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는 상업 공간의 입지, 규모, 입점 브랜드 등이 주요 경쟁력이었습니다. 이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 공간에서 어떤 경험을 했는가?'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현대의 상업 공간은 단순히 업무나 비즈니스 거래가 이뤄지는 장소를 넘어 이용자의 몰입과 집중, 일상과 품격을 제공하는 무대가 되고 있는 것이죠.
더 나아가 상업 공간은 공간 내 입점한 회사 또는 브랜드가 손님을 맞이하는 첫 번째 ‘환대의 장’이자 얼굴이기도 합니다. 편안한 대기와 세련된 응대가 가능해야 하며, 공간의 분위기 자체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이용자에게 '잘 대접받았다'는 인상을 남기는 것만으로도 기업이나 브랜드의 이미지와 신뢰도가 크게 달라집니다.
따라서 굉장히 복합적인 요인들의 영향으로 만들어지는 경험을 설계하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어떤 브랜드를 입점시키고, 어떤 인테리어를 할 것인가 만큼 이 공간에서 소비자 혹은 고객이 어떤 경험을 얻게 할 것인지 고려해야 하죠. 이때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가구, 특히 소파입니다.
소파는 단순한 휴식의 도구가 아니라 공간에 머무는 사람에게 새로운 경험의 매개가 되고 있습니다. 상업 공간에서의 가구는 앉거나 쉬는 기능을 넘어 공간의 성격과 이용자의 경험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입니다. 때로는 동선을 조율하기도 하고, 공간의 편리함과 편안함을 결정짓기도 합니다. 동일한 공간임에도 어떤 가구를 사용했느냐에 따라 경험 가치도 달라집니다. 결과적으로 사용자 경험을 설계하는 가장 물리적이고 직접적인 도구인 셈입니다.
그렇다면 하이엔드 상업 공간에는 어떤 가구가 필요할까요? 어떤 특징과 기능을 갖춰야 할까요? 이를 바탕으로 공간을 이용하는 이들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할까요? 하이엔드 상업 공간에서의 가구, 특히 소파를 활용해 제공할 수 있는 가치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도쿄 아자부다이 힐스의 ‘로비 아틀리에 라운지’
로비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공공의 공간이지만, 동시에 잠시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낼 수 있는 곳입니다. 완전히 사적이지도, 완전히 공개되지도 않은 이 애매한 경계가 로비의 가장 큰 매력입니다. 커다란 건물의 첫인상을 결정짓는 얼굴이면서, 대기하는 시간조차 휴식과 사색으로 바꿔 주는 작은 피난처가 되기도 하죠. ‘프라이빗 퍼블릭(Private Public)’이라는 이중성은 로비를 단순한 대기 공간이 아닌, 머무는 순간의 품격을 보여주는 무대로 만듭니다.
도쿄 아자부다이 힐스를 방문했을 때, 로비의 이중성을 감안한 최적의 공간 구현을 경험했습니다. 모리빌딩은 1층 메인 로비의 안내 데스크 앞에 약 열 개의 1인용 소파를 배치했는데, 마치 ‘소파 아틀리에 라운지 (Sofa Atelier Lounge)’처럼 독립된 라운지들이 자연스럽게 연출되어 있었습니다. 소파는 모두 창밖의 정원을 향해 놓여 있었고, 서로 마주 보지 않도록 배치되어 앉는 순간, 정원과 마주하는 개인적 시간이 자연스레 만들어졌습니다. 도심 한가운데에서 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갖는 듯한 느낌, 마치 큰 건물 속에 숨겨진 작은 아지트에 들어선 기분을 느낄 수 있었죠.
등받이가 높아 외부에서는 앉은 사람의 모습이 거의 보이지 않고, 대화나 통화의 소리도 소파 사이에서 잦아들며 로비 전체가 은밀한 사운드 쿠션을 두른 것 같았습니다. 실제 안내 데스크에서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았습니다. 마주 보는 시선이 없기에 누구도 방해하지 않고, 잠깐의 휴식이나 사색이 가능하며, 일하는 사람과 방문객 모두가 각자의 리듬을 찾을 수 있습니다.

아자부다이 힐스 1층 메인 로비에 독립된 라운지 역할을 하는 1인용 소파가 놓여있다. ⒸSPI 플랫폼 마케팅팀
물리적 가치에서 경험적 가치로
이런 관점에서 소파의 역할도 달라집니다. 물리적 가치가 아닌 경험적 가치로 상업 공간의 경쟁력이 결정되는 만큼 소파 또한 앉는 가구를 넘어 시간을 담는 공간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죠. 이제 사람들은 소파 위에서 지친 감각을 되찾고, 새로운 행위와 몰입을 통해 자신만의 시간을 만들어 갑니다. 주거 공간에서 일어난 변화는 자연스럽게 상업 공간에 대한 기대와 요구로 이어집니다.
이에 맞춰 브랜드의 활동과 프로그램, 제품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중 눈에 띄는 브랜드가 알로소입니다. 알로소는 기존에 익숙하지 않던 1인소파를 전면에 내세우며 “소파 위의 시간”이라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달해 왔습니다.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도구로서의 소파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라는 질문을 품고 제품 개발과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죠.

시간을 보내는 도구로서의 소파와 그 역할에 대해서 고민하는 브랜드 알로소. 사진은 워커힐과 협업한 The Reflection Lounge 모습. Ⓒ알로소
알로소가 주목한 흐름은 공간 기능의 변화였습니다. 전통적인 거실의 구조에서는 벽에 걸린 TV와 그 앞에 위치하는 소파가 당연했지만, 오늘날의 거실은 가족과의 대화, 혼자만의 몰입 등 취향에 따라 각기 다른 기능과 역할을 담당하는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을 바탕으로 알로소는 1인 소파를 활용한 거실 공간을 제안하거나 키친과 리빙룸 등 개별 공간으로 나눠지던 경계를 허무는 새로운 라이프를 제안합니다.

알로소는 1인 소파를 활용한 새로운 라이프를 제안한다. Ⓒ알로소
주거 공간을 넘어 상업 공간에서도 이 같은 가치와 기능을 구현해야 합니다. 물리적 가치보다 경험적 가치를 중요시하는 사람들에게 상업 공간에서도 몰입의 경험을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죠. 소파가 불편하면 어떤 경험도 긍정적으로 인지하기 어렵습니다. 그렇기에 하이엔드 상업공간의 소파 선택은 단순한 가구 배치가 아니라 공간 전체의 브랜드 경험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가 됩니다.
일상에서 몰입의 시간을 경험하다
알로소 윤양빈 총괄 팀장은 "알로소는 이미 우리의 생활 속에 존재했지만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것들을 새롭게 정의하고, 재발견하는 경험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소파 하나를 바꾸는 경험을 통해 삶의 편의성이 높아지고, 일상에서 몰입과 휴식의 시간을 만들 수 있음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죠."라고 브랜드의 가치를 설명합니다.
알로소의 이 같은 고민과 제안은 알로소 브랜드 전시를 통해 꾸준히 드러납니다. 오는 11월 2일까지 장충동에서 운영되는 알로소 브랜드 캡슐 라운지 <소파多방>도 같은 맥락에서 기획되었습니다. 새로 지어진 곳이 아니라 오래 있었지만 잘 알지 못했던 장소를 선택해 일상에서 발견한 감각을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많이 듣고 익숙해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잘 모르는 동네 장충동 역시 알로소의 메시지를 명확하게 전달하기에는 최적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장충동에서 진행 중인 알로소 브랜드 캡슐 라운지 <소파多방> Ⓒ알로소
내부 프로그램 기획에서도 제품 경험을 넘어 4개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한 소파 위의 활동에 집중했습니다. 안그라픽스의 건축/디자인 서적을 깊게 읽으며 소파를 하나의 조형물로 바라보는 경험, 파이롯트의 필기감을 느끼며 아날로그적 감성을 채우는 경험, 풍월당의 클래식을 들으며 낭만주의 시대를 탐구하는 경험 등 새로운 자극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열어 놓았죠. 익숙한 것을 다시 꺼내어 바쁘게 흘려보낸 시간을 몰입의 시간으로 바꾸는 경험을 제공합니다. 그 매개체가 바로 알로소의 소파인 것이죠.

브랜드 협업을 통해 소파 위에서 다양한 경험과 몰입이 가능하게끔 <소파多방> 공간을 구성했다. 사진은 출판사 안그라픽스와 협업한 공간의 모습. Ⓒ알로소

상업 공간에서 하이엔드 라이프의 새로운 스타일을 제안하다
알로소는 고객 경험으로 새로운 것만 제시하지 않습니다. 익숙한 일상에 숨어 있는 가능성을 다시 발견하고, 그 발견이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과정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브랜드 캡슐 라운지를 통해 제품 경험을 넘어 고객들의 일상을 확장하고, 변화를 만들어 가는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이 같은 메시지는 상업 공간에서도 동일하게 반영됩니다. 가격이나 소재의 희소성에 국한하기보다 사용자가 소파를 통해 삶의 질과 시간을 더 풍요롭게 경험하는 방식을 이야기합니다. 물리적 가치보다 경험적 가치를 중시하는 태도에서 출발한 하이엔드 리빙 브랜드로서 일부의 폐쇄적 커뮤니티를 위한 소구점을 찾기보다 일상 속에서 감각을 확장하고 생활의 격을 높이는 제안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갈수록 눈높이가 높아지는 고객들이 원하는 것은 단순히 가구를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의 질을 한층 더 높일 수 있는 방식입니다. 알로소는 상업 공간에서 소파는 대화가 이뤄지고 몰입이 가능하며 취향에 따라 유연하게 변주되는 공간을 완성하는 상품이어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모듈소파, 1인소파, 개인화된 서재를 대체하는 소파 등 다양한 활용 스타일의 구현을 통해 일상의 공간을 더 깊이 있는 경험의 장으로 전환하는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입니다. 몰입의 경험을 극대화해 상업 공간에서 하이엔드 라이프를 구현하기 위한 선택이기도 합니다.
알로소는 하이엔드 라이프가 기능적 완성도를 넘어 예술과 문학, 영감과 교감이 교차하는 순간에서 만들어진다고 정의합니다. 그렇기에 편안한 가구를 제공하는 데 그치기보다 공간 전체와의 어우러짐은 물론이며 새로운 하이엔드 라이프 스타일에 맞춘 기능적, 구조적 공간 컨설팅을 동시에 제안합니다.
그 구체적인 운영 방식과 프로그램은 다음 화에서 소개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