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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의 격전지 용산, 그 한복판의 유일한 대학가


서울 25개 자치구 중 ‘재개발’이라는 키워드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지역은 단연 용산구입니다. 한남동과 이태원동 일대에는 ‘디에이치 한남’, ‘아크로 한남’ 등 고급 아파트 단지가 들어설 예정인 한남뉴타운 재개발이 진행되고 있으며, 유휴 부지인 용산역 철도정비창 부지에는 100층 규모의 랜드마크 등이 들어서는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추진중입니다. 또한 주한미군 이전으로 반환된 미군기지 부지 역시 대규모 공원인 용산공원으로 새롭게 조성되는 중입니다. 특히 용산공원은 지난 2020년부터 시범적으로 개방을 시작, 미국 느낌의 분위기로 젊은 세대들의 포토스팟이 되었습니다. 이처럼 민간 주도의 주거 재개발과 더불어, 유휴부지 등을 활용한 도시 차원의 개발이 함께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용산 개발의 뚜렷한 특징입니다.

서울역 인근 또한 변화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서울역 북부역세권 개발사업, 밀레니엄 힐튼 호텔과 메트로타워, 서울로타워 등을 재개발하는 ‘이오타 서울 프로젝트’ 등을 통해 새로운 도심지로 탈바꿈할 예정입니다. 이밖에도 효창공원앞역 역세권 재개발을 통해 임대주택 등이 공급될 예정이며, 남영역 숙대입구역 인근에는 주택재개발 정비를 통해 신축 아파트 단지들이 들어설 예정입니다.

업무지구, 주거단지, 공원 인프라까지 재개발이 이루어지지 않는 지역을 찾기 어렵습니다. 그야말로 서울의 중심이 다시 쓰이는 중입니다. 그러나 빠르게 변하는 도시 한가운데에서도, 여전히 언덕 위 좁은 골목길과 오래된 주택가를 오가는 학생들의 발걸음이 있습니다. 오늘은 급변하는 용산 속에서 아직까지 고요하게 흘러가고 있는 숙명여대 대학가와 인근 지역의 풍경을 함께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재개발의 중심 용산 속에서, 숙명여대 대학가는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있을까요?

숙명여자대학교 위치 및 캠퍼스 주변 재개발 사업 현황 ©서울시도시공간포털

 

KTX 통학 가능? 서울역에서 가장 가까운 대학교


숙명여자대학교는 용산구 청파동 언덕에 자리한 대학입니다. 언덕길을 사이에 두고 제1캠퍼스와 제2캠퍼스가 마주 보고 있는 독특한 구조가 특징적입니다. 두 캠퍼스를 모두 합친 면적은 약 6만 8천 평으로 서울 내 종합대학 중 하위권에 속하며, 올해 기준 재학생 수는 약 1만 2천 명으로 비교적 작은 규모의 대학에 속합니다. 

두 개의 정문이 마주 보고 있는 구조의 숙명여대 캠퍼스 풍경 ©SPI 플랫폼 마케팅팀

숙명여대의 가장 큰 지리적 장점은 단연 ‘서울역에서 가장 가까운 대학’이라는 점입니다. 이는 학교 인근에서 자취하는 학생들에게 본가를 오가기 무척 편하다는 메리트를 제공합니다. 실제로 천안에 거주하면서 KTX를 타고 통학하는 학생이 있을 정도로 가까운 위치는 다른 대학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KTX 통학’을 가능하게 합니다.

그러나 지하철역과 캠퍼스의 접근성은 다소 아쉽습니다. 1호선 남영역, 4호선 숙대입구역, 6호선 효창공원앞역의 중간 지점에 위치해 여러 노선을 이용할 수 있지만, 어느 역에서 출발해도 학교까지는 걸어서 약 15분이 걸립니다. (흔히 말하는 “트리플 역세권은 진짜 역세권이 아니다”라는 말이 떠오르는 입지입니다.) 이에 더해 캠퍼스가 언덕에 위치해있기 때문에, 등교 시에는 대다수의 학생들이 버스를 이용합니다. 특히 효창공원앞역 방면 언덕은 경사가 매우 가팔라 절대 못 걸어 올라갈 정도입니다.

게다가 서울역을 오가는 경부선 철도가 캠퍼스 우측을 가로질러 지나기 때문에, 숙대입구역과 캠퍼스를 오갈 때는 반드시 지하차도를 지나야 합니다. 이처럼 언덕 위라는 지형적 특성과 지상철이라는 물리적 장벽이 겹치면서 주변 지역과 다소 단절되어 있다는 느낌입니다. 그 결과, 캠퍼스는 서울 중심에 위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외딴 섬 같다는 인상을 주기도 합니다.

💬 숙대생의 한마디
👤: 학교 근처에 서울역이 있어 본가에 왔다갔다하기 편합니다. 지하철 노선도 여러 개라서 수도권에 사는 친구들은 대부분 통학을 선택하는 편입니다. 다만 학교 규모가 작다 보니 기숙사도 크지 않아서, 입사생을 거리순으로 뽑아요. 따라서 어쩔 수 없이 통학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천안에서 KTX를 타고 통학하는 동기도 있었는데, 이건 학교가 서울역이랑 가까워서 가능했던 것 같아요.

👤: 학교가 너무 언덕에 있다는 점이 단점입니다. 올라가기 꽤 힘든 편이에요. 그래서인지 학생들 사이에서는 건물 간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이동하거나, 근처 마을버스를 타고 언덕 너머 후문 쪽까지 가서 등교하는 등 여러가지 등교 꿀팁들이 공유되고 있어요.

👤: 자취하는 친구들은 주로 학교 도서관 근처나 남영역, 효창공원앞역에서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여대다 보니 캠퍼스 근처에 여학생을 대상으로 한 하숙집도 많아요. 다만 용산구라는 위치 때문에 “주거 환경 대비 월세가 너무 비싸다”라는 이야기가 많이 들립니다.

 

*더 알아보기
최근 인스타그램에서는 AI 나레이션을 활용한 ‘대학생 브이로그 릴스’가 유행한 바 있습니다. 그중 먼 지역에서 KTX를 이용해 서울까지 통학하는 이른바 ‘KTX 통학러’들의 브이로그가 주목받기도 했는데요. 실제로 한 달 동안 할인된 요금으로 KTX를 탑승할 수 있는 정기권을 이용하는 이용객은 2023년 기준 400만 명 이상으로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코레일 측은 “고속철도 개통 후 정기승차권을 활용하는 ‘장거리 출퇴근족’이 많아졌다"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광역 통학/통근의 흐름 속에서 서울시는 최근 서울역을 ‘글로벌 미래 플랫폼’으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밝혔습니다. 핵심은 철도 지하화로 확보되는 대규모 지하공간을 활용해 복합환승센터를 조성하고, 복잡했던 환승 체계를 대대적으로 개편하여 효율적이고 편리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즉 TOD(Transit Oriented Development, 대중교통 중심의 복합 개발)를 구상하는 중인 것이죠. 숙명여대의 ‘서울역 초근접’ 입지를 고려했을 때, 미래 숙대생들은 서울역을 중심으로 지금보다 더 먼 지역에서도 편리하게 통학할 수 있는 시대를 맞이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작지만 있을 건 다 있는 숙대생들만의 아지트


학교의 규모가 크지 않다 보니, 학교 근처 상권 역시 단출한 편으로 ‘대학가다운’ 시끌벅적한 느낌은 덜합니다. 여기에 가파른 언덕들과 빽빽하게 모여있는 다세대 주택들은 큰 상권이 형성되기에는 제약이 많은 지역이라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실감하게 합니다. (실제로 숙대 근처에서 ‘헉’ 소리 나는 경사의 골목들을 쉽게 마주칠 수 있었습니다.) 언덕이라는 지형적 특징과 작은 학교 규모가 맞물려, 숙대 대학가는 외부인 유입이 거의 없는, ‘재학생 중심의 고립된 상권’이라는 성격을 띠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숙대 앞 한 식당은 학기 중과 방학 중의 매출 차이가 커, 방학 중에는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또한, 숙명여대 대학가에서는 여대 상권의 특징이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아기자기한 개인 카페부터 소품샵, 옷가게, 액세서리 가게들이 골목골목에 자리하고 있으며, 여학생들이 주로 선호하는 떡볶이, 요거트, 샐러드 등을 파는 가게가 눈에 많이 띄었습니다. 상권 규모에 비해 큰 면적의 올리브영 매장과 다양한 브랜드의 렌즈샵도 자리하고 있었죠. 대학 생활에서 술자리가 비교적 적은 여대 특성상, 대학가하면 빠질 수 없는 존재인 ‘술집 골목’이 거의 발달하지 않았다는 점도 눈에 띄었습니다.

숙대입구역에서 캠퍼스로 향하는 길. 다른 대학가에 비해 비교적 한산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SPI 플랫폼 마케팅팀
(좌) 골목 곳곳에 보이는 개인 옷가게의 모습 (우) 소품샵 '어티피컬'. 해당 가게 2층에서는 전시도 진행된다. ©SPI 플랫폼 마케팅팀

💬 숙대생의 한마디
👤: 학교의 규모도 작고, 대학가도 작지만, 나름대로 있을건 다 있는 대학가입니다. 조금만 걸어가도 웬만한 건 다 구할 수 있어서 편리합니다. 아기자기한 식당, 카페부터 저렴한 가격의 컵밥집까지 다양한 가게들이 있어요.

👤: 여대 특성상 여성 고객 맞춤형 상권이 발달된 것 같아요. 예쁜 카페나 요거트, 샐러드, 마라탕 같은 가게가 눈에 많이 띕니다. 그리고 신촌, 건대 등 다른 대학가와 비교했을 때 술집이나 유흥시설 등이 거의 없어 건전한 대학가라는 느낌도 있어요.

👤: 사실 대학가 자체가 워낙 작다보니, 굳이 외부인이 찾아올 만한 이유가 딱히 없다고 생각해요. 대부분 숙대생들이 이용하고, 그 외에는 근처 중고등학생이나 동네 주민들이 이용하는 상권입니다.

 

 

놀 곳은 없지만, 놀기 좋은 대학가


그렇다면 숙대생들은 하교 후 어디서 놀까요? 숙대 앞 상권에는 비교적 놀 곳이 많지 않지만, 서울 중심에 있는 캠퍼스 덕분에 하교 후 대부분의 핫플레이스로 30~40분 내에 이동할 수 있습니다. 이는 학생들에게 매우 큰 장점으로 다가옵니다. 또한 학교 근처에도 다양한 핫플레이스들이 갖춰져 있습니다. 실제로 학교 근처에서 놀 때는 남영역 로컬 맛집이나 용산아이파크몰, 용리단길, 해방촌 등에 자주 놀러 간다고 합니다. 이촌한강공원이나 노들섬도 가까워 바람 쐬고 싶을 땐 주로 한강을 찾는다는 것이 학생들의 이야기입니다.

💬 숙대생의 한마디
👤: 숙명여대에서 서울 웬만한 곳은 30~40분 이내로 이동할 수 있어요. 숙대입구역 외 다른 지역에서 약속 잡혀서 이동할 때 이러한 점을 많이 실감하는 것 같습니다.

👤: 학교 근처에는 놀 곳이 많이 없지만, 서울 핫플들을 짧은 시간 내에 갈 수 있어서 어떻게 보면 또 놀기 좋은(?) 대학가입니다. 학교 근처에서 놀 땐 남영역 근처의 느낌 좋은 카페나 식당에 자주 가요. 한강도 많이 갑니다.

 

 

언덕 아래 새로운 핫플레이스, 효창공원앞


한편 숙명여대 캠퍼스 아래에는 최근 MZ세대 사이에서 '느좋 핫플(느낌 좋은 핫플레이스)'로 스멀스멀 떠오르는 동네가 있습니다. 바로 효창공원앞역 일대입니다. 이곳은 본래 단독주택이 모여있는 동네로, 과거에는 기사식당 등의 가게만 위치하던 지역이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조용한 골목 사이로 개성 있는 개인 카페와 베이커리, 식당들이 생겨나며 특색있는 상권으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오래된 구옥을 개조한 카페 ‘콘하스’, 6년 연속 블루리본을 받은 빵집 ‘우스블랑’, 다양한 소품을 큐레이션해 판매하는 카페 ‘MTL’, 효창공원 안 한옥에 위치한 브런치카페 ‘파자마델리’ 등의 가게가 대표적입니다. 기존 오래된 건물의 형태는 유지, 내부만 리모델링해 오픈한 가게들이 많다는 점이 효창공원 일대 가게들의 특징입니다. 이 외에도 와인숍, 레트로바 등 젊은 세대가 선호하는 트렌디한 가게들이 속속 자리 잡고 있습니다. ‘로컬 골목 상권’이라는 점에서 연남동의 초기 모습과도 제법 닮아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서울시 역시 2023년 효창공원역 인근 경의선숲길 아래 위치한 용마루길(Y2K)을 '로컬브랜드 육성 사업지'로 지정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이곳에서는 약 120여 개의 다양한 소상공인 점포가 운영 중입니다. 최근 데이트립·뉴뉴 등 주요 로컬·공간 콘텐츠 미디어에 ‘떠오르는 지역’, ‘데이트 코스’ 등으로 자주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아직 완성형 핫플은 아니지만, 용산역 일대 재개발과 더불어 차기 핫플로 급부상이 기대되는 지역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효창공원역 방면의 가파른 언덕길 ©SPI 플랫폼 마케팅팀
오래된 건물을 그대로 활용한 효창동 일대 카페들 ©SPI 플랫폼 마케팅팀

 

서울의 중심 용산은 말 그대로 상전벽해 중입니다. 그러나 그 한복판에 있는 숙명여대 인근은 언덕과 철길이라는 물리적 장벽에 둘러싸여, 아직까지는 거대한 변화의 흐름에서 비켜서있는 지역이라는 인상을 줍니다. 대학가 역시 외부인들의 발길이 드문 ‘숙대생들만의 아지트’라는 느낌이 강합니다. 하지만 캠퍼스 아래쪽 효창공원 일대에서는 새로운 로컬 상권이 꿈틀거리며, 조용하던 동네가 서서히 핫플레이스로 변모하는 중입니다.

하지만 효창공원 일대 역시 재개발 문제를 겪고 있는 지역입니다. 재개발 사업 방식을 둘러싸고 2022년부터 주민 간 갈등이 이어지고 있죠. 이는 재개발 사업이 단순한 도시 정비 사업이 아닌, 개발과 보존, 그리고 주민의 삶이 맞물린 복잡한 현실임을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곧 다가올 용산 국제업무지구와 ‘글로벌 미래 플랫폼’이 될 서울역 등 용산 지역에서 활발히 진행 중인 개발의 흐름 앞에서, 숙명여대 인근 지역 역시 자유롭지는 않아 보입니다.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 지역에서 자리 잡아온 숙명여대와 학생들의 고요한 일상과 미래의 도시가 어떻게 상생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피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는 비단 숙명여대만의 문제가 아닌, 급변하는 도시 속에서 모든 대학가가 마주해야 할 공통의 질문 아닐까요?

(좌) 효창공원 인근 철거 중인 한 건물 (우) 효창동 한 주택에 부착된 재개발 반대 현수막  ©SPI 플랫폼 마케팅팀

 

 


*본 아티클은 인터뷰에 응해주신 숙명여대 재학생분들의 도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참고자료]
"서울역 일대, 글로벌 미래 플랫폼 재탄생…교통·혁신·문화 거점시설 들어선다", 서울특별시 공식 누리집, https://news.seoul.go.kr/citybuild/archives/526538
"KTX 누적이용객 10억 명 돌파...개통 19년 만", 철도경제, 김태형 기자,
https://www.redaily.co.kr/news/articleView.html?idxno=6406
‘역대급’ 재개발 한다는데 “우리가 호구냐”…이곳 주민들 분노한 까닭", 매일경제, 김동은 기자,
https://www.mk.co.kr/news/realestate/10940954
허지우

허지우

서울프라퍼티인사이트 플랫폼 마케팅팀 인턴

졸업을 앞둔 따끈따끈한 2n학번 대학생입니다. 부동산과 마케팅을 향한 열정으로, 패기 넘치는 인턴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타고난 역마살을 충실하게 따르며 친구들과 이곳저곳 놀러 다니는 것이 취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