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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여계약서

스마트폰을 달고 사는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카카오톡으로 대화를 나눕니다.“고마워, 밥 한번 쏠게" 같은 가벼운 답례성 인사부터 "이번에 취업하면 차 한 대 뽑아줄게" 같은 호기로운 약속까지 오고 갑니다.


구두 계약도 엄연히 계약이기 때문에 함부로 그 계약을 깰 수 없는 것이 원칙입니다.그렇다면 만약 카카오톡으로 증여를 약속한 경우에는 어떨까요?


민법은 '증여의 의사가 서면으로 표시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각 당사자는 이를 해제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555). , '서면'으로 표시하지 않고 구두로 약속한 증여라면 없던 일로 무를 수 있는 것이지요.위 규정은 증여자가 경솔하게 증여하는 것을 방지함과 동시에 증여자의 의사를 명확하게 하여 후일에 분쟁이 생기는 것을 피하려는 데 그 취지가 있습니다(대법원 1988. 9. 27. 선고 86다카2634 판결 참조).

이때 서면으로 표시한 증여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가 궁금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서면에 의한 증여란 증여계약 당사자 사이에 있어서 증여자가 자기의 재산을 상대방에게 준다는 증여의사가 문서를 통하여 확실히 알 수 있는 정도로 서면에 나타난 증여를 말하는 것으로서, 비록 서면의 문언 자체는 증여계약서로 되어 있지 않더라도 그 서면의 작성에 이르게 된 경위를 아울러 고려할 때 그 서면이 바로 증여의사를 표시한 서면이라고 인정되면 이를민법 제555조에서 말하는 서면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는 입장입니다(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31755 판결).


따라서 증여계약서라는 이름으로 거창한 문서를 작성하지 않더라도, 예를 들어 A B에게 구체적으로 어떠한 재산의 소유권을 무상으로(대가를 받지 않고) 이전한다는 뜻이 드러난다면 그 문서는 서면에 의한 증여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카톡으로 약속한 한 증여를 '서면에 의한 증여’로 볼 수 있을까요?

일반적인 경우를 가정하면 카톡으로 약속한 증여를 서면에 의한 증여로 보기는 어려울 가능성이 높습니다. 일단 서면은 사전적으로 글씨를 쓴 지면이나 일정한 내용을 적은 문서를 뜻하는데, “내 재산을 좀 떼어 줄게”, “취직하면 차 사줄게정도의 일상적인 내용의 카카오톡 메시지는 우선 종이가 아닌 전자적 형태의 메시지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구체적으로 무엇을 증여하겠다는 것인지도 불분명하여 사전적 의미의 서면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법원의 판례 중에서도 카카오톡 메시지가 서면에 해당한다는 주장은 민법 제555조에 규정된 서면이란 단어의 통상적인 의미를 벗어난 독자적인 주장에 불과하여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한 사례(서울북부지방법원 2022. 1. 13. 선고 202042560 판결),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수준에 불과한 정도의 카카오톡 메시지는 상대방에 대하여 증여라는 법률적 효과를 대외적으로 확실히 부여하기 위한 서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사례가 있습니다(서울고등법원 2021. 5. 13. 선고 20202027301 판결 등).

카톡으로 약속한 증여를 서면에 의한 증여로 볼 수 있는지에 관한 대법원 판결은 아직 없고 하급심 판결만 있어 단정하기는 어려우나,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수준에 불과한 정도의 카카오톡 메시지라면 서면에 의한 증여로 보기 어려우므로 해제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다만 카카오톡으로 한 증여 약속이라고 하더라도 그 내용이 증여계약서를 대체할 정도로 구체적이라면, 상대방에 대하여 증여라는 법률적 효과를 대외적으로 확실히 부여하기 위한 서면에 해당한다고 볼 가능성도 충분히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에는 서면으로 한 증여에 해당하여 함부로 해제할 수 없으므로 유의하여야 합니다.

황태상

황태상

변호사

숫자를 볼 줄 아는, 회계사 출신 변호사입니다. 세금, 상속, 부동산 문제를 주로 해결하고 있습니다.