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샬럿(Charlotte)으로 인터뷰 보러 가야 할 것 같아."
지난 2월, 이직을 준비하던 남편의 말에 샬럿을 검색해 봤습니다. 뉴욕에서 비행기로 1시간 30분~2시간 떨어진 미국 남동부 노스캐롤라이나(North Carolina)주에 위치한 도시였죠. 3월 말 최종 면접 이후 남편과 함께 도시의 분위기를 직접 경험하기 위해 2박 3일 일정으로 샬럿을 직접 다녀왔습니다. 뉴욕의 쌀쌀했던 3월과는 다르게 벚꽃이 만개한 샬럿은 남부 특유의 친절함과 깔끔하고 정돈된 느낌으로 첫인상이 좋았습니다.
미국의 제2 금융 허브로 자리매김
샬럿은 미국 남동부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대도시로, 1768년 설립 당시 영국 왕비 샬럿 소피아를 기리기 위해 ‘퀸 시티(Queen City)’라는 별칭을 얻었습니다. 1799년 미국 최초의 금광 발견으로 금 생산 중심지로 부상했고, 1837년 연방 조폐국 설립을 계기로 금융 인프라가 확립되었습니다. 19세기에는 섬유 산업과 면화 무역이 번성하면서 은행과 자본 대출이 발달하며 금융 기반이 강화되었습니다. 20세기 후반부터는 뱅크 오브 아메리카(Bank of America)와 웰스 파고(Wells Fargo) 동부 본사, 트루이스트 파이낸셜(Truist Financial)과 같은 금융 기업들이 샬럿에 자리 잡으면서 금융 허브 도시로 도약했습니다.
UNC 샬럿 (University of North Carolina at Charlotte) 등 높은 수준의 교육 기관을 통해 금융 및 핀테크 인재를 유치하며 전통 은행에서 핀테크 산업으로의 전환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2022년 더 뱅크 오브 런던(The Bank of London)의 미국 본사 설립, 2023년 크레딧 카르마(Credit Karma), 2025년 자산 관리 및 금융 기술 회사 에셋마크(AssetMark)의 진출로 금융 클러스터 효과*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뉴욕에 이어 미국의 2위 금융 허브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샬럿은 지역 언론과 비즈니스 커뮤니티에서 ‘사우스 월스트리트 (South’s Wall Street)’ 또는 ‘핀테크 허브’라고도 불립니다. 금융 중심지로서의 위상을 강조하며 금융, 기술, 문화가 융합하는 다각적 중심지로서 위상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젊은 인재와 가족을 끌어들이는 도시
샬럿 지역 경제 개발 기관인 Charlotte Regional Business Alliance(CLT Alliance, 2024년 4월) 자료에 따르면, 전체 이주자의 약 3분의 2가 25에서 54세 사이로 핵심 노동 연령층에 해당합니다. 이들 대부분은 금융, 기술, 제조, 헬스케어 분야의 전문직 종사자와 근로자 또는 소규모 비즈니스 창업자입니다. 뉴욕시(연간 6,500명), 마이애미(1,700명), 워싱턴 D.C.(1,500명) 등 대도시에서 샬럿으로 이주해 오고 있죠. 다른 주요 도시에 비해 온화한 기후, 비교적 낮은 생활비, 폭넓은 직업적 기회가 주요 요인으로 꼽힙니다.
이 외에도 75개 이상의 양조장, 66%에 달하는 녹지율, 200개 이상의 공원이 있어 테니스, 수영, 골프, 자전거, 낚시, 피클볼 등 다양한 여가 활동을 즐길 수 있고, 가족 친화적 환경이 삶의 질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개인적 성장과 직업적 기회가 조화를 이루는 환경이 핵심 노동 연령층을 끌어들이는 중요한 요인이라 볼 수 있습니다.
용도 중심의 대표적인 여섯 지역으로 구분되는 샬럿
샬럿의 구역과 지역적 특성에 대해서 살펴보면, 뉴욕시의 소호, 미드타운, 어퍼 웨스트사이드처럼 뚜렷한 구역 구분이 있는 도시이지만, 뉴욕만큼 세분화된 지역 특성은 덜 합니다. 샬럿은 도시의 중심부인 업타운(Uptown)을 기준으로 동서남북 방향으로 지역이 나뉩니다. 뉴욕처럼 다양한 민족과 문화적 배경에 의한 구분보다는 주로 예술, 비즈니스, 주거 등의 용도 중심으로 지역이 형성되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업타운(Uptown)은 샬럿의 중심부로, 뉴욕의 미드타운과 유사하게 비즈니스 허브 역할을 합니다. 은행 본사, 법률 회사, 컨벤션 센터를 비롯한 고층 빌딩들이 밀집해 있고, 정부기관, 박물관, 스포츠 경기장, 호텔 등 업무와 이벤트 중심 공간이 있어 낮 시간대에는 회사원과 방문객으로 붐비는 편입니다. 문화와 비즈니스가 조화를 이룬 샬럿의 핵심 지역이라고 할 수 있지만, 상업·주거 복합 공간의 비율이 낮아 특정 시간대에 인구 밀도 차이가 큽니다. 퇴근 이후나 경기 또는 콘서트가 없는 평일 저녁과 주말에는 비교적 한산한 모습을 보이는데, 서울의 여의도를 떠올리게 하는 도심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라이너(LYNX) 블루라인으로 연결된 업타운과 사우스 앤드 ⓒ김지영
딜월스(Dilworth)는 뉴욕의 어퍼 웨스트(Upper West Side)와 비슷한 느낌이지만 규모는 더 작고 조용해 고즈넉한 분위기입니다. 역사적 가치가 높은 고급 주택들이 밀집해 주거지로 인기가 높습니다. 인근의 마이어스 파크(Myers Park) 또한 샬럿 최고의 고급 주거 지역 중 한 곳으로 대저택과 넓은 정원, 골프 클럽 등을 갖춘 안정적인 환경의 주거 지역입니다.
밸런타인(Ballantyne)은 샬럿 남부에 현대적으로 설계된 커뮤니티로 고급 쇼핑몰, 기업 사무실, 고층 아파트가 밀집되어 있습니다. 세련된 도시 경험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매력적인 지역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노다(NoDa, North Davidson Arts District)는 샬럿의 대표적인 예술 지구로 역사적인 섬유 공장 건물을 개조한 로프트 형태의 카페, 예술 갤러리, 라이브 음악 공연장, 크래프트 맥주 양조장이 많아 젊은 층과 예술가들에게 인기 있는 지역입니다.
사우스 엔드(South End)는 트렌디한 감성을 지닌 지역으로, 대규모 복합 개발 프로젝트를 통해 역동적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라이너(LYNX) 경전철 노선을 따라 발전하면서 젊은 전문직 종사자들에게 인기 있는 주거지로 자리 잡는 중입니다. 창고를 개조해 만든 레스토랑과 양조장, 부티크 상점 그리고 아트 갤러리 등이 이곳의 독창적이고 힙한 분위기를 보여줍니다.
캠프 노스 엔드(Camp North End)는 업타운 북쪽에 위치하며, 과거 군수공장 부지를 재생하여 복합문화지구로 탈바꿈했습니다. 주거 공간과 더불어 식음료 매장, 디자인 스튜디오, 공유 오피스, 이벤트 공간 등 여러 용도로 활용 가능한 다채로운 공간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기존 구역들 외에도 새로운 신도시 구역들이 샬럿 외곽 지역에 속속 등장하면서 도시는 빠르게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변화와 성장은 부동산 임대 수요, 주거지 선호도, 상업용 부동산 흐름, 테넌트 구성의 다양성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샬럿은 하나의 단일 기능 도시가 아닌, 인간 중심의 복합 도시 플랫폼으로 진화하며 다양한 생활 양식을 반영한 도시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트렌디한 라이프스타일의 중심지, SOUTH END
저희가 첫 해 거주지로 선택한 사우스 엔드는 2007년 Lynx 블루라인 라이트 레일 개통 이후 교통 접근성이 좋아지며 빠르게 발전한 지역입니다. 2000년대 초 공장들의 재활용과 환경 정화를 통해 현재는 오피스, 리테일, 레지던스가 융합된 복합 개발 지역으로 탈바꿈했습니다. 사우스 엔드의 철로를 따라 걸으면 현대적인 아파트와 다양한 리테일 매장을 쉽게 둘러볼 수 있습니다.

MZ세대의 전문직 종사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샬럿 사우스 엔드 지역의 모습 ⓒ김지영
사우스 엔드는 밀레니얼 및 Gen Z 세대의 젊은 전문직 종사자들이 특히 선호하는 지역입니다. 올해 초 샬럿 센터 시티 파트너스(Charlotte Center City Partners)가 발표한 연례 보고서 ‘State of the Center City’ 에서는 사우스 엔드의 지속적인 발전과 샬럿 도심 지역의 변화를 다뤘습니다. 그 내용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사우스 엔드의 중위 연령은 30세로(2022년 28세에서 상승) 업타운의 중위 연령인 33세보다 낮아 더 젊은 지역임을 알 수 있습니다. 평균 월세는 2,100달러로 업타운의 1,950달러를 상회하며, 가구당 중위 소득 역시 10만 달러로 업타운의 8만 7천달러를 넘어섭니다. 이는 사우스 엔드가 젊은 전문직과 기업이 높은 매력을 느끼는 지역임을 알 수 있는 지표이기도 합니다. 거리를 산책하다 보면 실제로 활기찬 에너지와 젊은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습니다.
섬유 공장에서 사우스 엔드의 랜드마크로, Atherton Mill
사우스 앤드에서도 눈에 띄는 공간이 레일 트레일 위에 위치한 애서턴 밀입니다. 도시의 역사와 현대적 감각이 어우러진 복합 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으면서, ‘사우스 엔드의 심장(Soul of South End)’이라는 애칭을 얻었습니다. 1892년에 착공하여 1893년 문을 연 애서턴 면직 공장(Atherton Cotton Mills)은 샬럿 최초의 방직 공장으로 한때 지역 섬유 산업의 중심지였습니다. 하지만 20세기 후반 섬유 산업의 쇠퇴와 해외 이전으로 문을 닫고 오랜 기간 방치되었습니다. 이후 1990년대 사우스 엔드의 재개발이 시작되면서, 애서턴 밀도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습니다.

사우스 엔드 지역에 개발된 현대적 감각의 복합 문화 공간 애서턴 밀의 내부 모습 ⓒ김지영
2006년 시작된 리노베이션 프로젝트는 2016년 본격화되었고, 2019년에 1억 달러 규모의 확장 공사를 통해 115,000평방 피트의 리테일 공간과 346유닛 규모의 NOVEL Atherton 아파트 단지가 조성되었습니다. 기존 공장의 일부는 Atherton Lofts 콘도미니엄과 36개의 라이브-워크(live-work) 공간으로 재탄생해, 젊은 전문직과 고소득층에게 주거지로 주목받는 곳이 되었습니다. 또한 LYNX 블루라인, 레일 트레일 등과 보행 친화적인 환경을 조성해 주거와 쇼핑, 외식, 엔터테인먼트를 아우르는 중심지로 거듭났습니다. 역사적인 벽돌 외관, 철골 구조, 대형 창문 등 과거 공장의 상징적 요소를 보존하면서도 현대적인 리테일 매장과 트렌디한 레스토랑이 자리 잡으며 과거와 현재가 어우러진 공간으로 재탄생한 것이죠.

공장 지구에서 사우스 엔드의 새로운 중심지로 자리잡은 애서턴 밀의 외부 모습 ⓒ김지영
애서턴 밀에서도 인상적인 공간은 과거 전차 정비 차고였던 트롤리 반(Trolley Barn)입니다. 이곳은 맥주 양조장과 각기 개성 있는 세 개의 푸드 스테이션이 모인 트롤리 반 퍼멘토리(Trolley Barn Fermentory & Food Hall)로 변신했습니다. 높이 솟은 발효조를 배경으로 직접 양조한 실험적인 소규모 배치 맥주를 탱크에서 바로 맛볼 수 있습니다. 다른 곳에서 맛볼 수 없는 새로운 스타일의 맥주를 지속해서 선보이면서 색다른 미식의 즐거움을 제공하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맥주 양조장과 개성 있는 푸드 스테이션이 모여있는 트롤리 반 내부 모습 ⓒ김지영
애서턴 밀은 상업 공간을 넘어 지역 커뮤니티의 중심지 역할도 수행합니다. 매주 토요일에 열리는 애서턴 마켓(Atherton Market)은 지역 농민과 장인, 소규모 사업자들이 신선한 농산물과 수공예품을 판매하는 파머스 마켓이자 주민들이 교류하는 지역 소통의 장이 되고 있습니다. 4월부터 12월까지 매월 첫째 주 일요일에 열리는 팝업 마켓 Front Porch Sundays에서도 소규모 소매업체, 푸드 트럭, 라이브 음악, 포토존 등 다양한 즐길 거리를 제공하는데 샬럿과 인근 지역의 마이크로 리테일러들이 소비자와 직접 만나고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지속적 플랫폼 역할을 합니다. 참여 기업에 대한 지원과 네트워크 확장도 꾀하고 있습니다.

지역의 라이프 커뮤니티 플랫폼 역할을 담당하는 애서턴 밀에서 매주 일요일마다 열리는 Front Porch Sundays 마켓 모습 ⓒtheathertonclt 인스타그램
주말에 비어 있던 사우스 엔드 중심부의 공간을 지역 공동체가 모이는 장으로 만들고자 하는 노력은 사우스 엔드 지역 활성화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방문객들과 주민들이 오래 머물며 탐방할 수 있는 다채로운 공간으로 자리잡았죠.
성장과 변화, 그리고 도전 과제
샬럿 곳곳에서는 사우스 엔드처럼 기존의 산업 유산을 효과적으로 보존하면서 지역 사회와 소통, 협력하여 현대적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개발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2026년까지 샬럿 도심 지역에만 약 37억 달러(한화 약 5조 원) 이상의 개발 프로젝트가 예정되어 있어, 도시의 스카이라인과 경제 환경이 빠른 속도로 변화할 것이라 예상됩니다. 하지만 빠른 성장과 함께 발생하는 문제들도 존재합니다. 교통 혼잡, 대중교통 확장(LYNX 노선 증설), 저렴한 주택 공급 부족은 계속해서 중요한 과제로 남아있습니다. 특히 주택 가격 상승(연 평균 3~5%)과 급격한 성장 속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은 저소득층의 거주지 확보에 어려움을 야기합니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실질적인 주택 정책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으로 경험한 샬럿의 분위기는 평온하고 아늑했습니다. 정갈한 거리, 사람들이 건네는 따뜻한 인사와 밝은 미소, 곳곳에 자리한 푸른 녹지 공간이 함께 어우러져 편안함이 느껴졌습니다. 샬럿이라는 도시의 앞날과 그곳에서 새로 시작될 저의 일상이 어떤 모습일지 기대됩니다.
[공간정보]
Atherton Mill
홈페이지 : https://athertonsouthend.com/
주소 : 2000-2140 South Blvd, Charlotte, NC 28203Trolley Barn Fermentory & Food Hall
인스타그램 : trolleybarnclt
홈페이지 : https://trolleybarn.legionbrewing.com/
주소 : 2104 South Blvd, Charlotte, NC 28203FRONT PORCH SUNDAYS
인스타그램 : frontporchsundays
홈페이지 : https://www.estherandelsaretail.com/
마켓 운영일: 매월 첫째 주 일요일 (4월~12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