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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번째 프리즈 서울이 막을 내렸습니다올해에는 해외 갤러리 참여가 다소 줄어든 가운데아시아와 서울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갤러리들의 존재감이 한층 도드라졌습니다쏟아지는 이벤트와 전시 속에서 마음에 남는 작품이 있으셨나요어쩌면 지금쯤 배송을 기다리고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작품을 구매하고 난 다음 컬렉터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이제부터는 그 작품과 함께 어떤 컬렉션을 만들 것인지그리고 그 작품이 어떤 가치를 지니게 할 것인지를 고민해 보아야 합니다.

미술시장에서 작품과 컬렉션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소장 이후에 작품을 어떻게 보여주고,  운용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이 필요합니다. 작품의 가치는 그 자체로 결정되지 않고 작가의 이력과 전시컬렉션 속에서 만들어집니다이번 화에서는 작품의 가치를 높이고 컬렉션을 운용하는 전략, ‘전시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컬렉팅에서 전시가 중요한 이유


아무리 뛰어난 작품일지라도 그저 보관되어 있는 상태에서는 그 가치를 시장에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작품은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과정을 통해 명성을 쌓고그에 따른 시장 가치도 형성됩니다. 미술에서의 가치는 작품이 언제어디서어떤 방식으로 전시되었는지 그 이력을 통해 구체화됩니다전시 이력은 가격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작가와 작품의 신뢰도를 판가름하는 기준이 되기도 합니다이 과정을 무수히 반복하고 미술사적인 인정까지 받아 단단한 가격대를 구축하게 되면 비로소 블루칩 아트라고 불리게 됩니다.

전시는 아트를 감상하고 즐기는 방법이기도 하지만시장과 아트씬에서 가치를 만드는 자산 운용의 과정이기도 합니다특히 현대미술처럼 다양하게 해석되고 시장의 평가가 유동적인 장르일수록전시를 통해 작품의 서사와 존재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기회가 중요해집니다그리고 작품이 어떤 전시와 어떤 맥락으로 소개되었는지그 전시가 어느 기관어떤 큐레이터에 의해 기획되었는지 등은 시장 안에서 작품의 가치를 가늠하는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지난 8월부터 개인전 <Mark Bradford: Keep Walking>을 통해 국내에 본격적으로 소개되기 시작한 마크 브래드포드. 그의 작품은 프리즈 서울 2025에서 최고가인 약 62억 원에 거래되었다 . ⒸSPI 리치라운지 라이프스타일팀

전시는 미술관이나 갤러리 같은 전문 기관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일까요컬렉터는 시장에서 작품을 구매하는 소비자 위치에만 머물러야 할까요결론부터 말하자면컬렉터도 작품을 전시하는 주체가 될 수 있습니다그렇다면 컬렉터는 작품을 어떻게 전시할 수 있을까요?

 

01 수장고 뷰잉룸

최근 수장고에 작품을 보관하면서 필요할 때 작품을 전시하는 방법으로 뷰잉룸(Viewing Room)이 주목받고 있습니다고가의 작품일수록 이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보험운송설치 부담이 커지는데뷰잉룸은 이러한 부담을 줄이면서 안전하게 작품을 보여줄 수 있는 전시 방법입니다그리고 수장고 특성을 활용해 프라이빗하게 작품을 선보이면서 네트워크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최근 수장고 서비스에 뷰잉룸을 결합해 운영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하나은행은 고액자산가 고객을 대상으로 작품 수장고와 뷰잉룸을 결합한 개방형 수장고 하트원(H.art1)을 운영하고 있습니다수장고 2층은 개방된 전시장으로하나은행 소장 미술품 중 주제에 따라 엄선된 작품을 선보입니다. 3층에서는 하나은행 VIP 회원 컬렉터가 프라이빗하게 작품을 보관할 수 있게 꾸며져 있습니다.

수장고와 뷰잉룸을 결합한 하나은행의 하트원(H.art1) 전시 공간. ⒸSPI 리치라운지 라이프스타일팀
레일을 따라 좌우로 이동 가능한 수장고 아트 랙(Art Racks)을 활용해서 전시한 모습. ⒸSPI 리치라운지 라이프스타일팀 

 

02 공간 자산에 설치하는 방법

컬렉터가 소장한 작품을 상업 공간이나 자산에 설치하는 방식은 단순한 인테리어를 넘어 작품을 지속적으로 노출할 수 있는 전시 전략입니다대표적인 사례로 홍콩과 중국 각지에 위치한 쇼핑몰 K11 아트몰(K11 Art Mall)과 M11 뮤제아(K11 MUSEA)가 있습니다. K11은 쇼핑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예술을 경험할 수 있도록 설계된 복합문화 플랫폼입니다.

홍콩에 위치한 K11 뮤제아는 '뮤지엄 리테일' 컨셉으로 기획된 복합문화공간이다. ⒸK11 MUSEA 홈페이지
붉은 실을 엮어 만든 작품으로 유명한 시오타 치하루의 작품이 공간 중앙에 설치되어 있다. ⒸK11 MUSEA 홈페이지

특히 홍콩 침사추이에 위치한 K11 뮤제아는 '뮤지엄 리테일' 컨셉으로 기획되었습니다. 뮤지엄과 리테일 공간의 경계를 허물고, 공간 곳곳에 설치한 작품을 리테일 자산의 핵심 콘텐츠로 전환시켰죠내부에는 회화조각뉴미디어 등 다양한 장르의 현대미술작품이 쇼핑 동선 속에 배치되어 있어방문객은 쇼핑하면서 작품을 감상하게 됩니다공간에 전시된 작품은 꾸준히 노출되면서 화제성을 갖게 됩니다또한 공간은 작품을 통해 프리미엄 가치를 획득하게 되죠.

리테일샵과 작품이 경계 없이 설치된 K11 뮤제아 내부 모습. ⒸK11 MUSEA 홈페이지

 

03 작품 대여

종종 전시를 보다 보면작품 캡션에 소장처가 적힌 걸 볼 수 있습니다소장하고 있는 작품을 전시를 위해 대여해 준 경우 이렇게 따로 소장처를 밝히게 됩니다. 소장처를 밝히고 싶지 않을 경우, '개인 소장', 'Private collection'으로 표기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직접 전시를 열지 않더라도작품을 필요로 하는 기관에 대여해주는 방식으로 작품을 선보일 수 있습니다. 특히 미술관비엔날레공공기관 등 공신력 있는 기관 전시에 참여하게 되면 신뢰할 수 있는 레퍼런스를 쌓을 수 있게 됩니다작품은 컬렉터에게 속해있지만존재감을 드러내면서 예술계 안에서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효과적인 방식 중 하나입니다.

개인 컬렉터로부터 빌려온 경우, 캡션에 '개인 소장', 또는 'Private collection' 등으로 표기한다. ⒸSPI 리치라운지 라이프스타일팀

 

04 컬렉션 전시 기획

과거에는 작품을 많이 모았다는 사실만으로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지만점점 더 어떤 기준으로 작품을 모았는지컬렉션으로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하는지가 중요해지고 있습니다이런 배경에서 컬렉터들의 취향과 컬렉션을 주제로 전시를 기획하기도 합니다전시를 통해 컬렉션의 방향목적을 설명하고 컬렉션 자체가 하나의 아이덴티티를 갖추게 하는 것이죠.

S2A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수집취향의 지형도> 4명의 컬렉터 필립 티로김남규정승우이준혁과 세아상역이 운영하는 S2A의 컬렉션을 기반으로 기획되었습니다이들의 미적 취향과 수집 철학을 소개하고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컬렉션을 구성해 왔는지를 보여주는 전시입니다.

4명의 컬렉터 필립 티로, 김남규, 정승우, 이준혁과 세아상역의 S2A 컬렉션을 선보이는 전시 <수집, 취향의 지형도>. ⒸS2A
프랑스인으로서 한국 고미술을 꾸준히 수집해 온 필립 티로의 컬렉션. ⒸS2A 
꾸준한 전시 관람과 리서치를 통해 자신만의 취향으로 구축해온 이준혁의 컬렉션. ⒸS2A

전시를 통해 컬렉션을 알리고고유한 의미를 덧입히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컬렉션도 결국 하나의 브랜드가 됩니다널리 알려져 있는 이건희 컬렉션’, ‘피노 컬렉션도 이 과정을 반복해서 정체성을 만들어왔습니다컬렉션에 고유한 정체성이 생기면 작품 수집 이상의 의도와 방향이 담긴 자산즉 기획된 자산으로 평가받을 수 있습니다무엇을왜 모았는지 컬렉션의 가치가 더 설득력 있게 전달되고결국 작품 하나하나의 평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게 됩니다.

 

05 미술관 설립

컬렉터가 자신의 컬렉션을 전시하는 방법 가운데 가장 확장된 형태는 미술관을 설립하는 것입니다미술관을 짓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기반 중 하나가 바로 컬렉션이기 때문입니다세계적인 미술관으로 손꼽히는 구겐하임 미술관 역시 처음에는 한 사람의 컬렉션에서 출발했습니다솔로몬 R. 구겐하임은 20세기 초 칸딘스키와 같은 작가들의 추상미술을 수집했고늘어나는 컬렉션을 운용하기 위한 기반으로 미술관과 재단을 세웠습니다구겐하임 재단은 현재 미국베니스빌바오에서 미술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구겐하임은 1948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컬렉션을 선보여 미술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베니스에서 컬렉션을 전시하고 거주할  집을 마련했다. ⒸSPI 리치라운지 라이프스타일팀
구겐하임은 세상을 떠날 때까지 이곳에서 살면서 작품을 수집했고, 오늘날 그녀의 집은 베니스를 대표하는 뮤지엄 중 하나가 되었다. ⒸSPI 리치라운지 라이프스타일팀

컬렉션이 미술관으로 구체화되면작품의 가치를 어떻게 보여주고 해석할 것인가에 대한 주도권을 가질 수 있습니다컬렉션 전시와 기획 전시를 반복하면서미술관은 미술 시장과 아트씬에서 가치를 만들어내는 주체로 자리 잡습니다이런 축적의 과정을 통해컬렉션은 미술관에서 문화적 자본으로 진화하게 됩니다결국 미술관은 컬렉터가 구축한 취향안목그리고 가치를 가장 완성도 높게 전달할 수 있는 형태인 셈입니다.

 

컬렉터에게 전시는 예술을 즐기는 방식인 동시에 작품의 가치를 설계하고 시장과 연결하는 활동입니다. 어떤 작품을 수집했는지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보여주느냐에 따라 가치와 평가가 달라지기 때문에컬렉터는 작품의 가치를 어떻게 운용할 것인지 끊임없이 고민하게 됩니다.

이런 점에서 아트테크는 생각보다 복잡하고 까다로운 투자 방식으로 여겨지기도 합니다작품을 구하는 과정도 쉽지 않은데작품을 꾸준히 가치 있는 자산으로 운용하는 과정에서 훨씬 더 섬세한 전략과 시간을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컬렉팅과 아트테크가 매력적인 이유는 그 과정 속에서 예술을 즐기고 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작품이 가진 아름다움과 의미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하고전시를 통해 세상과 공유하는 그 경험은 예술의 본질적인 즐거움이기도 하죠.

프리즈∙키아프 위크를 맞아 새롭게 개막한 전시가 많습니다남은 9월에는 조금 다른 시선으로 전시를 감상해 보는 건 어떨까요이 작품이 어떤 맥락에서 어떻게 전시되고 있는지 살펴보며언젠가 내 컬렉션을 전시한다면 어떤 방식이 좋을지 상상해 보는 것이죠지금 보고 있는 전시 하나하나가 어쩌면 미래에 나의 컬렉션과 전시에 대한 힌트가 되어줄지도 모릅니다.

SPI 리치라운지 라이프스타일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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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을 소유의 대상이 아닌 감각과 철학, 태도와 문화까지 담아내는 그릇이라고 생각하고, 그 안에 담아낼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