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중심, 장충동. 도성의 남산 자락 아래 자리한 이 지역은 예로부터 왕실과 고위 관료들이 거주하던 역사적 부촌 주거지였습니다. 그 흔적은 지금도 단독 주택과 고급 빌라들 사이에 남아 있고, 동시에 서울을 대표하는 공간들이 터를 잡으며 이 지역만의 품격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세대를 이어 사랑받아 온 베이커리 태극당, 신라호텔과 신세계남산, 장충체육관은 물론 서울 미식 문화를 대표하는 장충동 족발거리까지 다양한 레거시 플레이스가 장충동의 얼굴을 만들어왔습니다. 최근에는 글로벌 하이엔드 VIP 시장을 겨냥한 파라다이스 호텔 개발 소식도 더해지며, 새로운 변화의 기대를 높이고 있습니다.
상업지구인 듯 주거지구이고, 낯선 지역 같지만 한 번쯤 들어본 동네 장충동. 그곳에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하는 공간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주택가 한 가운데 간판 없이 숨은 듯 자리한 스타벅스 장충라운지, 하이엔드 리빙 브랜드 알로소가 브랜드 캡슐 라운지로 활용 중인 코브더장충 등이 대표적입니다. 특히 코브더장충은 최근 100평이 넘는 주택을 리모델링해 도심 속에서 자연의 편안함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했습니다. 알로소 브랜드 캡슐 라운지가 이 공간의 시작을 열면서 현시점 가장 핫한 공간이 되었습니다.
코브더장충 외부 전경 Ⓒ알로소
이 공간의 발굴과 기획, 설계와 시공, 그 안을 채우는 단단한 전시 기획과 연계 프로그램 운영까지 전체를 총괄한 곳은 베리띵즈 크리에이티브입니다. 팝업 대신 ‘브랜드 캡슐 라운지’라는 개념을 구현하며 장충동에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베리띵즈 윤숙경 대표를 만나 지역과 공간, 라이프 스타일 기획을 어떻게 만들어 냈는지 들어보았습니다.
새로운 공간을 찾아 브랜드 메시지를 전달하다
Q. 베리띵즈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베리띵즈는 ‘자연을 사랑하지만 도시를 떠날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한 경관 카페, 복합 문화공간, 제주 스누피가든,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등 다양한 콘텐츠를 기획하며 출발했습니다. 자연에 대한 경험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일을 중심에 두고, 기업과 개인을 아우르는 협업을 이어왔습니다. 기획에서부터 설계와 운영까지 공간과 관련된 모든 과정을 총괄해 왔고, 최근에는 온·오프라인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온라인 콘텐츠 제작과 운영까지 활동 영역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베리띵즈 로고 Ⓒ베리띵즈
Q. 최근에는 브랜드 공간을 만들고 팝업을 운영하는 업무도 여러 차례 진행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많은 브랜드들이 팝업 스토어를 주요 마케팅 전략으로 활용하고 있어, 저희 역시 이러한 기획들을 많이 맡아왔습니다. 짧은 기간에 강한 주목을 끌고, 새로운 소비자 경험을 만들며, 디지털 콘텐츠와 결합해 빠른 확산을 이끌 수 있기 때문이겠지요. 그러나 팝업은 형태가 지나치게 다양하고, 동시에 ‘잠시 반짝이고 사라지는 휘발성’이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소비자 피로를 유발하거나, 많은 비용에 비해 메시지가 금세 사라지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저희는 이제 그다음 단계를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결과 제안한 개념이 바로 ‘브랜드 캡슐 라운지’입니다. ‘브랜드 캡슐 라운지’라는 이름은 브랜드의 핵심 아이덴티티를 하나의 캡슐처럼 응축해, 소비자가 짧은 시간 안에 깊이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자는 생각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단순히 짧게 반짝이는 이벤트를 넘어 브랜드가 지향하는 철학과 감도를 압축해 보여주고, 동시에 관객이 직접 머물며 경험할 수 있도록 설계한 새로운 개념입니다.
‘팝업’ 대신 ‘브랜드 캡슐 라운지’를 제안하다
Q. 베리띵즈가 정의하는 브랜드 캡슐 라운지의 개념은 무엇인가요? 팝업과 어떤 차이가 있나요?
팝업(pop-up)은 이제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표현입니다. 얼마 전 도쿄를 방문했을 때 아오야마와 시부야 곳곳에서 ‘팝업’이라는 단어를 쉽게 발견할 수 있었는데, 그만큼 보편적인 리테일이자 이벤트의 개념이 되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습니다. ‘팝업’이라는 단어 자체가 갖는 의미도 직관적입니다. 팝콘이 튀듯 눈에 띄는 것, 새로운 것, 지금 바로 경험할 수 있는 것 등 순간적인 생동감을 담고 있죠. 짧은 기간에 강한 주목을 끌고,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높은 임대료 부담, 휘발성 있는 메시지, 소비자의 피로감이라는 한계도 있죠. 반면 저희가 말하는 ‘브랜드 캡슐 라운지’는 팝업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한층 더 긴 호흡을 갖는 공간입니다. 단순히 성수동처럼 유동 인구가 많은 곳에 의존하는 대신, 장충동처럼 브랜드의 메시지와 어울리는 맥락을 가진 장소를 선택해 ‘발견의 경험’을 제공합니다. 이제 중요한 건 집객의 양이 아니라 질입니다. 불특정 다수의 방문보다는, 브랜드가 닿고자 하는 고객층을 겨냥하고 방문 시 브랜드를 깊게 경험하고 즐기는 시간이 훨씬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합니다. 팝업이 이벤트적 성격이 강하다면, 브랜드 캡슐 라운지는 조금 더 긴 호흡으로 브랜드를 만나는 공간인 거죠. 브랜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창구이면서, 쉽게 사라지지 않고 일상 속에서 익숙함과 편안함을 줄 수 있는 장소를 중심으로 이벤트보다 일상의 공간, 엔터테인먼트보다 교감의 공간을 지향하며, 브랜드와 소비자가 더 깊게 연결될 수 있도록 기획하고 있습니다.
하이엔드 리빙 브랜드 알로소의 ‘브랜드 캡슐 라운지’ <소파多방>.Ⓒ알로소
Q. 실제 알로소 <소파多방> 전시를 통해 캡슐 라운지의 개념을 현실화하신 것 같습니다. 이 과정에서 특히 고려한 포인트가 어떤 부분일까요?
브랜드의 생각과 결이 머무르며 더 오래 기억될 수 있는 무대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기획에서 멈추지 않고 실제 공간으로 구현하고, 운영까지 책임지는 프로듀서이자 실행자로서의 역할을 담당했죠. 기획자가 직접 운영까지 함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야 목표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으며, 의도와 다르게 흘러갈 경우에는 빠르게 조정하고 새로운 요소를 반영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베리띵즈의 활동은 다양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브랜드의 특성과 속성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브랜드가 채워야 할 감도와 문화적 감수성을 고민합니다. 각 브랜드의 장점을 발견하고 현재를 진단하며, 지금 시도하는 일이 앞으로 어떤 기능과 역할을 할 수 있을지를 설계하는 역할입니다. 한마디로, 베리띵즈는 브랜드가 가진 무형의 결을 공간과 경험으로 번역하는 ‘브랜드 컬처 디벨로퍼’이죠. 알로소의 브랜드 캡슐 라운지에서도 이런 역할을 최대한 확장해 브랜드 메시지를 온전히 담아내고자 노력했습니다.
소비자가 공간에서 긴 시간 머물며 브랜드를 체험할 수 있도록 기획된 <소파多방>. Ⓒ알로소
Q. ‘브랜드 캡슐 라운지’ 개발 시 신경 써야 하는 또 다른 포인트들은 무엇일까요?
크게 세 가지를 염두에 둬야 할 것 같아요. 첫째는, 깊은 브랜드 경험입니다. 단순히 들렸다가 가는 이벤트가 아니라, 소비자가 브랜드를 깊이 체험하고 오래 기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합니다. 실제로 알로소 <소파多방> 전시 네이버 리뷰에 “편안함, 발견, 체험”이 연결된 경험이 긍정적으로 기록된 것이 그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둘째는 공간의 입지와 기능을 새롭게 정의하는 부동산적 감각입니다. 일정 기간 이상 운영하려면 임대료와 기간 같은 현실적 조건을 고려해야 합니다. 대중교통 접근성이 좋으면서도 뻔한 번화가가 아닌 곳, 도심 한가운데에 마당이 있어 도시인에게 잠시라도 자연의 쉼을 줄 수 있는 공간. 이런 조건을 모두 충족한 곳이 장충동에 오래된 주택이었고, 주거와 상업이 섞여 만들어진 여유로운 분위기 또한 큰 장점이었습니다. 셋째는 공간의 비즈니스화입니다. 공간과 브랜드의 접점을 만들어 양쪽 모두의 비즈니스를 강화하는 과정이 함께 진행되어야 합니다. 좋은 공간, 예쁜 공간을 만드는 것을 넘어 ‘돈이 되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수익에는 단순히 금전적 이익뿐 아니라 브랜드가 얻는 이미지와 인지적 가치까지 포함됩니다. 공간은 수익성을 높이고, 브랜드는 성공적인 브랜딩을 이루는 것이 브랜드 컬처 디벨로퍼이자 공간 프로듀서로서 베리띵즈가 추구하는 가치이기도 합니다.
브랜드 공간을 기획할 때도 부동산적 감각은 필수 능력
Q. 공간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고려할 때도 기존의 공간 비즈니스와는 다른 접근을 하실 것 같습니다. 대표님께서 생각하시는 공간의 비즈니스화를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알로소 <소파多방>과 코브더장충 공간 개발을 사례로 설명해 보겠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두 명의 클라이언트를 한 번에 만족시켜야 하는 프로젝트였습니다. 임차인인 알로소 입장에서는 브랜드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소비자가 오래 머물며 깊은 체험을 하는 공간을, 임대인인 건물주는 새로운 공간 비즈니스가 가능한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니즈가 있었죠. 저희의 과제는 두 주체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베리띵즈는 공간을 기획·운영하는 회사이기에 감성과 분위기만 보는 것이 아니라 수익성까지 고려해야 했고,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었습니다. 7년간 비어 있던 주택을 발굴해 리모델링한 뒤 알로소 브랜드 캡슐 라운지로 구현했을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코브더장충이 촬영 스튜디오와 문화 복합 렌탈 스페이스로 운영될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브랜드 캡슐 라운지를 활용해 브랜드는 공간을 알리고, 건물주는 안정적인 신규 사업 모델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든 것이죠. 브랜드와 건물주가 함께 이익을 공유하는, 말 그대로 두 주체가 동시에 만족할 수 있는 공간 비즈니스화를 가능케 한 것입니다.
Q. 공간의 비즈니스화라는 접근은 브랜드의 활동에서도 차이를 만드는 요소일 것 같습니다.
자연스럽게 차이가 생깁니다. 알로소 <소파多방>은 단순한 팝업 공간이 아니라 실제로 매출을 발생시키는 세일즈 포인트로 기능했습니다. 공간 자체가 쇼룸의 역할을 하면서, 팝업 기간 동안 전년 대비 매출이 50% 상승하는 성과를 냈습니다. 또한 알로소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80가지가 넘는 머티리얼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를 하나의 전시 프로그램으로 연결해 컬러 도슨트처럼 운영했습니다. 전시 도슨트가 제품에 대한 깊은 설명과 체험으로 이어지며 매출까지 연계됩니다. 세일즈 포인트로 브랜드 캡슐 라운지의 주제, 장소 등에 따라 다르게 만들어 갑니다. 지난겨울 ‘딴짓’을 주제로 했던 알로소의 브랜드 캡슐 라운지는 전시 마지막 날 전시품 할인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성수동에서 단 20명만을 위한 팝업’, ‘줄 안 세우는 팝업’이라고 알려지며 관심도가 높았던 만큼 온라인으로 할인 마켓을 사전 홍보했던 것이 주요해 전 제품이 모두 판매되었죠.
80가지가 넘는 머티리얼을 보유하고 있는 알로소 청담동 플래그쉽 Ⓒ알로소
딴짓과 휴식이라는 컨셉에 맞춰 출판사 민음사, 레고와 파트너쉽을 맺어 전시에 콘텐츠를 구성했다. Ⓒ알로소 홈페이지
Q. 베리띵즈의 공간 개념에서는 입지와 상권을 바탕으로 한 부동산적 관점도 중요한 요소인 것 같습니다. 공간을 발굴할 때 베리띵즈만의 기준이나 철학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우리의 기획을 구현하기 위해 어떤 공간이 필요할까, 어느 지역에 필요할까’를 우선 생각합니다. 저희는 브랜드마다 다른 이야기를 풀어내기 위해, 입지와 상권을 넘어 공간이 가진 고유한 맥락과 활용 가능성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브랜드 전시는 단순히 보여주는 행사가 아니라 공간과 브랜드, 그리고 소비자가 교차하며 새로운 경험을 만드는 무대이기 때문입니다.
베리띵즈는 2022년 성수동 코사이어티에서 진행된 첫번째 전시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브랜드 알로소를 디벨롭하고 있다. Ⓒ알로소
장충의 지역적 맥락을 고려해 하이엔드 라이프 스타일 설계
Q. 공간이 가진 맥락과 활용 가능성 면에서 ‘장충동’이라는 동네의 발견 포인트가 있으실 것 같습니다. 대표님이 보시는 장충동만의 라이프 스타일 특징은 무엇인가요?
장충동의 매력은 경계가 공존한다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 도심 속 별장지로 활용되던 대저택들이 남아 있지만, 동시에 족발거리 같은 서민적 풍경과 태극당 같은 오랜 레거시 플레이스가 이어져 있습니다. 또 한 발자국만 나가면 DDP, 신당·을지로, 충무로와 맞닿아 요즘의 힙한 기운과도 연결됩니다. 하이엔드와 로컬, 전통과 현재가 겹쳐 있는 곳이 바로 장충동이죠. 그래서 이곳의 라이프 스타일은 서로 다른 결들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만들어진다고 봅니다. 정제된 쉼과 분주한 활기가 공존하는 동네. 그 간극에서 새로운 가능성이 태어나는 것이 장충동의 진짜 재미가 아닐까요. 앞으로는 파라다이스 호텔 같은 글로벌 하이엔드 시설이 들어오면서 더 다양한 형태의 얼굴을 보여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Q. 실제 코브더장충에서 알로소 브랜드 라운지를 운영하며 장충동 라이프 스타일을 공간에 반영하기 위한 고민도 많으셨을 것 같습니다. 장충동과 코브더장충의 접점을 어떻게 구현하고자 하셨나요?
장충동이라는 동네는 마치 한국 개발 과정을 축소한 듯한 곳입니다. 얽힌 주거 사이로 호텔이 들어서고, 체육관과 중간중간 고층 빌딩이 들어서면서 회사가 들어왔죠. 그러다 보니 점심시간에는 직장인 군단을 만날 수 있고, 오후에는 어머님들의 친목 모임이 활발합니다. 알로소 브랜드 캡슐 라운지를 찾아오는 이들도 주변에 살고 있는 어머님들이 꽤 높은 비율을 차지합니다. 주말에는 누가 봐도 동네 주민으로 보이는 50대 남자분이 불쑥 찾아와 경관을 바라보며 풍월당의 클래식을 한참 듣다가 가곤 하셨죠. 그만큼 장충동은 다양한 사람과 기능, 라이프가 만나서 색다른 매력이 만들어지고 있는 동네입니다. 그렇기에 이번 공간을 기획하면서 ‘팝업’이 젊은 세대만을 위한 공간처럼 여겨지는 흐름을 넘어서고 싶었습니다. 40~70세의 방문객도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접점들을 만들었습니다. 연령대가 높은 지적 소비자군을 아우르는 풍월당과 협업하여 단순한 음악 감상이 아니라 삶의 태도와 교양적 깊이를 중시하는 사람들이 찾도록 했습니다. 건축·디자인 분야에서 탄탄한 독자를 가진 안그라픽스, 젊은 엄마와 예술·정원에 관심을 둔 블루메미술관과 함께 프로그램을 구성해 다양한 세대를 아우르는 협업 생태계를 구축하고자 했습니다.
Q. 공간 프로그램 기획을 넘어 운영 방식에서도 장충동이라는 지역적 특징을 고려하신 부분이 있나요?
운영에는 장충동의 생활 리듬을 반영했습니다. 주중에는 점심·퇴근 시간대 직장인들의 방문이 활발하기 때문에 온라인 예약은 전체의 약 75~80%로 제한하고 나머지는 워크인으로 열어 두었습니다. 주변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에 가볍게 들를 수 있도록 한 것이죠. 반면 주말에는 공동화 현상으로 동네가 한산해지고 주차 공간이 충분히 확보되기 때문에, 가족 단위 방문객이 편하게 오갈 수 있도록 운영을 설계했습니다. 공간적 측면에서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으면서도 각자가 깊이 머물 수 있는 여유를 주고자 했습니다. 지붕의 높이를 65cm 더 내려서 거실 내에서 보이는 마당 정원뷰 뒤로 보이는 건물이 보이지 않고 나무와 잔디가 집중될 수 있게 했죠. 건물 내 자연스러운 동선 등 건축적 포인트를 세심하게 반영했고, 프로그램 역시 단순한 이벤트가 아닌 ‘자신의 시간을 온전히 보낼 수 있는 활동’에 집중했습니다. 장충동의 열린 성격과 사적인 쉼을 동시에 담아내려 한 것이죠.
코브더장충 마당 정원 모습 ⒸSPI 플랫폼 마케팅팀
Q. 좀 더 디테일한 인테리어적인 측면에서는 동네와 공간의 접점을 어떻게 살렸는지도 궁금합니다.
코브더장충을 리모델링할 때 여러 포인트를 고려했는데 그중 하나가 그늘이 있는 집이라는 특성을 살리는 것이었어요. 집에 그늘이 있으면 나쁘다는 인식이 있는데 그늘이 있음으로 빛이 쉴 수 있는 공간이 생기는 것이기도 합니다. 집의 다채로움을 만들어 주는 요인이 되기도 하죠. 그늘의 기능을 살리기 위해 집 외부에 차양 형태의 지붕을 만들어서 빛의 이동을 볼 수 있는 공간을 구현했습니다. 마당과 담장, 빛의 이동, 바람 등을 한 곳에서 느끼며 집에서의 휴식과 쉼을 감각적으로 경험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여정도 중요한 기획 포인트였습니다. 외부에서 내부로 이어지는 여정뿐 아니라 내부 공간에서의 여정도 고려해 벽을 뚫거나 철거할 수 없는 기둥들을 이용하여 배치에 변화를 주었습니다. 이 공간에서 20년 동안 생활하면서도 발견하지 못한 가치를 만들어 냈다고, 건물주분의 만족도가 높았습니다.
자산을 개발하듯 브랜드 커뮤니티 플랫폼을 프로듀싱하다
Q. 브랜드는 공간 또는 소비자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어떤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까요?
브랜드는 결국 소비자와 직접 만나야만 관계를 맺을 수 있습니다. 온라인에서는 메시지를 발신하거나 판매 기능은 가능하지만, 깊은 소통을 이루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오프라인 공간은 단순한 쇼룸을 넘어 브랜드를 체험하는 무대가 됩니다. 동시에 그 무대는 브랜드가 자기 자신을 시험하는 실험실이기도 합니다. 소비자가 어떤 시간을 보내는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를 통해 브랜드 역시 스스로를 새롭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죠. 또 하나 중요한 것은 공간이 놓인 동네와의 관계입니다. 방문객은 공간만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그곳까지 걸어오는 길, 동네가 주는 분위기까지 함께 체험합니다. 그래서 공간은 브랜드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역과 함께 짜인 경험의 일부가 됩니다. 온라인이 숫자로만 남는다면, 오프라인은 기억으로 남습니다. 방문객이 느낀 공기, 색감, 머물렀던 시간은 쉽게 지워지지 않죠. 여기에 온·오프라인의 정교한 연계가 더해져야 합니다. 초반에는 온라인을 통해 공간의 존재를 알리고, 특정 요소는 오프라인에서 직접 경험해야만 느낄 수 있게 설계하며, 동시에 콘텐츠를 이슈화해 온라인으로 다시 확산시키는 흐름까지 고려해야 합니다. 이렇게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소비자는 브랜드를 단순히 ‘한 번 방문한 곳’이 아니라 기억에 남는 경험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결국 브랜드 캡슐 라운지는 단기적 이벤트가 아니라, 장기적인 브랜딩을 위한 토대가 되어야 합니다.
Q. 지금까지 이야기를 들으며 베리띵즈는 자산을 개발하는 디벨로퍼처럼, 브랜드의 가치를 개발하는 역할을 담당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대표님께서 생각하시는 베리띵즈의 미래 비즈니스 방향이 궁금합니다.
베리띵즈는 공간을 매개로 브랜드의 이야기를 경험으로 전환하는 일을 합니다. 그렇기에 브랜드를 어떻게 느끼게 할 것인지를 만들어 가는 것에 집중합니다. 브랜딩, 경험 기획, 운영을 담당하며 공간을 플랫폼화해 나가죠.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브랜드와 자산을 함께 개발하는 관점입니다. 저희는 유휴 공간을 발굴하거나 신축·리모델링 건물과 같은 새로운 자산에 브랜드를 접목해, 공간이 가진 가치를 높이는 동시에 브랜드의 경험을 강화하는 방식을 고민합니다. 알로소 브랜드 캡슐 라운지처럼 한쪽에서는 건물주의 장기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다른 한쪽에서는 브랜드의 메시지를 생활 속에서 체험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 그 사례입니다. 앞으로 이런 사례들을 늘려 나갈 계획입니다.
여의도 파크원 타워2 입주사 전용 프리미엄 라운지 SWITCH22. 베리띵즈는 네이밍과 브랜딩, ART&VMD를 총괄했다. ©ARCHFRAME
어린이와 부모가 함께 체험할 수 있는 브랜드 팝업, 일룸 '작은 작업자들의 학교' Ⓒ베리띵즈
부동산적인 관점에서 보면 베리띵즈는 알로소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지역을 찾고, 자산을 개발하는 것과 동시에 그 안에 새로운 테넌트를 유입해 소비자 경험까지 구성했습니다. MD 프로듀싱의 능력도 보여준 것이죠. 사이트 개발, 공간 기획, MD 프로듀싱까지 브랜드라는 자산을 극대화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타운매니지먼트의 가장 소비자 가까운 지점인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가는 셈이죠. 이런 관점에서 앞으로 베리띵즈가 구현할 또 다른 브랜드 캡슐 라운지들이 기대됩니다. 어떤 브랜드의 가치를 만들어 갈지, 새롭게 제안할 라이프 스타일은 어떤 모습일지, 그 공간과 브랜드를 경험할 때 무엇을 느끼게 될 것인지 궁금합니다. 궁금증을 유발하고 새로운 감도를 담아 사람을 모으는 브랜드 디벨로퍼, 베리띵즈. 이들의 또 다른 브랜드 캡슐 라운지에서 만날 날이 기다려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