 스타벅스, 영화관까지 없는 시설이 없어 학생들의 대학 생활을 더욱 편리하게 하는 공간입니다. 이 외에도 자유롭게 누워서 쉴 수 있는 휴식 공간과 열람실, ‘잉여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이라는 뜻의 잉여계단 및 잉여마루가 있습니다.
이대 앞 상권은 과거 의류 매장과 중국인 관광객으로 대표되는 상권이었으나, 코로나 이후 신촌 상권과 함께 관광객 감소와 온라인 쇼핑 증가 등으로 축소되었습니다. 현재는 학생들이 자주 찾는 소소한 맛집이 많으며, 최근에는 학교 곳곳에서 외국인 관광객이 조금씩 다시 보인다고 합니다.

이화여대 복합 공간 ECC (Ewha Campus Complex) ⓒSPI 플랫폼 마케팅팀
💬 이대생의 한마디
”이화여대는 ECC라는 대표적인 건축물이 있는, 자연과 어우러지는 풍경이 아름다운 학교예요.”
”최근 몇 년 사이 학교 앞 상권이 많이 작아지긴 했지만, 친구들과 자주 갈만한 작고 소소한 맛집들이 많습니다.”
경의선 숲길 세권, 서강대학교
2호선 신촌역 아래 대흥동에는 서강대학교가 위치합니다. ‘작지만 강한 학교(작을 소 小, 강할 강 强)’라는 별칭이 있을 정도로 캠퍼스의 규모가 타 학교에 비해 작고, 주거지역 근처에 위치하여 대학 상권이 크게 형성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학교 앞 경의선 숲길을 중심으로 최근 CC들이 데이트하기 좋은 아기자기한 카페와 음식점들이 많이 생겼습니다. 4월 벚꽃 시즌에는 학생들이 경의선 숲길을 산책하기 위해 등교할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합니다.

(좌) 서강대학교 삼성 가브리엘관 (우) 경의선 숲길 풍경 ⓒSPI 플랫폼 마케팅팀
신촌 대신 연희·연남을 찾는 대학생들
여전히 세 학교가 신촌 상권을 공유하며 학생들의 발길이 오가긴 하지만, 그 의미와 무게는 과거와 달라졌습니다. 연세대와 이대는 교내 복합시설 개발로, 학생들이 굳이 신촌 거리를 찾지 않아도 캠퍼스 안에서 대부분의 생활을 해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서강대의 경우에도 경의선 숲길을 중심으로 상권이 성장하면서, 학생들의 생활 반경은 학교 주변으로 점차 좁혀지고 있습니다. 그 결과 신촌은 더 이상 대학생들의 중심 지역이 아닌, 잠깐 스쳐가는 지역으로 성격이 변화했습니다.
실제 신촌 인근 학생들도 친구들과 시간을 보낼 때는 신촌보다 주변 연남동과 연희동을 더 선호합니다. 특히 연희동은 신촌에서는 보기 힘든 특색 있는 가게들이 많아 자주 찾는다고 합니다. 인근 대학생에게 신촌은 ‘놀러가는 곳’이라기 보다는 ‘점심만 먹는 곳’, ‘카공하러 가는 곳’, ‘술약(술약속)하러 가는 곳’이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좌) 연희동 카페 <고유> 내부 공간의 모습 (우) 연희동 빵집 <뺑 드 에떼> ⓒ가게 공식 이미지
💬 신촌 인근 대학생들의 한마디
“연대 서문, 연희동 쪽은 신촌에 비해 주거지가 많아 훨씬 차분하고 조용해요. 하지만 지루하지는 않습니다. 사이사이 로컬 카페와 빵집이 자신의 역할을 하며 매력을 더해주고 있거든요.”
”신촌은 유흥, 술 마시는 분위기가 강해서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피하게 되고, 조용하고 잔잔한 카페가 많은 연희동, 연남동에 자주 가는 것 같아요. 저한테 신촌은 카공하러 가는 곳, 아니면 술약이 있을 때만 가는 곳이에요.”
“연대앞-이대후문-광화문으로 이어지는 직행버스가 있어서 종로 등 도심 쪽으로 놀러가기 좋아요.”
"수업 끝나고 버스 타고 노들섬 가서, 노을 보면서 뿌링클에 맥주 한 캔까지 하면 진짜 완벽하죠."
통학과 자취, 신촌 대학생의 현실
그렇다면 신촌 학생들의 실제 통학, 주거 생활은 어떨까요? 신촌의 세 학교 중 연세대학생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학생들의 통학 및 자취 라이프를 살펴보겠습니다. 지하철로 통학하는 학생들은 주로 2호선 신촌역을 이용합니다. 역에서 정문까지는 도보 10분가량 걸리지만, 캠퍼스가 워낙 넓어 안쪽 경영관 등은 25분 이상 소요되기도 합니다. 이전 화에서 언급했듯, 넓은 캠퍼스 규모는 통학러들의 일상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습니다. 연대 정문 앞에는 9차선대로(성산로)가 지나가며, 13개 간선버스와 10개 광역버스가 정차합니다. 성산로는 성산대교 북단에서 연대앞-이대후문-금화터널-광화문으로 이어지는 서울 서부권의 주요 통근길입니다. 이 때문에 출퇴근 시간대에는 연대앞도 혼잡합니다. 평소 1시간 걸리는 등굣길이 1교시 시작(오전 9시)에 맞추면 2시간 가까이 걸리기도 하죠. 그래서 버스 통학러들 사이에서는 “1교시는 무조건 피해야 한다”는 생존 전략이 자리 잡았습니다. 다만, 서울 시내 어디든 이어지는 버스 교통망 덕분에 하교 후 놀러 나가기 좋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통학에 이어 자취 라이프를 살펴보겠습니다. 신촌은 대학생들에게 월세가 높은 지역으로 악명이 높습니다. 연대의 경우 서문과 남문이 대표적인 자취 지역입니다. 학교와 가까운 덕분에 많은 학생들이 거주하지만, 방이 좁고 오래된 경우가 많습니다. 3평 남짓한 방의 월세도 기본 50만원 이상일 정도입니다. 특히 이대 앞의 경우 전국에서 원룸 월세 및 관리비가 가장 비싼 지역입니다. 교통과 치안이 좋아 이대생뿐만 아니라 연대생, 서강대생에게도 인기가 높지만, 원룸 평균 월세는 70만 원 이상, 오피스텔의 경우 90만 원 이상으로 형성되어있습니다. 대학 밀집 지역이라는 특성에 더해 교통 편의성과 홍대·연남 상권의 영향으로 외부 수요도 많아 시세가 높게 형성된 것이죠. 신촌과 조금 떨어진 주변 지역과 비교하면 방 상태에 비해 가격이 확연히 높습니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비싼 월세를 내고 들어가는 호갱들이 있으니, 집주인들이 가격을 안 내린다”라는 우스갯소리도 돌 정도입니다.

노후화된 연세대 서문 일대 빌라 ⓒSPI 플랫폼 마케팅팀

기본 월세 90만 원 이상으로 형성된 이대역 인근 오피스텔 ⓒ직방 사이트 캡쳐
💬 연세대생의 한마디
"평균 월세가 학생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되어야, 많은 학생들이 학교 근처에서 편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개인적으로 학교 근처에 살면서 주거 환경 및 식사가 불편해서 수유로 이사했고, 지금은 같은 가격에 더 넓은 방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신촌은 여러 대학이 모여있어 청춘의 뜨거움이 느껴지는 곳이지만, 오래 머물다 보면 지갑 사정이 힘들어진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대학생들의 학원가, 신촌역 4번 출구
신촌역 4번 출구로 나와 이대 방면으로 이어지는 신촌로를 따라 걷다 보면, 다양한 학원 간판들이 눈에 띕니다. 먼저, 토익 등 어학 시험 강의를 제공하는 대형 어학원 파고다와 YBM이 나란히 있습니다. 대학교 졸업 및 취업을 위해서는 토익, 토플, 오픽 등 어학시험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수강생 대부분이 대학생 혹은 취준생입니다. 두 브랜드 모두 서울 내 강남, 종로, 신촌 세 곳에서만 지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인근에 대학이 많은 신촌이 하나의 핵심 권역인 셈입니다.
편입 및 로스쿨 관련 학원도 곳곳에 보입니다. 대표적인 편입학원 ‘김영편입’은 신촌역 인근에만 ‘연고대의약대관’을 포함해 3개의 지점을 운영 중입니다. 로스쿨 진학을 준비하는 ‘메가로스쿨’, 변호사시험을 대비하는 ‘메가로이어스’도 4번 출구 바로 앞에 있습니다. 이들은 강남과 신촌, 혹은 신촌에만 지점을 두고 운영합니다. 해외 약사 취득자들이 약사 예비 시험에 대비할 수 있는 ‘메가엠디’도 옆 건물에 위치합니다. 이들 브랜드 모두 메가스터디 계열사라는 점도 주목할 만한 부분입니다.
노량진, 신림 등 서울 대표 고시촌과 또 다른 유형의 학원가가 신촌에 형성되고 있는 듯합니다. 특히, 인근 대학생들의 수요가 높은 전문직 관련 학원이 많다는 점이 특징적입니다. 과거 ‘노는 곳’이기만 했던 신촌에 '현실적인 미래를 준비하는 곳'의 모습이 더해진 셈입니다. 이는 전문직 선호와 치열한 경쟁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변화인 것 같습니다.

신촌역 4번 출구 인근의 어학, 편입, 로스쿨 학원 간판들 ⓒSPI 플랫폼 마케팅팀
여전히 대학생 네트워크의 거점, 신촌
상권 약화, 높은 월세, 학원가 형성 등 신촌이 현실적인 공간으로 변화했음에도, '대학생의 중심지' 역할은 아직까지는 현재 진행형입니다. 먼저, '연세이화 등산동아리'와 같은 연세x이화, 연세x이화x서강 등 신촌 학생들이 활발하게 교류하는 연합동아리 활동이 이뤄집니다. 이 외에도 수도권의 다양한 학생들이 모이는 연합동아리 역시 신촌이 거점인 경우가 많습니다. 신촌 곳곳에 위치한 스터디룸 등 모임 공간을 활용해 활동을 진행합니다. 지하철 2호선 신촌역이 있어 교통이 편리하고, 술집 골목이 형성되어 있어 뒷풀이까지 진행하기에 용이하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연합동아리 모집 게시글. 동아리명에 신촌이 들어가거나, 모임 장소가 신촌인 경우가 많다. ⓒ링커리어
연합동아리뿐만이 아닙니다. 신촌에는 대학생들의 낭만을 위한 흥미로운 리테일 공간이 있습니다. 바로 일일호프 전문 주점 ‘바플라이(Barfly)’입니다. 사실 바플라이는 꽤 옛날부터 신촌 일일호프와 미팅의 성지로, 2013년 방영된 ‘다큐3일 신촌편’에도 등장한 바 있습니다. 현재는 4개의 지점이 성황리에 운영 중이며, 4호점인 ‘예체능점’은 예술, 체육 계열의 학과나 동아리들이 진행하는 일일호프 위주로 운영됩니다. 바플라이 자체 홈페이지에서 각 지점의 운영 일정을 확인할 수 있는데, 특히 중간고사 이후 및 축제 시즌인 5월과 9월에는 캘린더가 빼곡할 만큼 인기가 높습니다. 가고 싶은 일일호프를 클릭하면, 사전 미팅석과 일반석을 예약할 수 있습니다. 주 이용층이 대학생이다 보니, 올해 기준으로 2000년생~2006년생만 입장이 가능합니다.
학생들이 일일호프 행사를 진행할 시 술집 컨택, 운영, 홍보 등의 과정이 쉽지 않은데, 바플라이는 일일호프만 전문적으로 진행하는 업체이기 때문에 준비가 훨씬 수월합니다. 또한 대학생들에게 ‘항상 일일호프를 진행하는 곳’으로 자리 잡았다는 점에서 방문객 수요 역시 꾸준히 높은 편입니다. 합석, 미팅을 통해 실제로 커플이 되는 경우도 종종 있으며, 댄스 공연 등 학생들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가 많습니다. 운영을 통해 발생한 수익은 업체와 일정 비율로 나눠 가지게 되지만, 수익적인 목적보다는 동아리 선후배 간 친목, 추억 쌓기 등의 목적이 더 강한 행사입니다.

(좌) 5월 축제 시즌 가득 찬 일일호프 일정 (우) 바플라이 1호점 입구 ⓒ 바플라이 공식 홈페이지 및 SPI 플랫폼 마케팅팀
청춘의 거리에서 현실의 거리가 되어버린 신촌의 현재
사실 신촌 상권의 약화는 이미 오래전부터 진행되어 왔습니다. 특히 코로나 이후 상가 공실 문제가 심각해졌죠. 예전과 달리 거리에는 썰렁한 풍경이 많고, 최근 유행하는 인형뽑기나 무인 전자담배 가게가 눈에 띌 뿐, 신촌만의 ‘젊은 분위기’는 느끼기 어려웠습니다. 건물주들의 임대료 인상, 차 없는 거리 시행, 홍대 상권의 거대화, 코로나19 등 다양한 요인이 있지만, 연세대의 신입생 국제캠퍼스 교육 정책 역시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송도신도시에 조성된 연세대 국제캠퍼스는 2010년 개교 이후, 2014년부터 모든 신입생이 1년간 기숙사에 거주하며 정주형 대학 교육(RC, Residential College)을 받도록 운영되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송도 생활을 통해 추억을 쌓고 관계가 끈끈해지지만, 한창 신촌에서 놀아야 할 새내기들이 반강제적으로 송도에서 생활하게 되어 대학가 상권의 활력을 떨어뜨린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되곤 합니다.

신촌 곳곳에 보이는 임대 문의가 붙은 공실 상가들 ⓒSPI 플랫폼 마케팅팀
여전히 신촌 곳곳에는 많은 사람들의 대학 시절 추억과 청춘이 묻어 있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의 주거 환경은 점점 불편해지고, 신촌 상권만의 매력도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신촌 인근 대학생들과의 인터뷰에서는 점차 다른 지역을 소비하는 사례가 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죠. 그럼에도 신촌은 여전히 '대학생들의 네트워크 중심지'라는 아이덴티티를 지닌 대학가입니다. 축제 뒷풀이, 동아리 모임 등 대학생 중심 활동이 활발히 이루어지는 '대학가의 상징'이기 때문이죠.
작년에는 인근 대학생과 서대문구청이 함께하는 ‘신촌 상권 살리기’ 학술포럼이 개최되었고, 올해 1월 1일부터 차 없는 거리가 해제되는 등 신촌 상권의 부활을 위한 다양한 차원의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신촌이 '대학생들의 중심지'라는 정체성을 바탕으로 학생들이 오래 머물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라이프 플랫폼으로 변모하기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