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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집중과 개발 경쟁의 시대를 지나 더 크게더 높게’ 대신 자연의 품에서 특별한 경험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습니다팬데믹과 기후위기를 거치며 인류는 가장 본질적 질문인 자연과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라는 물음에 직면했습니다이에 대한 답변의 일환으로 자연의 원형적 가치를 일깨우는 예술·문화공간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 흐름의 핵심은 엄청난 시설 투자나 랜드마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자연(공터산림 유휴지 등)을 덜 짓고더 기획하는 방식으로 재해석하여 창의적 플랫폼으로 변화시키는 데 있습니다외진 숲이나 버려진 오지의 공터가 정교한 기획을 통해 어떻게 문화 플랫폼으로 거듭나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공공산림 + 예술 네트워크로 분산형 축제 모델 구축, Nuits des Forêts(프랑스)


 

각 지역의 특성과 참여 아티스트의 새로운 비주얼을 활용한 축제 포스터 ©nuitsdesforets.com

기후 위기 속 숲의 건강에 대한 위기의식에서 출발한 프랑스의 ‘Nuits des Forêts(숲의 밤)’ 2020년 코로나 시기에 기획되었습니다. ‘숲과 사람예술과 생태를 잇는다라는 목표로 예술가산림 전문가시민을 연결하며 전국 단위의 숲 축제로 빠르게 성장했습니다이 축제는 나무 기슭에서 재미있고 예술적인 프로그램을 경험함으로써 모든 사람이 집 근처의 숲자연과 다시 연결되도록 합니다.

레위니옹 섬에서 열린 세 번째 뉘 데 포레 행사-생폴 연못에서의 시적 산책 © nuitsdesforets.com

전국의 230여 개 숲을 동시에 활용하는 분산 네트워크 모델로 막대한 인프라 투자 없이도 짧은 준비기간에 규모를 키울 수 있었습니다. ‘공공 산림 + 예술 네트워크’라는 새로운 형태의 공간 모델로, 2024년 기준 17일간 1,400개 이상의 프로그램이 운영되었고, 참가자만 8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콘서트, 설치미술, 생태 워크숍, 스토리텔링, 밤 산책 등의 프로그램은 온·오프라인 전국 네트워크 기반으로 기획되어, 각 지역 숲이 동시에 예술·교육 플랫폼으로 활용됩니다. 대규모 인프라 대신, 숲을 살리는 행사 기획과 지역 단체, 공공 산림기관과의 협력으로 안전·환경 리스크를 분담했습니다. 매년 문화·여행 매체가 전국 가이드를 발행하고 있으며, Nuits des Forêts는 축제를 넘어 전국적인 커뮤니티 실험의 장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왼쪽) Forêt de Bombannes (33) ©ONF, (중앙) Bois du Laring (64) ©Nora Houguenade - La Maison du Laring, (오른쪽) Etang de Saint-Paul (La Réunion) ©Association Plus

 

재난을 예술×복원의 기회로 전환, Arte Sella(이탈리아)


Arte Sella’ 1986년 만들어진 세계적 야외 조각공원입니다. 2018 '바이아(Vaia)' 폭풍으로 이곳의 숲과 작품이 크게 손상되었을 때, ‘예술과 복원이라는 새로운 미션으로 재건 프로젝트를 추진했습니다피해 이후 폭풍으로 쓰러진 나무 등의 자연 소재를 가역적 구조로 새롭게 구성해 전시를 이어가고식생 모니터링과 보수 작업도 예술의 일부로 편입시켰습니다. 

마리오 쿠치넬라 아키텍츠와 YACacademy가 협력해 새로 선보인 작품, 'The Journey' © Scrigno, Arte Sella 2021. Ph. Giacomo Bianchi

2019년부터 2022년까지 마리오 쿠치넬라 아키텍처와 진행한 ‘The Journey’ 기획은 조성 자체를 복원식재탄소흡수로 확장하며 클라이밋 포지티브(기후 긍정)’ 전시 경험을 제공합니다이곳의 전시 작품들은 상설 관람 루트에 통합되어 운영되며재난 회복력과 예술의 모범 사례로 매체에 다수 소개되고 있습니다.

바이아 폭풍 5년 후 진행된 산림 조성을 위한 Asiago Oltre Vaia 프로젝트 진행 모습 © Alberto Pauletto / resilience-blog.com

Arte Sella의 사례는 재해와 자연 회복예술교육후원브랜드 가치를 하나의 플랫폼에서 연결한 복합 모델로 주목받고 있습니다환경 리스크 관리와 커뮤니케이션을 하나의 체계로 엮는 이 모델은위기는 장소의 새로운 정체성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또한 사회적 책임 수행을 넘어 브랜드 가치 제고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창출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환경 데이터를 축적하며 기후 포지티브’ 페스티벌로 진화, Into the Great Wide Open(네덜란드)


네덜란드의 섬 블리엘란트에서 열리는 'Into the Great Wide Open'은 측정하고 공개하는 축제라는 이름의 인상적인 소규모 뮤직·아트 페스티벌입니다축제의 핵심은 '완전 순환 '기후 포지티브원칙에 있습니다. 2023년에는 전력의 85%를 섬의 태양광으로 공급했으며, 2024년에는 95%까지 비중을 높였습니다외부 발전 의존도를 축소하기 위해 추가로 그린 수소 발전기도 도입했습니다.

순환적기후 긍정적재생적 축제 'Into the Great Wide Open' © intothegreatwideopen.nl

또한전동 장비로 무배출 시공을 실현하고, 1인당 하루 잔재 폐기물을 50g 수준으로 줄이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전환 기금(Transition Fund)'을 활용해 남은 배출량을 정산하고 다른 조직으로의 확산을 지원하는 이 프로젝트는 사용하거나 배출한 전력쓰레기탄소 등의 양을 철저히 측정하고 투명하게 공개해 수치로 증명하는 ESG경영을 표방합니다이를 통해 방문객투자자후원자들에게 명확한 가치를 전달하는 동시에 브랜드 신뢰를 끌어올립니다.

잔류 폐기물 제로를 목표로 하는 축제 © intothegreatwideopen.nl

이 행사는 국제 지속가능 페스티벌 컨소시엄에 모범 사례로 등재되기도 했습니다공간 자산의 가치가 물리적 규모를 넘어 운영 효율과 사회적 영향력까지 포괄하는 시대에 환경 성과 데이터를 축적하고 공유함으로써 그 가치를 높인 것이죠. 작은 예술 축제가 환경적 임팩트와 실질적 순환을 선도하는 롤모델이 되고 있습니다.

 

창의적 큐레이션으로 재탄생한 유산, Bali Festival Park(인도네시아)


발리의 대표적인 디자인·문화 행사들이 주로 열리는 'Bali Festival Park' 9헥타르( 27,000규모의 테마파크 부지로 20년간 방치되었던 공간입니다무너진 건물 외벽과 그래피티식물이 뒤섞여 모험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곳이죠특히 복원되지 않은 채 유지되며 폐허 속 자연이 공존하는 독특함을 지니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이곳에서 아트·디자인 전시퍼포먼스설치 예술 등 다양한 창작 프로그램들이 운영되며 버려진 공간을 예술적으로 재해석하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Jia Curated가 열리고 있는 발리 페스티벌 파크 ©Jovita Gotama 
Jia Curated가 열리고 있는 발리 페스티벌 파크 ©C. Gunawan  Surya Saputr

발리의 최신 디자인과 예술 생태계가 실험되는 대표적인 공간 Bali Festival Park, 'Jia Curated'와 같은 행사들이 열리는 공간이기도 합니다지역 사회와 국제적인 예술가들이 함께하는 커뮤니티 무대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죠. Bali Festival Park 프로젝트는 공간의 물리적 결함조차도 창의적인 시선으로 재해석하고 큐레이션하면 독보적인 매력을 가진 콘텐츠가 될 수 있다는 시사점을 제공합니다화려한 랜드마크나 천문학적인 공사비 대신, '덜 짓고더 기획하는방식으로 방문객을 오래 머물게 하고 재방문을 유도하는 '체류형 경험'을 설계한 것입니다.

앞서 소개한 네 가지 사례는 유휴 공간을 새로운 자산으로 전환하는 데 필요한 세 가지 핵심 요소를 보여줍니다명확한 사회적 목표를 설정해(기후위기재난 복원 등공간의 정체성으로 삼는 것분산 네트워크 모델을 활용해 빠르게 확장하며무배출 시공 같은 ESG 가치를 결합하여 파트너십을 확보하는 것입니다이에 더해 '더 짓지 않고 더 기획하는방식의 창의적인 큐레이션과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방문객의 체류 시간을 증대하고재방문을 유도하는 체류형 경험를 설계했습니다.

이처럼 물리적 구축에 대한 투자 못지않게 콘텐츠와 기획에 대한 투자를 강화할 때유휴 공간은 도시가 줄 수 없는 독특한 경험을 제공합니다동시에 사람과 자연자본 가치가 함께 성장하는 지속가능한 자산으로 거듭날 것입니다.

 


[참고자료]
1) https://nuitsdesforets.com/home/festival/
2) https://piochemag.fr/nuits-des-forets-quand-lart-et-la-culture-viennent-au-chevet-des-forets-francaises/?utm_source=chatgpt.com
3) https://projetcoal.org/en/actions/projects/the-forest-nights/?utm_source=chatgpt.com
4) https://c3korea.com/simbiosi-in-arte-sella-sculpture-park/
5) https://www.wallpaper.com/design-interiors/design-events/jia-curated-2025-bali-highlights
6) https://resilience-blog.com/2023/11/07/the-vaia-storm-five-years-later-lessons-for-forests-and-people/?utm_source=chatgpt.com
7) https://www.mcarchitects.it/en/projects/the-journey
8) https://www.internimagazine.com/agenda/the-journey-by-yac-con-mario-cucinella-ad-arte-sella/?utm_source=chatgpt.com
9) https://intothegreatwideopen.nl/en/projecten/duurzaam
반선아

반선아

글로벌 영감수집가. 스튜디오 럭키즈 이사

국내 광고 대행사의 공간 마케팅을 경험하고, 하나은행에서 컬쳐 공간 기획을 담당했다. 현재는 온∙오프라인 공간 콘텐츠를 기획/운영하는 스튜디오 럭키즈에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